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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1 09:10:13
Name becker
Subject [스타1] 13년의 스타리그, 13개의 명경기 (2) - 임요환 vs 홍진호 in Neo Hall of Valhalla
*데이터 양이 많습니다. 모바일 유저들의 주의를 요합니다.


Year 2001 – 황제와 폭풍의 혈투



테란의 황제, 즉위하다

성황리에 마친 스타리그의 첫 풀시즌이 마무리 후, 2001년에 접어들면서 스타리그에는 눈에띄는큰 변화가 몇가지 생기게 된다. 첫째는 맵 공모전을 통하여 채택된 새로운 공식맵들과 함께 당선작 중 하나인 ‘홀 오브 발하라’의 제작자 김진태씨가 스타리그 맵 제작을 도맡아서 하게 된 것이고, 둘째는 이전까지는 녹화방송으로 진행되었던 경기들을 생방송으로 치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 녹화 후 방송이였기에 방송 프로그램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스타리그의 생방송 시대야 말로 스타크래프트의 “e-스포츠화”의 첫 걸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1 시즌 포문을 열었던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는 임요환의, 임요환에 의한, 임요환을 위한 대회였다. 1.07버전당시 가장 약세로 평가받는 테란을 주종족으로 신출규몰한 드랍쉽과 믿기 힘든 마린+메딕 컨트롤을 보여주면서 상대들을 압살했고,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드랍쉽과 테란의 수비력, 본인의 전투력을 통하여 대 역전극을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은 임요환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한빛소프트배의 임요환의 총 승률은 11승 1패. 결승전에서는 기욤패트리를 꺾고 올라온 장진남을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3:0 완승, 리그 최초의 테란으로서의 첫 우승을 차지 한다. 테란의 황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였다.


[테란의 황제의 등장. 잘생긴 외모와 함께 이스포츠의 오빠부대를 몰고 오기도 하였다]


폭풍저그 홍진호, 세대교체의 선봉주자

기욤패트리, 김동수, 국기봉등으로 대표되던 2000년의 슈퍼스타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임요환과 더불어 많은 신예게이머들의 등장이 스타판을 더욱 뜨겁게 했다. 장진남, 박용욱, 홍진호, 임성춘등 지금도 1세대게이머라고 불리우는 선수들이 그 주인공들이였다.

이 중 홍진호는 상대적으로는 덜한 인지도로 출발했지만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과 패기있는 운영을 보여주며 서서히 고정팬이 생겨나간 케이스였는데, 한빛 소프트배 8강 진출 이후 이 다음 코카콜라배에선 자신의 장기인 공격성을 더욱 갈고 닦아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김정민과의 라그나로크 경기에서 그 특유의 공격성을 통해 이 맵의 유일한 저그의 테란전 승리를 가져오며 많은 이들을 경악시키기도 하였다. 그 공격적인 스타일이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는것과 같다고 하여 코카콜라 결승진출 후 팬들이 “폭풍저그”라는 별명을 지어주게 된다.



위기의 임요환, 의심과 증명사이.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가 임요환의 강력함을 증명하는 대회였다면, 그 다음 대회인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는 그의 강력함을 의심받으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16강전에서 신예 저그 김신덕에게 장기전끝에 물량과 전투에서 밀리면서 스타리그 사상 첫 저그전 패배를 기록하게 된것. 지금의 시점으로선 단순한 1패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프로리그도, 양대리그도 없던 시즌에 이 1패가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다. 설상가상 2승1패의 3자재경기에서도 성준모에게 패배를 거두며 3자 1승1패가 되었는데, 코카콜라배때 유일하게 도입된 “재경기 포인트제도 (게임 내 점수를 시간으로 나누어 비교)”를 통해 겨우 2위로 진출하여 체면치례를 할 수 있었다.

임요환의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에서의 행보에서 또 빼놓을 수 없었던것이 바로 “라그나로크”라는 맵의 수혜를 받지 않았냐는 의혹이였는데, 이 맵은 테란 대 저그가 11대 1이라는 말도 안되는 언밸런스를 보여주며 “캐테란맵”으로 그 당시에도 말이 많았던 맵이였다. 결승 진출까지 임요환이 코카콜라배의 성적은 8승 2패였는데, 이중 4승이 저그를 상대로 라그나로크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임요환의 2연속 결승진출을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강 이후 5연승 가도를 달리던 임요환은 의심할 여지 없는 현존 최강의 플레이어였고, 특히 저그 킬러로 명성이 자자한 그였기에 홍진호라는 신예저그의 결승진출이 과연 임요환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겠냐라는 의구심과 이제는 저그가 임요환에 대한 대처법이 나왔을꺼라는 기대감이 섞이던 무렵, 장충체육관에서 임요환과 홍진호의 다전제 첫 ‘임진록’ 이 펼쳐졌다.


[굳건한 테란의 황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새끼 사자']


홍진호와 임요환은 이미 같은 대회 8강, 그것도 같은 맵(홀오브 발할라)에서 경기를 치룬적이 있었는데, 이때의 경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홍진호가 빠른 3해처리를 통해 히드라+럴커조합을 통해 임요환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나왔고, 실제로도 몇번의 교전에서 승리를 거뒀으나, 그 교전이 크게 유리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결국 이후 임요환의 드랍쉽 견제에 먹혀 패배를 기록한다. 힘대 힘의 싸움에서 패배를 경험해본 홍진호는 단순히 소/중규모 전투에서는 임요환의 컨트롤 이길 수 없다고 판단, 8강전과는 다른 모습의 경기를 준비해온다.






2001년 9월 8일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 1차전
맵 : Neo Hall of Valhalla
임요환 (9시 테란)
홍진호 (3시 저그)









1라운드 : 황제, 선공을 날리다


홀 오브 발할라는 본진을 제외하고 중앙전장은 육지로 연결되어있는 반섬맵이였는데, 초반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지 않을껄 파악한 임요환은 선 엔베로 마린의 업그레이드를 챙겨주는 빌드를 가져온다.



[배럭 후 선 엔베로 마린의 공업부터 챙기는 임요환]


이에 맞선 홍진호는 빠른 뮤탈을 통한 견제 및 바이오닉 부대의 중앙 상륙을 막으려는 전략을 가져왔으나, 찰나의 타이밍에 드랍쉽 부대의 상륙을 막지 못한다.

[뮤탈로 드랍쉽을 끊어주는 홍진호. 그러나 바이오닉 부대의 상륙은 막지 못했다.]



바이오닉 상륙이 본진을 공략할수는 없지만, 홍진호의 멀티의 가스지형에 타격을 줄수는 있다. 홍진호의 두번째 가스를 성공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하고, 홍진호는 다급해진다.

[마린 부대만으로도 언덕멀티 가스견제가 가능한 맵의 이점을 살린 임요환]



여차저차 잘 막던 홍진호가, 뮤탈부대를 흘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부터 그에겐 콩탈의 기운이 가득했다….


[뮤탈은 인구수에 방해만 될뿐!]


기세를 잡은 임요환, 3대의 드랍쉽으로 홍진호의 멀티를 타격하려고 하나, 이것이 홍진호의 드론을 동원한 수비로 막히고 만다.


[드론을 동원해 멀티 파괴는 막은 홍진호]


2라운드 : 폭풍, 받아치다

멀티에 대한 타격을 어느정도 준 임요환의 다음 행선지는 본진이였다. 임요환의 부대단위 마린+메딕부대와 홍진호의 히드라+럴커간의 컨트롤 싸움은, 당시의 눈에서는 믿기 힘들정도로 엄청난 솜씨였다.

[순식간에 부대를 펼쳐 럴커를 잡는 임요환, 메딕없는 마린을 점사해주는 홍진호]
”자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 선수!” 정일훈 캐스터, 교전 당시


임요환이 홍진호의 언덕 멀티, 그 이후 3시 본진을 집요하게 공격하는동안, 홍진호는 소수 교전 컨트롤로 막으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이란, 언덕멀티/6시 본진멀티/5시 귀퉁이 세 멀티를 동시에 펼 수 있는 천금과도 같은 시간이였다.

[마침내 임요환의 병력을 쫒아낸 홍진호]


[더이상 언덕멀티의 견제도 여의치 않고]


[설상가상, 6시 멀티도 파악이 안됐다! 홍진호의 3연속 수비!]


세개의 멀티가 무난히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홍진호가 받아치기 시작했다.


3라운드 : 크로스 카운터, 서로의 심장을 찌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홍진호의 경기스타일을 대표하는 말 한문장을 뽑자면, “드론은 인구수에 방해만 될뿐!” 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홍진호의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보다는 “본진은 미끼일뿐!” 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홍진호의 명경기들은 굉장히 처절한 엘리전이 많았고, 그것이 홍진호가 즐겨쓰는 전술이기도 하였다. 배럭스/팩토리같은 생산건물 없이 단순히 미네랄 300의 해처리만 많이 확보되면 생산기반을 갖출수 있는 저그의 유연함에 의지해, 홍진호는 본인의 병력을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쓰지 않고 바꿔치기를 하는 선택을 즐겨했다. 홍진호 커리어사상 최고의 명경기중 하나라고 이야기되는 이 경기 또한 예외가 아니였다.


자원을 축척하고 수비에 치중했던 홍진호가 임요환의 팔다리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본진, 그리고 앞마당에 대규모 드랍을 통한 공격이 이루어진것이다. 임요환의 팬들이 조마조마하게 수비를 어떻게 해낼까 고민하던 순간, 마치 인천상륙작전을 하는듯한 임요환의 대부대가 홍진호의 심장을 찌른다.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드네요 두 선수!!” 엄재경 해설, 상황 당시

이 장면은, 아마 스타리그를 당시 봐왔던 팬들에게 있어서 매우 충격적이고 전율이 일어나는 장면이 아니였을까 평해본다. 임요환의 견제는, 혹은 홍진호의 폭풍스러운 무차별 공격을 봤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동시에 다발적으로 경기에 핵심이 되는 전투가 일어나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멀티태스킹이 한단계 진화하는 장면이였고, 임진록이 예삿 라이벌전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된 최초의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옵저버도 전례없는 다수의 전투에 헤매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의 심장을 노린 바꿔치기에서, 임요환의 선택이 훨씬 더 큰 이득을 가져온다. 홍진호의 소규모 드랍은 결국 정리가 되었고, 임요환은 홍진호의 본진을 날려버린다.

[맞바꿔치기의 결과. 3시는 궤멸. 9시는 회생. 옵저버: 럴커가 어디 살아남았나..?]



4라운드 : 6시, 최후의 교두보, 승기를 잡은 황제.

홍진호에게 있어서 본진이 깨진건 엄청난 타격이였으나, 다행히 축적된 자원과 하이브테크로 두번째 심장을 재건하고는 있었다. 하이브가 깨지기전 지었을것으로 추정되는 그레이터 스파이어를 통한 가디언과 히드라로 장기전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임요환 역시 시간을 주지 않고 언덕 멀티를 다시 공격한다.


[언덕 멀티를 다시 타격주는 임요환. 마지막 희망을 가디언에 건 홍진호]




[관중들을 숨죽이게 한 6시에서의 치열한 교전들]


그러나 병력과 병력이 맞붙으면, 결국에 테란의 승리로갈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테란은 완성된 조합에, 경기 초반부터 꾸준하게 해준 업그레이드의 힘이 있었다. 계속해서 본진을 바꿔야만 했던 저그는 업그레이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시나브로 밀리던 6시진형은 마침내 임요환이 가져가게 되었다.

[6시가 깨진 순간, 임요환이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다.]



홍진호는 자신의 주요 테크 건물이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갈래의 문어발 멀티를 통한 자원은 분명 남아 있었다. 임요환이 앞마당 멀티 이후 제대로 돌아간 멀티가 없다는것을 파악한 그는, 집요하게 병력을 10시언덕으로 보내며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소규모의 드랍, 그래도 임요환의 자원줄을 말리는 홍진호]


동시에 앞마당의 자원줄도 견제하기 위해 회심의 공격을 날린다. 그러나 다수의 SCV를 잡았을지 언정, 벙커의 사기성에 병력이 막히고 만다.

[그놈의 벙커는 저때부터 홍진호를 울렸다]



[다수의 병력으로 자원줄을 끊기 시작하는 임요환, 숨죽이며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홍진호.]


계속되는 처절한 경기 속, 감탄사를 연발하던 엄재경 해설위원이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진다.

“대단한게요, 저렇게 본진이 상대 병력에 유린을 당하고 있을때 꾹 참고 유닛을 모아서 어떤 해법을 찾아내는 이런 플레이를 임요환 선수가 참 잘 보여줬었거든요? 그런데 홍진호 선수가, 저그로 테란을 상대하면서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네요!”

황제에 열광했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어려운 위기상황에서도 어떻게 극복해내는 플레이와 영혼이 담겨있는것 같은 유닛 컨트롤, 그것을 임요환처럼 똑같이 해내는 맞상대를 우리는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그 임요환을 상대로, 홍진호라는 사나이가.






5라운드 : 홍진호의 처절함, 게임을 미궁속에 빠트리다

엄재경의 이야기를 들었던걸까. 계속해서 기회를 노리던 홍진호가 마침내 다시 섬멀티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임요환의 자원줄을 말린다.

[기어이 커맨드센터를 깨고마는 홍진호, 장충 체육관의 팬들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한다]



임요환의 유일한 자원줄이 끊기자, 경기는 다시 모를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병력의 우위는 분명히 임요환에게 있으나, 어쨌든 자원을 더 많이 캐고 있는것은 홍진호다. 홍진호는 또 다시 임요환의 본진을 공략하고, 임요환 역시 홍진호의 중요 생산지역인 12시 앞마당을 깨부순다.

[바꿔치기, 또 바꿔치기]



계속되는 소규모 전투와 바꿔치기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은 점점 떨어질법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임요환이 경기의 분위기를 한번에 바꿔놓을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자신의 대규모 드랍쉽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놓치고 만다.


임요환에겐 병력이 있고 자원이 없었으며, 홍진호에겐 자원이 있으되 그 병력이 없었다. 서로에게 필요한것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황. 문어발식으로 자원전을 강요하는 홍진호를 상대하는 임요환에겐 자원이 필요했고, 병력숫자와 업그레이드차이에 뒤진 홍진호에겐 계속해서 바꿔치기를 하면서 스스로 커져갈 시간이 필요하던 찰나였다.

저 드랍쉽 격추가 시시하는 바가 컸던 이유는, 안그래도 자원이 빡빡하기 시작했던 임요환의 수송력에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병력은 있으되, 그 병력을 더이상 움직이게 할 수가 없었다. 바꿔 말하면, 홍진호가 드디어 시간을 번 셈이다.




파이널 라운드 : 대단원의 막

그러나, 홍진호는 그 시간을 영리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하이브테크 유닛까지 가져간 그가 꺼낸 카드는 또 다시 가디언이였다. 임요환의 베슬은 여전했고, 그 베슬이 홍진호의 회심의 가디언 카드를 깨부시고 만다.


[홍진호 망했어요….]


더이상 화력으로 이길 수 없던 홍진호가 최후의 카드가 임요환의 자원줄을 다시 노리지만, 이미 업그레이드 차이는 현저하게 난 상태였다.


[마린 4+ 메딕 2 > 히드라5+럴커2, 더이상 견제도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GG.]



임진록 – 전설이 시작된 경기

임요환과 홍진호의 코카콜라 결승 1경기의 소요시간은 총 46분 28초로 이는 당시 스타리그 기준으로 역대 두번째로 가장 긴 장기전이였다., 홍진호의 첫 본진이 날아간 것은 18분 경, 6시 지역이 날아 간 것은 24분이였다. 그리고 이 24분에 홍진호의 두번쨰 본진이 날아가는 순간, 경기의 주도권은 사실상 임요환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즉 경기를 반으로 나누었을때 전반 이후 후반동안은 내내 임요환에게 승기가 많이 가져가 있는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당시에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것도,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도 스타판을 논할때 가장 최고의 명경기중 하나로 뽑는 이유도, 경기 후반 홍진호가 보여준 처절한 모습과 어떻게든 점수를 따내려는 플레이가 당시의 경기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46분 가운데 테크트리를 올리는 초반 5분, 홍진호의 자원줄이 끊긴 후반 5분을 제외하고 약 35분동안 두 선수는 끊임없이 맵의 곳곳에서 전투를 일으켰다. 이는 이전까지는 단 한번에 하나의 전투만 일어나거나, 한곳을 놓고 그곳에만 병력을 집중하는 1차원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면, 홍진호와 임요환의 대결은 맵의 전체를 활용하면서 서로의 헛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공격하는 두 선수의 난전유도가 당시의 시선에서는 매우 수준높은 경기였다고 평가받는다.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홍진호, 한 숨 돌리는 임요환, 환호하는 관중]

스타리그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불리우는 임진록의 시작은, 단순히 이 경기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 다전제에서 홍진호는 2,3차전에서는 깜짝 가디언으로 승리를 거뒀고, 4차전에는 라그나로크에서 “전진 성큰 러쉬”라는 말도 안되는 전략까지 가져오면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한 폭풍의 맹공에도 임요환은 결국 스타리그 수성을 해냈고, 5번째 스타리그만에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프로게이머가 탄생한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홍진호의 대활약은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를 많은 사람들에게 묻게 하였다. 훗날 저그의 유일한 희망에서 부터 황신이 될때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홍진호는 이스포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 되었지만, 그 시작점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평범했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평범함속 에 그가 보여준 비범함은 해설들이 평가한것 처럼 “임요환과 마찬가지로” 유닛 하나하나에 혼이 들어가고, 그의 움직임들에 팬들이 몰입할수 있는 또 다른 게이머가 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임요환과 홍진호,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두 전설]




임요환의 스타리그 2연패을 되풀이하는데는 이후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테란의 황제는 단순히 테란이라는 종족을 일으킨것을 넘어 이스포츠의 아이콘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스타크래프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게이머로 알려지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누군가가 올라와있으면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 이후 스타리그의 모토는 어느새 “임요환을 꺾어라”로 되어버린것 같았고, 누가 임요환을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수 있을까는 많은 팬들사이에 큰 화두가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오랫동안 영원할것만 같았던 그 황제마저도 도전자들의 기세를 오랜기간 버텨내지 못했다.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가림토’ 김동수에게, 그리고, 대한민국 모두가 뜨거웠던 2002년의 어느 가을 날, 하늘이 점지해준 영웅의 탄생과 함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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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1 09:16
수정 아이콘
본격 연재물입니다. 13년간의 스타리그에서 매 해마다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시선)으로 봤을때의 그 해 최고의 명경기를 소개하는 글들입니다. 단순히 한 경기의 내용이지만, 그 전후사정까지 곁들여서 설명할거라 스타판의 큰 역사를 꿰뚫는 기회도 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글이 스타리그의 모든 역사를 담지는 못할것입니다.)

지난 글들은 여기서 보실수 있습니다.

1편 2000년, 기욤패트리 vs 국기봉 in Deep Purple : https://pgr21.co.kr/?b=6&n=58738

연재 텀은 길게 잡고있습니다. 딱히 주기적으로 올릴것 같진 않은데, 2016년이 끝나기 전까지 13개를 다 끝내는것을 목표로 두고 있었으나... 한번 할 때마다 얼마나 긴 작업인지 대충 감이 잡혀서 파악해본 결과 2017년 상반기까지는 다 끝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연재를 해봐서 아는데, 크게 바라는건 없고 많은 댓글들이 참 힘이 됩니다. 잘 봤다는 리플들이 원고료다 생각하고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글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3편(2002년)은 4월 후에 업데이트 됩니다.
16/03/01 09:37
수정 아이콘
(2)번재 게시글에 역시 등장하는 콩진호.. 좋은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16/03/01 09:56
수정 아이콘
벙커에 콩탈에...
16/03/01 10:22
수정 아이콘
지금보면 x테란맵..
16/03/01 10:51
수정 아이콘
테란맵 인정.
오클랜드에이스
16/03/01 11:26
수정 아이콘
저런 맵에서 2전을 잡아낸 홍진호도 참 대단하네요 크크크
Sgt. Hammer
16/03/01 11:38
수정 아이콘
으 너무 좋당...
멋진 글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글이 게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놈의 콩탈과 벙커 크크크크
들쾡이
16/03/01 12:26
수정 아이콘
아~ 너무 잘읽었습니다 그 시대로 돌아간것만 같네요
16/03/01 14: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자우림
16/03/01 14:46
수정 아이콘
답도 없는 테란맵...
16/03/01 15:28
수정 아이콘
저 맵들 깔고 혈전이라는 타이틀을 받아낸 코카배 홍진호란...
길바닥
16/03/01 16:09
수정 아이콘
리템 롱기누스 깔고 우승했던 마보다더하네요..
캡틴백호랑이
16/03/01 15:42
수정 아이콘
콩 글은 2월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길바닥
16/03/01 16:08
수정 아이콘
도대체 반섬맵에서 저그가 게임을어떻게한지가 신기하죠..
Sgt. Hammer
16/03/01 16:33
수정 아이콘
근데 두번째 사진이 엑박이에요 잉잉
동네형
16/03/01 19:05
수정 아이콘
온겜이 테란 밀어주는 맵만 좀 덜 깔았어도.. 그래도 덕분에 방송인 홍진호가 되었으니 전화위복일까요
16/03/01 20:13
수정 아이콘
그놈의 벙커..
이녜스타
16/03/01 21:10
수정 아이콘
지금 보면 저맵은 한수아래 테란이 잡아도 저그에게 질수가 없는 맵같아요.....전멀티에 탱크로 일꾼 타격이 가능하다는점과 앞마당은 수송업해야 멀티를
할수있고 그마저도 가스도 없음요....전 라그나로크보다 더한 테란맵으로 봅니다 거기서는 4,5드론이라도 하지요....
당시 김동수씨가 "발할라는 악명높은 테란맵"이라고 당시로서는 조금 수위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독수리의습격
16/03/01 22:42
수정 아이콘
임요환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대회는 가히 맵부커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대회였습니다.
맵 밸런싱이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당시에도 답도 없는 테란맵이 둘이나 끼어있다고 시끄러웠는데 요즘에 저렇게 대회 치렀다간 당장 대회 접어야 될 수준이었죠. 초창기의 진통이지만 그래도 너무했습니다. 이 대회의 의의는 임요환의 2연패보다 홍진호가 얼마나 위대한 저그였는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뿌요뿌요
16/03/01 23:09
수정 아이콘
선추천 후리플 입니다~~~
사실 저는 임요환을 아니 이스포츠를 본격적으로 알게된 계기는
2005년 so1 스타리그 4강전 이후였기 때문에 코카콜라 결승전 경기는 뒤늦게 검색하여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경기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세이시로
16/03/02 00:25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만 그 해를 대표하는 경기를 뽑는 기획이군요.
어떤 경기들이 선정될지 한번 설레발을 쳐 볼까요?

2002년은 SKY2002 4강 박정석 홍진호 개마고원
2003년은 마이큐브 16강 임요환 도진광 패러독스
2004년은 3연벙(...)이 아니라 에버2004 4강 최연성 박정석 머큐리
2005년은 아이옵스 4강 이윤열 박태민 발해의꿈
2006년은 신한S2 결승 이윤열 오영종 타우크로스
2007년은 다음 결승 변형태 김준영 파이썬 (모씨 대 김택용 카트리나 ㅠㅠ)
2008년은 인크루트 결승 송병구 정명훈 추풍령
2009년은...음 스타리그에선 딱히 꼽기가 어렵네요.
2010년은 에버2009 4강 이영호 김윤환 투혼
2011년은 진에어 결승 허영무 정명훈 패스파인더
2012년은 티빙 4강 허영무 김명운 신저격능선
헥스밤
16/03/02 04:43
수정 아이콘
감정이 폭발해서 거의 두 페이지 정도 길게 썼다가 지웁니다.
아직도 삶이 힘들 때면 떠올리고 다시 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눈물을 흘리고 결국은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경기입니다.

다시 볼까 하다가 결국은 본문에 언급된 리플레이들을 재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사실 긴 글을 쓰면서 조금 눈물이 나긴 했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명경기를, 그리고 어쩌면 아직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삶의 방향을 만들어준 두 선수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열심히 싸워준 홍진호 선수에게 감사하고, 그것을 멋지게 꺾은 임요한 선수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 써주신 becker님에게도 너무 감사합니다.
킹찍탈
16/03/02 10:38
수정 아이콘
X테란맵 부커만 아니였다면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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