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22 15:26:15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큐피드의 이직
또라이 : 큐피드는 더이상 일을 하지 않네. 큐피드는 직업을 바꾸었네. 지금 세상에 무조건 꽂히는 사랑이 어디있단 말인가. 외모, 돈, 집안, 권력에 의한 조건적 사랑일 뿐이네.

A : 그렇다면 큐피드는 이제 무얼 합니까?

또라이 : 큐피드는 여전히 활을 쏜다네. 더이상 사랑의 화살은 아니지, 놀이의 화살을 쏜다네. 그 화살에 맞으면, 아이처럼 놀이를 하게 되는 것이지.

A : 놀게 만든다는 건가요?

또라이 : 돈을 벌다가 화살에 맞은 사람은, 돈을 갖고 놀 것이네. 책을 읽다가 화살에 맞은 사람은, 책을 갖고 놀 것이네. 일을 하다가 화살에 맞은 사람은, 일을 갖고 놀겠지.

A : 놀거리를 따로 찾는다는게 아니군요. 무엇을 하든 그걸 놀이처럼 여기고 즐길 거란 거군요.

또라이 : 맞네. 다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화살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

A :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또라이 : 사랑의 화살은, 그 화살을 맞고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라네. 놀이의 화살도 마찬가지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면, 그 화살을 맞고 처음 하게 되는 걸, 놀이처럼 하게 되겠지.

A : 그렇군요. 그런데 무엇이든 놀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또라이 : 그렇네. 예를 들어 화살맞고 처음 한 행동이 비난이라 해보세. 그는 남탓과 비난을 놀이처럼 즐기게 될 것이네. 예를 들어 화살맞고 처음 한 행동이 자학이라 해보세. 그는 자기학대를 놀이처럼 즐기게 될 것이네. 우울할 때마다 그 놀이에 더욱 집착하게 되겠지. 그는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아. 그건 재미없어졌거든. 비하하고 방치하는 것이지.

A : 무섭군요.

또라이 : 사랑의 화살처럼, 놀이의 화살도 때로는 무서운 것이지.

A : 그런데 왜 큐피드는 직업을 바꾼 걸까요?

또라이 : 큐피드의 원래 직업이네. 큐피드는 놀이의 신이지. 사랑의 화살도 놀이감정으로 쏘게 된 거야.

A : 아 그렇군요!

또라이 : 아마도 더이상 재미를 못 느끼게 된게 아닌가 싶네.

A : 왜 그렇게 된 걸까요?

또라이 : 그건 나도 모르지. 큐피드가 직업을 바꾼 뒤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네. 이거 큰일이네.

A : 그래도 추측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큐피드가 사랑의 화살을 더이상 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또라이 : 의심가는 건 있네.

A : 뭐죠?

또라이 : 큐피드는 학교를 싫어한다네. 놀지 못하게 하고,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듣게만 만들기 때문이지. 이렇다 저렇다. 이래라 저래라. 큐피드는 따분한 거야.

A : 그럴 것 같네요. 그게 단서가 될 수 있겠군요.

또라이 : 또 의심되는게 있네. 자네가 큐피드라 상상해보게. 사랑의 화살을 쏘고 나서, 신기하고 재미난 일은 무엇이겠는가?

A : 아기겠군요!

또라이 : 시간을 빠르게 감아서 상상해보게. 화살을 쏠 때마다, 몇 초 뒤에 아기가 나오는 것이지. 화살을 쏠 때마다 바로바로 아기가 생겨나는게 재미나지 않겠나.

A : 재밌어서 막 쏘고 다녔겠군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군시대
24/07/23 10:45
수정 아이콘
신화시대때는 연애가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던 모양이군요.
지금은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널렸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376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7. 둥글 원(圓)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7867 24/10/01 7867 2
102375 [일반] gtp야 놀자 01) GPT가 써주는 오자서 일대기 [6] 김아무개9629 24/10/01 9629 1
102374 [일반] 요즘 본 애니 감상 [20] 그때가언제라도9705 24/09/30 9705 2
102373 [일반] 상추가 메이저인건 이유가 있다. [62] pecotek11381 24/09/30 11381 5
102372 [일반] [서평]《위어드》 - 서구의 번영은 서방교회가 집약적 친족 제도를 해체한 결과다 [6] 계층방정7618 24/09/30 7618 4
102371 [일반] 백수의 여행기-제주도 (사진주의) [4] 이러다가는다죽어6225 24/09/30 6225 7
102370 [일반] [2024년 여름] 2024년에 떠올려보는 2016년 어느 여름날. [6] 김삼관5299 24/09/30 5299 2
102369 [일반] [2024년 여름] 지난 10년간의 여름휴가 [10] 완전연소5783 24/09/30 5783 4
102368 [일반] MBK의 고려아연 인수전, 금융자본이 한국 자본시장을 '정상화'할 것인가 [32] 사람되고싶다10604 24/09/30 10604 13
102367 [일반] 네이버 플러스 회원 11월부터 넷플 광고요금제 무료 [60] 매번같은12699 24/09/30 12699 4
102366 [일반] 오타니도 쓰레기 줍는데 내가 뭐라고 [98] 항정살17067 24/09/29 17067 71
102364 [일반] 니체가 읽었을 것 같은 책 16권 + 1권 [5] 번개맞은씨앗9293 24/09/29 9293 5
102363 [일반] 남성훈 선생님의 케이크 가게 전단지 [6] petrus10299 24/09/29 10299 0
102362 [일반] 단편 여행기 - 몽골의 별 [13] 중성화8650 24/09/29 8650 29
102361 [일반] 5060 군경계업무 투입 [147] 방구차야17570 24/09/29 17570 3
102360 [일반] [팝송] 포스트 말론 새 앨범 "F-1 Trillion" [1] 김치찌개6998 24/09/29 6998 1
102359 [일반] <새벽의 모든> - 밝음과 따뜻함으로, 그 모든 어둠과 추위를 품고. [4] aDayInTheLife6479 24/09/29 6479 0
102358 [일반] 특이점이 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요?? [28] 이리떼13360 24/09/28 13360 3
102357 [정치] 딥페이크 처벌법에 대한 우려 [47] 삭제됨12783 24/09/28 12783 1
102356 [일반] 혐오 문학의 정수 [5] 식별9942 24/09/28 9942 12
102355 [일반] [역사] 유럽과 중국의 역사적 평행관계와 분기(divergence)에 대한 고찰 [22] meson8039 24/09/28 8039 16
102354 [정치] 의사 불법 대리수술, 리베이트, 의대생(부모님연합) 근황 [170] entz16900 24/09/28 16900 0
102353 [정치] 식용개 마리당 최대 60만원 보상…2027년부터 개고기 먹으면 처벌 [129] 전기쥐13826 24/09/27 1382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