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15 12:28:43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인권에서 특권으로 - 경제적 자유
“독립한 지 125년 만에 엄청난 성장과 번영을 이룩한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렇게 열심히 얻고자 했던 경제적 자유를 트러스트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 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제1장 〈자본주의의 역사-독점의 폐해〉

“'자유'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언어의 수난은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이는 '경제적 자유'를 보자. 사전적 의미의 '경제적 자유'는 경제생활에서 각 개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라는 뜻으로 직업선택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 나아가 소비자 주권을 위한 활동이나 노동자의 단결과 단체교섭, 단체행동의 자유 등을 의미한다. 어느덧 '경제적 자유'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 뜻으로 와전되어, 누군가가 주식 혹은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맥락에서 공감의 언어가 되고 있다.” - 강민정, 〈구부러지고 쪼그라드는 '자유'〉, 한국일보, 2023년 5월 12일, 27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51109390000259?rPrev=A2023051510130002052

피터 린치의 글에서도 보이듯이 원래 경제적 자유는 지금 통용되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독점의 폐해는 소비자들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앗아가는 것으로, 자유시장을 침해합니다. 경제적 자유의 학문적인 의미는 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소극적 자유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자유시장, 자유무역, 사유재산 등을 얘기하고, 적극적 자유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등, 어느 쪽이든 보편적인 인권으로서 경제적 자유권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현재 사용되는 경제적 자유는 보편적 인권에서 멀어진 것 같습니다. 누구든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사회는 공산주의적인 이상향이라면 모를까 자본주의에서는 나타날 수도 없고 이상적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전제 하에서 사람들은 딱 자기가 투자한 시간과 노동만큼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이든 완전경쟁시장을 벗어나고 싶어하죠) 즉 돈은 교환 가치이며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돈으로서 치러야 합니다. 흔히 일컫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가 필수불가결이라고 하는데, 이 투자는 투자를 받아서 노동을 해 줄 사람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즉,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없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꼭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상태는 결코 보편적 인권이 될 수 없으며, 한정된 사람만 누리는 특권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 인권이 갖춰졌기 때문에 이제는 특권을 희망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보편 인권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에 특권을 희망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인권으로서 경제적 자유가 흐릿해지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12/15 13:05
수정 아이콘
학술적 용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이른바 경제적자유를 좀 더 명확하게 명명하면 돈으로부터의 자유 쯤 되겠네요
계층방정
23/12/15 14:28
수정 아이콘
학술적 용어 경제적 자유도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중요한 개념인 것 같아요.
23/12/15 13:29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3/12/15 14:2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선화
23/12/15 13:4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라느니 하는 말로 사기를 광고하는 투자사기가 너무 많아서 용어 자체도 약간 사짜느낌처럼 느껴졌습니다.
계층방정
23/12/15 14:29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경제적 자유가 화두에 오른 것도 코로나로 인해 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려서 주식시장이 엄청나게 활황에 올랐기 때문이었겠네요.
23/12/15 19:06
수정 아이콘
투자로 대박나서 더이상 일안하고 산다는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게 불편해요. 결국 누군가는 일해야하는건데요. 그정도로 엄청난 효용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면 인정(?)하겠지만 누구나 할수있는 보편적인일이 아니죠. 파이어족이 되는게 목표가 아니라 그만큼의 사회적기여를 어떻게 줄수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703 [일반] 삼만년만에 노트북을 교체하려다 놀란것들 [42] 자급률11911 24/01/14 11911 2
100701 [일반] 조선의 젊은 아베크족들이 많은 걸 모르셨나요? - 1940년 경성 번화가를 걸어보다. [10] KOZE7435 24/01/13 7435 11
100697 [일반] [독후감]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3] 판을흔들어라6314 24/01/13 6314 7
100696 [일반] 넬 공연보고 왔습니다. [17] aDayInTheLife7542 24/01/12 7542 3
100695 [일반] 유럽 사람들은 중국차를 탑니다. [69] 어강됴리14988 24/01/12 14988 5
100693 [일반] 2023년 영화 베스트 25 - 주관 100% [23] azrock10084 24/01/12 10084 16
100691 [일반] 명작에는 명곡이 따른다. 영화 음악 모음 [22] 라쇼9675 24/01/11 9675 14
100690 [일반] KBO는 더이상 팬퍼스트 야구를 입에 올리지 마라. [68] 송파사랑15035 24/01/11 15035 38
100688 [일반] 문구점 근무중 겪은 빌런 올림픽 "은메달"편 1/3 [51] Croove13606 24/01/11 13606 16
100686 [일반] 녹음기 들려보내는게 증거능력 없다는 대법판결이 나왔네요.. [67] Restar12858 24/01/11 12858 3
100684 [일반] 비트코인 현물 ETF가 SEC 승인되었습니다.+제가 btc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188] lexial13830 24/01/11 13830 1
100681 [일반] 음식2.jpg [7] 이러다가는다죽어9318 24/01/10 9318 8
100678 [일반] 요즘 가구들 정말 [50] 지그제프12502 24/01/10 12502 5
100674 [일반] 1시간 삭제되는 코리안 나르코스 이야기 [30] 어강됴리12498 24/01/09 12498 4
100672 [일반] 불같은 사랑을 했던 나에게 내가 남기는 회고록 [10] 나선꽃6800 24/01/09 6800 28
100671 [일반] 과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과학철학의 역사 [32] Fig.17070 24/01/09 7070 27
100670 [일반] 늦은 나이에 새 애인이 생겼습니다. [82] 우주전쟁14693 24/01/09 14693 16
100669 [일반] 골수 서구인인줄 알았던 내가 알고보니 MZ유생? [22] 사람되고싶다10534 24/01/09 10534 25
100667 [일반] pgr 삼촌의 시티팝 추천곡 [26] 라쇼10731 24/01/08 10731 21
100666 [일반] '가슴 부위에 흉기' 한강 여성 시신…"타살 가능성 높지 않아" [39] lexicon15278 24/01/08 15278 3
100662 [일반] 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결과 (영화부문) [14] Rorschach8738 24/01/08 8738 3
100659 [일반] <고려거란전쟁> - 반환점 즈음. 사극의 전환점이 될.. 까?(스포) [81] aDayInTheLife10622 24/01/07 10622 2
100658 [일반] 나일강과 황하의 공통점 [12] VictoryFood9971 24/01/07 9971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