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그녀> + <레미제라블> + <블레이드 러너> = ?
감독들에게는 일종의 수식어들이 붙죠. 최근 개봉작을 예시로 들자면 가족영화 장인 폴 킹(<웡카>), 떠오르는 비주얼리스트 드니 빌뇌브(<듄>), 오컬트 외길 장재현 감독(<파묘>) 등등. 근데 '요르고스 란티모스' 라는 이름에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말 그대로, '종잡을 수 없음'을 붙여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기괴한 상상력과 대조되는 냉정한 시선, 묘하게 비틀려있는 세계관과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이야기는 대체로 부조리하고, 또 기묘하며, 기괴하기도 합니다.
신작, <가여운 것들>은 SF로 시작합니다. 어른의 몸에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건, 그 아이가 원래 몸의 딸이 될 존재였다는 점이겠죠. 이 영화에서 하나의 존재는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SF인 척 하지만, 종교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대놓고, 창조주의 이름은 '갓윈' 벡스터죠.) 현실과 이상에 대한 철학적 화두이기도 하구요, 또 사랑의 정의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끝에는 결국 '가짜 말'을 단 마차를 타고 떠났다가 '진짜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돌아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묘하게 <블레이드 러너>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기억과 의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요. 둘 중에 어느 쪽이 인격을 구성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마지막 영화의 변화구도 그런 맥락에서 읽히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영화는 사랑, 세계, 그리고 자신을 차례대로 배워나가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초반부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엔딩이 떠올랐어요. 모든 관습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시작해, 도피 내지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세계와 철학에 대해 이해하고 마지막으로 원래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 이야기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 류의 개인적, 심리적 여행으로 읽히기도 하고, <레미제라블> 같은 사회 고발물로 읽히기도 하고, 또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본인이 본인의 자식인 존재) 읽히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층위에서 읽힐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이 부분을 직접 설명하기는 굉장히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시작했다가 모든 관습으로부터 해방되는 성격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강렬한 해방에 대한 서사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 중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대체로 외부인에 가깝다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읽힙니다. 갓윈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고, 해리는 흑인이며, 맥스는 이방인(으로 보입니다.)이며, 주인공 곁에 남는 인물들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직 이 이야기를 어떻게 요약해서 전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 굉장히 과격한 표현이 두드러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만, 만약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또, 부조리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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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카데미 시즌 개봉작들 중에서 제일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했던 정도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장점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환상적인 미술이었고, 단점은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는겁니다...
똑같이 미친(?) 영화 같지만 감독의 전작 중 <더 랍스터>는 기괴하면서도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본 작품은 기괴함만 남아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미술이 너무 이쁘니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하고, 엠마 스톤 좋아하셔도 그냥 극장으로 향하시면 될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에 대한 의문은 원작도 마찬가지이더군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긴 하는데, 결론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로 귀결됩니다. 아마 작가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정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간한 느낌이 좀 드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