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7/02 21:43:0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919686297
Subject [일반] 일상의 슬픔.
이 글은 지난 글에 조금은 이어질지도 모르는 글입니다.

이번 주는 하루의 회사 휴일이 껴 있어서, 수요일이지만 이틀만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는 정상적으로 출근했습니다. 출근한 이틀의 아침까지만 해도, 제가 출근을 못하게 될 줄 알았으니까요. 원인은 우울감이었습니다. 출근 세 시간 전, 빠르게는 네 시간 전에 깼지만,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어떤 측면에서는 루틴의 중요성이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밥벌이의 어마무시함이기도 합니다. 여튼 그런 이유로 저는 어영부영 이틀의 출근일을 겪고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때때로 제가 품고 있는 슬픔과 우울감이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걸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느끼는 것들이 그저 심리적 원인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이 감정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바쁘게 지내려 했습니다만, 그 바쁨은 저를 지치게만 했을 뿐, 저에게 다른 무엇을 주진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모르겠습니다. 내일의 저는 출근할 수 있을까요? 그 다음날의 저는요? 그 다음 주의 저는? 혹은 그 너머의 다음 달의 저는 괜찮을까요? 이 무겁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자리 잡은 슬픔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이 슬픔이 결국 다시 사이클처럼 저에게 돌아올 것을 알고 있는데, 제가 무슨 행동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무엇인가를 겪고 있지만,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그렇다고 순응하기엔 너무나도 거센 역경이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에게 어떤 답이 있을까요? 답을 찾는다면, 제가 수행해낼 수 있을까요?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워 생각의 흐름마저 멈춰버린 건지, 혹은 제가 스스로 찾아낼 수 없는 무엇인건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미 슬픔이 저를 압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마비되고 있는 것인지도요. 예전에는 어떻게든 이러한 슬픔을 떨쳐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요즘은 어쩌면 이러한 슬픔을 제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슬픔이라는 걸 포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포자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신이 없네요. 이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장마의이름
25/07/02 22:59
수정 아이콘
몇년 전의 제가 생각나서 남일같지가 않아요. 저는 결국 부서이동이라는 도피로 탈출했습니다. 이 일상이 바뀔 것 같지 않아도 작은 걸 바꿔가면서 좀 더 행복해지시길 바라요. 작은 걸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그냥 무언가라도 저지를 수 있기를..
안군시대
25/07/02 23:17
수정 아이콘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아도 그때 뿐인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고, 이런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기도 하죠.
삶은 무거운 것이고, 누구나 그것을 다 짊어지고 살아가기에 내가 괴롭다는 걸 아무리 주변에 얘기해봐야 대부분의 경우에는 위로보다는 핀잔이 돌아오는 게 현실이죠.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걸 꼭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의무 또한 없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나를 슬프게 만들더라도, 그것 또한 내 볼을 스치는 바람처럼 그저 흘러가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 무의미한 것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꼭 그게 내 인생을 뒤집어 놓을 만큼 엄청난 의미를 가지는 것 또한 아닙니다.
25/07/03 10:01
수정 아이콘
본인이 즐기며 좋아하는 것으로 기쁨을 찾아 보시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 보세요.
우사고
25/07/07 10: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안녕하세요? 꾸준히 영화 관련 리뷰 글을 써오셨네요.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 트리거가 되어 컨베이어 벨트가 끊어저 버린것 처럼 무너져버렸다는 지난 글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aDayInTheLife 님이 그런일을 겪는 동안 세상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돌아가고 있어요. 코스피는 3천을 넘겼고, 미국 지수는 매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며 멍하니 쓰러지듯 잠드는 내 모습 어떤가요.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어디 끌려가서 팔다리 잘린채로 고문당하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내가 그냥 힘든척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세요. 좀 더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지금 겪은 일을 인식해 보세요. 먹고 싶은것 먹고 땀흘려서 지쳐 쓰러지듯 잠들어 보세요.

몸이 아픈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도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지 생각해보시고 힘을 내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846 [일반] 철학적 사고를 하는 캐주얼한 방법 [7] 번개맞은씨앗5344 25/08/24 5344 8
104845 [일반] 야구랑 축구 보러 대구 여행 [6] 及時雨3872 25/08/24 3872 4
104844 [일반] 기억상실증에 관한 이야기 [5] 라비015032 25/08/24 5032 8
104843 [정치] 노란봉투법 통과 시점을 보면 혹시 있을 관련 악재가 있어도 내년 지선이 자신있다는 계산일까요? [27] 삭제됨7306 25/08/24 7306 0
104842 [일반] 철학적 사고를 하는 캐주얼한 방법 [21] 삭제됨5793 25/08/24 5793 4
104841 [정치]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169] 카루오스13423 25/08/24 13423 0
104840 [정치] 국힘 전당대회 후"윤 찾아간다" "반대파 출당 가능" "한동훈대신 전한길 공천" 등 [98] 린버크10885 25/08/24 10885 0
104839 [일반] [팝송] 저스틴 비버 새 앨범 "SWAG" [3] 김치찌개4630 25/08/24 4630 1
104838 [정치] 젠더 극단주의자 [134] 딕시14195 25/08/23 14195 0
104837 [일반] 귀멸의칼날 무한성 1장 개봉당일 보고 온 후기 (스포없음) [99] 시랑케도20372 25/08/23 20372 5
104836 [정치] '찬탄파' 보수 정치인의 현황과 미래 (한동훈 편) [256] Quantumwk18543 25/08/23 18543 0
104835 [일반] 케데헌은 PC 그 자체이죠. [251] 유동닉으로17086 25/08/22 17086 21
104834 [일반] "소득은 국민연금뿐, 생활비 걱정" 부동산에 묶인 노인 빈곤층 [137] 페이커7515278 25/08/22 15278 23
104833 [정치]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국힘 대표선거 결선 진출…26일 선출 [183] 덴드로븀13260 25/08/22 13260 0
104832 [정치] R&D 예산 35.3조로 증대, 특허청에서 지식재산처로 승격 [51] 오컬트8967 25/08/22 8967 0
104831 [일반] 숨 참기 기네스 기록 29분 3초 [49] 조조8225 25/08/22 8225 12
104830 [정치] 경찰,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 의혹' 무혐의 결론 [234] 아따따뚜르겐15753 25/08/22 15753 0
104829 [일반] 지식의 사람 차별 [8] 번개맞은씨앗6144 25/08/22 6144 1
104828 [정치] 김영환 충북도지사 현금수수 의혹 압수수색 [35] Croove11858 25/08/21 11858 0
104827 [일반] 주호민씨가 뻑가와 악플러들을 고소한 것 같습니다. [157] 짭뇨띠19962 25/08/21 19962 0
104826 [정치] 트럼프 행정부, "한국이 미국에 원전 지어달라" 제안 [76] 덴드로븀12553 25/08/21 12553 0
104825 [일반] 2만9천명의 소득세 신고를 놓친 세금어플 사건 [30] 안녕!곤12512 25/08/21 12512 26
104824 [일반] 우리는 수출을 다변화 할 수 있는 것이 맞는가? [45] 깃털달린뱀7518 25/08/21 7518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