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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07 22:01:41
Name aDayInTheLife
Subject [LOL] 페이커와 꺾이지 않는 마음.(응원글)

2014년, 아마 3월에서 4월 쯔음으로 기억합니다.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어리버리한 신입생의 삶을 즐기진 못하고, 그냥 저냥 있던 순간, 친구 하나가 저녁 늦게 뭔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LoL 올스타전 2014. 저에겐 온게임넷은 어렸을 때 잠깐 나오고 안 나오던 채널이었고(대신 엠비씨 게임은 나왔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생각이 들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플레이에 대해서 친구가 감탄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뭔지 몰랐죠. 당연하게도. 저는 롤이라는 게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당시 리그베다 위키를 보고, 정리본을 보고, 하나의 링크를 타고 한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pgr21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게임 커뮤니티와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한 동갑내기 소년의 플레이. 저는 왠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열광을 보면서 같이 열광했습니다.

페이커의 제드 바론스틸. 2014 롤스타전 프나틱 vs SKT T1 K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롤이라는 게임에 빠져들어버렸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페이커라는 선수를 좋아하게 되었구요.

그런데 정작, 제가 좋아했던 시기의 페이커는 그닥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라는 칭호에도 불구하고, 페이커의 2014년은 쉽지 않은 해였습니다. 삼성 오존(화이트)에게 2번의 토너먼트에 모두 막혔고, 국내에서 열리던 롤드컵도 (또) 삼성 화이트와 나진 실드에게 밀렸으니까요. 페이커는 분전했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뭐랄까, 안타까움을 가지고 게임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은, 2017년에 재현됩니다.
저는 2017년 6월 달에 군대를 갔고, 스프링까지만 해도 또 SKT가 다 해먹는구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리고 입대하기 전 경기에서 어떤 선수 하나가 등장해선 모든 팀의 뚝배기를 망치로 수확하더라구요. 네, Khan 선수였습니다. IM을 거쳐 롱주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팀은 엄청난 강팀이 되었고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경기를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첫 외박을 받은 날, 결승이 있었고, 결승에서 칸 선수는 정말 무자비하게 T1의 탑 라인을 유린하더라구요. 허허

2017은 제 군대의 영향도 있다보니 모든 기억들이 희미하고 흐릿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빨리 희미하게 지나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보지못했지만 페이커의 눈물은 한 구석에 이미지가 굉장히 뚜렷하게 박혀있습니다. 2018이라는 페이커와 T1의 최저점은 군대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전혀 모르구요.

2019년 2월 21일 저는 제대를 했고, 바뀌어버린 환경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3월 복학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하기 위해 헤메었고, 페이커는 새로운 팀원들과 '드림팀'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MSI와 롤드컵에서 두 번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페이커에게는 한 가지 물음이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페이커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페이커가 가자미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탑 게임 위주로 굴러가던 팀 플랜이나, 혹은 새로운 신예 미드들의 등장을 보면서, 페이커가 더 이상 라인전을 찢지 못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은 솔직히 말하자면, 2020년, 스프링을 우승하고도 롤드컵을 가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의 4강, 그리고 올해의 결승 진출까지, 페이커는 가자미가 되지 않았고, 심심하면 유게에 달리는 댓글처럼, '히히 아직 나지롱'을 시전하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그래 데프트도 자격이 있는 선수니까, 데프트가 우승해도 끝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데프트 선수도 대단한 선수고, 솔랭 대신 팀랭만 가끔 원딜 포지션에서 돌리는 입장에서 원딜러로 정말 로망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케리아 선수가 우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 케리아 선수를 위로하는 페이커를 보면서 저는 2017의 잔상이 떠올랐습니다. 면접 핑계로 소리를 죽이고, 켜놓긴 했지만, 계속 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솔직히 조금은 실망한 채로, 구마유시의 인스타 라이브 요약본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이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단단하고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코 데프트입니다. 데프트 선수가 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뛰어난 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페이커라는 선수가 그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저조차도 의심하던 순간들, 과연 페이커가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페이커로 성적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걱정들에 대해서 항상 페이커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증명했던 선수니까요.

저는 페이커가 다시금 내년에 더 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티원도, 페이커도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라고 믿습니다. 내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팬이라는 사람이 의심하고 흔들린다 하더라도, 페이커라는 선수는, 그리고 티원이라는 팀을 믿기 때문입니다. 데프트 선수의 우승을 축하하고, DRX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페이커와 티원이 주인공이 되길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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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리얼
22/11/07 22:16
수정 아이콘
올해는 데프트쪽에 조금 더 웃어주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페이커도 자신의 위상을 되찾을겁니다.
살려는드림
22/11/07 23: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2013년에 초라했던 저에게 꿈을 선사했던 페이커가
2022년에 나태해진 직장인이 되어버린 저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할 업적을 쌓은 그조차 초심을 찾으면서 최고를 지향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였고 묻혀있던 향상심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저는 언제나 응원할수밖에없는것 같네요
다가오는 2023 시즌 다시 한번 가장 큰 영광을 차지하기를 바랍니다
오타니
22/11/07 23:41
수정 아이콘
페이커 화이팅.
그런데 피넛과쵸비도ㅜㅜㅜㅜ
aDayInTheLife
22/11/08 13:47
수정 아이콘
성불 대기 줄이 너무 길긴 하죠 흐흐흐ㅠㅠ
사브리자나
22/11/07 23:54
수정 아이콘
10년쯤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수준급 실력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로 goat죠
한없는바람
22/11/08 00:56
수정 아이콘
20~21년 많은 사람들이 이제 힘들다라고 했지만 다시 롤드컵 결승에 오른것으로 스스로를 증명했죠
내년에도 잘할겁니다
Gorgeous
22/11/08 01:05
수정 아이콘
1년에 월즈 우승팀은 하나뿐인데 개인적으로 우승했으면 좋겠다, 우승해야할거같다라는 선수들이 너무 많네요. 페이커 4번째 우승도 꼭 보고 싶습니다.
무냐고
22/11/08 08:52
수정 아이콘
담기 떨어질 때, 젠지 떨어질 때, T1 질 때 다 서운하더라구요..
평온한 냐옹이
22/11/08 12:2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만큼은 데프트가 우승컵을 드는것도 보고싶다 싶었는데 결승후 계속 힘도 없이 축 쳐져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티원팬인건 어쩔수 없구나 싶었어요.
베가스
22/11/08 13:49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네요. 누가 이겨도 괜찮을거 같았는데 저도 티원팬이었나봐요.
DeglacerLesSucs
22/11/08 12:31
수정 아이콘
페이커는 꺾이지 않을테니 저만 꺾이지 않고 계속 지켜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aphomet G
22/11/08 12:42
수정 아이콘
어느덧 수도자와 같이 정진하는 페이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을 배웁니다. 언제나 그랬듯 페이커는 끊임없이 나아갈테니, 팬들도 응원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네요.
쿵술사
22/11/08 13:58
수정 아이콘
대단한 선수이고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준우승도 대단하다고 봐요. 결승도 대떡 당한 경기가 아니었고, 최선을 다해서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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