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3/09 01:27:50
Name 네?!
Subject [일반]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우연히 밤양갱-황정민 버전을 보게되어 원곡을 들어보았습니다

작은북으로 시작하는 노래
명랑한 멜로디
적당히 빰빠밤빠빠 하는 신디음
리듬감 있는 피아노 익숙한듯한 관악
과하지 않은 하이라이트 파트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노래였고 이게 레트로구나 하면서 반복재생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다 가사가 귀에 들어오니 익숙한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분명히 노래를 관통하는 감정은 예전 사랑노래이고
노래의 장면은 이별하는 순간, 떠나는 길에 네가 말한 순간이니
세기말 세기초에 물리게 들어본 노래일텐데 왜 어색할까

화자는 말합니다
떠나는 순간 네 말을 듣고 미안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바라는건 밤양갱 뿐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밝은 멜로디로 담담하게 말하죠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화자에게
너는 바라는게 너무 많아 잠깐만 안보면 머리에 불난듯 화내잖아 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화자는 그 말에 눈물도 멈추고 말도 못하고 미안해라고 하면서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바라는게 많은게 아니라 밤양갱을 바랬는데 그것 뿐이었는데 라구요

그러면서 노래에서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며 말하죠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그런데 말을 맺지를 못합니다 다른 말은 다 끝을 맺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할말이 없었을겁니다 떠나는 사람이랑 상다리가 부러지게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졌는데도 밤양갱이 필요했다고 말하는거잖아요

얼마나 이기적인 이별인가요
상다리가 부러져도 밤양갱이 없어서 바라는게 많았고 그게 힘들어서 떠난 사람이 마치 폭언이라도 한 양 헤어져주는 이별

책임도 너라는 사람을 몰랐던 나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너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봐도 화자는 밤양갱을 먹어본 일이 없는거 같습니다
먹어본걸 바라는게 아니라 먹어보지 못한걸 핑계대듯 꺼낸듯 합니다 그래서 바라고 있는거구요

옛날에는 흔하게 먹었고 지금도 찾아보면 먹을 수 있는 밤양갱
옛날에는 흔하게 노래했고 지금도 가능할거 같은 진짜 사랑

너랑 즐겁게 지냈지만 진짜 사랑을 바라는 나를 알고 진짜사랑 밤양갱을 줬으면 머리에 불이 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하는 이기심

듣기 좋은 음악, 익숙한 이별상황, 낯선 감정이 조화된 이 노래는 아마도 오래오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을듯 합니다

그래서 밤양갱은 먹어보셨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머스테인
24/03/09 01: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괄삭제
24/03/09 01:40
수정 아이콘
아마도 화자는 밤양갱이 뭔지도 모를거라고 생각해요
안먹어 본 것 중에서 급히 생각나는게 밤양갱인거죠

니가 밤양갱만 줬어도 내가 안그랬을텐데
진짜로 사랑해주지 않은거 때문에 이렇게 됐어라고 속으로 변명하는거죠

그러니까 떠나는 길에 닿기 전에는 밤양갱을 줘 라고 말할 수가 없었을거에요
머스테인
24/03/09 01: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괄삭제
24/03/09 01:48
수정 아이콘
맞아요 그래서 이 노래에서 느낀 감상이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입니다
이렇게 명랑하고 좋은 멜로디로 이기적 이별을 표현하는게 싫으면서 좋은 양가적 감정이 느껴져 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4/03/09 01: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니 밤양갱을 받고도 밤양갱인 줄을 몰랐던 거죠
그런 이기적인 사람조차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음악의 마법이겠지만요
물론 그 사람이 특별히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기보단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이기적으로 살아갑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몰라주면서 말이죠
나는 복잡미묘하게 좋은 사람이니까요
따라서 책임은 내가 아니라 너한테 있죠
이 노래의 매력도 바로 그런 변명, 바로 그런 책임전가,
바로 그런 이상야릇한 자기합리화이구요
(단순하게 상대가 밤양갱을 안 준거라고 해석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머스테인
24/03/09 01: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괄삭제
실제상황입니다
24/03/09 02: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창작자의 의도는 그냥 상대방이 밤양갱을 안 준 거라는(혹은 처음의 그 순수함을 잃어버린 거라는) 게 맞을 겁니다.
다만 다층적으로다가 텍스트의 심층 심리를 해석해보면 재밌는 접근을 해볼 수 있죠.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보고요.
머스테인
24/03/09 02: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괄삭제
아린어린이
24/03/09 10:02
수정 아이콘
창작자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미 창작된 작품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주게 됩니다.
고전문학이 시대를 넘어서도 의미를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대중가요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건 다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저는 과거에 내가 주지못한 밤양갱이 대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아우구스티너헬
24/03/09 06:01
수정 아이콘
나의 공허를 상대방의 감정으로 채우려는 행위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공허는 결국 자기가 채워야만 채워지거든요
밤양갱을 같이 만들순 있지만 남에게 받을순 없죠
24/03/09 11:0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밤양갱은 바라야 하는게 아니라 주어야 하는거죠
24/03/09 06:14
수정 아이콘
사실 밤양갱은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그래서 딴거라도 열심히 했지만..
24/03/09 07:21
수정 아이콘
자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로 좋아하지만 살아온 환경과 성향과 취향이 다르다보니 생기는 거겠죠.
24/03/09 11:07
수정 아이콘
가사 들으면서 생각난 명언이 있었죠
오빤 내가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어?
24/03/09 1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약간 가사가 양쪽 말 다 들어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크크크

앨범 곡설명까진 모르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추가합니다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노나먹었던 양갱이 하나가 더 생각나더라
우리 했던 사랑이 초라한 게 아니라 양갱이가 완전 대단한 걸지도 몰라
24/03/09 11:09
수정 아이콘
그런것을 다 포함해도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이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헤어진 나를 변명하기 위한 것이 된다고 보이더군요
로메인시저
24/03/09 10:38
수정 아이콘
최근의 경험 때문인지 감정이입이 확실히 되면서도 큰 거부감이 느껴지네요
24/03/09 11:11
수정 아이콘
이제 밤양갱도 너무 달아진 나이가 되다보니 거부감보다는 낯선감정이 주는 호기심으로 다가오더군요

요즘 사랑은 이런 감정으로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피우피우
24/03/09 11:30
수정 아이콘
저와는 감상이 정 반대시군요 크크
화자가 원했던 건 작고 소소하지만 달콤한 사랑 표현이었는데 아마 사귀던 중에는 본인도 그걸 잘 몰랐을 겁니다. 스스로 원하는 걸 자기도 모르는데 상대는 그걸 주지 않으니 양쪽 모두 충족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을테죠. 그리고 헤어지면서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는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바랐던 건 진수성찬이 아니라 밤양갱 하나였구나' 라는 걸 깨닫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진수성찬은 차려줄 수 있는데 밤양갱 그거 하나만큼은 도저히 못 주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죠. 나는 그렇게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거나 하면서..
24/03/09 11:37
수정 아이콘
저는 떠나는 사람에 감정이 이입되서 그런가 봅니다
내가 그렇게 노력했는데 밤양갱이 문제라고?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래서 다양하고 재미있는거겠죠
피우피우
24/03/09 11:45
수정 아이콘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런 상황에선 누구도 잘못한 게 없고 그냥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죠.
양쪽 다, 또는 어느 한쪽이라도 능숙하게 안 맞는 점을 맞춰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죠. 그러지 못했던 서로의 미숙함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좋은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루터기15
24/03/09 11:46
수정 아이콘
저는 이거보다 본문 의견에 더 공감이 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화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거 같아요. 화자가 10대나 20대 초반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 서투른 나이면 이 댓글에 더 공감이, 화자가 삼심대 이후면 본문에 더 공감이 가는 것 같아요. 장기하가 쓴 곡이라고 알고 듣다보니 본문에 더 공감이 가더라구요. 근데 또 노래를 부른 비비는 아직 어린 친구라 댓글 해석도 공감이 가고 그러네요.
아영기사
24/03/09 11:56
수정 아이콘
전 노래를 언뜻 듣고 밤양갱이 야한걸 의미하는 줄.....
이러다가는다죽어
24/03/09 11:58
수정 아이콘
까만...
24/03/09 12:00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둠의 아이유라고 부르는건가 생각했었죠
그런데 밤양갱이 진짜 밤을 말하는거면 굳이 이별할 필요가 없겠더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세히 들어본거였습니다
아영기사
24/03/09 1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기대만큼 달지 않아서....
24/03/09 12:54
수정 아이콘
아.. 왜 그냥 양갱이 아니고 하필 '밤'양갱이었나 했더니 그런.. 그 차이로 헤어진거면 사실 진수성찬이 의미 없긴하죠
24/03/09 13:19
수정 아이콘
오히려 상다리 쪽이 그쪽 같더군요
뭘 하다가 하나가 쓰러져버리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24/03/13 16:41
수정 아이콘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서 검색해봤는데, 역시 저만 그런 생각한 것이 아니군요!
그럴수도있어
24/03/09 12:36
수정 아이콘
내가 원하는게 뭔지는 모르지만 네가 줄 수 있는건 아니야!
미숙한 S씨
24/03/09 13:54
수정 아이콘
'너는 바라는게 너무나 많아'

사실 젊은 여성들 중에 이런 스타일이라서 남자 피곤하게 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죠 뭐.

그렇게 헤어져 놓고 나서 '내가 바라는건 밤양갱 뿐인데' 라고 말하는건 뭐... 남자 입장에서는 열불이 터질 노릇이지요. 여자가 그걸 몰랐다가 지금에서야 깨달은거든, 아니면 정말 바라는게 그것 뿐이었는데 그건 말 안하고 오만 쓸데없는 것들을 바란다고 해왔던거든...
24/03/09 15:15
수정 아이콘
저도 진짜 반대편에 너무 이입해서 내가 베베꼬인건가 싶었는데 저만 그런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개가좋아요
24/03/09 18:56
수정 아이콘
사랑할때 내가 생각도 못했던 것을 기억하고 좋아했던것을 알게되고 내가 준비해온것은 기억에도 남지 않을때가 있더라구요. 사람은 많이 다르고 그래서 헤어지기도 하는건가 싶습니다.
다크드래곤
24/03/10 11:30
수정 아이콘
너무꼬아서 생가하시는게 아닌지..
Far Niente
24/03/10 19:58
수정 아이콘
이야.. 사람이란
PiotheLib
24/03/11 07:08
수정 아이콘
PTSD on  아우 너무 싫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344 [일반] [2024여름]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 주는 삿포로 경치 [6] 워크초짜3553 24/09/26 3553 4
102343 [일반] [2024여름] 대관령의 일출 [2] 니체2431 24/09/26 2431 5
102341 [일반] 숱 조금만 쳐주시고요. 구레나룻은 남겨주세요 [40] 항정살7052 24/09/26 7052 11
102340 [일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1] 아몬3944 24/09/26 3944 10
102339 [일반] 축구에 있어서, 실리주의 내지는 실용주의는 무엇인가. [7] Yureka3806 24/09/26 3806 1
102338 [정치] 한덕수 “전기-가스요금 올려 소비 억제해야 [133] 항정살9918 24/09/26 9918 0
102337 [일반] 어느 분의 MSI A/S 후기(부제: 3060 Ti가 4060과 동급?) [8] manymaster2822 24/09/26 2822 0
102336 [일반] 스며드는 어이없는 개그의 향연 '강매강' [19] 빼사스5912 24/09/26 5912 1
102334 [일반] 갤럭시 S25U 긱벤치 등장, 12GB 램 탑재,아이폰 16 프로 맥스보다 높은 멀티코어 [41] SAS Tony Parker 6394 24/09/26 6394 1
102332 [정치] 검찰 수심위, 김건희 여사 불기소 권고 및 최재영 기소 권고 [127] 전기쥐15144 24/09/25 15144 0
102331 [일반] [역사] 히틀러의 무기에서 워크맨까지 | 카세트테이프의 역사 [4] Fig.14804 24/09/25 4804 3
102330 [정치] 김영환 "금투세로 우하향? 신념 있으면 인버스 해라"…한동훈 "대한민국 인버스에 투자하자는 거냐" [126] 덴드로븀16366 24/09/24 16366 0
10232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5. 돌 석(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4399 24/09/24 4399 3
102328 [일반] 최종 완결된 웹소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26] 아우구스투스9045 24/09/24 9045 1
102327 [일반] 나이키런 블랙레벨 달성했습니다.(나의 러닝 이야기) [21] pecotek6287 24/09/24 6287 11
102326 [일반] (삼국지) 조예, 대를 이어 아내를 죽인 황제(3) -끝- [29] 글곰4967 24/09/24 4967 21
102325 [일반] 참 좋아하는 일본 락밴드 ‘JUDY AND MARY’의 ‘BLUE TEARS’ [17] 투투피치3628 24/09/24 3628 3
102324 [일반] 단편 후기, TV피플 - 미묘하고 나른한 일상의 이상. [2] aDayInTheLife3293 24/09/23 3293 0
102322 [정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어느 의사의 생각 [151] 아기호랑이21825 24/09/23 21825 0
102321 [정치] "이달 월급, 다음달에 준다니…"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이탈 (이데일리 단독) [36] 덴드로븀10084 24/09/23 10084 0
102320 [일반] (삼국지) 조예, 대를 이어 아내를 죽인 황제(2) [15] 글곰3691 24/09/23 3691 18
102319 [일반] 넷플 흑백요리사 뭔가 만화같네요 (후기) [47] goldfish8316 24/09/23 8316 11
102316 [일반] (삼국지) 조예, 대를 이어 아내를 죽인 황제(1) [17] 글곰4783 24/09/22 4783 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