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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22 16:49:24
Name 계층방정
Subject [정치] 사전선거운동 금지에 걸린 '이재명은 안돼', 선관위에서 판단 보류 (수정됨)
국민의힘 소속인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 부산 수영구에 조국혁신당이 정연욱을 내란공범이라고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자, 정 의원은 이에 맞서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려고 했으나 선관위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유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선후보로 유력한 이재명을 대상으로 한 현수막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물론 “이재명은 됩니다”도 안 되고, 한동훈이나 오세훈 등이 나오는 현수막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이에 정 의원은 물론, 권성동, 나경원, 윤상현 의원이 반발했습니다. 아직 조기 대선도 확정되지 않았고 당연히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나오지도 않았으니 사전선거운동 조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선관위가 이재명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지금 국민의힘의 관심사가 다음 선거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냐 마냐에 쏠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촌극입니다. 정 의원을 내란공범이라고 한 비난에 1차적인 대응은 바로 '내란공범'을 반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말로 계엄은 정당했고 내란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아직까지는 그런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홍보자료실에 12월 17일 올라온 현수막은 “무한한 책임으로 거듭나겠습니다”입니다.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윤석열 계엄의 정당성을 믿는다면 당장에 장외집회를 열고 투쟁을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내란공범이라는 비난은 국민의힘을 위헌정당해산심판에 회부해도 될 만큼의 무시무시한 말이니까요. 그러나 반박 현수막조차도 걸지 못한다는 것은 계엄이 내란죄 선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위법성이 짙다는 것을 국민의힘에서도 알고 있다고 짐작하게 합니다.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란공범이라는 현수막에 대응을 안 할 수도 없다 보니, 대통령 선거로 프레임을 돌리려는 것이지요. 내란공범이라고 욕을 먹는데 엉뚱하게 이재명은 안된다는 현수막을 걸려고 한 것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사전선거운동에 걸린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국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얽맨다는 비판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2021년 낙태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낙태죄 폐지를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들고 나오자 사전선거운동에 걸려서 유죄 판결을 받자 이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2022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면서도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한 법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2021헌바301). 흥미롭게도 이때 참여연대에서 이 합헌 선고에 유감을 표하면서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해야 할 대상은 정당과 후보자이지 일반 시민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참여연대의 의견대로 되었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거는 것은 여전히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겠지만, 낙태죄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의견임에도 참여연대에서 이들을 지지했다는 점이 인상깊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래 현수막은 주로 선거운동에 쓰이는 물건이었다는 것을 정당들이 이제는 잊고 있는 것 같네요. 만약 총선이 앞으로 다가왔다면 조국혁신당의 현수막 역시 사전선거운동이라서 거부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와서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려면 진짜로 국민의힘을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하면 되는데 아무리 내란공범 현수막이 꼴보기 싫어도 설마 이런 짓은 하진 않겠죠.

현재 국민들은 남발하는 정치 현수막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전선거운동 금지는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격으로 이런 정치 현수막을 조금이라도 줄여준 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특정 당만 자유롭게 정치 현수막을 걸지 못하게 된 것은 편파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당이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다는 건 자업자득이지만요. 비록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려면 저런 잣대가 필요하지만, 결국은 모든 정당활동은 다 선거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문구인 “이재명은 안됩니다”를 걸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억울하다고 느낄 겁니다.

사전선거운동 금지 때문에 걸 수 있는 정치현수막이 제한된다는 점은 이래저래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추신
선관위에서 판단 보류 상태로 두고 허용한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https://kids.ccourt.go.kr/common/board/Download.do?bcIdx=995182&cbIdx=1128&streFileNm=6dd87f75-0e0a-4c21-a988-4b8369a1cff3.pdf
https://www.peoplepower21.org/politics/1920958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669607_36431.html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22201039930114016
https://www.peoplepowerparty.kr/news/data_promotion_view/104601?page=1&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3194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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