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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2 09:00:53
Name redder
Subject [기타] [고전] 중세 말엽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 'LOOM'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지만 아이를 아이로 남겨두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때로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며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는 동화는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 <룸>의 패키지 표지. 손 실뜨기 그림을 통해 마법적인 직조의 느낌을 담아냈다.

동화를 다룬 게임 중 가장 유명하고 오래도록 명작으로 칭송받는 게임이 있는데, 루카스아츠(구 루카스필름)의 1990년작 어드벤처 게임인 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와 안데르센의 동화 <백조 왕자>에서 가져온 모티브를 토대로 환상과 마법이 가득한 세계를 그려낸 게임 <룸>은 2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게임의 엔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게임이었다.


폭력적인 갈등도, 강렬한 전투와 빠른 액션도 없이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나간 게임 <룸>은 그러나 다른 동화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상징과 우화로 들어차 있는 보기 드문 어드벤처게임이기도 하다. 고전명작 어드벤처게임 <룸>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되짚어보고, 25년전의 게임이 품고 있었던 당시 게이머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주제들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룸>의 기본적인 줄거리 이야기

어느 이름모를 바다 한 가운데 안개로 둘러싸인 섬의 산 정상에 주인공이 서 있는 장면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보빈 트레드베어이고, 올해 막 열 일곱살이 되었다. 주인공은 게임이 시작됨과 함께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가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회의는 열 일곱살이 된 보빈의 운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마을 장로들의 회의다.


회의장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으려는 찰나 갑자기 회의장에 나타난 검은 백조가 장로들에게 마법을 걸어 백조로 변신시키면서 회의는 뜬금없이 종료된다. 검은 백조의 정체는 보빈을 몰래 키워준 대모 헷첼. 헷첼은 세계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보빈에게 직조 길드의 상징인 마법 지팡이를 전해주고, 섬을 떠나 위협에 맞서라고 이야기해준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게임의 시작은 그러나 나름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1990년에 한국에 발매된 게임은 이 내용을 포함하지 못했는데, 프롤로그 격으로 패키지 안에 포함된 오디오 드라마 카세트 테이프가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빈의 운명과 베일에 싸인 섬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두번째 어둠의 시대' 라고 불리는 위기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느 즈음부터 사람들은 발전하는 기술에 경도되기 시작했다. 자연과 융화하던 시절은 산업과 기술의 발달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해지자 점차 과거가 되어갔다. 기술의 발달은 산업의 생산량을 늘렸고, 각각의 숙련공들은 길드를 형성하여 자신들의 이익과 기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영토를 구입하고 군사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위대한 길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드들은 자기 산업의 이익을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이익집단이었지만, 모든 길드가 야심가였던 것은 아니었다. 실을 뽑아 천을 만드는 직조길드는 다른 길드와 달리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직조공들은 오로지 더 좋은 품질의 천을 생산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온 신경을 기울였고, 그들이 찾아낸 비법들이 외부에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길드의 가입 자격을 오로지 길드원의 자녀로만 국한시키며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되었다.


그 결과 직조 길드의 기술은 한계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패턴들이 새로운 천에 수놓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패턴을 넘어서서 직물 자체게 마법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강력한 치유의 힘이 깃든 천이 생산되었고, 액운을 물리치는 부적의 기능을 하는직물이 등장했다.


직조공들의 기술은 이마저도 넘어서서 종국에는 물리적 섬유와 염료를 쓰지 않고 빛과 음악으로 직물을 만드는 데에 이르렀다. 신비주의적인 폐쇄조직과 그 폐쇄성과 집착이 가져온 놀라운 성과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이를 어둠의 마법이라고 비난하며 박해하기 시작했다. 직조 길드는 자신들의 기술과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더욱 세상으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모를 섬을 매입해 떠나 버렸다.


직조 길드가 세상에서 이름을 감췄지만 남은 땅에서는 여전히 길드들의 역사가 돌아갔다. 전쟁과 역병이 세상을 휩쓸었고, 길드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졌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이제 직조 길드는 이름만이 전설로 남았고, 세상 밖에서 그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이하 생략)

*<룸>의 프롤로그 격인 오디오 드라마 배경설명 축약문과 실제 오디오드라마 내용.


프롤로그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룸>의 배경은 좀 더 명확해진다. 보빈의 섬은 직조공 길드가 구입해서 이주한 비밀의 섬으로, 세상으로부터 직조공 길드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마을이었다. 직조공 길드는 다른 길드와 달리 '위대한 길드의 시대' 에 부나 권력을 탐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기술을 탐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 결과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뤄 원료 없이도 빛과 소리만으로 직물을 짜 내는 수준을 이뤄냈다.


게임의 제목이 ‘LOOM=베틀’인 이유

빛과 소리만으로 직물을 만들어내는 직조공 길드의 심장부에는 거대한 자동 베틀이 자리하고 있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룸'은 베틀을 가리키는 영단어로, 직조공 길드 한가운데의 기계를 상징하는 단어다.

  
▲ 직조공 길드 한가운데에 자리한 자동베틀. 게임의 제목이기도 하다.

거대한 베틀은 아름다운 빛과 소리로 작동하는데, 사람이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알아서 움직이면서 천을 생산해 낸다. 이것이 직조공 길드가 끊임없이 파고들어 온 직조 기술의 총아다. 직조공들은 외부와의 교류마저 끊어 가면서 기술 연마에 집착했고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아예 재료 없이도 빛과 소리만으로 직물을 뽑아내는 자동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베틀이 만들어내는 천에는 치유능력이나 액운을 막는 것과 같은 마법의 힘까지 깃들어 있어 직조공들의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른단계다.


그런데 베틀, 그것도 자동화된 베틀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남다르다. 산업혁명의 시작이 베틀의 자동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직조, 천과 직물을 만드는 일은 유사 이래 늘 어려운 일이었다. 목화든 누에고치든 자연의 재료에서 섬유를 뽑아내고 선의 섬유를 면의 직물로 가공해 내는 일은 단계마다 모두 높은 숙련도와 많은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산업혁명의 시작은 영국의 면직물 공업이었는데, 스프링을 이용해 베틀의 북(shuttle)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든 나는 북(fyling shuttle)이 적용된 자동 방직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방직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료인 생사 또한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받았고, 유명한 제니 방적기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으로 면직물 공업의 기계화가 시작었다. 고숙련 노동자가 필요했던 수공업 시대와 달리 기계를 통한 생산 시스템은 비싼 임금의 숙련공이 불필요했고, 기계가 들어선 공장의 단순노동을 저임금 노동자가 채우기 시작하면서 수공업 시대의 길드들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룸>의 시대적 배경은 게임 내에서 ‘위대한 길드의 시대’로 불린다. 대장장이, 양치기, 유리세공사, 직조공 등의 직업은 각 직업 숙련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길드를 창설했고, 각각의 길드는 자신들의 영토를 구입하고 군사력을 정비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 대길드 시대를 열었다. 딱히 강력한 통제력을 지닌 국가나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는 게임 내에서 길드는 최대 정치세력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직조공 길드가 연마해 온 첨단 기술이 자동 베틀이라는 기계를 낳았고, 이 기계는 역사적으로 길드의 몰락을 불러온 산업혁명의 시작 아이템이었다는 사실은 게임 <룸>이 무엇을 상징하려는지를 짚어주는 단서다. <룸>은 산업혁명 직전의 수공업 단계 길드 사람들을 기초로 한 동화다. 역사를 그대로 상징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라는 흐름이 결국 스스로의 존립을 위협하게 된 중세 말엽의 상황을 유사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의미다.


보빈 트레드비어: 길드의 미래이자 길드의 파멸

이러한 환경 속에서 주인공 보빈 트레드베어는 매우 애매한 위치다. 직조공 길드는 자신들의 기술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길드원의 자격을 오직 길드원의 자녀로만 한정지었고, 좁은 사회 안에서만 이어진 혼인은 유전병을 만들어 계속 사산아만 나오는 현상을 초래했다. 신생아의 출산이 불가능해 길드의 인적 명맥이 유지되기 어려워진 상황이 닥쳐오자, 직조길드원 시그나는 세상 어디에도 어울리는 회색 실 하나를 뽑아들고 자동 베틀에 다가가 베틀의 힘으로 아이를 만들어 낸다. 금기시되던 베틀의 힘을 이용해 출산한 건강한 아이는 길드의 불길한 미래로 낙인찍혀 17세가 되는 해에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는데, 이 아이가 바로 주인공 보빈이다.


주인공의 존재는 자동화의 산물이자 동시에 길드의 유일한 명맥을 이어줄 모순적인 의미다. 인적 명맥이 끊긴 길드의 마지막 후계자인 보빈은 아이러니하게도 길드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자동베틀에서 태어난 생명이다. 태생부터 모순인 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 벌어진 마법같은 사태에 지팡이 하나만 받은 채로 섬을 떠나 길드, 혹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게임 <룸>은 이렇게 묘한 역설에서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험 이야기다.


모험을 풀어가는 마법에 관한 독창적 해석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하는 보빈에게 주어진 마법 지팡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상호작용의 도구다. 다른 게임처럼 화염구 버튼을 눌러서 사물을 불태우거나 텔레포트할 수 있는 기능 대신, <룸>에서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통해 구현되는 마법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 <룸>의 인터페이스 화면. 화면 하단의 나무 지팡이와 악보/음표가 게임의 마법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다.

<룸>의 마법은 앞서 언급한 세계관에서 드러나듯이 숙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면서 발견한 세계의 작동 원리다. 직조공 길드의 길드원이 되기 위해서는 따라서 직조술이 아닌 직조술을 가능케 하는 형이상학적 원리를 배우는데, 이는 음률을 통해 구현되어 있다. 주인공 보빈에게 음률을 가르치는 대모 헷첼의 오디오 드라마 구절을 살펴보면 베틀 작동의 네 가지 동작 - 던지기, 치기, 밟기, 쉬기 - 을 각각에 해당하는 음을 내어 대신하는 장면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게임 내에서 마법의 학습과 사용에 실제로 구현되어 있다.


위 그림의 예제 화면에서 주인공은 왼쪽의 녹색 염료가 끓는 냄비를 클릭하면 C-E-E-C(한국음계로 도미미도)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염료의 속성인 ‘사물을 녹색으로 염색하는’ 기능을 가진 음률이다. 이 소리를 듣고 발 앞에 있는 하얀 천을 클릭한 뒤 지팡이를 써서 C-E-E-C음을 내면 화면에서처럼 흰 천이 녹색으로 염색되는 마법의 구현 장면을 볼 수 있다. 게임 <룸> 안의 모든 마법적 상호작용은 이처럼 음률로 원리를 듣고 음률로 마법을 구현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직조공들의 기술이 기술의 영역을 넘어 마법의 영역에 도달했기 때문에 직조공들의 복장은 모두 마법사의 로브와 지팡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섬을 떠나 다른 길드와 접촉하는 주인공을 사람들은 마법사라고 인식한다. 이는 기존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에 대한 컨셉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다.


일단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는 방식이 플레이어의 사고를 깊게 요구하는 퍼즐의 형태가 되었다. 어떤 사물을 클릭했을 때 특정한 음률이 나타난다면 그건 해당 음률이 사물의 양태 중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마법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플레이어는 이를 기억해 두고(난이도가 올라가면 음표가 안나온다!) 있다가 특정 상황을 돌파해야 할 때 지팡이를 두들겨 똑같은 음을 내야 한다. 위에서 예로 든 녹색으로 사물을 물들이는 마법도 중반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기묘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마법이다. (외워두자.)


다른 게임에서 레벨업 등으로 표현하는 캐릭터의 성장도 음의 사용 범위를 키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위에 예시된 화면에서 불이 들어온 음은 도-레-미 세개인데, F(파)음을 포함한 마법도 등장하지만 현재는 사용할 수 없고, 특정 이벤트를 거쳐 지팡이의 파 음이 개방되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최종장에서 써야 하는 마법은 높은 도 음을 사용해야 하며, 거기까지의 스토리 진행에서 한 음 한 음 열려가는 과정이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며 높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룸>에서의 마법은 다른 게임들과 달리 생성의 뿌리를 기술에 두었다. 마법을 연구해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직조공들의 기술 연구 결과로 마법을 두었다는 사실은 기술과 마법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실용주의적 철학에 기반한 발상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은 어떤 경우에는 전근대적 사람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는데, <룸>은 마법을 바라보는 시선을 산업화 이전의 사람들이 산업화 이후의 기술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입장에서 해석했다. 나침반의 바늘이 남북을 가리키는 사실은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그 원리는 한참 후에야 밝혀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룸>은 동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다루지만 그 배경은 대단히 현실적인 게임이 된다. 자동 베틀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갈수록 음울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직조공 길드의 장로들의 우울한 표정은 다가오는 길드의 어두운 미래를 예감한 중세 말엽인들의 초상일 수 있고, 자신들의 기술이 발견해 낸 세계의 구성 원리는 과학적 방법론이 도입되기 이전의 세계관에서는 마법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불가능한 것이었다. <룸>은 어떻게 보면 중세 말엽으로 시점을 옮겨 두었을 때 세상을 보는 창으로 무엇이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우화인 것이다.


<룸>의 서사는 직조공 길드 밖으로 나간 보빈의 눈으로 서술된다. 세속의 이익을 두고 싸우는 외부 세력들은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망을 숨긴 대주교의 손아귀에 이끌려 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직조공 길드의 마법 지팡이를 빼앗은 대주교의 헛된 욕심으로 열려버린 명계(冥界)의 대마왕 ‘케이어스’(CHAOS)는 현세의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창조의 물건이 된 자동 베틀을 노린다. ‘위대한 길드의 시대’로 명명된 한 시대가 맞이한 위기 앞에서 시대의 종말이자 동시에 계승자인 주인공 보빈의 선택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결말을 향하며, 동화같으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 <룸>의 엔딩화면. BGM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다. 엔딩을 본 사람들이라면 초승달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게이머들의 감성에 역사로 남은 <룸>

<룸>은 사실 게임 내의 퍼즐 요소들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시나리오 진행에는 대략 2시간 안팎이 소요될 정도로 짧은 게임이다. 요즘의 다른 게임들처럼 캐릭터의 성격을 플레이어가 조정하거나 엔딩을 다르게 가져갈 수도 없으며, 음률을 차용한 마법 시스템도 참신함에 놀라지만 해보고 나면 화성이나 리듬 등에서 더 추가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년전의 게임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추억으로 남는 데에는 그만한 매력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그래픽도 사운드도 높은 수준이 아니겠지만 당시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매혹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진 그래픽과 사운드는 '환상적' 이라는 수사가 붙어도 전혀 과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어느 블로거는 나이들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듣다가 자신이 아는 멜로디가 나와 깜짝 놀랐다는 고백을 했는데, <룸>의 1막 삽입곡이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룸>의 첫 플레이는 내겐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때는 영어가 쉬운 나이도 아니었고 그저 게임 잡지 공략집을 따라 퍼즐 풀며 플레이하던 게 전부였는데도 <룸>의 이야기는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esc 버튼을 누르지도 못할 정도로 숨막히는 경험이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줄거리를 피해 썼기 때문에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플레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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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씨
15/06/22 09:06
수정 아이콘
와.. 이 게임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니 정말 놀랬습니다. 이 게임 때문에 당시엔 좀 고가였던 애드립카드 (뭔지 아시려나...)도 질렀던 기억이...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무슨 수로 다시 플레이하죠?; 도스박스 같은걸로 플레이해야 되려나...
15/06/22 09:08
수정 아이콘
gog.com에서 최신OS 플레이가능한 버전을 팝니다
세종머앟괴꺼솟
15/06/22 09:17
수정 아이콘
킁... 이건 아재들도 잘 모를 게임인데 크크
15/06/22 09:19
수정 아이콘
이거... 동서게임채널인가 통해서 들어오지 않았나요? 플레이해 본 적은 없는데 케이스는 어디선가 본 거 같은 기억이 납니다.
파란아게하
15/06/23 01:47
수정 아이콘
맞아요. 제가 저 게임 구입했었습니다.
15/06/22 09:25
수정 아이콘
시에라에서 나왔던 수많은 주옥같은 어드벤쳐 게임들이 그립네요. 인터페이스랑 그래픽만 봐도..
호랑이기운
15/06/22 09:39
수정 아이콘
루카스아츠 사 게임은 scumm vm이란 걸로 돌릴수 있는걸로 압니다.
아마 한글화도 되어있는게임들이 꽤 많을 거에요
VinnyDaddy
15/06/22 09:49
수정 아이콘
이걸 접했을 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그때는 이야기도 모르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열기 ECED 옆에 종이에 적어가면서 했는데.. 추억 엄청 돋네요. ios로 나오면 당장 지르고 싶은데(패드에서 쾌적하게).

음 그리고 중간에 천 염색하는 마법은 CEEC일 수는 없을겁니다. 게임 속에서 리버스가 가능한 마법과 리버스가 불가능한 마법이 있는데 리버스가 가능한 마법은 반대로 연주하면 반대의 작용이 됩니다. 예를 들면 ECED가 열기 주문이면 DECE가 닫기 주문인 것처럼요. 염색은 게임 중에서 역작용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양떼를 물들여놓으면 양지기가 졸다 깨서 바꿔놓으라고 난리치고 바꾸지 않으면 진행이 안됩니다) CEEC이면 리버스가 안되니까요.
15/06/22 09:55
수정 아이콘
으 오타네요. 맞는 지적이십니다. CEED였던걸로 기억하네요.
즈믄가람
15/06/22 09:56
수정 아이콘
25년 전 게임임에도 스토리가 참신하네요
yangjyess
15/06/22 10:38
수정 아이콘
와.... 제목 보고 설마? 했는데...
15/06/22 10:54
수정 아이콘
아! 이 게임 책에서 얘기해서 들은 적 있어요. 옛날게임이 재미있어봐야 얼마나 대단할까 싶으면서도 책에서 설명해주는 것만 들으면 요즘 나오는 왠만한 게임 못지않게 참신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나가다...
15/06/22 11:14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제가 해 본 게임 중 최고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언급하는 게임입니다. 오프닝 음악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네요. 애드립 카드 사기를 잘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브나
15/06/22 11:33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진행을 못해서 포기했던 게임이군요...;
배타고 나가서 회오리 바람에 막혀서 더 이상 못나갔었죠.
지금이야 인터넷 찾아보면 나올텐데 당시에는 영어도 안되고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시에라 게임이 참 그래픽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봐도 아름다워요
15/06/22 11:34
수정 아이콘
LOOM은 시에라 계열이 아니라 루카스아츠 계열입니다~ 조금 비스무리해서 혼동될 수 있는데, 매니악 맨션이나 원숭이섬시리즈, 인디아나존스시리즈와 형제입니다.
라방백
15/06/22 11:36
수정 아이콘
시에라사의 많은 어드벤쳐 게임들은 시에라사가 망하면서 프리로 풀려서 도스박스등을 이용하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만
루카스아츠의 게임들은 아직도 돈을 주고 사야되는데 무슨놈의 고전게임이 이렇게 비싼지...
지나가다...
15/06/22 11:48
수정 아이콘
그리고 여담인데, 저는 시에라 게임의 경우 후반의 마우스 클릭형보다 초반의 텍스트 입력형이 더 좋더군요. 영어도 못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15/06/22 11:58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습니다. 래리1에서 웬 여자 방에 들어가선 모 텍스트를 열심히 입력하는데 잘 안돼서 슬펐던 기억이...
단호박
15/06/22 17:39
수정 아이콘
모르는 게임인데 리뷰가 너무 좋아서 해보고 싶어지네요.
멋진 글 잘 봤습니다~
15/06/22 18:05
수정 아이콘
저도 리뷰때메 최근에 다시해봤는데 역시 재밌습니다. 다만 그래픽은 참...리메이크 안하나 모르겠네요.
선경유치원
15/06/22 18:40
수정 아이콘
오오 룸이다 ㅠㅠ
제 인생 가장 기억에 강하게 남은 게임입니다.
주황색 단색으로 클리어 한 후 친구집에서 286 컴퓨터의 칼라 그래픽으로 모닥불 장면을 보고 충격받았던 게 기억나네요.
사운드카드도 없이 듣던 비프음의 선율이 어찌나 아름답게 들리던지...
15/06/22 18:58
수정 아이콘
주황색 모니터! 저랑 같은 모니터 쓰셨네요. 반갑습니다!
파란아게하
15/06/23 01:46
수정 아이콘
정품 박스로 갖고 있던 게임이네요.
환상의 게임이었습니다.
15/06/23 11:13
수정 아이콘
C'FGC ..잊을수가 없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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