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그롭니다.
소개할 게임은 [딥 락 갤럭틱 (Deep Rock Galactic)] 이란 게임입니다.
당신은 우주탄광업체 DRG사에 고용된 드워프로
혹시스란 행성을 채굴해야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행성 혹시스는,
광물과 자원이 풍부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지만
그곳에 사는 토착 주민들이 매우 난폭하다는게 흠입니다.
혹시스에 파견된 당신은
채굴 할당량을 채우기 전까지 복귀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작업은 수작업이고,
당신의 존재를 탐탁지 않아하는 행성 주민들과 맞서야 합니다.
그들은 호전적이고 타협이 불가한 존재들로
이런 위험성 때문인지 경쟁채굴업체는
모든 작업을 기계로 대체했지만,
이 기업은 노동력 갈아넣는게 더 싸게 먹히나 봅니다.
심지어 적들을 상대할 탄약마저 선불로 직접 사야할 정도로
복지혜택마저 전무한 악덕 기업입니다.
회사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피떡이 되어도 본체만체하다
주마등 보일랑 말랑 할 때 목숨만 건져줍니다.
죽기 직전까지 광물 하나 더 캐는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마존식 경영마인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장비를 자비로 사고, 회사에게 푸대접 받고,
매 임무마다 죽을 고비가 수차례 있지만
사실 당신에겐 그닥 중요치 않은 일입니다.
모험을 부르는 미지의 행성과
맥주 한잔 걸칠 동료만 있으면 충분하니까요.
예아 락 앤 스톤!
대충 이런 스토리로...세줄 요약하면
드워프들이 팀을 이뤄 회사 명령으로
혹시스라는 행성에 파견되어
행성 원주민인 거미를 때려잡으며
광물과 자원을 약탈해 복귀하는 겜입니다.
"비주얼 보니 내 취향 아닌데?"
"FPS?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름"
"손 안따라줄것 같은데..."
"(배우기) 귀찮음"
"응 안해~"
잠깐!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동의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게임 소개는 안하고 왜 질질끄나 싶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어그로라도 끌지 않으면....
오니쨩 이쯤에서 뒤로가기 누를게 분명한 걸....
그래서 왜 추천?
너무 잼있읍니다...
딱 2시간만 하고 환불각 잡자로 시작한 게임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설 연휴가 삭제된 이후였습니다.
그 이후론 퇴근 후 허버허버, 아니 허겁지겁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올 클래스 승급에
100시간에 가까운 플탐을 찍어 버렸습니다.
흔히 20대 후반부턴 게임할 체력이 안된다 하는데
저같은 경운 체력이 떨어졌던게 아니라
재밌는 게임을 못 찾아서 그런거였습니다.
"어 3시간 지났네? 어 새벽 1시네? 출근하는데 X됐네?"
퇴근후 대충 씻고 누워 유튜브 보다 쥐도새도 모르게
잠들던 생활 루틴이 바뀔 정도루요.
무튼, 게임 클래스가 어떻니, 미션이 어떻니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건 별 의미는 없는것 같으니 안하겠습니다.
어차피 관심 없는 글자를 읽어봤자 감흥도 안오니까요.
제가 왜 이 겜에 빠져들게 됐는지,
재미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설명보다는 후기느낌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부담 없는 게임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오래가는 관계는 서로 거슬리는 것이 없는 관계라고 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부담 느낄 것도 없고, 상대 역시 마찬가지면서
별 다른 접점 없어도 같이 있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관계 말입니다.
요는 상대(혹은 대상)에게 불편을 느끼는가 아닌가 입니다.
이건 게임으로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PVP게임에서 상대를 이길 때 받는 쾌감은 짜릿하지만
반대로 졌을 때 얻는 스트레스도 감수해야 하기에,
저에게 롤은 언제부턴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젊을 때(?)야 패배로 받는 스트레스도 승부욕이 되어
게임을 지속할 동기로 전환됐지만, 지금은 쉽지가 않네요.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요소는 비단 경쟁에서만 느끼는게 아닙니다.
타인의 장비나 스펙에서 박탈감을 느낄 때.
비아냥을 들었을 때, 말다툼을 심하게 했을 때.
로딩, 큐가 오래걸려 할 맘조차 뚝 떨어질 때.
혹은 이후 전개나 스토리가 뻔히 보여 매너리즘을 느낄 때.
병들고 노쇠한 중년게이머들에겐
이런 가지각색의 핑계… 아니, 스트레스가
게임의 허들을 높이고, 뉴비절단기와는
다른 측면으로 진입장벽을 만듭니다.
이를 의식한 듯 딥락갤의 컨텐츠 설계나 구성,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게이머가 느낄 언해피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완화시키는데 신경을 썼다는게 느껴집니다.
인상부터 호불호갈리는 요소에 (SF+FPS)
SF 세계관 배경부터 칙칙한 드워프 캐릭터, 각진 그래픽에
분위기부터 마초이즘에 범벅진 게임이지만
인게임상으로 심리적 브레이크를 걸 요소가 약하다 보니
부담없는 플레이를 자연스레 반복하게 되고,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솔플같은 멀티 게임
사실 코옵겜이라고 불쾌한 경험이 없는건 아닙니다.
상대와의 경쟁보단 협동으로 얻는 성취감이 재미포인트기에
호흡이 잘 안맞거나 공동의 목적에서 멀어지는 경우 마찰이 쉽게 빚어집니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우리 딜러 자냐?(뭐함?)"
아니시에이팅부터 시작하는 숱하게 볼수있는 상황들.
PVP보다 허들이 낮은 코옵겜에서 생기는 진입장벽입니다
'내가 못해서(똥싸서) 미션 수행에 영향이 있으면 어떡하지?'
같은 부분도 누구한테는 언해피한 요소가 될 수 있는겁니다.
하지만 이 겜은 멀티가 솔플의 확장개념이라 큰 부담이 없습니다.
맵이 규모가 크고 넓고 길어, 멀티도 솔플처럼 각자가 흩어지는게 기본이고
게임이 시작되면 파트를 나눠 각자 맵좀 살펴보다
주기적으로 적들 몰려올 때(스웜) 다시 만납세가 국룰이기에,
멀티방에서 솔플처럼 게임해도 지장받을게 없습니다.
(실제로 솔플만 하는분도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겜을 흔히 친구들과 하는 겜으로 홍보한게
마케팅면에선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친구 없인 못하는 협동 겜 = 협동해야 재밌는 겜 = 혼자선 재미 없는 겜
순으로 보통 프레임이 씌워지거든요.
협동 게임임에도 협동을 강요하지 않는 플레이 방식.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마냥 놀만큼 널널하진 않은 게임 목표가
플레이에 있어 심리적인 부담을 낮추게 됩니다.
죽음의 가벼움
혹시스는 드워프들에게 무척이나 가혹한 행성입니다.
눈보라가 쏟아지는 빙하지역. 닿으면 살점이 녹는 용암 지대부터
시야를 가리는 모래폭풍,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지까지.
행성의 다양한 환경들과 그곳의 주민들은 드워프들을 괴롭힙니다.
FPS겜이 매사 그렇듯이 플레이어는 항상 죽음의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co-op에서 동료 한명의 리타이어는 팀의 현저한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이 게임에서 죽음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죽음이라기보단 잠깐 기절된 팀원을 깨운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도…)
100m 높이에서 떨어지던, 적들 공격에 곤죽이 나던,
파리지옥에 잡혀 원킬당하던, 벽에 붙어있는 깨시에 닿아 넘어지던
물만 뿌려주면 약간의 체력을 가지고 살아나고
길가에 있는 달달한 사탕 하나 먹으면 풀피가 됩니다.
몇 초간 E키를 꾹 누르는 것 만으로도
리스크 없는 부활을 무한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애초에 죽음 자체가 굉장히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런 죽음과 부활 시스템도 플레이의 부담을 덜어주게 됩니다.
결핍의 미학에서 오는 협동의 재미
드릴러, 거너, 엔지니어, 스카웃
총 네 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고
각각 맵 개척, 화력, 거점 장악, 시야 및 기동성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스카웃이 어두워서 쏜 조명탄이 팀의 눈이 되고
드릴러가 뚫은 땅이 타인의 이동 루트가 되고,
거너와 엔지니어가 맵 곳곳에 깐 설치물이 멀리 떨어진 동료에게 영향을 주는 등
각 캐릭터의 특수 능력들과 험난한 지형이 맞물려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끼리 힘을 합하는 협동 게임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 한다는 점이 (우리 OO 머함?)
다른면으로 부담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는데요.
“벽면에 붙어있는 저 광물은 엔지니어가 플랫폼(발판) 하나 깔아주면 쉽게 캘 수 있을것 같은데…”
“이쪽과 저쪽은 드릴러가 굴을 파 이으면 편하겠네”
인게임으로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입니다.
근데 이 게임에서 협동은 꽤나 오묘하게 설계되어 있어,
역할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서로 떨어져 있는게 기본이라
쟤가 이건 잘하지만 앵간하면 내가 한다
가 베이스로 깔려있는게 포인틉니다.
뭔~가 답답할 땐 직접 뛰는게 낫게 설계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내가 불편해서 한 행동들이 팀에 이득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상대의 능력을 바라기보단 뭐라도 하면 고마워지는
최고민수식 감사하다 마인드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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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것 저것 많이 쓰긴 했는데.
주욱 읽어보니 십덕이 혼자 신나서 주절대는 꼴이 돼버렸네요.
개인적으론 롤 북미 시절 겜하던 느낌도 듭니다.
얼마나 재밌던지 usb에 클라이언트 담아
핑 좋은 KT피시방 찾아 즐겼던 기억이 나네요.
"아 그래도 FPS는 안해~ 멀미해~ 몸에 안받아~"
하는 분들도 아직 계실텐데 일단 찍먹해 볼 여지가 있다는걸
옵치 플탐 1시간을 못찍고 구입가 6만원을
똥3 날개 룩템으로만 쓰던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스팀 평가 "Overwhelming Positive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찍은
딱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보석 같은 게임.
현재 50% 반값 세일 중이며 (~3.7일까지)
꼭 해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예아 락앤스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548430/Deep_Rock_Galac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