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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2/09 16:27:47
Name 짬뽕순두부
Subject [일반] 우리는 올바로 인지하고 믿을 수 있을까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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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 AI
우리는 드디어 AI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만화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고작 2029년인데, 세상은 과거의 창작물에서 예상한 것보다 발전이 더뎠습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꽤나 오랜 기간동안 기술에 의한 생활 환경의 변화는 드라마틱한 퀀텀점프를 만들어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폰 국내 출시년인 2009년과 2024년의 기술 격차는 어마어마하겠지만, 삶의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2022년 11월 ChatGPT의 출시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다양한 '연구레벨'의 인공지능은 개발되어 오고 있었으나 일반적인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낸 GPT는
AI 기술이 어떤식으로 소비자에게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함께 이슈가 됐던 미드저니, Novel AI, Stable Diffusion은 많은 논란과 함께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색한 딥페이크를 넘어 표정을 재현하고 완전히 없던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꽤나 빠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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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ble diffusion으로 만든 현실적인 이미지]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어주는 Pika labs]


비문학 지문에서 많이 만나보셨을 장 보드리야의 저서에서 나오는 '시뮬라크르'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복제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개념이지만 요즘은 시뮬라크르들이 현실의 세계를 침범하는 혼돈의 세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이 더 커진것은 한 만화책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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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아래 게시글에도 마침 이 책에 대한 추천이 있었는데, 특히 최근 발매된 7권의 내용이 참 좋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특정 민족에 대한 불건전한 사상의 책이 유통되는 상황에서 그 책을 금서로 지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고,
이 논쟁은 표현과 창작의 제한에 대한 담론을 넘어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을 속이고자 하는 책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하게 합니다.

이 때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통해'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글을 읽을 때, 아니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노력해서 속이고자 하는 글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분간해 낼 수 있을까요?

흔히 먹물 좀 먹은 사람들은 "인용된 논문", "다른 지식인의 증언", "학회의 인정" 등의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성에 대한 판별을 합니다.
이런 노력들을 이 만화에서는 [권위에 의존한다] 라고 합니다.
심지어 잘못된 지식임을 판단하게 되더라도 그 판단의 근거 역시 그 동안 자신이 배운 또 다른 종류의 [권위에 의존]한 판단인 것이죠
이 상황에서 주인공의 대답은 [주어진 지식과 모르는 세계에 대한 겸허]를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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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앞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겸허하지 못했죠]

정론적인 대답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우리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작은 첨언을 하나 합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야. 위서(*조작된 책)를 너무 만만하게 봐."
혼란한 세상이 펼쳐졌을 때 과연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닿을 것인가.
그리고 규제없이 해방된 의사표현의 세상이 과연 서로에게 불쾌한 목소리까지 수긍할만한 도량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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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AI로 넘어 오겠습니다.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지식인들도, 그것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 차례 폭풍과 같았던 OpenAI 의 샘 알트만 해임 건도 명목상으로는 "AI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 였죠.
이미 Stable diffusion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유명인(한국 포함)의 LORA 모델(이미지학습모델)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인 사진을 쉽게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옷을 제거하는 전문 AI도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분히 악용의 소지가 큰데 우리는 이 기술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미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 풀려있는 기술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물론 그 서비스를 지나치게 쉽게 이용하는 방법들을 제한할 수는 있겠죠- ex. 검색 제한, 차단 등)

이제 OpenAI에서는 DALL.E 로 제작한 이미지에 자동으로 메타데이터를 삽입하겠다고 했으며
(https://help.openai.com/en/articles/8912793-c2pa-in-dall-e-3)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에 대해 직접 표기하는 기술을 마련했습니다.
(https://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30281)
하지만 이런 기술들도 결국 헛점이 있을 것이고 그 헛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언제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의연하게 이 사진, 영상, 목소리, 더 나아가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한 진실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권위에 의존]하여 시뮬라크르의 공습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혹은, 그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까요?

저도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유추를 해본다면, 기성 언론이 신뢰성을 위한 충분한 쇄신을 다한다면 그나마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뉴미디어는 점점 더 개인화되어 사람들이 각자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사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저의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리는 앞으로의 삶에서 사실을 올바로 인지하고 이를 사실이라 믿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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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벽은 이미 무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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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24/02/09 17:10
수정 아이콘
녹취나 녹화 관련해서는 어떤가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충분히 걸러낼 수도 있을 것 같고...
전기쥐
24/02/09 17:13
수정 아이콘
조만간 곧 사진 영상 음성의 녹음 녹화가 법정에서의 증거능력이 위협받을 수준까지 올라올 거 같습니다.
24/02/09 21:43
수정 아이콘
AI 에 대한 기술적인 글도 좋아하는데, 이런 인문학적 고찰이 담긴 글도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짬뽕순두부
24/02/09 22:03
수정 아이콘
본인 등장…저격글 죄송합니다
24/02/09 23:51
수정 아이콘
기성언론의 신뢰성 쇄신....이요?
짬뽕순두부
24/02/10 00:09
수정 아이콘
어려울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믿기 힘든 정보들의 양이 임계점을 넘으면 신뢰성체크를 더 잘 할수 있는 기성언론이 다시 메타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4/02/10 00:11
수정 아이콘
정작 이 글도 사람이 아닌 AI가 쓴 글이 아니란 보장이 없고
그 밑의 댓글들도 AI들끼리 티키타카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르고,
나 빼고는 다 AI로 가득찬 세상일지도... ㅜㅜ
짬뽕순두부
24/02/10 00:22
수정 아이콘
본인은 AI가 아니라고 확신하실 수 있습니까?
인간이 Stand-alone형 AI이고 태어날때 부여받는 학습모델에 따라 다양한 환경을 시뮬레이션해서 학습하고 그것을 데이터화한 다음 한 곳에 모으고 있다면? 각 모델별로 성능 차이가 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최적의 성능이 나는 모델을 찾기위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진행중인 것이라면? 우주의 다양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기후 조건이 다소 복잡한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을 이용해서 테스트 중인 것이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든 것은 가혹조건(Stress)에서의 내구성 실험이라면? 회사에서 일이 너무 바쁘고 많은것도 Idle 조건에서의 테스트라면?
24/02/10 00:36
수정 아이콘
어쩌면 지금의 인류와 지구와 우주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은 0이나 다름없다는 분들의 말씀대로
(우주를 만든 존재까지도 포함하여) 우리는 초거대 AI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부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기쥐
24/02/10 00:41
수정 아이콘
통 속의 뇌라면? 같은 건가요..
짬뽕순두부
24/02/10 00:53
수정 아이콘
통속의 뇌, Stand alone complex 뭐 등등 많은 재밌는 이야기들은 있죠...
이 글에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실은 현실이고, 다만 우리가 만든 시뮬레이션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로메인시저
24/02/10 00:29
수정 아이콘
통 속의 뇌 갸아악 구와아악
24/02/10 03:11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기로는 어떤 정의는 적어도 하나의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하냐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적당히 하기로 했습니다 능력 선에서 최대한 알아보고 아님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요
24/02/10 08: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논리적인 사고체계일 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부터 보듯이 공리를 기반으로 하지요.
유사하게, 가령 한국인들은 헌법이라는 공리를 사회계약으로서 받아들이고 사는 셈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건, 세계는 존재하고 인간은 그걸 관찰할 수 있다는 등의 몇 가지 공리를 전제한 후 자연에 대한 더 좋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고.
우리는 '인간은 평등하다' '타인종을 차별하면 안된다' '다른 신을 믿는 사람은 가족이라도 쳐죽이게 하는 야훼라는 게 존재한다' '현실이라는 건 없고 우리가 겪고 있는 건 누군가의 꿈 속이다' 라는 걸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죠.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너도 나를 죽이지 않고 나도 너를 죽이지 않고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나 과학적 방법론 등 '일단 그렇다고 치자' 는 최소한의 공리를 정해 사는 것 정도일 뿐일 거 같기도 해요.
근데 그러고 살자니 그 전제/공리를 파괴하는 사람은 추방, 구속, 사형 등의 방식으로 그 공리계에서 배제를 시키는 것일 테고.


'궁극적인 진실'이나 '완전한 진리'라는 건 아마 그냥 어휘들을 조합해서 만든 말일 뿐 그런 건 실제로는 없을 거 같고,
있더라도 완전한 무언가를 불완전한 인간의 언어나 이성으로 알거나 표현하거나 전달하거나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거 같아요.
그것에 '진리'나 '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언어행위를 포함해서.
김연아
24/02/10 21:5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빨간약이랑 파란약 중에 고르면 된다는 거죠?
24/02/11 10:04
수정 아이콘
그래서 분산투자를 해야되는거죠.
특정 한가지의 선택의 100프로 진실은 알 수 없으니.
때로는 한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죠.
Quantum21
24/02/12 04:10
수정 아이콘
근본적인 질문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엄밀하게 따져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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