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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06 01:13:53
Name 식별
Subject [일반]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수정됨)

Bernhard_Strigel_003b.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다른 이들은 전쟁을 하게 두어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Bella gerunt alii, tu felix Austria nube)" 라는 경구나,



AEIOU_Buchmalerei_in_der_Handregistratur_König_Friedrichs_IV_1446.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A.E.I.O.U.(오스트리아가 전 세상을 지배한다)"는 표어로 유명한 합스부르크 가문. 


008-011_Notas_288-7-1140-2.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하악전돌증, 즉 주걱턱은 서구에서 '합스부르크 턱'으로도 불린다)


근친혼으로 인한 주걱턱의 유전과 

 
Dominions_House_Habsburg_abdication_Charles_V.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근세 유럽의 최고 명문가로도 유명한데,



오늘은 이 합스부르크 왕조가 역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을 톺아보자.



Franz_Gaul_-_King_Rudolf_I._enfeoffing_his_two_sons_Albrecht_und_Rudolf_II_with_the_duchies_Austria,_Styria,_Carinthia_and_Carniola.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합스부르크 가문 연대기》 (1) 왕조의 기원


 1273년, 합스부르크 가문의 루돌프가 독일 국왕으로 선출되었다. 시골뜨기 황제의 출현이었다. 적어도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합스부르크 가문은, 오래전 알레만니족이 정착한 스위스 지역의 아르가우와 북부 알자스 지역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문명의 유래가 된 합스부르크 요새는 이미 1020년에 하비히츠부르크(Habichtsburg), 즉 '매의 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성벽에 매가 자주 걸터앉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중앙 정계에 새롭게 진출한 이 가문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한미한 처지를 뼈저리게 절감했을 것이다. 신화 속 영웅들의 후손이 즐비해있던 제국 궁정의 대가문들에 비하자면, 본인들은 내세울만한 조상 하나 없는 시골 촌구석 출신의 졸부나 다름없었을테니. 따라서, 그들은 조상의 혈통을 윤색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14세기에, 그들은 콜론나(Colonna) 가문의 후손을 자처했다. 외가와 방계를 넘나들며 혈통의 뿌리를 복잡하게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피가 흐른다고 자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5세기에는 가문의 기원이 프랑크족에 있다는 전설이 퍼져나갔다. 



1630px-Maximilian_I,_Holy_Roman_Emperor.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메로빙거와 카롤링거의 왕족들과 혈통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이 전설은 훗날 정교한 이론의 하나가 되어, 먼 후손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에 의해 정복 프로파간다로서 활용되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수장인 자신이 곧 메로빙거와 카롤링거 왕조의 정당한 계승자이자 서유럽 전역의 유일한 통치자라는 논리였다. 


Adalric.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이러한 류의 전설은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주를 가지며 그때마다 적절한 살이 붙었다.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전설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조상이 7세기 무렵의 알자스 공작, 에티코(Eticho)라는 것이다. 전란의 시기 한때에 알자스에서 왕처럼 웅거했던 그는 훗날 지역민들에 의해 성인으로 숭배되었다. 

 그렇다면 역사적 진실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역사학자들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기원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부분이 아직 가능성과 상상의 영역 너머에 있다. 어쩌면 10세기 무렵, 오토 대제에게 영지를 몰수당한 브라이스가우의 백작, 부유공 군트람(Guntram the Rich)이 합스부르크의 시조일지 모른다. 전설에 부합하게도, 군트람은 에티코의 먼 후손을 자처했다. 


Guntram_the_Rich.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부유공 군트람(Guntram the Rich)


 합스부르크 가문 초창기 역사의 분수령은 군트람의 손자 대에 있었다. 군트람의 아들 란셀린은 혼인을 통해 하비히츠부르크 영지를 획득한 이후 아들 여럿을 두었는데, 이 아들들이 당대의 황제 가문인 호엔슈타우펜 가와 인맥과 혈맥으로 얽히게 되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주교였던 베르너는 호엔슈타우펜 가문 출신의 황제 하인리히 2세의 어린 시절 친구였고, 그의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로 활동했으며, 형제들의 죄를 사면해줄 수 있는 종교적 특권을 틀어쥐고 있었다. (그가 란셀린의 아들이 확실한지, 혹은 합스부르크 가문이 확실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루돌프는 마찬가지로 호엔슈타우펜 가문의 일원과 혼인했으며, 라트보트는 합스부르크의 본성(本城)이 되는 하비히츠부르크 성을 건설했다. 


Radbot_of_Habsburg.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합스부르크 성의 건설자, 라트보트


Habsburg_(Aargau,_Switzerland).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Schloss_Habsburg_July_21st_2005.jpg 합스부르크 왕조의 기원을 알아보자
하비히츠부르크(합스부르크) 성


 하비히츠부르크 성에 대한 한가지 흥미로운 전설이 존재한다. 라트보트의 형제인 베르너 주교가 그에게 얼른 영지를 요새화해야한다고 채근하자(고정관념과 달리, 이 시기의 많은 주교들은 호전적이었다), 라트보트는 하룻밤만에라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과연, 다음날 아침 베르너가 현장에 찾아가자, 라트보트의 영지민들로 이루어진 인의 장막이 요새의 역할을 하고, 갑주를 입은 중무장 기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망루의 역할을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혈족에게 일렀다.


 "형제여, 언제나 이 '사람들의 벽'을 활용하게. 그 어떤 벽도 이것보다 더 신뢰할 수는 없네." 


 전설 속의 이 경구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운명을 관통하고 있었다. 기실, 바람 잘 날 없던 유럽사의 전화 속에서, 남들은 싸움을 하게 두고 저희들은 행복하게 혼인의 축제에 몰두하게 될 가문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군주와 신하 사이의 충성심, 친족과 친족간의 우애, 그리고 혼맥으로 얽힌 동맹들... 합스부르크 가문은 최후까지 조상들의 격언을 실천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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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즉퇴
25/08/06 06:46
수정 아이콘
알고 봐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직 그렇게 농축(?)되지 않았을 즈음에도 턱이 보이네요 크크.. 유전을 떠나 테토의 징후이긴 한데
등지고딱딱
25/08/06 06:46
수정 아이콘
"이 아들들이 당대의 황제 가문인 호엔촐레른 가와 인맥과 혈맥으로 얽히게 되었다."
중간에 호엔촐레른이라고 잘못 나왔네요 아마 슈타우프 왕조(호엔슈타우펜) 쓰시려다가 잘못 쓰신듯 합니다
25/08/06 07:04
수정 아이콘
호엔촐레른 관련한 역사책도 읽고있는 중이었는데 (다음 연재글)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섞여버렸네요...
샤한샤
25/08/06 14:31
수정 아이콘
와 씨 합스부르크 최초의 성 저렇게 한미했나요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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