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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2/26 08:30:07
Name 경계인
Subject [정치]  해방후 적정 의사 수 논쟁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기 보건의료를 설정하는데 대표적인 논쟁이 이용설과 최응석의 보건의료 논쟁입니다.

이용설(1895-1993)은 세브란스 의전 출신으로 세브란스 외과학 교수, 및 미군정청 보건후생부장 (현 보건복지부장관), 그리고 2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해방후 남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응석은 동경제국대학 의학부를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당시 유일한 조선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방후에는 서울대학의 전신인 경성대학 내과학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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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의료는 자유개업의, 소련식 의료는 의료국영이 대표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미군정의 보건후생국장인 우익성향의 이용설과 경성대학 의과대학 ‘좌익’교수 최응석의 대립구도는 보다 분명해졌다(전우용,2011; 여인석 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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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의료실상은 어땠을까요?

수공업적 개업의는 구매력을 잃은 농촌을 떠나 의사의 도시 집중을 가중시켰고, 조선인들에게 의료는 영리에 따라 차별하는 유해한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김연주, 1948:36)

이용설은 기고문에서 보건후생국장으로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습니다.

"현재에 전체 조선에 정규의사가 3천여인이니 인구 매 10,000명에 의사 1인쯤 되는 셈이다. 이 의사들도 다 완전한 시설을 가진 이들이 않
임으로 중하고 급한 병이 발생하였을 때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만한 병원 수라는 것은 매우 소수이다."

조선에서도 의료국영론을 제창하는 이가 있는 모양이나 의료의 現狀으로 보아 당분간 국영은 극히 곤란할 줄 안다. 그 이유로는 제일 국민의 의료를 국가에서 책임지고 담당할만한 시설이 없다. 이런 시설이 없이 국민에게 의료납세를 부가시킬 수 없다. 시설이 부족한 것과 같이 의사수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관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시설과 의사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사설 소규모 의원의 난립은 의업의 경쟁을 심화시켰고, 이러한 의원들을 지역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상급의료기관의 존재가 의료자원 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반면에 최응석은 은 1946년 10월 말 김일성대학 총장의 초청을 받아 1946년 11월 3일 평양에 도착 1946년 11월 17일 김일성대학 의학부 부장 겸 병원장으로 취임한 후 북조선보건연맹 위원장으로서 책임자 역할을 합니다. 일본에서 교육받은 의사다 보니, 일본의 의료정책을 많이 참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1930년대 활성화된 지역의료운동이었던 의료이용조합을 통한 의료망의 확대를 의료의 진보라고 보았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최응석은 아래로부터의 의료조합의 형성이 가장 급한 문제라고 보았고, 이용설의 경우는 소규모 의원과 이를 관리하는 종합병원의 설치가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의사 숫자에 대해서도,

이용설은 매년 졸업생 700~800명을 배출하게 되면 10년 뒤 전체 의사 수는 10,000 명이 되고 인구 3,000명 당 의사 1명이 되면 의사의 양적 배출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용설이 관심을 갖은 부분은 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으로 보건학을 연수할 유학생을 파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병원에서 지급되는 적은 액수의 봉급으로는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자격이 의심되는 이들만 모이게 하고 있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치료 결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이용설은 개업의의 국가시험제도, 연구제도의 개혁, 의학자의 해외유학 등 개업의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최응석은 일본은 의사 1인당 의사 수 약 1,000명, 소련은 약 1,000명, 미국은 약 600명이라고 하면서, 10년 뒤에도 의사 수는 모자라고 양적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인력의 부족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최응석은 의사뿐 아니라 중등 전문 학교에서 방역기술자, 산파, 보건부, 간호부, 약제원 등을 대량 양성할 것을 제안했고, 서양의학교육을 한의사들에게 실시하여 국영병원과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재교육을 하도록 하며 한지의사(限地醫師; 당시 무의촌 한정 제한면허 의사)도 마찬가지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응석은 궁극적으로 국영·공공병원의 일정기간 근무를 마친 의사들에게는 개인영업은 허용하지만, 의사의 개업을 국가 통제하에 허가해야 할 문제라고도 밝혔습니다.

이용설이 당시 남한의 상황에 입각한 정책을 제시하였다면, 최응석은 본인의 사회주의 지향과 일본에서의 경험에 기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용설이 의료민영화를 주장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용설은 단지 의료국영화의 시기상조론을 강조하였고, 영리의료를 비판했습니다.

이용설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민간에서 자선사업을 목표로 종합병원들이 종합병원이 곳곳에 많이 설립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소규모 단독 개업의사보다 이 종합병원에 연락하는 이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로써 현재 개업제도의 단점을 시정할 수 있을 줄 믿는다."

"우리 의학계 발전에 큰 암초는 설비 불완전한 개인병원의 난립이다."

지금과 상황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다만, 과거의 인물들이 고민했던 부분들이 우리가 지금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1.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의료 , 여인석
2. 최응석의 생애: 해방직후 보건의료 체계 구상과 역할을 중심으로, 신영전
3, 현대인의 탄생, 전우용
4. 해방직후 보건의료체제 논쟁과 통일국가 보건의료정책 구상,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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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훼인
24/02/26 09:22
수정 아이콘
개업제한과 종합병원 중심의 육성은 사회주의적 성향에 따른 주장이었을테지만 지금 얘기하면 거대자본의 의료업 지배를 위한 계획이라고 공격당하겠죠...
그래서 이쪽 정책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경계인
24/02/26 10:10
수정 아이콘
저도 동의합니다. 한치 앞도 예측이 어려운
카페알파
24/02/26 09:29
수정 아이콘
근데, 생각해 보면, '적정한 의사 수' 를 논하기 이전에 '적정한 의료 환경/상태' 가 어떤 건지 먼저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되게 막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예를 들어 환자가 병원에 가게 되면 어느 정도 기다려서 진료를 보게 된다든지, 의사 1인당 하루 보는 환자 수가 몇 명이 되어야 한다든지...... 물론, 이건 예를 든 것 뿐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변수가 논의되야 할 것이고, 사실 또 '이상적인 의료환경' 에 대해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리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 일 뿐이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은 어려울테니 어느 정도 허용치를 두어야 할지 등등도 논의되어야 하겠지요. 적정 의사 수도 이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게 맞을 것 같고, 의대 증원도 사실은 여기에 입각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이고, 사실 일반인 분들이 여기까지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러한 근거에 기반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근거를 대중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필요한 부분만 제시해 주면 더 좋을 거구요. 근거 없는 막연한 증원은 후대의 건강 및 생명을 걸고 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계인
24/02/26 10:10
수정 아이콘
강대강의 전투가 되어버렸으니, 양쪽다 매파가 지배하는 시기인것 같습니다
24/02/26 10:12
수정 아이콘
잘 몰랐던 내용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당시에도 당연히 향후 대한민국의 의료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겠지요.
저로서는 어떤 방식이 더 좋았을지 판단하기는 힘들고, 아무 것도 없던 당시의 열악한 상황에서는 어떤 방식이든지 빨리 방향을 정해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응석은 결국 월북해서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분인가 보죠? 당시 월북한 과학인하면 리승기 박사가 우선 떠오르는데 최응석이라는 인물도 있었군요.
경계인
24/02/26 10:25
수정 아이콘
98년도에 사망하였는데, 북한의 애국열사릉에 묻혔다고 합니다. 재밌는 일화로 당시 6.25 직전에 평양에서 일하던 장기려 박사를 김일성대학 부속병원장이던 최응석은, 김일성대학교수로 영입하려고 공을 들였지만,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장기려 박사는 거절하였습니다.
김연아
24/02/26 12:42
수정 아이콘
개원가와 거대 병원으로의 시스템적 양극화가 우리나라 의료제도 문제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24/02/26 13:22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이래서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는구나 싶습니다 크크
안군시대
24/02/26 16:58
수정 아이콘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대략 10만명이고, 국민 수는 대략 5000만명이니 대충 의사 1인당 500명 수준이군요. 그렇게만 따지면 40년대 미국 수준은 된 것 같습니다만, 영리목적의 병원에서 종사하는 의사수 같은 수치까지 따지면 더 복잡해지겠네요. 현재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들의 의사 1인당 인구수를 확인해보고, 거기에 맞춰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네요.
24/02/26 20:0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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