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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1/01 16:20:33
Name 사람되고싶다
Subject [일반] 난 뭘 벌어먹고 살 것인가 (2)

0. 서론

감사히도 예전에 썼던 글을 좋게 봐주셨는지 추게에 올라가게 되어 다시금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때는 이런 생각, 고민을 가지고 나아갔구나 하는 약간의 그리움과 반가움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저는 글을 쓴 이후에도 나아갔고 약 2년 안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고, 고민하고 변했습니다. 그리고 딱 현재도 그때와 같이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 그때의 글을 다시 보게 되니 참 의미심장합니다.

여러가지로 뭉뚱그려 썼지만 결국 글을 쓴 후 얼마 후 적당한 곳에 취직이 됐습니다. 꿈이라기보단 기존에 준비하던 방향이었지요. 비록 꿈과는 거리가 멀다지만 꽤 괜찮은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기업, 괜찮은 봉급, 성장 가능성 높은 직무, 회사 내 발언권이 세고 대우받는 부서.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자리를 어떻게든 뚫어냈습니다. 만족할만한 성과죠. 취직이란 고비를 넘었으니 앞으로도 잘 해나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이후 처절히 실패했습니다. 대략 1년여 간의 직장생활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해야할 일, 앞으로 하게 될 일, 조직 문화, 팀장 성깔까지 뭣 하나 저하고 맞는 게 없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 아침에 출근하기가 두려웠고 편두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이게 지속되다 보니 아예 건강까지 나빠지는 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결국 팀장의 의도 반, 이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제 의도 반으로 팀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분명히 좋은 기업이고 스스로도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재밌어 보이는 업계였고 고려하던 부분은 대부분 만족 하기도 했으며, 또 ‘될 각’을 보고 전략적으로 준비하여 큰 시련 없이 무난히 붙은 거니까요. 그런데 유일하게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란 어떤 사람인가’였습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봉급, 성장 가능성 등 ‘외적 조건’과 ‘나의 흥미’ 위주로만 생각했습니다. 적성? 그런 건 좀 안맞아도 대충 뭉개고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세상에 하고싶은, 자기한테 맞는 일만 하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다 타협하고 사는 거지.

그렇게 전혀 맞지 않는 옷에 스스로를 억지로 꾸겨넣어가며 버티다가 적응은커녕 터져버린 것이지요. 아아, 참 웃기지도 않은 일입니다. 다른 건 다 세심하게 고려해놓고 정작 ‘나’란 존재가 저기에서 맞는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는 안일하게 넘겨버렸으니. 그래서 현재 휴직하고 쉬고 있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서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1. 성격

Big 5 모형이라고 아십니까? 요즘 유행하는 MBTI와는 다르게 학계에서도 널리 쓰이는 성격 모형입니다. 성격과 관련하여 심리학계에서 꽤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모형이고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충 사람의 성격은 ‘외향성’, ‘신경성’, ‘우호성’, ‘성실성’, ‘개방성’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하죠.

사람의 성격은 유전, 환경이 서로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가며 성장해나간다고 합니다. 또 ‘성격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은 많지만 일정 부분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지 주변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변화의 폭이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겠지만 말이에요.

뜬금없이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제가 이걸 기준으로 저를 돌아봤기 때문이지요. 처음 신경 쓴 부분은 ’성격에 맞는 일‘을 할 것이냐, ’일에 성격을 맞출 것이냐‘였습니다. 물론 후자에 실패하고 튕겨져나왔긴 한데... 좀 극단적인 케이스일 수도 있잖습니까? 너무 성격과 정반대인 곳에서 실패했으니 적당히 차이나는 곳은 좀 고쳐 쓸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뭐 딴 건 다 제쳐두고, 제가 주목한 건 ’신경성‘이었습니다. 이게 뭐냐면 대충 스트레스 민감도 정도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라고 할까요. 저는 이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낙천적이기보단 외부 자극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란 말이죠. 아마 저의 조상은 야생에서 굉장히 잘 살아남았을 겁니다. 좀 굶주릴지언정 조금이라도 위험한 기색이 보이면 다 피해갔을테니. 저 또한 어느정도 덕을 보긴 했죠. 주의깊고 위험회피성향이란 건 반대로 말하면 지뢰는 밟진 않는단 거니까. 성장하며 취직하는 순간까지 큰 굴곡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으니.

문제는 이게 항상 (목숨은 위협하지 않는) 불확실함, 경쟁 압력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에 부적합하단 겁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리스크 위에 탭댄스를 추며 기회를 잡는 인간이 성공하는 체제니까요. 근데 그 불확실함 하나하나에 다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짠, 저는 정신 개복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성격을 고쳐써먹겠단 생각을 버렸습니다. 물론 사람은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자기랑 꼭 안맞아도 그런 상황을 많이 겪고 계속해 나가다보면 변하기 마련이죠. 문제는 저는 그렇게 안맞는 상황에 빠지면 변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로 사망할 거란 거?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야도 극도로 좁아지고 퍼포먼스도 떡락해버리는지라... 애초에 그걸 견디고 적응하기가 힘든 성격이었습니다.


아, 참고로 나머지는 개방성 제외하면 죄다 바닥입니다. 신경성과 개방성만 오질나게 높고, 나머지는 바닥인 극단적인 스테이터스를 타고났는데 어딜가나 극단적이면 살기가 힘들죠...



2, 적성

직업심리검사를 하면 사람을 ’현실형‘, ’탐구형‘, ’예술형‘, ’사회형‘, ’진취형‘, ’관습형‘ 여섯 가지로 나눕니다. 전 여기서도 탐구형 몰빵, 관습형 중간정도에 나머지는 죄다 바닥인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정도로 극단적이면 특화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이상 개똥망캐란 뜻인데... 아쉽게도 인생이 리세가 안되더라고요 허허.

사실 탐구형인 건 애저녁부터 알곤 있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머리 써서 공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 꿈은 꽤나 오랜 기간 학자이고 교수였습니다. 거의 중학생 때부터 ’경제학 박사 유학 가서 교수 할 거다’ 같은 소리를 하고 다녔으니. 아쉽게도 현실의 학문의 길은 길고 긴 가시밭길이자 바늘구멍인데다 제 능력 부족까지 느껴 취업으로 돌린 겁니다만... 결국 돌고 돌아 원점이란 점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3. 정리

대충 정리하자면 저는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섬세한 개복치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역량까지 훅 깎여버리니 버티고 선다는 선택지도 힘듭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맞는 일을 해야한다는 거겠지요. 그리고 저한테 맞는 일이란 [1. 사람을 대하지 않음], [2. 탐구하고 머리쓰는 일]이고요. 또 하나, 안정적이고 업무 강도가 낮으면 좋습니다. 안정만 담보된다면 사실 돈은 그렇게 못벌어도 상관 없습니다. 물욕이 없는데다 돈을 신경쓰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니까요.

참... 보기만 해도 아시겠지만 답이 없습니다. 돈은 땅파서 나오는 게 아닌데 거의 순수하게 소비만 하는 계층 성향을 타고 났으니까요. 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자면 중세시대 사제 정도일까요. 속세의 농경이나 생산 활동과는 떨어져 성경을 탐독하고 고뇌하며 새로운 진리를 찾아 헤매는 그런. 아니면 고대 그리스로 가서 철학자를 한다거나... 근대의 부르주아 집안을 둔 계몽주의 사상가라거나...

사실 꼭 학자를 할 필요는 없긴 합니다. 현대 사회는 R&D의 사회니까요. 기업의 R&D 부서라든지, 기술팀이라든지... 실제로 진로 상담 해주셨던 회사 선배는 ‘네 성향이면 진짜 기술, 설계팀이 딱이다.’ 라고 해주셨습니다.

수의사도 생각은 해봤습니다. 동물 좋아하고, 라이센스 달렸으니 안정적이고,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덜할 테니까요.

문제가 있다면... 제가 문과란 겁니다! 저런 R&D든 기술, 설계팀이든 죄다 이공계에 몰려 있습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선 일단 수능부터 다시 치고 제로부터 시작하는 대학생활을 보내야 한단 뜻이지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사실 확신만 있다면야 수능 치고 다시 가는 거야 일도 아닙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수학을 잘 못합니다. 사실 수학 잘했으면 이런 고민도 안하고 바로 경제학 대학원을 갔을 겁니다.


가장 해피한 길은 제 전공을 살릴 수 있고, 또 원래 꿈이었던 경제 관련 연구원을 하는 겁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문과쪽 연구직의 문은 드럽게 좁습니다. 그리고 경쟁자 또한 해외 유학 박사가 기본인 괴물이 우글거립니다. 고되고, 돈과 시간을 미친 듯이 잡아먹는 박사과정을 끝내고도 실업자 신세일 수도 있다니... 집에 돈이 많았다면야 상관 없지만 아쉽게도 넉넉하지 못한 집안인지라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었고 취직을 선택했죠.



4. 그래서 어쩔 건데

모르겠습니다. 지금 회사에 미련은 없는데 정작 대안이 마땅찮은 게 문제네요. 이 드넓은 세상에 분명 맞는 직업이 있겠다만... 일단 여러 방면으로 찾아보곤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거다 싶은 게 없습니다.

꿈이라는 미련이 남아있는지라 대학원의 길이 대책 없이 계속 눈에 어른거립니다만.. 이런 때일수록 더 중립적인 시야를 가지고 대안을 찾아나가야겠지요. 인생이 걸린 일이니까요.

뭐 이런 저런 글을 길게 쓰긴 했다만 결론은 없습니다. 답답해서 한 번 써봤습니다. 아 인생 날먹하고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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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보딩
23/11/01 16:42
수정 아이콘
Big5도 비판점이 꽤 많고 요즘은 예전만큼 쓰이는거 같지는 않더군요
뭐하지
23/11/01 16:43
수정 아이콘
알바든 뭐든 이것저것 해보시고 제일 잘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세요.
로메인시저
23/11/01 16: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나를 세상에 맞추면 안됩니다. 세상을 나에 맞추어 구겨넣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정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 성격을 제대로 인지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후로는 내 성격을 ~입니다가 아니라 ~이었습니다로 의식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현재형이냐 과거형이냐 별것 아닌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롯데리아
23/11/01 17:00
수정 아이콘
제 친구를 본 바, 수의사가 사람에게 덜 시달릴거라는 상상은 버리십쇼 흐흐흐
김연아
23/11/01 17:02
수정 아이콘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럴 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죠.
무냐고
23/11/01 17:15
수정 아이콘
수의사 포함해서 변호사 의사 변리사 등의 전문직들이 자기 일 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전문서비스+영업직이죠 크크크
서지훈'카리스
23/11/01 19:11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병원의사보다 심하죠
사람되고싶다
23/11/02 10:58
수정 아이콘
흐흐 사실 그렇긴 합니다. 전문직 커리 고려를 안하는 게 어차피 극강의 영업직이라... 영업 싫어서 뛰쳐 나간 놈이 영업직으로 걸어들어가는 게 말이 안되죠 흐흐.
파다완
23/11/01 17:00
수정 아이콘
아 인생 날먹하고싶다...(2)
글 잘 읽었습니다. 날먹의 길을 찾으실 수 있으시길...
국수말은나라
23/11/01 17:05
수정 아이콘
제가 요즘 주목하는게 목수나 도배 장판 등 인테리어업입니다
부동산이 죽기 시작하면 의외로 인테리어 리모델링 수요는 늘어납니다
지금 재건축이 잘 추진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도 비싼 이자와 자재 인건비 폭등이거든요
바꿔말해 인건비랑 자재비를 내가 벌수 있는 기회라는겁니다 인테리어나 리모는 빚내서 안하니까 고정 수요는 있는 시장이지요
내성적이고 심미적일수록 잘 맞는 일 같구요
더불어 임장을 공짜로 다니는 알파도 있으니 공인중개사 하나 따놓고 시작하는것도 좋구요
최종병기캐리어
23/11/02 11:37
수정 아이콘
도배, 장판 수요는 전세 거래량과 직결됩니다. 도배/장판은 전세로 새로 들어갈 때 하는 수요가 가장 크거든요.
반면에 all 리모델링 수요는 매매 거래량과 직결됩니다. 집을 사서 내가 들어가는 경우에 all 수리를 하니까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위 두가지는...답 안나옵니다.

본인이 직접 기술을 배워서 인건비를 따먹는 경우, 일이 고정적으로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낮은(큰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인건비가 낮습니다. 장판은 보통 하루에 2탕 이상은 돌아야 하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서 사람들을 부려서 리모델링을 하는 소위 '인테리어집'을 하게되는 경우라도... 돈 떼먹히는 일 부지기수입니다. 빚내서 안한다뇨 크크크...
국수말은나라
23/11/02 13:31
수정 아이콘
네? 인테리하는데 현금이나 카드빡을 안할수가 있나요? 대출을 껴도 그건 소비자와 은행의 문제지 인테리 업자의 피해는 아닐텐데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말씀하신게 맞는데 어차피 재건축 포기한 사람들이 처선으로 가는게 인테리 리모델이라서 나름 니치 마켓으로 봤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3/11/02 13:41
수정 아이콘
보통은 집 살때 주담대를 끼고 사는거고, 자기가 가진 돈 + 대출받은 돈 = 집값 + 인테리어비용 이 되는거라 일정 부분은 빚이라고 봐야합니다.
국수말은나라
23/11/02 14:28
수정 아이콘
중요한건 인테리 업자 입장에서는 계약자가 빚을 내던 안내던 나한텐 현금으로 꼽히는걸 이야기 한겁니다
인테리 업자한테 대출받거나 차용증 써주는게 아니자나요^^
최종병기캐리어
23/11/02 14:31
수정 아이콘
아.. 보통 계약금 + 착수금 + 중도금 + 잔금 이렇게 3~4번에 걸쳐 돈을 받습니다.

문제는 중도금이나 잔금을 온갖 꼬투리를 잡으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주겠다라던지, 깎아달라던지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방구차야
23/11/01 17:23
수정 아이콘
거대담론은 빠르게 결정하는게 좋고 세부적이고 직접적인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필요도 있는것 같습니다. 큰틀에서 생각이 오래 머물면 결국 이상적인 쪽으로 기울어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23/11/01 17:23
수정 아이콘
예전에 국내 최고 수준의 예술 분야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해준 말이 떠오르네요.
1) 쟤는 어떻게 들어온 것인가. 2) 나는 어떻게 들어온 것인가. 3) 우리는 졸업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나 다 자기 미래는 불투명하고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현재 일하는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문제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 직장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고, 현 직장 만족도는 그저 그런데 전 직장은 새로 생긴 파트 맡아서 처음부터 한 터라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자유도가 높았고, 새롭게 무언가를 해야 해서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에 현 직장은 상당히 경직된 곳이라 새롭게 무언가를 하기 어렵거든요.

본문으로 봐선 현재 일하시는 분야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하진 않으신 것 같으니 같은 분야 이직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3/11/01 17:30
수정 아이콘
본문보고 예전에 카카오에서 한거보니까 33242 나왔네요
내가 우호적이라고...?
완전연소
23/11/01 17:34
수정 아이콘
지금도 넌 인생 날먹이라는 소리를 마눌님께 듣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날먹하고 싶습니다. 흐흐흐흐흐
Dončić
23/11/01 18:03
수정 아이콘
저도 경제 전공하고 경제쪽으로 밥벌어먹고 싶었다가 수학에 무너지고 몇번 꼬이고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그것도 상관없는걸로만 볓번 돌았어요)

저는 제 성향상 맞는 일과 업무 환경은

혼자 일하며 혼자 작업하는 프리랜서 직군(대면 영업을 하지 않는 프리랜서 직군)/
같이 일하는 사람은 적고 대면하는 상대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일(예를 들면 단순 서비스업에서 단골이 없는 경우)
업무와 생활이 분리되는 일

이런 것이더라구요. 결국 사람이랑 부대끼면서 일하는 걸 싫어한다는 소리...
그런데 현재 업무는 24시간 회사사람들과 숙식을 해결하는 곳에 있습니다. 거기에 술 많이 마시고(전 술 못합니다), 단체 생활을 강조하는 곳이죠. 저는 업무 외에도 사회생활도 업무라며 끌려가는 걸 극혐하는데 말이죠.
저는 외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고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화하는 것 자체가 체력을 갉아먹는 타입이거든요. 외부적으로는 오히려 잘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회복할 시간이 없으니 그것도 무너지구요.

죽을거같다 >죽고싶다> 죽을까 라는 순으로 생각이 바뀌는걸 느꼈다가 죽자 전에 정신 차리고 회사사람들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철저하게 개인시간 확보하고 그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혼자 회복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놨습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업무적으로도 뭐 딱히 저랑 맞는 일은 아니고, 제가 해오던 일도 아니지만 당장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다보니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거죠. 그런데 이 일을 제가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하면 아니다 싶어요. 문제는 그러면 뭐하고 살건데 이 업무로 커리어 쌓고 다른 직종 호환 안되는거 알면서 뭐할건데? 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합니다.

결국 답은 제가 정하고 행하는게 답이되겠지만 최근 중요한 기로에서 외부요인으로 가로막히는 경험을 몇년 겪고 나니까 자존감도 박살나고 사람이 작아지고 좁아지는 걸 스스로도 느꼈어서 원래의 저로 돌아가고 움직이자 싶다가도, 여기에 있으면 이 형태대로 내가 변한대로 고정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 등 여러모로 혼자 머릿속으로만 부산스러운 몇년입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답을 내야겠죠. 그 때는 안주하지 않기를,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기를 하고 다짐하는 요즘입니다.
23/11/02 10:26
수정 아이콘
저랑 똑같네요.......... 저도 나이 더 먹기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해요
사람되고싶다
23/11/02 11:00
수정 아이콘
이거 완전 전데요... 저도 사실 연구 적성 쪽으로 글을 쓰긴 했는데 말씀 주신 대로 사람 부대끼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쪽이라... 심지어 말씀 보면 업계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흐흐.

참 제대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서린언니
23/11/01 19:40
수정 아이콘
2003년 추석 연휴 끝나고 애니회사 문을 두드린 이후 20년째 그림그리고 있습니다.
삶이란 뭘까요 일하면 쉬고싶고, 마냥 쉬면 굶어 죽으니 일은 해야겠고
그림그리며 온갖생각이 다 납니다. 재미는 없는데 제가 가진 재주가 이것뿐이라 어쩔 수 없나봅니다.
짐바르도
23/11/01 22:57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유튜브 어떠신가요?
23/11/01 23:07
수정 아이콘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이 책이 제 인생의 선택과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3/11/02 00:13
수정 아이콘
글을 읽어보니 의외로 공장하고 적성에 맞아보이는데요.

탐구하고 머리쓰는 일은 아니지만 공장이란게 사람 말고 제품을 보는 일이 주다 보니까 사람 스트레스가 서비스직보단 적죠.

한가지 걸리는건 공장에서 하급직으로 일하면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면 눈치 엄청 받습니다. 온갖일에 불려 다니고 부르는 사람도 많아서 한가지 일이 집중해서 일한다고 주변 안살피고 불러도 못들으면 바로 쫑크 먹습니다.

한가지 일을 하더라도 깊이 사고하고 집중해서 일하란 말은 교과서이나 있고 실상은 눈치보며 주의력을 살짝 분산시키고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교과서처럼 한가지 일만 주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보통 5가지 일에 서너 사람 이상 각기 다른 목적으로 만나야 하지요.

탐구와 깊은 사고 하는 성격은 하위직을 견디거나 어찌저찌 된다면 바로 건너뛰어 공장 고위직을 가야 합니다. 바로 공장 고위직에 가는 방법은 낙하산 또는 엄청난 배경 또는 학벌이 있어야 하지요.

좋은 기업 다니셨다니 뭔가 물건을 만드는 곳에 물건을 만지거나 수량을 관리한다거나 하는 직종에 원서 내서도 되고 의외로 맞을 수 있습니다. 명심히실 것은 공장 하위직은 집중력이 강점이 아니니 철저히 지위가 낮을때는 자신을 숨겨야 합니다.
tomsaeki
23/11/02 04:02
수정 아이콘
6년간 휴가없이 하루 10시간씩 주말도 반나절 일합니다.
아 인생 날먹하고싶다...(3)
23/11/02 13:41
수정 아이콘
직업자체야 찾을수 있다치는데 사람이 오래 살기 때문에 그 살만큼 오래 일을 할수있거나 많이 벌어서 나머지를 충당할 일을 찾아야 되기 때문에 그런것도 고려하며 찾다보니 더 어려운거같습니다. 물론 이런걱정도 할 필요없는 날먹치트키인생 하고싶지만 허무맹랑한 꿈이죠 ㅠㅠ
도들도들
23/11/02 14:53
수정 아이콘
미취학 아이들이 무한체력으로 놀 수 있는 까닭은 오히려 체력관리를 못하기 때문이죠. 즐거우면 원없이 놀다가 금세 낮잠을 잡니다.
일도 마찬가지에요. 처음 일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더 잘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훨씬 적은 시간으로도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날이 오는데 말이죠. 어차피 사무직 일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해왔고 해오고 있는 것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모든 일에 자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다만 거기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과 못 견디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입사 초반의 미숙한 일처리나 인간관계로 위축되신 것 같은데,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별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새 적응하게 됩니다. 너무 어렵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처음이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지라는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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