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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8/29 14:03:29
Name 오만가지
Subject [일반] 이리보라는 약을 아십니까? (수정됨)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학에서 근무하다, 시골로 탈출하여 조그만 의원에서 시골 내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최근에 참으로 답답한 일이 많습니다.

'이리보'라는 약이 있습니다.
아스텔라스 제약 (일본 제약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에서 생산하여, 동아제약에서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설사형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 조절 약제입니다.

무엇을 먹기만 하면 화장실을 들락날락 해야 하고, 변이 항상 묽으며, 배변 후 호전되는 복통이 동반되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어찌 보면 경증 질환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뛰는, 그런 질환입니다.

환자들 마다 다르지만, 다른 위장관 약제에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이
'이리보'에만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입니다. 효과도 좋고, 하루 한번 복용, 알약도 작고, 값도 싸니 저는 처방만 줬을 뿐인데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받는 대표적인 약들 중 하나죠.

그런데 오늘, 마지막으로 약국에 한통 남은 이리보를 처방하고, 더이상 약을 처방해드릴 수 없다고 안내 해드렸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죠. 의료강국 대한민국에서 왜? 이게 무슨 고가의 항암 신약도 아닌데?

특허도 풀리지 않아서, 제네릭이 없다 보니 대체할 약도 없고, 비슷한 기전의 다른 약도 없습니다.

----------------------------------------------------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급여 의약품들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약값을 결정하여 고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이 약을 만드는 원가가 얼마인데, 얼마에는 팔아야겠다고 신청을 하면, 위 기관에서 검토를 거쳐
최종 급여 약가를 정하는거죠.

문제는 이리보가, 이 약값 후려치기를 지나치게 당한 품목 중 하나라는겁니다. 생산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약을 유통시켜 봤자
이득이 타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면, 굳이 손해를 감수하고서 공급해줄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아스텔라스가 이리보의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니, (하필 이리보의 특허가 2025년 하반기에 풀리게 되어 있어)
1년 정도 쓸 약이 없게 되어 버린 겁니다. 한국 팜비오에서 제네릭 개발에 착수했다고는 하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죠.

------------------------------------------------------

이리보만 그러면 또 모르겠습니다. '포시가'라는 당뇨/심장약도 마찬가지의 상황으로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였고, (포시가는
그래도 대체약, 대체시장이 매우 잘 형성 되어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큰 문제는 안됩니다.) 듀락칸 (듀파락) 시럽이라는 변비약
(노인에서 흡수가 적어 아주 안전하고 효과도 좋은)도 비슷한 이유로 생산량이 급감하여 공급이 잘 되지 않고 있고, 코다론이라는
필수적인 항부정맥제도 약값이 너무 싸서 생산량이 적고, 씬지로이드라는 유일한 갑상선 저하증 치료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황당합니다. 이게 무슨 의료 강국입니까. 중증환자만 환자인가요? 대부분의 경증 환자들은, 외래에서의 적절한 약물
투약과 관리만으로도 일상 생활 영위에 문제가 없게,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다들 의대 정원 중환자 수가 등에만 매몰되어 있는데, 기본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제약회사도 아니고, 약값 올려준다고
제가 득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던대로 진료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안되는 상황이 싫습니다.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고, 그냥 답답해서 몇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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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찌쫓는겐지
24/08/29 14:07
수정 아이콘
소아 인공혈관의 사례가 이미 있으나 정신 절대 안 차리는 거죠...
우리 pgr 글입니다~
https://pgr21.co.kr/freedom/80377?page=276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 관련해
이를 '다국적 의료회사의 독과점 횡포의 문제'로 규정하고, 오는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본인들이 가격 후려치고 다국적 회사의 횡포??
햄찌쫓는겐지
24/08/29 14:09
수정 아이콘
리플을 달고 보니 어쨌든 국내 정부 (보건복지부) 관련 사안이니 정게로 보내셔야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링크 달은 글도 일반 분류였네요~
오만가지
24/08/29 14:19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고민했는데 반응 보고 필요하면 바꾸겠습니다
jjohny=쿠마
24/08/29 14:26
수정 아이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해당 글이 작성되었을 때에는 정치카테고리가 없었습니다.
(정치/일반 카테고리 분리는 19년도 6월에 도입되었습니다)
Radiologist
24/08/29 14:09
수정 아이콘
심평원의 약값 후려치기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비싼 약값을 제어해주는 효과도 있긴 했지만 점점 그 방향성이 극과 극을 향해가는것 같습니다.

뭐 사실 심평원 자체가 대한민국의 약값을 지정하는 하나의 주체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한데 이런것들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긴 하죠.
Regentag
24/08/29 14: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씬지로이드 지금 구하기 어려운가요..?
가족이 먹고있고 다음달에 새로 받으러 가야하는데…

찾아보니 5월에 기사가 나왔었군요 ㅠ
https://www.kpanews.co.kr/article/show.asp?idx=250604&category=D
오만가지
24/08/29 14: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직 구할수는 있습니다. 씬지로이드는 그래도 대체약이 있어서, 약 드시는데는 문제 없을겁니다.
Regentag
24/08/29 15:2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ㅠ 감사합니다.
웸반야마
24/08/29 14:18
수정 아이콘
구하기 힘든건 약사지 환자들은 문제 없을거에요
오만가지
24/08/29 14:20
수정 아이콘
저도 귀찮아죽겠습니다. 대체약으로 바꿔서 처방해야하고, 일일이 설명해야하고, 환자는 의심의 눈초리로 왜 약이 바뀌죠? 눈 부릅뜨고... 나랑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요... ㅜㅜ
24/08/29 14:19
수정 아이콘
헐... 저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이 약을 평생동안 먹어야하는데 이런 뉴스가 있었군요... 아직은 부족하지 않아 다행이긴 합니다...
자리끼
24/08/29 14:20
수정 아이콘
씬지로이드는 품절이 꽤 풀려서 구하기 어렵지 않으실겁니다.
그리고 부광약들은 약가보단 한미,도매 문제때문에 품절이 많았었죠.
아케르나르
24/08/29 14:38
수정 아이콘
저도 갑상선기능저하증 있어서 먹고 있는데, 이 뉴스는 이제야 봤네요. 정기적으로 약을 타는데 별 고지가 없어서 몰랐네요.
펩시제로라임
24/08/29 14:15
수정 아이콘
본문글에 말씀주신 부분에 더해서
규모있는 종합도매들이 영업경쟁을 하기 위해서 품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전산재고상에 안 띄워 놓고 거래량에 따라서 할당을 하는거죠.
윤석열
24/08/29 14:15
수정 아이콘
약가인하는 진짜 엄청나죠
막막 후려칩니다
기다리다
24/08/29 14:17
수정 아이콘
저렴한 의료의약이 불가하다는걸 결국 전국민이 수용하지 않는한 약가 후려치기 후 퇴장!!은 계속일어날거라..
콩순이
24/08/29 14:17
수정 아이콘
남의돈으로 생색내고 깡패같이 군림하는 심평원이죠 뭐
자리끼
24/08/29 14:22
수정 아이콘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있어서 더 무시무시하죠. 어 이거 많이 팔리네? 그럼 약가인하 맞으셈. 크크
만들어봤자 약가인하크리 맞아 손해보느니 그냥 안만들어버리는 어이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허헣
SkyClouD
24/08/29 14:26
수정 아이콘
솔직히 어느 정도는 좀 선을 지켜야 하는데 심평원은 어마어마합니다.
돔페리뇽
24/08/29 14:28
수정 아이콘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
아이군
24/08/29 14:40
수정 아이콘
좋게 표현하면 한국의 의료비용을 낮추는 공신인데 나쁘게 말하면 한국 약의 저질화를 부르는 공신....

다국적 회사에서 한국 기피하는 건 유명한 이야기죠...
아케르나르
24/08/29 14:40
수정 아이콘
저도 먹는 약 중에 하나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재료 수급이 안된다고 했던가 해서 처방 중지되고 주사제로 3달마다 맞는데 기존에 비해 주사제는 너무 비싸더라고요. 뭔가 안좋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인 거 같아요. 요즘.
사람되고싶다
24/08/29 14:57
수정 아이콘
옛날에 전세계 의약계는 미국(인이 지불하는 약값)에 기생하는 거다란 글을 본 적 있는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전세계가 우리나라같았으면 신약은 나오지도 팔리지도 않았겠지 싶어요.
겨울삼각형
24/08/29 15:12
수정 아이콘
정치탭이 아니군요

벌점먹을뻔
오부자
24/08/29 15:24
수정 아이콘
약값 후려치기가 너무 심하죠. 적당히 해야지
사업드래군
24/08/29 16:03
수정 아이콘
어쩌겠습니까,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지불할 의향이 없는데. 당장 내 가족이 쓸 약만 없어지지 않으면 상관없겠죠.
그게 언제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제가 없는 약들도 약가 후려치다가 철수한 약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비싼 약도 아니고 135원짜리를 108원으로 20% 후려치려다가 한동안 철수한 대체제 없는 약도 있습니다. 결국 190원으로 올려줬더라고요.
24/08/29 16:30
수정 아이콘
고가의 약은 그렇다 쳐도 요즘은 기본적인 치료에 필요한 싼 약들조차 퇴출되는 문제가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이선화
24/08/29 17:37
수정 아이콘
글 내용으로 봐도 정치글을 의도하신 바는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이 관련 자체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라서... 정치글로 옮기시는 게 편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뾰로로롱
24/08/29 18:4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는 대박터뜨리는 신약이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어차피 공단에서 약값을 제대로 인정 안해줄거거든요.
몽키매직
24/08/29 21:16
수정 아이콘
이리보도 대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진짜 대체약이 없는 콜레스티라민 (퀘스트란) 도 생산 중지 됨...
이거는 진짜 이거만 듣는 형태의 설사가 있어서 답이 없어요.
오만가지
24/08/29 21:36
수정 아이콘
이리보 대체약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듣네요. 무슨약인가요?
몽키매직
24/08/29 21:41
수정 아이콘
작용기전이 위장관 운동 조절이고 같은 계열의 -setron 약도 존재합니다. 물론 주용도가 좀 달라지긴 하지만...
위장관 운동 조절하는 약은 그 외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조합하면 비슷한 효과낼 수 있어요.
콜레스티라민은 담즙산 결합제인데, 같은 작용을 하는 다른 약이 없습니다.
담즙산 때문에 설사하는 분들은 콜레스티라민 이외의 약은 효과가 거의 없다시피해요.
오만가지
24/08/30 04:42
수정 아이콘
온세란이나 조프란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가격은 둘째치고 IBS에서는 못쓰고 항암 항구토제라 로칼에서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몽키매직
24/08/30 06:31
수정 아이콘
네 그래서 대체로 세트론 계열 약 보다는 환자에게 맞는 위장관 운동 조절제들을 조합하는 편이죠.
이리보는 예전에도 공급이 불안정했어서 이리저리 다른 약으로 해본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분들 많으실 겁니다.
솔직히 없어도 크리티컬한 약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콜레스티라민은 경우가 다르죠. ㅠㅜ 이쪽은 진짜로 답이 없음...
바위꿈틀
24/08/30 11:19
수정 아이콘
슈다페드 성분도 대체약 포함 몇년째 품절중이고
아세트아미노펜도 구하기 힘들고
약값 후려치기 정말...
약쓸때 적정용량의 반만 처방한지가 2년이 넘었네요
바위꿈틀
24/08/30 11:2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썼던 지방의료원 현실도 지금 그때보다 훨씬 악화됐습니다
지방의료 살리기는 개뿔...

글 한번 쓰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못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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