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MMORPG의 목적(?)은,
그 세계의 내 캐릭터에 최대한 이입되어서 그 세계를 실제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롤플레잉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세계관에 이입되려면 당연히 내 캐릭터가 그 세계에서 생고생을 하고다니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그래서 전 스토리를 전혀 스킵하지 않아요. NPC들의 대사도 주의깊게 보는 편입니다.
어쩌면 예전에 영웅전설을 열심히 하던 짬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웅전설 할때도 모든 이벤트를 다 봐야 직성이 풀렸고, 3에서 나온 NPC를 4에서 만나면 기쁘고, 그랬거든요.
게다가 뭔가, 스토리와 연출, NPC와의 작은 관계성 같은걸 다 봐주는게 게임 제작진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좀 있습니다.
유저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이렇게 열심히 뭔가 심어놨는데, 그걸 봐줘야지! 랄까요.

예전에 한창 파판14를 열심히 할때였습니다.
파판은 제 기준에서 스토리 스킵 기능이 좀 독특했습니다.
스킵할 사람은 스킵하고 달리고, 스킵하지 않고 스토리를 시청할 사람은 시청하는 방식이었죠.
그래서 몇몇 구간에서는 스토리 다 보고나면 왕이 이미 죽어있는-_-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전 사실 그게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저도 왕 보고싶었거든요 ㅠㅠ
하지만 그렇다고 스킵하시는 분들한테 스킵하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으니,
그냥 버스탄 후에 나중에 시스템 채팅창을 올려서 왕이 죽어가며 한 대사 같은걸 읽어보는걸로 넘어갔습니다.

문제의 로스트아크입니다. 사실 전 당분간은 스킵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만렙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서쪽 대륙이 오픈되는 업데이트가 나오면, 다시 스토리 스킵이 문제가 되겠죠.
만렙까지 오는 과정에서 참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로스트아크는 파판과 달리, 파티원 중 스킵 버튼을 한명이라도 누르지 않으면 연출이 스킵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작진이 신경썼나 싶은 작은 부분은, 스킵을 누가 누르고 누가 안눌렀는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익명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듯 전 애지간하면 스킵 버튼을 누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진짜 채팅창으로 별별 욕이 다 날아와요.
보통은 그냥 모르는척 넘기는데, 가끔은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아니 이걸 보라고 만든 MMORPG인데 왜 나한테 욕을 하나 싶어서 조근조근 말도 해봤지만,
(저기요 제작진이 보라고 열심히 만든건데 이거 본다고 저한테 그렇게 욕하시면 안되죠 등등)
당연히 더 원대한 쌍욕이 날아올 뿐이었습니다.
가끔 이에 대해 게시판을 봐도, 그야말로 딜레마더라구요.
스토리 봐야되는 것들은 던전 혼자 돌아라 vs 스토리 스킵하고싶은 것들은 던전 혼자 돌아라. 자강두천..
어제는 저랑 좀 성향이 비슷한 아는 오빠가 던전에서 스킵 안했더니 파티 퇴출-_-;;을 자꾸 당한다고
던전좀 같이 돌아달라고 해서 30렙 정도 되는 던전을 같이 돌았습니다.
저는 항상 남편이랑 같이 던전을 돌았던지라 퇴출은 안당했는데, 요즘은 혼자 돌면서 스킵 안하면 강퇴까지 시켜버리나봐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가능할까요?
부캐를 키우면서 스킵하는거야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사실 처음 보는 연출도 다 스킵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스킵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일단 최대한 빨리 만렙을 찍는거라서, 그 연출을 보는 3~4분도 아까운거겠죠?;
파판의 방식은 그래도 서로 욕을 하는 상황으로는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스토리를 보는 사람들은 보스를 만나지도 못하고 세계를 구해버리게 됩니다.
사실 스킵 안하는 저같은 사람은 이입이 중요한데,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도 굉장히 서글프거든요.
스킵 관련으로 욕먹을때마다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해보는데,
마땅히 좋은 생각이 안떠올라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