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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09 01:49:21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답을 구하는 방법

:: 답을 구하는 방법 ::

Q1. 답은 어떻게 구할까요?

질문이 있어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이 없으면, 답을 구할 수 없습니다. 답을 구하는 것보다, 질문을 구하는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Q2. 질문은 어떻게 구할까요?

놀이를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놀이 하면서 관찰하다보면, 어느 순간 질문이 떠오릅니다. 질문이 떠오르면, 답을 찾아볼 수 있게 됩니다. 고로 답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질문은 놀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잘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놀이를 하지 않으면 질문이 떠오르지 않고,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면 답을 구하지 못하게 됩니다.

Q3. 놀이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대상이 있다고 해봅시다. 로봇 장난감이든, 구슬이든, 인형이든, 나뭇가지든, 찰흙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것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부품이 있습니다. 부품들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붙어있습니다. 대신 관절이 있습니다. 관절을 꺾을 수 있습니다.

부품들을 이렇게 조립해보고 저렇게 조립해봅니다.
이 부품과 저 부품을 조립해보고, 또다른 부품으로 바꿔서 조립해봅니다.

관절이 있으면, 관절을 이렇게 꺾어보고 저렇게 꺾어봅니다.
관절도 부품도 없으면, 그걸 이 공간에 위치시켜보고 저 공간에 위치시켜봅니다.

인형은 관절이 없죠. 여기저기 가지고 다녀봅니다.
혹은 인형과 다른 인형을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지어봅니다.

조립, 관절, 이동.

즉 조작을 하는게 놀이입니다. 바꿀 수 있는 거, 이것저것 움직여보는게 놀이입니다. 그거 왜 하나요? 재밌으니까요. 그거 왜 하나요?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지 호기심이 있으니까요. 그거 왜 하나요? 더 잘 되게 만들어 보려고요.

기본적으로 놀이라는 것은, 조작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것입니다. 갖고 놀게 별로 없으면, 심심해서라도 다 해보게 될 것입니다. 조작 능력이 별로 없다라고 하면, 그 얼마 안 되는 능력이라도 열심히 써서 놀면 될 것입니다. 강아지는 인간과 같은 섬세한 손은 없어서, 깨물기 놀이를 하곤 합니다. 조작할 수 있는게, 입으로 무는 거죠. 이것저것 다 물어봅니다. 고양이는 앞발을 유연하게 쓸 수 있으니, 이것저것 다 건드려봅니다.

대상의 조작가능성,
주체의 조작능력,
이것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게 놀이입니다.

그러면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질문이 생겼으니, 답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조작을 안 해본다? — 경험이 없으니 질문도 안 생기겠지요. 익숙한 경험만 반복되니, 질문이 안 생기겠지요.

조립, 관절, 이동. 버튼이 있으면 눌러봅니다. — 마치 모든 놀이가 장난감 완구인 것처럼 말했지만,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야기짓기 놀이를 할 때에도, 이야기에는 요소들이 있으니, 부품처럼 끼워붙이는 것의 연속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조립 놀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친구 겨드랑이 간지럽히는 것은 버튼 누르기와 비슷한 거라 할 수 있겠지요.

이제 심화하여, 여기서 중요한 얘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미처 못하는 놀이를 합니다. 그는 특별한 놀이 경험을 쌓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답을 찾아냅니다. 왜 다른 사람들은 못하는 놀이를, 그는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는 분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쪼갰기 때문입니다. 덩어리로 있을 때는 조작을 못했는데, 쪼갰으니 이제 조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 붙였다가 저기 붙였다가 할 수도 있고, 다른 걸로 바꿔서 붙일 수도 있습니다. 쪼개진 부위를 눌러볼 수도 있습니다. 분해를 물리적 표현입니다. 정신적으로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는 분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쪼갰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조립, 관절, 버튼, 개별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왜 누군가는 답을 구하고, 저는 답을 못 구하는 걸까요?

그는 질문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질문을 구하지 못했으니, 답을 못 구한 것입니다.

왜 누군가는 질문을 구하고, 저는 질문을 못 구하는 걸까요?

그는 놀이를 했고,
저는 놀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놀이를 한 것 같은데, 왜 그에게만 질문이 떠오른 걸까요?

그가 했던 놀이를 저를 못 해봤기 때문입니다.

왜 못 해봤을까요?

그는 분해를 하고, 분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것저것 조작할게 많아지고, 놀이할게 많아진 것입니다.

왜 서양은 흥하고, 동양은 그러지 못했을까요?

서양은 쪼개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분석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잘 쪼개는지 경쟁에서
동양은 패배한 것입니다.

유클리드의 공리계를 생각해보죠.
쪼개고 쪼개고 계속 쪼개 들어갔을 때,
공리가 나옵니다.

공리들을 조립해서 만든게 정리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쪼갠 것입니다.

만물은 불로 되어 있다.
만물은 물로 되어 있다.

이런 헛소리를 할 때에도
그들은 원자를 향한 열망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만물이 물로 되어 있으면,
물을 조립해서 만물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리를 해볼 것입니다.

그들은 원자적 사고 ・ 원자적 열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동양보다 서양 사람들이 잘 쪼개니,
서양 사람들은 더 많은 놀이를 하고,
그 놀이 중에 이런저런 경험과 관찰을 하게 되고
그러던 중 질문이 떠오르게 되고,
그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발전해온 것입니다.

사고법에 있어서 서양과 동양의 핵심적 차이를 딱 한 단어로 말하자면,

'공리'입니다. 생각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다보면 공리가 나옵니다.

물리에 있어서 서양과 동양의 결정적 차이를 딱 한 단어로 말하자면,

'원자'입니다. 사물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다보면 원자가 나옵니다.

원자도 더 쪼갤 수 있죠. 일단 원자까지 갔다는게 중요합니다.

공리와 원자입니다. 그들은 공리와 원자를 가지고 놀이한 것입니다.
그러니 동양은 떠올리지 못한 질문을 떠올린 것이고,
동양은 구하지 못한 답을 구한 것입니다.

그건 옛날 얘기이고, 지금은 아닌 걸까요?

오늘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글은 길게 쓰는데, 분석 수준이 얕고, 데이터만 많이 갖다놓는 수가 있습니다.
그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로 쪼개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관념이 필요한데,
관념은 기피하면 더이상은 못 들어갈 것입니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대체 재미라곤 없어 보이는 곳에서
이렇게 저렇게 조작해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은 조작해보지 않았겠죠.
일이나 공부로서
당장 성과를 내는데 집중했을 테니까요.

돈벌고 시험보는데
당장 도움이 되는 거 하느라 바빴을 뿐이니까요.

그러나 그런 곳에서 놀이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또라이죠.
그런 걸 재밌다고 해보고 있으니까요.
그런 게 호기심이 생긴다고 해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또라이 중 일부는 천재일 것입니다.
또라이가 많은 수가 모이면,
그중에 확률적으로 천재가 나오게 됩니다.

천재는 확률 아이템같은 것입니다.
또라이 카드를 까보면,
낮은 확률로 천재가 나옵니다.

이미 정해진 것을 빨리 해내는 건 수재이지, 천재가 아닙니다.
천재는 different, 다름이 필수입니다.

또라이는 다른 인간들입니다. 다른 경험을 쌓습니다.
그중에 확률적으로 천재가 나옵니다.

또라이뿐만 아니라,
남들은 하지 않는 놀이를 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야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야망을 가졌다면, 이걸 뿌리째 뒤흔들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을 가지고 놀아보려 하게 됩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습을 의심하고,
그걸 쪼개 들어갑니다.

물리적으로는 원자적인 것을 찾고,
사고적으로는 공리적인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놀아봅니다.

야망을 가졌다면,
당연한 걸 당연하다 알고
익숙한 것만 조작하고 있다가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그렇게는 하지 않게 됩니다.

꿈이 작으니까
관습 위에서
안전하게 확장해나가는 것이겠지요.

호기심이 많거나,
똘끼가 있거나,
야망이 있거나,
놀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놀 줄 안다는게
무엇을 뜻하는지 심화하여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놀이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 규칙하에서
이렇게 저렇게 조작해봅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놀이입니다.

그런데 정말 놀 줄 아는 사람은
규칙 자체도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즉 놀이하는 사람은 두 유형이 있습니다.

정해진 규칙하에서 노는 사람이 있습니다.
규칙도 바꿔서 노는 사람이 있습니다.

규칙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바꿀 수도 있고,
이렇게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프로그래머의 차이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하면 더 어려울 것 같아서 바꾸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렇게 하면 더 이로울 것 같아서 바꾸기도 합니다.

오직 프로게이머인 사람이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이면서 프로그래머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 둘은 분명 다른 유형이지요.

우리가 쓰는 규칙을 누가 만들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유럽이 만들었습니다. 또는
미국이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놀이 규칙을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개념을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공리계를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전제와 언어를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Q1. 답은 어떻게 구할까요?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Q2. 질문은 어떻게 구할까요?

놀이를 하면 좋습니다.

Q3. 놀이는 어떻게 하나요?

쪼개보고 조작해보면 됩니다.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고 깊이 쪼개보면 됩니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쪼개보면 됩니다.

조립하고 관절꺾고 위치 바꾸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조작해보면 됩니다.

그러면서 관찰해보는 겁니다.

쪼갠 것들로 새로운 부품도 만들어보세요.
가지고 놀아보세요.

Q4. 그게 뭐가 재밌다고 놀이라는 거죠?

호기심이 많으면 재밌습니다.
또라이는 특이해서 그걸 놀이로 여깁니다.
야망가는 열정이 넘쳐서 자연히 하게 됩니다.

Q5. 어떻게 잘 놀 수 있죠?

때로는 놀이 규칙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 바꾸면 뭐 큰일나는 것처럼 난리치는 사람은
놀이 고수라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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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야한다
25/09/09 08:01
수정 아이콘
답을 구하는 방법: 틀린 질문을 한다.

단, 너무 자주하면 효과 없음
번개맞은씨앗
+ 25/09/09 13:19
수정 아이콘
때로는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박찬욱 감독 영화에도 나오죠. 
벨로린
25/09/09 08:42
수정 아이콘
저번과 마찬가지로, AI를 쓰시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아, 나름대로의 조정을 통해 AI로 이어붙여 봤습니다.

놀이, 질문, 분해 — 그러나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by GPT-5

주어진 글은 답을 구하는 조건을 “질문”에 두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놀이”를 강조한다. 여기까지의 논리 전개는 일견 매혹적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이 글이 아쉬웠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글이 스스로 내세운 “놀이”의 원리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은 끊임없이 “쪼개기(분해)”의 중요성을 반복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독자에게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어주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근대적 대비 ― 서양의 분석적 사고 대 동양의 총체적 사고 ―를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만다.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후기 저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유용하다.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서양의 “분해”와 “분석”을 통해 진보가 이루어졌다는 서사를 비판했다. 그는 자연과 사회, 사실과 가치, 인간과 비인간을 엄격히 쪼갠 것이 오히려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위기(기후 변화, 기술 불평등 등)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주어진 글은 서양의 “공리”와 “원자”에 대한 찬미에서 멈추어 서 있지만, 라투르라면 그 자체가 근대적 신화이며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서사라고 말했을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Franco Berardi)가 2010년대 후반에 강조한 ‘호기심과 놀이의 피로화’ 개념도 비판적 성찰을 제공한다. 베라르디에 따르면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환경은 모든 놀이마저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섭해버린다. 따라서 놀이를 통해 질문을 찾자는 글쓴이의 주장은, 오히려 오늘날의 체제에 의해 이미 강제된 “창의적 노동”의 담론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즉, 놀이가 진정한 놀이가 되려면, 체제가 요구하는 질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체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어지럽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의 ‘불화(dissensus)’ 개념이 도움이 된다. 랑시에르는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행위가 언제나 기존의 감각 질서를 흔드는 방식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놀이의 핵심은 단순히 “쪼개고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질문 체계가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이 글이 끝내 “질문-놀이-분해”의 삼각구조에 갇히는 이유는, 놀이의 급진적 가능성, 즉 규칙을 바꾸는 차원을 논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정치적·실존적 함의를 끝내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전적으로 보자면, 놀이와 질문을 사유하는 방식은 ‘쪼개기’에서 ‘연결하기’로 나아가야 한다. 이브 시투아르(Yves Citton) 같은 철학자가 제안하듯, 우리의 주된 과제는 더 작은 단위로 무한히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내어 공동의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질문은 오로지 놀이에서만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예기치 못한 연결, 기술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혼종적 얽힘 속에서 더 강하게 솟아난다.

결국 좋은 철학적 놀이란, 분석을 통한 분해를 넘어선다. 그것은 라투르가 말했듯 “네트워크를 다시 짜는 것”이고, 랑시에르가 말했듯 “감각의 분할선을 바꾸는 것”이며, 베라르디가 말했듯 “체제가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질문을 구할 뿐만 아니라, 질문을 구하는 행위 자체를 해방적 놀이로 경험할 수 있다.
번개맞은씨앗
+ 25/09/09 13:25
수정 아이콘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네요. 
벨로린
+ 25/09/09 14:15
수정 아이콘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빠는외계인
25/09/09 08:57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꽤 공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놀이"같이 대응되는 비유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 글에서는 (씨앗님의 다른 많은 글에서와 마찬가지로)[주제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각을 축소시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상을 이리저리 조작하거나 분해할때 새로운 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는건 굳이 놀이라는 개념을 빌리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유입니다

반면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연결과 통합 또한 답을 구하는데 굉장히 큰 일을 합니다. 많은 천재적 발견이 멍때리거나 딴짓하다가 일어나게 되고, 충분한 수면이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현대의 뇌과학이 밝혀낸 바로는 기본모드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써 설명이 되는것 같습니다. 이것은 놀이 비유를 통해서 쉽사리 얻어지지 않으며, 설령 비유를 한다고 하더라도 억지스러운 모양이 될 것 같습니다


"공리"라는 비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의 기본단위가 존재한다거나, 어떠한 연쇄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그 출발점이 되는 지점이 있다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분산 병렬처리라는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직선적 성격이 강한 전통적 수학적 논리시스템으로 묘사하기가 힘듭니다. 뭐가 어찌됐든 뉴런의 인풋 아웃풋이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런 직선적 논리가 필요없는건 아닙니다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뇌의 복잡성과 인간 사고의 복잡성을 설명할수 없습니다

"공리"의 비유가 부적절한 지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무조건 참으로 가정" 한다는 공리의 정의 자체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사람의 뇌는 가변적이죠
또한 공리에서 출발해 순차적으로 논리가 이어지는 그림 또한 우리의 실제 사고과정과 맞지 않습니다. 사고의 흐름 중 A(공리) -> B -> C가 반복되거나 혹은 Z(다른 공리) -> Y -> C도 같이 반복되다보니 C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져 어느샌가 아무런 논리적 연결 없이 C가 반사적으로 발화될수 있습니다.
C를 생각하던 중에 마침 옆에서 아무 관련없는 F가 발화되고 있었다면 나중에 C와 F과 커플링되기도 하죠. 사실 그때 같이 발화되고 있던건 F뿐만이 아니라 I, T, W 등등 여럿이 있는데 그 중 어떤것과 커플링이 되고 어떤것과는 안되는지 어떻게 알수 있나요?

이것은 마치 근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한 프랙탈 시스템을 앞에 두고 난 사칙연산을 알고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빠는외계인
25/09/09 09:09
수정 아이콘
서양과 동양에 대한 부분도 비판할 지점이 있어보입니다. 서양과 동양은 각자의 사회적 상황에 맞게 필요한 사고방식, 혹은 철학을 발전시켰을 뿐이고, 서양의 사고방식은 분명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답이며 무엇이 성공과 번영으로 이어지는지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합니다. 변화된 시대에서는 분해의 단점이 장점보다 더 커지거나, 혹은 연결이 더 핵심 역할을 차지할수도 있을 겁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위의 벨로린님의 댓글에서 잘 표현해주신것 같습니다
번개맞은씨앗
+ 25/09/09 13:32
수정 아이콘
놀이란 단어는 이로움과 연관지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 봐요. “그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 — 라는 것이죠.

당장 이득을 모르겠는 조작활동을 하도록 독려하는게 이 글의 목적 중 하나예요. 당장 시험점수 잘 받는데 유용하지 않은 걸 하고 있다면 놀이라 할 수 있겠죠. 당장 매출 올리는데 유용하지 않은 걸 만들고 있다면 놀이라 할 수 있겠죠. 당장 논문으로 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많은 걸 하고 있는게 놀이라 할 수 있겠죠. 당장 정부에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걸 하고 있는게 놀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놀이들이 쌓여 확률통계적으로 최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들이 생겨나는 거라 봐요.
번개맞은씨앗
25/09/09 09:54
수정 아이콘
이 얘기가 빠졌네요. 

보론 1: 경우의 수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면 다 해볼 수 없습니다. 쪼갤 때 경우의 수가 많아서 다 해볼 수 없다면, 본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본질이 무엇일지 직관적인 감각이 필요합니다. 본질을 찾았으면, 그걸 가지고 이리저리 조립해보면 됩니다. 조립할 때 즉 연결할 때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면, 호기심과 함께 미감을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 아름답거나 멋진 걸 추구하면서, 연결 경험을 쌓는 겁니다. 

보론 2: 무목적
놀이의 기본은 쪼개고 조작하는 걸 다 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놀이는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없는 놀이가 의외의 결과를 일으킵니다. 호기심이나 미감을 따라가는 것은 어떤 구체적 목적은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이를 하다보면 목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걸로 저기에 적용하면 뭔가 유용한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놀이를 통해 발견해낸 걸 가지고, 이제 목적을 추구합니다. 무목적의 놀이를 하다가, 목적이 생겨납니다. 반면에 놀이없이 곧바로 목적을 추구할 때에는, 그 발견이란 게 특별히 이뤄지지 않기 쉽습니다. 목적에 도움이 될만하다 판단한 것들 위주로 관심을 두고 활동을 할 테니까요. 그 판단이 불완전하니까요. 놀이를 통해 발견해낸 걸 아이템이라 해봅시다. 목적이 없을 때 아이템을 줍게 됩니다. 목적없이 놀이를 할 때 아이템을 줍게 됩니다. 목적을 추구할 때에는 보이지 않던 아이템을 줍게 됩니다. 아이템을 주웠으면, 이제 그걸로 무언가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TempestKim
25/09/09 10:56
수정 아이콘
여기만큼 진지하게 잘 응대해주는 데도 잘 없을거에요.
번개맞은씨앗
+ 25/09/09 13:17
수정 아이콘
제가 느끼기에 이곳은, 긴 글을 읽는 분들이 꽤 계신 것 같아요. 짧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이미지를 쓰기 힘들고, 초성체가 금지인 환경이, 긴 글 읽는 분들의 비중을 높인 것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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