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1
존윅 시리즈 또는 액션영화를 좋아해서 곧 보려고 하는데 아직 '발레리나'를 안 본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주의2
스포 덩어리 글입니다. 호기심에 클릭하셨다면 뒤로가기 누르고 영화 보고 오세요. 이 글은 영화 ‘발레리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발라내는 작업이 동반될겁니다.
스포일러 싫은 분들은 뒤로가주시기 바랍니다.
※주의3
이 경고는 스포일러 마지막 경고가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진짜로 여기서 뒤로가주세요.
세 번 경고 했으니까 진짜 시작합니다.
..-. ..- -.-. -.-
하. 이 영화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언제? 영화 시작 후 1시간 30분쯤인가요? 존 윅(키아누 리브스) 선생이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 죽이러 할스타트 마을에 왔을 때 눈을 감았다가, 동굴에서 화염방사쇼를 펼칠 때 깼습니다.
[영화 스크린의 빛에 의지해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 가는 것을 체크하면서 감상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만큼 지루했습니다. 할리우드 진짜 뭐하는 걸까요? 돈 벌기 싫은건지 묻고 싶더군요.
1. 종교집단 할슈타트 마을은 왜 이렇게 허접한가?
무협지 좀 읽었다 하는 사람들은 존 윅 세계관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관무불가침
존 윅 세계관의 지구는 이 유일한 룰에 따라 킬러세계와 민간세계가 같은 공간안에서 철저히 구별됩니다. 무림맹(하이테이블), 개방(뉴욕 거지연합)부터 시작해서 무협지가 생각나는 재미난 설정들이 많죠.
이 영화 ‘발레리나’에서는 크게 세 세력이 등장합니다.
1)루스카 로마: 존 윅을 키워준 극장(발레 극장인 척 하는 러시아 문화가 짬뽕된 암살교육기관)
2)컨티넨탈 호텔: 암살자들이 머무는 프랜차이즈 호텔이며 호텔 안에서 살인 금지가 거의 유일한 룰.
3)할슈타트 마을: 루스카 로마와 호텔이 엮이고 싶지않아하는 집단(마교같은 포지션)
여기서 저는 할슈타트 마을을 보고 무협지 속 마교, 혈교가 생각났습니다. 왜?
할슈타트 마을의 설정을 보면 그래요
유럽의 어떤 깊은 산속에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있는데, 이곳 구성원들은 전부 킬러고 자녀들도 킬러로 키워집니다. 루스카 로마, 컨티넨탈 호텔 등의 거대 집단도 할슈타트 마을과 엮이는 것을 꺼려하죠. 싸움방식이 지저분하다나 뭐라나. 또한 이 마을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추측컨대 할슈타트 마을은 거대한 종교 광신자 집단처럼 끈질기고 더럽게 그려집니다.(영화에서 보여주는 마을의 실체는 이와 다르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는 루스카 로마에서 12년 킬러 공교육 받고 실전 뛴 지 겨우 두 달 지난 신입 중 신입인데, 혼자서 이 마을 사람들 절반 넘게 작살냅니다.
이렇게 혼자서 일기당천으로 마을 작살 낼 거였으면 영화 안에서 존 윅(키아누 리브스) 처럼 주변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얼마나 대단한 신입인지 연출하든가 했어야한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야, 루스카 로마에 존 윅 이후 개쩌는 킬러 나왔다. 우 바바야가(존 윅), 좌 키키모라(이브) 배출했어. 우리 루스카 로마에 깝치던 옆동네 킬러놈들 목 씻고 긴장해라. 이브란 이름을 앞으로 많이 듣게 될거야.” 이런 대사나 연출이라도 넣어주던가 했었어야 납득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고작 실전 뛴 지 두달 갓 지난 킬러가 ‘루스카 로마’ 그리고 ‘컨티넨탈 호텔’도 더러워서 피하는 그런 광신자 집단을 썰어먹는다?
에라이.
그리고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할슈타트 종교집단은 그 어떤 세력에도 본거지를 들킨 적이 없대요.
이브가 할슈타트를 찾아다니는 내내 루스카 로마의 대장도 “나는 몰라.” 대답으로 일관했고, 컨티넨탈 호텔 지배인도 “내가 아는 건 유럽 어디에서 조직원이 발견됐다는 정도야.” 수준입니다.
근데 결정적 증거를 어디서 찾았는지 아십니까?
유럽의 어떤 총기상점 주인이 관광지도를 꺼내며 “저도 잘은 모르지만 대충 이 산 어딘가에 있대요. 가보세요. 저도 잘 몰라요.” 하며 친절히 알려줍니다.
지금 감독이 장난까는건지 부아가 치미더군요.
동네 김씨가 들은 소문으로 대충 관광지도 펼쳐서 찍어준 곳에 버젓이 있는 광신도 집단을 루스카 로마랑 콘티넨탈 호텔이 몰랐다?
개꿀잼 몰카였을까요
킬러 세계의 청산1순위 적폐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할슈타트 마을을 작살내기 이전에, 관광지도에 나오는 마을 위치도 모르면서 “오우 우리는 걔들과 엮이기 싫어.” / “나도 소문만 들었을 뿐이야. 알려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군.” 이따위 말이나 지껄이는 양 조직의 수장들 목 부터 쳐야됩니다.
2. 발레리나 설정은 왜 넣은 거였을까요?
존 윅을 키운 ‘루스카 로마’는 타르코프스키 극장을 본거지로 하는 킬러 집단입니다. 대외적으로 극장 답게 무용수들을 키우는데 발레리나가 대표적이다. 저는 그래서 발레를 쓰는 암살 장면이 나올 줄 알았어요.
왜?
영화 ‘존윅’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 ‘발레리나’ 속에서 춤추는 발레리나 장면이 항상 등장했거든요.
근데 이게 뭐야. 발레를 이용한 암살 기술은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타르코프스키 극장은 발레, 삼보, 종합격투, 사격 등 종합 킬러 과목등을 모두 수강해야 졸업(실전 뛸 자격 받음)합니다.
영화 초반부 내내 이브가 얼마나 발레를 피터지게 열심히 연습하는지, 남자에게 얼마나 줘 터지는지 보여줘요.
좋아! 그럼 이걸 써 먹어야죠. 어떻게?
극 중 타르코프스키 극장의 격투술 흑인 교관이 삼보(20세기에 만들어진 러시아 격투기) 수업 중 눈물을 글썽인 이브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교관: 새끼 기열! 너 언제까지 줘 터질래? 뭘 잘했다고 울어?
이브: 이건 불공평해요. 저는 작고 약하잖아요. 저 자식 보세요. 쟤는 남잔데 제가 어떻게 이기라구요!
교관: 너는 항상 네 적들보다 작고 약할 것이다. 앉아서 죽을래? 여자답게 싸워.
이브: 여자답게요?
교관: 그래. 네가 여자로써 가진 모든 특징을 무기로 써서 적을 이기란 말이야!
—
다음장면 [이브가 삼보 훈련 때 그동안 자기를 줘 팼던 동기 남자 훈련생 음경 터트리고 이김]
당연히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흘러가서 너무 칭찬하고 싶어요.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듯, 남자의 약점은 음경입니다. 낭심. 모든 남자는 음경을 맞거나 쥐어뜯기면 암것도 못하죠.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부여잡고 눈물 흘릴 뿐인데, 이젠 다 커서 엄마가 돈까스 사주지도 않습니다.
이브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려 이긴 장면이니까 너무 칭찬하고 싶지만 이게 전부 입니다.
왜 불만이냐고요?
19세 영화로 만들곤, 어리고 예쁜 발레리나라는 설정을 전략적으로 '여자'라는 이브의 무서운 특징을 안 써먹고 있으니까요.
첩보 스릴러 영화 ‘레드 스패로’ 를 잠시 얘기 하고 갈게요. 레드 스패로우는 냉전시기를 다룬 첩보 영화입니다.
소련의 촉망받는 발레리나 제니퍼 로렌스는 발목이 부러져 더 이상 국립 발레단 생활을 못하게 되죠. 국립 발레단에 있을 땐, 병에 걸린 어머니 치료도 받을 수 있었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극단에서 짤리니까 거지되게 일보직전.
그때 삼촌이 다가와서 제안을 합니다.
“너 나랑 일 하나 하자.”
“무슨 일요?”
“조국을 위해 간첩이 되라.”
그렇습니다. 제니퍼의 삼촌은 소비에트 정보조직의 간부였던 것이죠. 젊고 예쁜, 게다가 유명 발레리나인 조카 제니퍼를 이용해 암살 임무를 내린다.
돈 많은 러시아 아저씨가 젊은 여자만 보면 같이 자고 싶어한 다는 것을 알고, 조카를 의도적으로 잠자리에 보낸다. 왜? 무슨 무슨 법에 걸리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었거든요. 대충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렇게 제니퍼는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자신의 젊음과 몸을 적극 이용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후 간첩 학교에 보내져서 자신의 모든 것을 무기화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그 학교 동기들도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서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훈련을 받지요.
재밌는 영화입니다. 한번 보길 바랄정도로(디플, 쿠플에 있습니다)
한국 영화 ‘검사외전’으로 고갤 돌려보죠.
극중 사기꾼인 강동원은 황정민과 사법거래를 하고 특정 조직에 침투합니다.
어떻게?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여자를 홀리고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낸뒤 중요한 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황정민의 요구사항을 들어줍니다.
이 두 영화를 왜 예시로 들었냐면,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기화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킬러라면 말빨, 섹스, 손재주, 사격술, 싸움실력 등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써서 목적을 달성해야 합니다. 007의 본드가 대표적이군요.
임무 성공하고 싶어? 부귀영화 누리며 살고 싶어? 그럼 자기계발에 힘 써야지요.
영화 ‘발레리나’에서 발레 턴 돌다가 계속 넘어지는 장면만 실컷 보여주고 이걸 이용한 암살 장면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했습니다.
이런 내용 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가 흑인 교관의 일갈 이후 각성해서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이용해서 암살에 적극 써먹는 정말 무서운 킬러로 이름을 알리는 거죠.
존 윅이 왜 무섭죠?
이 자식은 원래도 전설을 썼던 킬러고 은퇴까지 했는데, 자기 집 개 죽였다고 복귀해서 사람 수백명을 도륙내버렸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그것이 킬러가 가져야 할 유일한 황금률입니다.
삼보 대련 때 이브가 동급생 남자의 음경 부수는 장면 이후, 이런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미모의 여성 발레리나만이 쓸 수 있는 킬러로써의 방법을 영화 내용에 하나라도 넣었으면 “와… 이브 진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제가 원했던 장면
첫 실전에 투입된 이브.
남들은 힘들게 밖에서 경호원들 죽이며 암살 대상에게 접근하다가 결국 남은 경호원들의 총알 세례에 다 죽는다.
그러나 이브는 암살 대상이 어리고 예쁜 여자에 환장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자신을 매춘부로 위장해 그의 침대로 들어간다. 신체 검사 이후 암살 대상이 경호원들을 밖으로 보낸다.
단 둘이 남겨진 상황에서 이브는 자신의 몸 속에 숨겨두었던 암살무기를 꺼내 암살대상을 피한방울 안흘리고 죽인다. 이후 창문을 통해 유유히 나간다.
왜 이런장면을 안 넣었을까요? 어차피 19세 영화로 만들었는데 말이죠. 교도소만 가도 성기검사 항문검사 다 합니다. 왜? 재소자들이 그런곳에 반입금지 물건 넣고 들어오거든요. 하다못해 마약 배달부들도 비엔나 쏘세지 처럼 꼰 약봉지를 항문에 쑤셔넣고 비행기 타거나, 이빨에 실을 연결한 다음 그 실에 연결한 마약봉지들을 목구멍에 쑤셔넣고 운반하죠.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전통적인 방법들입니다.
이브 역시 암살 무기를 자신의 은밀한 곳에 넣고, 자신의 외모와 기지를 적극 활용해 암살을 성공시키는 장면을 넣었다면 ‘와 신입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숙련된 킬러다.’라고 생각하며 영화에 몰입했을 것이다.
그냥 남자 음경 터트리는 건 누구나 합니다. 명현만도 할 수 있고, 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정화, 안나 채프먼 처럼 자신이 가진 미모 마저 무기로써 적극 활용하는 건 선택받은 사람만 가능한 영역입니다. 이브는 반쪽짜리 킬러입니다.
왜 국정원이나 CIA, KGB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가르치는 첩보술과 방어술에 미인계가 있을까요? 실제로 남녀 가리지 않고 호감가는 외모를 이용해서 목표물에 접근 후 목표달성 법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미인계에 당해서 나라 기밀 팔아먹은 xx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멀리 가지 않더라도 방송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쓰는 가장 주된 방법 역시 미인계의 한 종류 아닙니까?
킬러가 특히 교관에게 "울지말고 네가 가진 여자로써 무기를 다 쓰란 말이야!"라고 한소리 들었던 이브에게는 필요했던 장면입니다. 작고 빠르고, 예쁘고 어린. 설정으로 목표물들을 죽이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발레리나 설정으로 암살도 안하면서 왜 지독하게 발레 장면을 넣은건지 영화 메모리 값이 아깝다고 느꼈습다.
3. 정두홍 감독님과 수영씨.
하… 맥락이... 정두홍 감독님과 수영씨.. 안타깝습니다.
극중 정두홍은 어떤 조직의 대장이고, 수영은 정두홍의 딸입니다.
이브가 12년 킬러 공교육 이후 루스카 로마로부터 첫 실전으로 받은 임무가 수영을 엄호하는 것이었죠.
누구로부터? 수영의 아빠 정두홍으로 부터.
왜?
정두홍이 딸을 팔아서 돈을 번다나 뭐라나.
자식 사고 파는 거야 실제로도 벌어지는 일들이니까 이상할 점이 없었고, 액션 영화에서는 오히려 좋은 소재니까 칭찬했습니다.
문제는 연출입니다.
1. 얼음을 깎아만든 지하 클럽에서 수영이 춤을 추고 있다.
2. 이브는 수영을 멀리서 지켜본다. 수상한 접근이 있는지 없는지.
3. 수상한 접근이 시작됐다. 정두홍이 딸을 데려가려고 등장한 것.
4. 이브는 바로 정두홍을 막아선다.
5. 정두홍은 파주 훈련소에서 키운 서울액션스쿨 제자들에게 눈빛을 보낸다.
“뭐해? 제껴.”
6. 액션스쿨 제자들은 말없이 화려한 발차기로 이브를 찍어누른다.
7. 정두홍이 수영을 그 틈에 데려가자 이브는 각성!
8. 치마 속에 숨기고 들어온 권총으로 액션스쿨 제자들 얼굴, 낭심, 관절 등을 쏜다.
9. 정두홍과 발차기 대결 몇 번 하더니 금방 제압하고 겁에 질렸던 수영을 보호하는 데 성공(?)한다.
——
할리우드는 한국의 태권도를 무서워합니까?
지금 이 액션 연출은 대체 뭘까요?
1940년대 부터 2020년대까지 온갖 액션영화를 본 저로써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 액션의 특징과 매력이 너무 거세된, 말 그대로 이브의 발차기에 음경이 터진 루스카 로마 동급생 꼴 처럼 나왔다.
정두홍 감독을 썼을 때 제가 기대한 한국 액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화려하고 큰 동작입니다. 발차기가 동반되는.
이연걸로 대표되는 중화권 액션과 정말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죠. 중화권 액션 스타들은 기본적으로 홍가권으로 대표되는 빠르게 끊어치는 권법을 배웠기에 우다다다 액션에 강점이 있습니다.
정두홍 감독님을 비롯한 한국 20세기 말, 21세기 초 액션은 태권도 베이스의 휘리릭 파방 액션에 강점이 있죠.
설명이 왜 이 모양이냐고요? 태권도 베이스는 큰 동작, 화려한 움직임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라는 것이죠.
따라서 큰 동작이 더 아름답게 연출되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합니다. 클럽에서 시작된 박투? 넓은 장소에서 시원시원하게 뻗는 액션은 좋았습니다. 근데 싸우는 장소가 금방 클럽 안에 있던 얼음동굴로 바뀌었습니다. 동굴은 상대적으로 좁고 작죠.
좁은 곳에서 큰 액션을 하면 120kg 사람이 M 사이즈 옷을 입은 것 처럼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는 복싱이나 중국권법 같은 우다다다 몰아치는 액션이 어울리죠.
애석하게도 액션스쿨 제자들에게 주어진 스턴트는 태권도 발차기 위주였고 보는 내내 슬펐습니다. K-액션의 진정한 맛이 담기지 않았기에.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발레리나’ 감독이 정두홍 감독을 섭외한 순간, 정두홍 액션의 특징이 멋지게 담길 수 있는 장소, 스턴트 등을 고려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디서 요즘 k 컨텐츠 유행한다고 그냥 한국 액션감독 불러와! 이러고 진행한거라면 할리웃 감독의 발바닥을 때리고 싶어요.
영어가 아무래도 어색할테니 대사를 많이 안준 것은 좋았습니다. 이런 연출적 센스 끝판왕은 양조위, 장쯔이 주연의 영화 일대종사입니다.
왜? 영화에서 양조위는 엽문 역할이고, 송혜교도 나오는데 송혜교가 엽문 부인역할이거든요.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죠. 송혜교는 중국어를 그닥 잘 하지 않는다는 점.
감독은 양조위의 대사를 빌려 아주 센스 있게 처리했습니다. 어떻게?
“내 아내는 과묵한 사람이다. 말이 화근을 부른다 생각해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면 두 번 세번 숙고한 뒤 한마디 했고, 나는 그런 아내를 존경한다.”
이런 뉘앙스의 연출로 송혜교의 대사를 없애버렸습니다. 정말 훌륭한 연출인거죠. 이런게 진짜로 배우의 출신국적과 한계를 고려한 현명한 연출입니다.
‘발레리나’에서 정두홍과 수영의 대사를 더 줄였어야 합니다. 존윅 2편에서 잘 써먹었는데 왜 참고를 안 했는지... 이탈리아 암살조직의 행동대장(숏컷 여자)의 설정이 혀 짤린 암살자였습니다.
차라리 루스카 로마 대장이 이브에게 미션을 줄 때 이런 대사를 주고 그냥 정두홍 감독님과 수영씨의 연기가 더 편했을 것 같다고 봅니다.
“네 첫 임무다. 이브.”
목표물 파일 읽는 이브.
“부녀가 혀가 짤렸다고 되어있네요?”
“그래. 젊을 적 존 윅에게 혀를 뽑혔지.”
“제 경호대상인 수영도 존윅에게 당한건가요?”
“아니. 자기 아빠 조직의 약점을 우리에게 말했던 게 수영이거든. 존 윅에게 당해서 혀를 잘리고 한국 마피아세력을 우리 루스카 로마에 뺏기자 놈은 분을 못 이기고 제 딸의 혀를 잘랐지.”
“오우…”
그래. 이렇게 하고 두 사람의 대사를 아예 없앴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비영어권 국가 배우들에게 영어대사를 주면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
첫째. 영어 지문을 외워야 한다.
둘째. 영어로 연기를 해야한다.
심지어 이브의 첫 임무(수영 경호)가 연출적으로 내용적으로 비중있게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영화 전체 흐름으로 따지면 정두홍과 수영이 나오는 씬은 애매한 장면이라는 얘기죠. 영어 대사를 아예 없애고 액션에 치중했으면 더 좋았으리라 보는 이유입니다.
이랬을 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한다.
일- 자기 딸의 혀를 자를 정도의 극악무도한 놈에게서 딸을 지키는게 첫 임무라니! 버거울지도
이- 악랄한 놈일테니 그 액션은 얼마나 지저분할까!(관객의 기대가 담긴 칭찬)
정두홍 감독님과 수영씨의 연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문제가 있다면 십중육칠은 디렉팅 문제 즉 감독의 문제죠.
수정안
치마 속에 몰래 총을 지니고 들어간 이브. 액션스쿨 학생들의 현란한 태권도 발차기에 정신못차리고 쳐맞다가 각성.
"안되겠다. 내가 배운 격투기로는 태권도 못이겨. 아! 나는 총이있지!"
총기소지 불법국가에 살던 평화로운 한국 암살자들을 모조리 정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4. 그저 편의적인 잃어버린 언니 설정.
이브에게는 어릴 적 헤어진 언니가 있습니다. 이브는 언니가 죽은 줄 알았는데 멀쩡히 살아있었죠. 그것도 듣보잡이 아니라 할슈타트 마을 넘버 투 같은 암살자로 활동중인 사람이 이브의 언니였습니다.
출생의 비밀!! 이브 역시 할슈타트 마을 출신이었습니다!
이 할슈타트 마을은 암살자 마을로써 가끔씩 마을 공동체 밖으로 도망치는 놈들(이브와 이브 아빠)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을 커리큘럼에 따라 암살자로 키워집니다.
이 영화에서 언니는 없어도 문제 없었습니다.
왜? 역할을 안하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대사를 통해 ‘선택'을 굉장히 많이 강조합니다. "내가 선택을 한거야" or "아니! 넌 선택받은거야" 등의 지문이 많아요.
1)아빠를 잃은 아동 이브는 복수를 위해 루스카 로마에 들어가길 선택한다.
2)성인 이브는 할슈타트를 건들지 말라는 루스카 로마의 권고를 무시하고 복수를 선택한다.
3)할슈타트 마을 촌장을 죽임으로써 이브는 도망자의 삶을 선택한다.
등등 ‘선택’이 중요지점마다 등장합니다.
선택들이 이렇게 많은데 언니와 연관된 선택은 없어요.
언니를 설득하기 : 이 정신병자마을(혈교,마교)을 같이 부수자
언니를 처단하기 : 우리 아빠를 죽인 얘네를 옹호하는거야? 죽어
언니의 복수하기: 할슈타트 촌장의 명령을 받은 마을사람들이 언니를 죽이자 아빠와 언니 복수 선택
이브는 아빠를 죽였던 조직을 평생 찾아다녔고, 그렇게 찾은 조직에서 자기의 친언니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없어도 이야기 진행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갈등구조가 존재하질 않거든요.
정말 놀랍도록 언니의 비중이 공기입니다. 장면은 많이 차지하는데 역할이 없어서 배역이 존재하지 않아도 보는데 어색함이 없다.
하다못해 이브가 언니랑 엽떡 몇단계 먹을지 선택하는 장면이라도 넣었어야하지 않나...
5. 음양오행 : 수극화
영화 극후반, 할슈타트 마을 대혈겁(이브가 마을사람 전부 죽이고 다님)때 장면을 보면 할리우드 액션에 감탄을 했습니다.
존윅4편에서 불꽃놀이총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인지 감독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불장난 제대로 했어요.
화염방사기로 사람을 태워죽이는 액션씬만 십분은 넣은 것 같다.
화염방사기 액션이 감동적이었냐 물으신다면!
아니. 지루했습니다. 첫 장면이야 임팩트 있었으니 인정. 근데 이걸 대체 몇분 동안 반복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지겹더군요. 영화가 지루해서 이 타이밍에 제가 잠자고 있기도 했고요.
이브는 화염방사기를 주워서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요 마을 건물들을 전부 불태웁니다. 다시 말하지만 마을이죠. 그 얘기는 이 마을사람들의 자녀는 이브때문에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 버린 것.
아. 이 얘기를 해려던 것은 아니고..
무튼 화염방사기 액션씬이 있는데, 이브의 적 역시 화염방사기를 들고 이브를 공격합니다.
저는 여기서 해리포터 5편 마법부 대결씬(덤블도어 와 볼드모트)을 보는 줄 알았어요.
문자 그대로 불길이 춤을 추는 장면이 계속 나와서 이게 액션영화인지 마법영화인지 판단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이후, 이브의 화염방사기 연료가 떨어졌고 이브는 도망다닙니다. 소화전을 찾기 전까지 말이죠.
마을의 소화전을 찾은 이브는 수도꼭지를 틀어 시원한 물줄기로 적의 화염을 방어한다.
제가 지금 농담하는 거냐고요?
아니 진짜에요. 혼자서 워터밤 찍고 있습니다.
물이 불을 이긴다는 동양 철학의 정수 ‘수극화’를 여기서 볼 줄이야.
물 많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느꼈습니다.
Be water. My friends. -이소룡
총평: [기대 했는데 많이 아쉬운 영화]
더 할 얘기 많았는데 이만 줄일게요.
확실한건 발레리나에서 본 헐리웃 액션의 수준과 깊이가 한국 액션 영화들보다 수십년 앞서 있다는 겁니다. 그게 더 화납니다. 우린 왜 할리우드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지.
+아!! 동급생 맥거핀은 어떤 의도로 왜 쓴건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브가 루스카 로마에서 삼보 훈련 받을 때, 앉아서 이브의 형편없는 격투실력을 비웃는 남자 동급생이 있었거든요? 근데 얘는 아무런 역할(이브에게 싸움 걸었다가 음경 터진다거나, 루스카 로마의 명령을 어기고 할슈타트를 처들어간 이브를 죽이러 온다거나 등) 없이 그냥 비중이 사라져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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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되는 내용이랑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도무지 맞질 않아서 파워 밸런스가 이해가 잘 안 되긴 해요
굳이 이해를 하려고 한다면 기존 세력(호텔, 루스카 로마)들은 그냥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하는 입장이 아닌가..
주인공에 대한 묘사를 보면 루스카 로마 졸업 이후에 상당한 베테랑이 된 것처럼 보여주거든요?
혼자서 어떤 조직 전체를 털어먹으면서도 여유롭다던지, 엑스트라(또 할슈타트에서 탈출하려던 부녀 중 아빠)도 주인공을 알아본다던지
근데 존 윅이 등장하면서 파워 밸런스가 박살이 나요
존 윅이 주인공 대면하자마자 가볍게 쌈싸먹어 주면서 에휴 뭔 얼라 뒤치다꺼리 하라고 이런데를 보내냐 싶은 듯 연출해주고
그렇게 간단히 제압했다가 또 아빠 복수에 미쳐 있으니까 자기도 젊고 혈기 넘칠 때 다 해봤다는듯 이해해준다는 듯 보내주는데....
흠... 뭐 자알 은퇴해서 살다가 불량배들한테 아내가 직접 죽은것도 아니고 남겨준 강아지 죽였다고 온갖 곳 다 들쑤시고 뒤집어엎고 다니는 사람은 누군가싶지만
아무튼 보내주곤 에휴 그래도 집안 식군데 도와줘야지 하면서 주인공은 먼저 와서 뺑이치던걸
존윅은 대충 훑어보니 여기가 저격 명당이네 하면서 마지막까지 캐리를 해주죠
근데 이게 너무 파워밸런스가 박살이 나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말로는 할슈타트를 무서워하고 엮이기 싫어하는데
막상 할슈타트는 존 윅이 온다니까 즉시 그냥 빤쓰런 쳐버리고, 루스카 로마도 존 윅 등짝에 낙인 박을 배짱은 있는 양반들이 할슈타트에는 왜 쩔쩔매죠?
또 발레리나의 시점과 전후의 존 윅 전개를 생각하면 하이 테이블에 대든다고 존 윅을 그렇게 드잡이질 했던 놈들이 할슈타트는 놔둔다?
그리고 할슈타트 뒤에는 더 뭐가 없잖아요. 영화 내에서 할슈타트 왕이라는 캐릭터가 뭐 지난 몇백년동안 권좌를 놔두고 도망간 역사가 없었댔나 뭐래나 해놓곤
2편 떡밥은 던져야겠는지 호텔 매니저 입으로 니가 뭘 건드렸는지 모를거다 라고 해봤자 아니 영혼까지 털린거 다 보여줘놓고는 또 뭐가 있기는? 싶죠
존 윅 세계관 1티어는 최고회의 산하 12조직이고 2티어가 각 지역 콘티넨탈 3티어는 각 지역의 범죄조직인데 루스키 로마. 타라조프. 할슈타트. 바우어리 다 고만고만한 조직인듯 합니다. 결국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건 현상금이지 조직의 역량도 아닌것 같구요. 막상 2탄에 카모라가 최고회의 직속만큼의 위력은 없었거든요.
애초에 존윅 시리즈가 설정이 매력있는거지 스토리가 대단히 훌륭한 영화는 아니죠. 저는 킬링타임으로 그럭저럭 봤습니다. 다만 루스키 로마는 하이테이블에는 못끼는 군소세력이고 할슈타트도 루스키 로마랑 비슷한 군소세력이죠. 대장이 죽었다고 바로 망한 것도 아니고 500만 달러를 걸 정도니까 막 말도 안되는 밸런스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후반부는 존 윅이 보호해줘서 간신히 목적을 이루기도 했고요.
단 주인공 언니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없어도 아무 의미없는 캐릭터고 그냥 애매한 분량 늘리는 캐릭터인데 정작 문제인건 액션씬입니다.
저는 존 윅 시리즈에서 2를 가장 재밌게 봤는데요. 매력적인 설정을 확장해서 세계관을 정립하기도 했고 쓸데없는 칼 액션이 적고 총기로 승부봐서 좋았습니다.
존윅 3 4 이번 발레리나는 총을 뻔히 든 캐릭터가 굳이 근접전으로 주인공에게 다가와서 처형당해주는 장면이 많았는데요. 액션의 구성이 점점 나빠지는 것과 주인공 둘이 젊고 쌩쌩한 남성이 아니라서 몸이 느려져서 그런가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2처럼 총기 위주가 훨씬 나으니까 근접전으로 아웅다웅 하지 말고 총기씬으로 해결했으면 좋겠군요. 이번편 최대의 문제는 액션씬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