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제노바의 글쓰기에서 인상적인 점은 이렇게 과학적인 현상과 낭만적인 일상을 이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쉽게 머릿속에 이야기가 남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잊어버리는 것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번 곤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하기보다는,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 놀라운 뇌의 능력이라 하겠습니다. 때로는 기억하기 싫은 것까지 기억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이 있지요. 하다못해 같은 호텔에 한 달 전에 묵은 방과 다른 방에 예약했다고 해도, 전에 예약한 방 번호는 빨리 잊어버리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늙어가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 중 일부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알츠하이머병의 징조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전조는 작업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것, 즉 방금 겪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나 주의를 기울여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대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탓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원래 우리의 뇌는 자주 주의력이 분산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혀끝에서 맴도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못하는 설단 현상은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에 주로 일어나는 반면, 알츠하이머병의 징조에서는 보통명사도 고유명사만큼이나 잘 떠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억과 망각의 과학적 원리를 잘 이해하면 망각을 줄이고 기억을 더 잘 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기억하고 있을 때의 환경과 같은 환경에서 떠올릴 것,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것,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 “잘 자요!” 잠은 진정한 슈퍼히어로입니다. 잠은 기억을 저장하는 버튼이요, 연습만큼 좋은 근육기억 향상법이요, 어지간한 약보다도 효과적인 알츠하이머병 예방법입니다. 그 외의 알츠하이머병 예방법으로는 바로 운동과 학습이 있습니다. 이 학습은 퍼즐이나 두뇌 게임 같은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인지자극을 만드는 것, 즉 피아노 배우기, 새 친구 사귀기, 새로운 곳 여행하기 등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에도 알츠하이머병이 걸렸다? 분명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제노바는 본인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와 친구와 함께한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두려워하는 우리와 함께해 줍니다.
책 본문은 마지막으로 제가 위에서 두 번째로 인용한 기억의 역설을 다룹니다. 그래서 기억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도 말아야 하지만, 너무 집착하지도 말 것을 권하면서 다음 문장으로 본문을 마칩니다.
소중하게, 그렇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 <기억의 뇌과학>, 리사 제노바
부록에서는 기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다음 열여섯 가지를 권합니다.
1. 주의를 기울인다.
2. 본다.
3. 의미를 부여한다.
4. 상상력을 동원한다.
5. 공간, 공간, 공간을 활용한다.
6. 나와 연관시킨다.
7. 극적으로 연출한다.
8. 변화를 준다.
9.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
10.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11.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12. 보조장치를 활용한다.
13. 맥락이 중요하다.
14.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15. 충분히 잔다.
16.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명사를 일반 명사화한다.
사소한 것 하나. 글쓴이의 성이 제노바라서 이탈리아의 도시 제노바가 떠오르네요. 영어식으로는 제노아(Genoa)인데 굳이 이탈리아식으로 쓰는 것을 보면 조상이 이탈리아에서 온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책에서 나오는 음식은 스파게티나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들입니다. 그걸 확인하려고 책 본문을 검색해 보니 “이탈리아계 가정인 우리 집에서는 끼니마다 파스타를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었네요. 뻔히 책에서 나오는 내용을 놓치고 있었군요. 글쓴이의 말대로라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니까 잊었겠죠!
그러면, 오늘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기억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