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0/29 15:06:13
Name 깃털달린뱀
File #1 1730181902875.png (32.1 KB), Download : 1784
Subject [일반]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엄밀한 글은 아니니 가볍게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제조업에 치중된 국가라고들 합니다. 수출 중심 제조업이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공급망 분리가 일어나는 현재에는 더더욱.

어쨌든 이건 뒤집어 말하면 서비스업이 제조업 대비 약하다는 것이라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라는 얘기는 한참 전부터 나왔습니다. 잘 안 돼서 문제지.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대체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서비스에 돈을 더 쓴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어떤 서비스에 돈을 더 쓰는지 확인해 본다면 이해가 쉽겠지요.


그래서 간단히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비교 국가는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G7 중 미국과 캐나다 제외입니다. 제외한 이유는 통계 차이 때문인지 자료가 안 떠서... OECD 2022년 기준 자료고, 1, 2차 산업 제외 3차 산업만 대분류로 뽑아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중이 작거나 딴 나라들과 별 차이 없는 것들은 날리고 중요해 보이는 것들만 뽑았습니다. 자료는 각 항목 별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제 나름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결국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주거비에 돈을 더 많이 쓴다]'입니다. 거기에 더 추가하면 의료비 정도. 생각보다 나머지 서비스 비용은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저기 'Real estate activities'란 신규 주택 건설이 아니라(이건 Construction에 들어감)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즉 주택 임대료라든지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간단한 집 수리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핵심은 직접 내는 '월세'와 '귀속 임대료'입니다. 귀속 임대료는 많이 복잡해서 자세히 설명드리긴 힘든데, 자가에 사시는 분도 스스로에게 월세를 낸다는 가정 하에 임대료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퉁쳐서 '주거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일 큰 게 이 주거비 항목입니다. 적게는 2.3%p, 많게는 5%p 가까이 차입니다. 자료에는 없지만 미국도 대충 12~13%정도 됩니다.

정확한 계산은 아닙니다만 우리보다 주거비를 대충 1.5배는 쓴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이젠 많이 알려졌지만 외국은 월세가 비싸서 급여의 1/3에서 절반까지 주거비로 나가기도 하거든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월세도 싼 편이고 전세도 있으니 주거비 부담이 많이 적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만큼 주거비에 돈을 덜 쓴다는 얘기고, 서비스업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크게 차이 나는 건 Human health로 아마 의료비 지출로 보입니다. 이것도 억누르고는 있지만 고령화 돼 가면서 오르겠죠.

Professional 어쩌고도 차이가 꽤 있는데 찾아보니 이건 법률, 회계, 건축설계, R&D쪽입니다. 세부 항목까지 다 본 건 아니라 단언은 못하겠는데 아마 법률이나 회계 시장이 작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도 거의 절반 수준이네요.

비중은 작지만 전기, 가스, 냉방 등은 수치가 좀 충격적이라 가져와봤습니다. 남들은 1, 2%찍을 때 우리 혼자 0.09%... 확실히 덜 내는 건 맞긴 한 것 같습니다.

의외로 교통이나 행정비용, 외식비용 등은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안나서 놀랐습니다. 찾아보기 전엔 공과금이나 교통비, 외식비용(인건비) 등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서 차이가 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제부턴 완전 뇌피셜입니다만, 제 생각엔 우리나라도 성장이 둔화하면서 결국 임대료도 '정상화'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내수,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겠지요.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의 '내수 비중 확대!', '서비스업 비중 증가!'는 아니긴 하네요. 역설적이게도 우리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GDP도 오른다는 거라... 다른 비용도 마찬가질 거고요. 제 생각이지만 이렇게 타 국가 대비 낮은 서비스 비용이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저축으로 이어져서 높은 저축율을 보이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저축해서 집 한 채 자식에게 물려주는 걸 당연시 여기는데, 서구 선진국에선 그 돈 다 렌트나 서비스 비용으로 소비하고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근검절약해서 물려주는 문화가 (강제적으로) 사라질지도요.

어쨌든 이런 거 보면 흔히들 말하는 '인구가 적어서 내수가 적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성장하던 국가라 렌트나 서비스 가격이 억눌렸던 효과일 뿐...



사실 나라마다 GDP 상정 방식도 미묘하게 다르고(특히 저 귀속 임대료), 단순히 GDP에 차지하는 비중만 보고 섣불리 단언하면 안되는 문제긴 합니다. 그래도 나름 크게 어떤 모습일지 비교하기엔 괜찮은 내용인 것 같아서 간단히 써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이터 :
https://data-explorer.oecd.org/vis?df[ds]=dsDisseminateFinalDMZ&df[id]=DSD_NAMAIN10%40DF_TABLE6&df[ag]=OECD.SDD.NAD&df[vs]=2.0&dq=A.KOR%2BCAN%2BITA%2BGBR%2BFRA%2BDEU%2BJPN...B1G..U%2BT%2BR%2BS%2BP%2BN%2BM%2BK%2BJ%2BI%2BH%2BG%2BF%2BQ%2BO%2BE%2BD%2B_T%2BL...V..&pd=2022%2C2022&to[TIME_PERIOD]=false&vw=tb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VictoryFood
24/10/29 15:16
수정 아이콘
표의 세부 비율을 더해보니 한국은 29.84%p 이고 프랑스도 45.08%p 인데 누락된게 더 많을 거 같습니다.
깃털달린뱀
24/10/29 15:20
수정 아이콘
자잘한 거나 별 차이 없는 것들은 빼서 그렇습니다. 전체 표로 보면 너무 난잡해져서 비중 큰 거나 차이 큰 것만 남겨놨거든요. 링크 들어가시면 원본 데이터 전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VictoryFood
24/10/29 15:22
수정 아이콘
역시 others의 위엄
꿈트리
24/10/29 15:33
수정 아이콘
한국 전기/가스의 위엄이네요.
하아아아암
24/10/29 15:49
수정 아이콘
"정상화"....
류수세심
24/10/29 16:10
수정 아이콘
확실히 경제는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게 많이 느껴집니다. 이런 걸 사회 구성원들에게 교육을 하고 그런 뒤 사회적 합의를 모으도록 정치인들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나온다는 건 잘 압니다.
24/10/29 16:10
수정 아이콘
주거비가 서비스업에 들어간다는건 놀랍습니다.
김뮤즈
24/10/29 16:3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주거비 관련 내용은 서비스업-부동산업-주거서비스에 포함되서 계상되고 있고, 부동산업 하위구성요소는 주거서비스,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부동산 관련서비스업이 포함되어 있어요.
주거비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서비스 비용이 낮다는 게 정확히 증명되려면 실제로 '주거서비스'에 해당되는 항목만 찾아서 봐야되는데, 일단 국민계정 통계에서는 부동산업 금액만 제공되고 있고 하위항목은 제공하지 않네요.
깃털달린뱀
24/10/29 18:0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더 자세하게 파고들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네요. 심지어 나라마다 조금씩 계상하는 게 다르기도 해서... 다만 영국의 경우 귀속 임대료가 13% 중에 9% 정도 차지한다는 거 감안하면 대부분이 귀속임대료 및 임대료일 거라 추정할 뿐이지요. 그래서 그냥 큰틀에서 보는 참고용 정도.
더 자세히 들어가면 GDP 쪽보단 RIR 지표 같은 걸 찾아봐야하는데 이건 또 최신자료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이카리 신지
24/10/29 17:08
수정 아이콘
GDP 계산할 때 전세의 경우 전세금의 이자상당액이 산입되는 반면 월세의 경우 임차료가 산입되죠. 2022년말 기준 전세금 총액이 약 1060조원인데, 전세가 사라진다면 GDP가 어마무시하게 상승할 듯. 월세주도성장..
깃털달린뱀
24/10/29 18:13
수정 아이콘
전세는 이자가 산입되는군요. 자료가 제대로 안나왔는데 새로 배웠습니다. 하긴 전월세 전환율 생각해보면 전세가 이득인 거라 다들 전세대출 풀로 땡기는 거기도 하죠. 그게 다 월세로 전환되면 아이구야...

사실 참 이 '가격'이란 지표도 골때리긴 합니다. 가격만 오르면 생산성도 오르고 GDP도 오르고... 서비스는 그대로에 가격만 오르면 부담이 늘어서 더 안좋은 것 같은데 실제론 지표가 좋아지죠. 논리는 이해하지만 이게 직관하고 상충되다보니 좀 거시기 합니다 흐흐.
Rationale
24/10/30 02:21
수정 아이콘
연간 gdp를 대략 2천조쯤 잡으면 대충 30조라고 반영해도 한 번 오른 이후에는 기여도가 그리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김삼관
24/10/29 18:05
수정 아이콘
욜로가 어차피 모아서 큰걸 못사니까 포기하고 지금 행복하게 살자는 물결이란 댓글이 떠오르네요
김삼관
24/10/29 18:08
수정 아이콘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국가들의 실상이 주거비용 등으로 많이 빠져나간다는 내용을 알게되어서 놀랍습니다 크크 착각하고 있었네요 글 감사합니다 
시드라
24/10/29 18:56
수정 아이콘
선진국의 진면목을 알수록 한국인이 생각하는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더 잘살기는 커녕 기형적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씨드레곤
24/10/29 19:20
수정 아이콘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자원도 별로 없고 관광수지도 계속 적자인 한국에게는 수출이 최고입니다.
미디어에서는 수출보다 내수를 늘려야 한다고 소비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헌데 서민들 입장에서는 내수보다는 수출을 늘어나야 한국돈이 더 방어가 되고 따라 수입품도 싸지고 살기 좋아 집니다.
24/10/30 07:06
수정 아이콘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인데, 더 정확한 분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주 정곡을 찌르는 인사이트입니다.
요즘 느끼는 점인데, 한국도 이제 인건비가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공임등을 비교해 보면 서구 선진국 뺨칠 정도입니다.
일대일로 비교하다보면 그래도 한국의 공임이 미국보다 싸기는 한데 경제규모나 일인당 GDP를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면, 공임도 큰 차이가 없는데 왜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것일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많은 차이가 나는 주거비가 사실 서비스업에 포함된다는 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서구 선진국의 월세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죠.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서구 선진국의 주거비가 높은 것이 아니고 한국의 주거비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거죠.
아직 국민들이 자본주의를 제대로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이고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하던 시기에는
전세와 같이 서구 선진국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제도가 형성되고 발달할 수가 있었지만,
이제 한국도 경제성장은 원숙기(?)에 접어들었고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가고 있으니 어쩌면 한국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꽤 보입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도 한국의 서비스업 증가와 GDP 증가는 시간문제일 수도...
숨고르기
24/10/30 08:28
수정 아이콘
https://www.krihs.re.kr/galleryPdfView.es?bid=0022&list_no=27236&seq=1 10년전 것이긴 한데 외국과 비교하여 한국 부동산 산업의 세부구조와 특성을 다룬 자료가 참고가 될것 같아 올려봅니다.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강가딘
24/10/30 13:39
수정 아이콘
확실히 전세사기가 드러난 이후 아파트말고 빌라 원룸 다가구 등에선 전세에서 월세로 많이 돌리고 있는 추세라
우리나라 주거비도 오를거 같아 보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564 [일반] 무지성 적립식 미국지수 투자의 최적화 [134] Chandler14065 24/10/31 14065 108
102562 [정치] [단독] 명태균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6선할 거 아닙니까" 호통 [149] 꽃이나까잡숴16806 24/10/31 16806 0
102561 [정치] [단독] 명태균 "지금 아버지 산소 가는길… 증거 전부 태워버릴것" [73] 항정살13062 24/10/31 13062 0
102560 [정치] 위헌 논란에도…국회 동의 없이 ‘우크라 파병’ 한다는 윤정부 [178] 항정살12154 24/10/31 12154 0
102559 [일반] 바이킹은 왜 약탈했을까? [14] 식별5095 24/10/31 5095 16
102558 [정치] [단독] 민주당, 윤석열-명태균 통화 육성공개 "난 김영선" [167] 바밥밥바14539 24/10/31 14539 0
102556 [정치] 국민 저축까지 손대는 정부+한은 적립금도 손대려했다. [115] 후추통14607 24/10/30 14607 0
102555 [일반] 내 아들의 친모 달리기 훈련기. [29] likepa8165 24/10/30 8165 35
102554 [일반] 오늘자 국장 클라스 [59] 아스날10002 24/10/30 10002 2
102553 [일반] 고시엔 준우승팀, 간토다이 이치 고교에 다녀왔습니다. [18] 간옹손건미축3830 24/10/30 3830 4
102552 [일반] aespa의 Set The Tone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메존일각2276 24/10/30 2276 3
102550 [일반] 신세계그룹. 신세계 / 이마트 계열분리 발표. [41] Leeka8633 24/10/30 8633 5
102549 [일반] 사람이 사람을 먹은 역사: 식인의 여러 종류를 알아보자 [9] 식별3115 24/10/30 3115 20
102548 [일반] 1억원 넘은 비트코인…전고점 경신 '눈앞' [72] 덴드로븀7339 24/10/30 7339 0
10254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50] Poe8812 24/10/29 8812 178
102546 [일반]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9] 깃털달린뱀6817 24/10/29 6817 12
102545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5. 높이날 료(翏)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3304 24/10/29 3304 2
102544 [일반] Plan B [45] 슈니6780 24/10/29 6780 38
102543 [일반] [서평]《편향의 종말》- 무의식에서 나오는 편향을 끝내는 길 [13] 계층방정4742 24/10/28 4742 6
102542 [일반] 노비의 삶을 알아보자: 무얼하고 살았을까? [38] 식별8112 24/10/28 8112 42
102541 [일반] 인텔 Z890, 윈11 24H2 업그레이드시 충돌,재부팅 발생, BIOS 업데이트 필요 [18] SAS Tony Parker 9316 24/10/27 9316 3
102540 [정치] 양질의 일자리란 무엇인가 [46] 고무닦이11675 24/10/27 11675 0
102539 [일반] 노비의 삶을 알아보자: 노비의 사생활 [8] 식별8030 24/10/27 8030 3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