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를 라이엇이 직접 제작한다고 했을때 저는 오히려 기대도 했습니다. 롤 이스포츠 초창기에는 OGN의 역량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LCS의 방송 품질이 해가 지날수록 개선되어 오면서 지금은 큰 격차가 없거나 어떤 면에서는 라이엇이 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중계권 문제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OGN이 제작하는 LCK에 경기 외적인 큰 발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LCS에서의 담백한 영상들이나, 통계의 활용, 잘 준비된 분석데스크 등이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더군다나 롤 파크를 개장하면서 그에 맞게 필요한 준비가 잘 갖춰진 듯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롤드컵 중계를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결승전까지 보고 나니, 과연 내년의 LCK가 올해의 LCK만큼의 품질을 보장하는 중계 방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저는 일개 시청자 입장이니 내부의 자세한 사정은 잘 모릅니다. 지금 롤드컵을 준비한 인력들이 그대로 내년 LCK를 맡게 되는 것인지, 외주나 협력이 있을지, 혹은 올해 롤드컵 중계가 미흡했던 피치못할 사정이 있고 내년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지, 밖에서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롤드컵만으로 판단하자면 제작 역량도 부족해보였고 준비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더 직설적으로 평하자면 '성의가 없다'라고 생각되는 지점들도 일부 있었을 정도로요. 송출 화질이나 음향 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야 애교 정도로 보더라도 중계 방송의 퀄리티, 준비된 컨텐츠가 자국에서 치르는 대회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식 방송에 비해 명확히 부족했죠. 차라리 언어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경기 중계만 한국 해설로 듣고 나머지 시간은 영어 공식 방송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회가 토너먼트로 접어들면서 나온 영상들, 중계화면의 구성 등도 품질에 좋은 평가는 못 해 주겠습니다. 게임 방송 생전 처음 해보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으니까요. '이럴거면 그냥 공식방송 영상 그대로 따와서 해설만 입혀줘'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분석데스크 역시 준비된 컨텐츠라기보다 빛돌과 선수들 불러놓고 알아서 몇 분 시간때우게 하는 용도로밖에 안 느껴졌습니다. 뭐 현장이나 무대, 인터뷰 진행 등이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불만들이 많았고요.

과거 압도적으로 칭찬받던 'KR Production' 'OGN Production'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해설 빨로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사실 꽤 되었는데, 여기서 아무리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내년의 방송이 올해의 방송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잘 끝난 대회에서 굳이 '왜 이렇게 못했냐' 라는 책망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내년이 오기 전에 잘 준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만 전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OGN, 스포티비에서 행해졌던 방송들과, LCS 및 국제대회 방송들을 보고 배우고 연구도 하면서요.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다, 저거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인력을 충원하든 협조, 협력을 구하든, 뭐가 됐든 해야겠죠.

이번 대회에서의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내년의 LCK는 정말 기대됩니다. 이적시장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은 지금도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그려볼 정도로요.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송을 내년에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는 이번 롤드컵을 마지막으로 그치고 제대로 준비해서 '역시 라이엇이 하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