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루입니다.
게임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은 거진 2개월 반 만이네요. 뭔가 펜을 들 만한 기력조차 없던 때도 있었고, 주변 상황이 좀 바쁘게 돌아갔던 터라(석사논문을 탈고했습니다. 제가 봐도 심하게 졸작입니다만)... 무엇보다 갑자기 스타리그에 대한 추억이 확 식은 게 좀 컸습니다. 재충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죠. 애초에 배터리가 약해서.
일단 이전 글부터 피드백해 보면, 다시 경기를 보니 확실히 박성균은 캐리어의 본체를 공략했지, 인터셉터를 말릴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골리앗이 무작위로 인터셉터를 공격하는 모션이 아니라 본체를 졸졸 따라가는 모션을 취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인터셉터 유지비는 거의 들어가지 않으니, 캐리어가 동 자원을 먹고 할 만한 체제인 것이 옳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자'님과 '이 분이 제 어머'님, 그리고 '화이트데이'님의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닉네임 때문에 따옴표를 치게 되네요). 그렇다면, 그 때 캐리어를 간 것은 모험수라기보다는 정석에 가까웠고, 전장을 감안해 보면 회전력을 발휘할 만한 최고의 선택이었겠...으나, 박성균의 역회전 전술(여기서 말하는 회전은 문자 그대로 빙빙 도는 회전입니다. 싸우는 회전이 아니라) 및 캐리어를 떨구기 위한 클로킹 레이스가 최고의 판단으로 먹히면서 우승컵을 결국 박성균이 들어올린 것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캐리어를 잘 모았으면 그걸 잘 관리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김택용이 캐리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거죠. 옵저버 한 기 붙일 가스가 빡빡하긴 했겠지만... 클로킹 레이스를 간과한 건 정말 큰 실수였습니다. 그것도 관리라면 관리라고 해야 할 것 같구요.
중간중간에 지상군이 궤멸하고 캐리어가 떨어졌는데, 앞마당을 제대로 먹었으면 지상군이 회전에서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캐리어가 제대로 관리되었다면 앞마당이 밀려도 다시 일어설 힘 정도는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분석은 살짝 틀렸으되, 결론은 맞아떨어지는 뭐 그런 상황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졸렬하나마 피드백은 이 정도로 하고, 간만에 뭔가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기에, 한 번 그때 예고했던 것으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이번 경기는 송병구 선수 및 감독의 팬이라면 아마 잊을 수 없는 경기가 아닐까 합니다.
6년 반 전으로 시계를 돌려봅시다.
이전 글 링크 :
0. 전술, 작전술 그리고 전략과 RTS 게임의 상관관계
0. 기동전과 각 종족의 특성
1. Daum 스타리그 2007 결승전 제 5경기, 김준영 vs 변형태 @ Python
2. 곰TV MSL S3 결승전, 박성균 vs 김택용, 제 4경기 @ Loki II
인크루트 스타리그 4강 B조 제 4경기
도재욱 VS 송병구
Plasma
들어가면서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프로토스의 숙명은 개개의 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하여 판을 쥐고 흔드는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타종족전의 이야기. 동족전의 경우는, 아주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교환비 높고 잘 싸우면 이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병전에서 승기를 잡는 쪽이 곧 승리자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은 백병전에서 승리를 거둘지라도 그게 전략적인 상황으로는 어떻게 뭐 해볼 도리가 없는 그런 케이스다. 때문에 각 개개의 유닛이 극도로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게 동족전이다. 그게 전략적인 측면이 되었건, 전술적인 측면이 되었건간에, 어떻게 보면 타종족전보다도 유닛 한 기, 일꾼 한 기가 소중한 것이 동족전이다. 그래서 동족전은 기본기 및 종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승리할 확률이 타종족전에 비해서 훨씬 높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드라군은 비슷한 자원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 지상군에 대해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어디까지나 동족 유닛에 비해서) 화력, 사거리, 기동성이 가장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질럿과 다크 템플러는 사거리에서 답이 없고, 리버는 사거리와 화력은 강력하지만 기동성이 극악으로 떨어진다(물론 셔틀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리고 리버와 하이 템플러는
비싸다. 그렇기에, 이런 유닛이 질럿을 제외하고 다른 유닛에 비해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나오기 때문에 다들 아시다시피 주력은 드라군이 되면서 고테크 유닛이(보통 리버) 뒤를 받쳐주는 식으로 게임의 양상이 진행되고는 한다. 물론 고테크 유닛이 나오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서 빠른 견제 또는 강력한 힘싸움의 양상으로 갈리게 되겠지만. 프로토스인 이상 동족전에서 드라군 안 뽑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쌩 날빌이 아니고서야... 아니, 날빌이라도 드라군은 나올 것이다.
근데 이건 드라군이 초반에 활약할 수 있을 때 이야기고...
맵 분석 - 플라즈마
이 맵에서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는 총 3번 나왔는데, 그 중 한 번이 이 글에서 리뷰하는 경기고 나머지 둘은 안기효 vs 박수범과 김택용 vs 박영민이었다. 안기효 대 박수범의 경기는 안기효는 앞마당을 가져가고 박수범은 테크를 올리면서 빌드가 갈렸는데 박수범이 리버 1타 후에 어이없이 리버를 잃으면서 싱겁게 끝났고, 김택용 대 박영민은 박영민이 아예 본진 캐리어라는, 엄재경 해설에 의하면 섬맵이 리그전에 쭉 깔려 있을 당시의 아주 오래 된 고전적인 전략을 들고나왔는데 김택용이 캐리어를 보자마자 길을 뚫고 그간 또 멀티를 먹은 힘이 있어서 막멀티하면서 그대로 말려버렸다. 평범한 분석이라면 두 경기를 보고 "아, 이건 후반이 좋다. 초반에 전략 걸기는 어려운 맵이다"라는 인식이 깔릴 법도 했다.
플라즈마
보다시피 맵이 이 모양이라, 드라군이 그나마 데미지가 나와 주니까(러커 에그는 중형이다) 좀 빨리 깨는 정도지 길 깨고 유닛 통과하게 만들 정도라면 세월이다. 그래서 본진 플레이를 시도했더니만 이번에는 또 멀티를 손쉽게 먹고 거의 방해받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전략을 걸 타이밍을 잡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맵. 너무 늦었다가는 상대방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 화력에 밀리고 너무 빨랐다가는 내가 준비가 안 된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된다. 테란처럼 뭐 건물을 띄워서 전진 팩토리 같은 걸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그는... 글쎄... 공방에서 필자가 아카디아 같은 맵에서 적 본진에 해처리를 지어서 저글링 및 성큰러쉬로 게임을 끝낸 적이 드물게 있지만 그건 정말 드문 일이고 말이다. 프로토스는 유닛이 다 파일런에서 나온다고 봐야 하는데 그 파일런 때문에라도 전진은 어불성설일 것이다...라는 게 당시 코치진들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 송병구만 제외하고.
경기 리뷰 : 첫 5분
여기서는 편년체 서술을 곁들여서 해 볼까 한다. 초 단위로 각 유닛의 생산 상황과 인구수 상황을 비교하면서.
경기시작 13초, 송병구의 프로브, 정찰을 시작하다.
2인용 맵도 아니고 3인용인데 한 방에 찾지 못하면 뭘 어쩌려고 그랬을까? 그에 대한 답은 잠시 후에 하기로 한다.
경기시간 47초, 도재욱이 파일런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51초, 송병구가 도재욱의 본진에 파일런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1분 19초, 도재욱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게이트웨이를 소환하다. 게이트를 소환한 프로브를 송병구의 프로브에 따라붙도록 하다.
경기시간 1분 25초, 송병구가 도재욱의 본진에 대놓고 게이트웨이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1분 35초, 도재욱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황급히 프로브를 정찰을 보내다. 그러나 방향이 옳지 않아 한 번에 정찰하는 데 실패하다.
경기시간 1분 39초, 도재욱이 파일런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1분 41초, 도재욱이 파일런을 취소하다.
경기시간 1분 43초, 도재욱이 파일런을 다시 소환하다.
경기시간 1분 50초, 양 선수의 자원상황표가 등장하다.
경기시간 1분 52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1분 55초, 송병구가 또 하나의 게이트웨이를 도재욱의 본진에서 대놓고 소환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저 자원상황표이다. 온게임넷에서 제공하는 양 선수의 자원과 인구상황표의 메커니즘은, 오로지 맵상에 존재하는 것만 따지며, 미리 "찍어놓은" 유닛들은 카운트되지 않는다. 즉, 자원상황표의 인구수가 20이고 송병구가 그때 프로브를 1기 생산 중이었다면 실제로 송병구의 컴퓨터에 뜨는 인구수는 21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이 때문에 해석에 헛점을 가지기가 쉬운데, 건물은
일단 짓기 시작하면 바로 유닛 카운트에 영향을 주므로 파일런이 다 소환이 되지 않아도 인구수 제한이 늘어나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이건 서플라이 데포우도 마찬가지). 따라서 파일런의 소환시점과 소환시간도 주시해야 한다.
경기시간 1분 57초, 송병구가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01초, 도재욱이 질럿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04초, 도재욱이 황급히 프로브를 다섯 기를 동원해서 파일런을 공격하다.
경기시간 2분 05초, 송병구가 파일런을 추가로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06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1기를 더 동원하여 송병구의 프로브를 추격하다.
이 시점에서 송병구는 11기의 일꾼이 일하고 있었고 도재욱은 겨우 6기의 일꾼이 일하고 있었다.
프로브가 소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7초. 질럿과 파일런이 소환되는 시간은 약 25초이다. 현실 시간 기준.
표가 등장한 시점에서 양 선수가 수급한 자원은 다음과 같다 :
송병구 - 일꾼 +7기 + 현재 자원 200 + 파일런 1 + 게이트웨이 1 = 800
도재욱 - 일꾼 +8기 + 현재 자원 65 + 파일런 2 + 게이트웨이 1 + 파일런 취소로 인한 자원 손실 25 = 840
의외로 이 시점까지는 양 선수의 자원 수급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초반이라서 그랬던 것, 그리고 필연적으로 한 번 인구수가 막혔던 것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시간 2분 08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09초, 송병구가 질럿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13초, 도재욱의 프로브 소환이 완료되다.
경기시간 2분 17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24초, 송병구가 매너파일런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26초, 도재욱의 질럿과 프로브가 소환 완료되다. 송병구가 프로브를 소환하다.
이 때 도재욱의 (화면상이 아닌 순수 전장에서의) 인구수는 17이었는데, 질럿 1기를 제외하면 일꾼은 15기였다. 그러나 실제로 일하고 있던 것은 겨우 6기뿐이었는데, 방금 나온 프로브는 멍때리고 있다가 매너파일런을 공격하고 있었고, 송병구의 파일런 공격에 동원된 일꾼이 6기에, 매너파일런에 갇힌 일꾼이 하나, 그리고 정찰 나간 프로브가 하나였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이 시점에서 양 선수가 수급한 자원의 양은 역전당해 있었다. 2분 17초에 송병구의 자원이 104였고 도재욱의 자원이 23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역산해 보면 송병구 1104 : 도재욱 1048이다.
경기시간 2분 27초, 송병구가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29초, 파일런을 공격하던 도재욱의 프로브가 귀환하다.
이 때 한 기의 프로브가 멍때리고 놀다.
경기시간 2분 31초, 도재욱이 프로브 소환을 취소하다.
경기시간 2분 32초, 송병구가 두 번째 질럿을 소환하다.
그러나 인구수가 막혀 소환이 시작되지는 못하다.
경기시간 2분 34초, 도재욱이 질럿을 소환하다. 송병구의 첫 번째 질럿이 등장하고, 도재욱의 프로브 1기가 송병구의 프로브를 추격하다.
경기시간 2분 34초, 송병구가 프로브 소환을 취소하다.
경기시간 2분 35초, 멍때리던 프로브가 그때서야 귀환하다.
경기시간 2분 41초, 송병구가 프로브 소환이 완료되다. 추가로 프로브를 소환하다.
이 시점에서 송병구의 일하는 프로브 수가 도재욱의 그것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송병구 13기, 도재욱 12기)
경기시간 2분 42초, 도재욱이 게이트웨이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44초, 매너파일런을 때리던 바깥의 프로브가 일하러 돌아가다.
경기시간 2분 46초, 송병구가 세 번째 질럿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53초, 도재욱이 질럿을 소환하다. 이 와중에 송병구는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57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2분 59초, 도재욱의 두 번째 질럿이 등장하다.
보다시피 도재욱의 질럿은 2기이다. 송병구는 게이트웨이를 한참 먼저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수가 막혔기 때문에 질럿의 추가가 도재욱보다 늦었는데(현재 송병구의 질럿은 1기), 해설진이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워낙 듣도 보도 못한 생판 처음 보는 전략이라서 그랬으리라.
그런데, 매너파일런까지는 그렇다치고, 지금까지의 행적도 그렇고 이후 행적으로 미루어볼 때 송병구는 충분한 자금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럿을 미리 찍는다던가 파일런을 본진에라도 미리 더 짓는다던가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이것으로 미루어보자면 송병구는
애초부터 올인할 생각이 없었다. 모양새가 올인에 가깝지만 실은 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기시간 3분 01초, 깽판치던 송병구의 프로브가 잡히다.
경기시간 3분 03초, 송병구가 프로브를 소환하다. 질럿은 프로브를 노리다. 도재욱의 프로브는 송병구의 질럿을 잡는 데 동원되다.
경기시간 3분 04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경기시간 3분 05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07초, 송병구가 프로브 소환을 완료하다. 질럿을 1기 추가로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08초, 송병구의 첫 번째 질럿이 전사하다. 다섯 번째 질럿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09초, 도재욱이 프로브 소환을 완료하다.
경기시간 3분 11초, 송병구의 두 번째 질럿과 세 번째 질럿이 거의 시간차 없이 등장하다.
두 번째 질럿을 찍은 시간은 2분 32초였으니 정상적이었다면 2분 57초쯤에는 질럿이 나와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은 역시 인구수가 중간에 한 번 막혔기 때문이다.
경기시간 3분 16초, 송병구가 본진에 파일런을 소환하다. 도재욱은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19초, 송병구의 매너파일런이 파괴되다.
경기시간 3분 22초, 도재욱의 프로브가 등장하다.
경기시간 3분 23초, 도재욱의 질럿이 소환되다.
경기시간 3분 25초, 송병구가 본진에 추가로 파일런을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25초, 도재욱의 세 번째 질럿이 등장하다.
경기시간 3분 33초, 도재욱의 파일런이 소환되다.
경기시간 3분 34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도재욱의 프로브가 소환 완료되다.
경기시간 3분 37초, 도재욱이 프로브를 소환하다.
프로브가 뭉쳐다니기 시작하다. 송병구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질럿이 등장하다.
도재욱 본진의 위쪽 네 개의 미네랄에는 프로브가 거의 붙어 있지 않았던 건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야말로 도재욱의 본진이 완전히 난장판이 되고 만 것이다. 당연히 주도권은 송병구가 가져간 지 아주 오래.
경기시간 3분 38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경기시간 3분 41초, 도재욱과 송병구가 각각 프로브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45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경기시간 3분 46초, 송병구가 본진에 게이트웨이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3분 48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도재욱 본진에 있던 파일런이 파괴되다. 도재욱의 5번째 질럿과 생산된 프로브가 등장하다.
경기시간 3분 50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송병구의 질럿 한 기가 전사하다.
경기시간 3분 54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송병구가 계속해서 프로브를 생산하다.
경기시간 3분 57초, 도재욱이 프로브 1기를 잃다. 송병구의 질럿 두 기가 연이어서 전사하다.
경기시간 4분 02초, 송병구가 코어를 소환하다.
경기시간 4분 07초, 송병구가 가스를 올리다.
경기시간 4분 17초, 송병구의 프로브가 본진을 떠나 도재욱의 본진으로 향하다.
경기시간 4분 40초, 송병구의 본진 인근에서 도재욱의 프로브가 송병구의 프로브를 1기 잡아내다.
경기시간 4분 48초, 송병구가 가스러쉬에 성공하다.
아랫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던 도재욱의 표정이 이 모든 상황을 한 번에 요약해 주고 있다.
경기 리뷰 : 첫 5분의 대차대조표
사실상 승부는 여기에서 갈린 셈인데, 이 시점까지의 양 선수의 데이터를 대차대조해 보면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경기시간 4분 48초의 상황.
총 자원 채취량 - 송병구 3256, 도재욱 2584
맵상 인구 - 송병구 22(프로브 18 + 질럿 2), 도재욱 23(프로브 13 + 질럿 4). 잘못 센 게 아니라, 송병구 본진에 질럿이 한 기 나와서 그렇다.
유닛 손실 - 송병구 프로브 2기 + 질럿 4기, 도재욱 프로브 8기
자원 채취중인 일꾼 수 - 송병구 18, 도재욱 13
테크 차이 - 송병구는 이미 코어를 올린 지 오래, 도재욱은 코어는커녕 가스러쉬까지 당한 상황
교전에 소모된 자원 수 - 송병구 1200(게이트 2 + 파일런 2 + 프로브 2 + 질럿 5 + 가스러쉬 1), 도재욱 400(프로브 8)
교환비 - 최대 3 : 1. 그러나 송병구는 반섬맵에서 아주 후반에나 가야 쓸모가 있을 질럿을 잃은 것뿐이지만 도재욱은 잃은 게 모두 프로브인 만큼 실제 교환비는 3대 1이 아니라 오히려 1대 3이라고 해도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무형의 자산으로 테크가 빠른 데서 오는 이점(상대방의 캐논도배 및 더욱 늦은 테크 강요) + 자원 채취율의 차이까지.
아무리 교환비가 3대 1이고 전술적으로 도재욱이 이겼다고 주장할지언정, 전략적으로는 송병구의 완승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팩터가 한 가지 있는데, 예컨대 내가 1의 자원을 쥐어서 그 1의 자원으로 요격기 1대를 뽑을 때 상대가 10의 자원을 쥐어서 5는 요격기 5는 폭격기로 생산한다 치자. 그러면 최소한 내가 1 : 10의 교전비를 보여줘야 이야기가 되든 말든 한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도재욱이 교전비가 높으면 뭘 하는가. 전략적으로 송병구가 이미 우세인 상황에서 가스까지 쥐고 흔들면서 그야말로 완전히 전략적으로 몇 발짝 앞서나가 버렸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면, 이걸 생각하면 깔끔하다.
석유 없이 전차부대 굴릴 수 있겠나?
더욱이 자원이 제때제때 소모가 되지 않고 일꾼이 놀거나 파일런을 짓다 취소하는 등, 멘탈적인 측면에서는 송병구의 완승이었다.
경기 리뷰 : 첫 5분 이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멀티를 가져가는데, 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은 선택이라고 할 만하다. 어쨌든 송병구가 멀티가 더 빠른 것도 아니고, 또 시간이 지나면 본진에 황급히 올렸던 두 개의 게이트웨이도 자기 몫은 하니까(괜히 교전에 소모된 자원 수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말로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가스러쉬다. 보통 가스 100이 미네랄 150에 상응한다고들 하지만, 전장의 상황에 따라서 그 교환비가 치솟을 수도 있고 의미없을 수도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이 케이스에서의 가스 100은 도재욱 입장에서는 미네랄 1,000에 가깝다고 해도 모자랐을지도 모른다. 테크 늦지, 테크가 늦으니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상대방의 다크 템플러나 리버에 대비해서 포지 올려야지, 캐논 도배해야지, 그것도 멀티를 먹었으니 양쪽에다 깔아야지, 그렇게 손놓고 있을 수도 없으니 나도 테크 올려야지... 이래저래 안 그래도 자원 채취율이 떨어져서 허덕이는 통에 돈을 써야 할 곳은 엄청나게 많아지니.
그래서 송병구의 가스러쉬 한 방은 무형의 자산, 단순히 산술로만 따져도 후일 짓게 되는 포지 하나 캐논 둘에 파일런 하나까지 합이 550에다가 자원 채취율과 테크에까지 모조리 영향을 준 만큼, 최악의 대비라고 가정했을 때의 3대 1을 월등하게 상승시켜 주는 한 방이 되었다. 어렵게 이야기했는데, 다시 말하면 송병구의 가스러쉬 한 방으로 3대 1의 교전비가 끽해야 거의 1.3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약 5분 가량의 총 자원 채취량이라던지, 그 이후의 자원 채취율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 등은 모조리 무시하고 최대한 도재욱에게 이롭게 자원 상황을 해석했는데도.
하지만 송병구는 여기까지 수를 읽고, 무리하게 본진 플레이로 뚫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위에 있는 자원 채취율을 바탕으로 앞마당은 물론이고 삼룡이 멀티까지 먹어버리는 수를 감행한다. 그 정도로 하면서 테크를 올릴 여유는 충분히 있었고, 도재욱이 삼룡이를 따라가건 말건(실제로 곧 따라갔다) 어쨌든 테크가 빠른 훨씬 자신이 선제공격 혹은 견제를 감행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양날의 검이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좀더 대비할 시간 및 공격에 맞설 방어병력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
이러한 딜레마는 꽤 흔한 편인데, 엉뚱하게도 상륙작전에서, 그것도 방어측에게 비슷한 딜레마가 있다. 적에게 상륙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격퇴하느냐, 아니면 상륙할 시간을 주기는 주되 그 틈에 사방에서 모여든 병력들이 포위 섬멸하느냐의 고민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아군의 화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때, 예컨대 과달카날 전투에서 반자이 어택(이라 쓰고 삽질이라 읽는다)을 하는 이치기 대좌의 부대를 상대로 하는 미군 같은 경우라면야(즉 소수 부대로 적 다수가 상대 가능할 경우) 바닷가에서 작살내 주는 게 정석이지만, 적이 만만치 않을 때는 상대방이 교두보에서 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허용해서라도 멀리 있는 아군까지 소환한 후에 전면전에 돌입하거나 기동방어(일부러 적의 공세가 소진되기를 기다려서 기다리고 있던 기동부대가 후미를 파쇄하기 시작하면서 전선을 유지하는 방법)에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모에 전차학교》 4권 여기저기에서 발췌...인데 참고문헌을 봐도 그렇고 이런 류의 책답지 않게 의외로 내용이 상당히 충실하다). 송병구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그렇게 준비를 충분히 하고 설령 막힌다 해도 여전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되자 송병구가 견제를 시도하고, 이 때 송병구가 정확히 내려서 프로브를 7기를 선제로 잡아버리는 대전과를 거둔다.
더욱이 도재욱에게 뼈아팠던 것은 보통이라면 불발될 법한 스캐럽까지 터지는 바람에 추가로 3기의 프로브를 잃었다는 것. 여기에 본진에 있는 프로브 1킬까지 3타로 하면서 리버가 3방을 쏘고 11킬을 따냈으니 자원적인 격차는 안 그래도 심했던 것이 아주 극심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이후로는 잠시 소강 상태가 이어진다. 사실 도재욱도 카운터를 시도했으나 송병구의 레이더망에 걸린 상황이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재욱도 가려던 셔틀을 멈춘다. 그렇게 잠시 포화가 멎었다.
이에 도재욱은 일단 몰래멀티로 대응한다. 게다가 앞마당이 빨랐기 때문인지 아니면 선수 개인의 능력인지(이전까지 토스전 10연승 이상, 13연승인가 14연승인가를 달리던 도재욱인 만큼 개인의 능력에 대해서는 별반 의심할 건덕지는 없을 듯하다) 용케 맵상의 인구수까지 따라잡았다.
그야말로 폭풍 전야의 상황. 넓은 전장인 센터를 무대로 삼아서 크게 회전을 벌일 심산으로 양 선수 모두 중앙으로 가는 길을 뚫었다. 필경 좌측의 직통 루트를 뚫었다가는 좁은 길에서 병목 현상 및 포위 섬멸전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으리라. 어쨌든 회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디서 이야기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재경 해설이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20대 10 싸움은 못 이기지만 120대 100이면 100이 이길 수도 있는 것이 회전인지라...
선제공격은 결국 참다못한 도재욱이 감행하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허망한 종국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보면 도재욱의 드라군 세 기가 공격을 하는데 송병구의 드라군은 벌써 대여섯 기가 화력을 퍼붓고 있다. 즉 불룩한 활 모양의 적진에 아군이 창 모양으로 들어간 격이라서, 일단 단 몇 초만이나마 공격에 들어가는 도재욱의 진형이 아주 나빴다고 할 수 있겠다. 이후의 드라군들이 몰려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업그레이드 상황은 양군 모두 1/1업이었다. 게다가 이 회전에서 밀리면 그대로 본진까지 짓쳐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재욱의 행동은 결과가 나쁘면 종심의 깊이를 자기 스스로 얕게 만들어버리는 자충수에 진배없었다.
이 와중에 도재욱의 리버는 화력지원을 하지만 송병구의 리버가 화력지원을 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도재욱의 리버가 근접해 오는 질럿을 공격하는 등, 화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기회를 놓쳤다. 스캐럽 한두 발 정도 발사할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 직후 송병구의 리버도 화력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더구나 도재욱의 리버가 송병구의 리버를 향해 발사한 스캐럽을 송병구는 리버 아케이드를 이용해서 피해버렸다. 게다가 이 와중에 도재욱의 셔틀은 일점사당해서 잡혀버렸다. 리버는 살았으나, 리버가 살아도 셔틀 없이는 곧 터질 운명일 뿐이었다.
결국 도재욱의 리버는 모두 죽었지만 송병구의 리버는 2기가 셔틀까지 완전히 쌩쌩하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완전히 종말을 가져왔다.
아무리 도재욱이 몰래 멀티를 시도하고 있었으나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봐야 하는데다가, 이제는 리버가 있는 이상 본진과 본진 및 센터를 가로막는 에그를 깨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일 따름이었다. 리버 2기를 대동한 거의 동수의 병력을 리버도 템플러도 없이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인 이야기일 뿐이었다. 도재욱의 병력은 질럿이 많았는데 그 질럿들은 리버에 녹아내릴 뿐이고. 게다가 줄줄이 송병구의 본진에서 병력이 몰려오고 있는 이상 상황은 이대로 정리될 게 불 보듯 뻔했다.
템플러는 준비되어 있었으나 하필이면 또 사이오닉 스톰이 이때까지 개발이 안 되어 있엇던 터였다.
이것을 송병구의 그 가스러쉬의 여파라고 생각해 본다면, 실로 그 가스러쉬는 판세를 완전히 가져오는 한 방이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언덕 위의 템플러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적군이 몰려오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승리의 리버 아케이드 송병구!! 오늘 환상의 리버 컨트롤을 보여줍니다, 송병구선수!!"
- 김태형 해설위원
"예, 예, 송병구 선수가 이렇게 얘기를 하는군요. 어, 13연승, 14연승, 잘했어. 근데, 그 동안 나는 안 맞았잖, 안 만나지 않았니!!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에요, 지금!!"
- 엄재경 해설위원
"GG!!!!"
총평
딴 이야기를 좀 해 보면, 공수부대에 대한 이야기다. 에어본 어썰트. 보통 이제 2차대전 중의 공수부대라 하면 역시 팔쉬름예거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프랑스 침공 당시에 80여 명의 정예 공수부대가 5월 10일 에벤 에마엘(Eben Emael) 요새를 박살내버린 사건이 있었다. 주둔 중이던 벨기에군은 무려 1,200명이었는데, 다음날 증원부대가 오자 항복하고 말았다. 더욱 골때리는 것은 실은 이것은 독일군의 주공이 벨기에와 프랑스 사이의 아르덴 삼림지대, 즉 스당(Sedan) 방면이 아닌, 슐리펜 작전과 비슷한 움직임(네덜란드-벨기에 침공)을 보이는 B집단군이라고 광고하는 일종의 기만술이었다. 여담이지만, 재미있게도 히틀러는 그런 기만술 및 작전술적 메카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를 여기서 보여주는데, 그건 바로 스당에다가 공수부대를 떨구려고 했다는 사실. (《전격전의 전설》, p. 155)
또 다른 이야기로 볼짝시면, 영화 〈벌지 대전투〉가 있겠다. 물론 사실관계와 이것저것 좀 많이 다르다고 까이지만... 대표적으로 애초에 쾨니히스티거 사단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티거조차도 사단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이나 필살기성으로 투입하는 히든 카드 수준이었으며(《모에 전차학교》, 4권 p.70), 전차가 실제로는 스페인산 전차가 대역출현했다던가 등등... 그렇지만 공수부대, 아니 정확히 말하면 특수부대에 대한 건 나름대로 제대로 묘사해 두었다. 일명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라는 오토 슈코르체니의 교란작전에 말려들어가서 연대가 길을 잃어버린다던가 또는 다리를 폭파한답시고 있던 헌병이 알고 보니 독일군이었다던가(심지어 이들은 영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했다) 뭐 그런 등등... 스코르체니의 전공은 영화에서 공수부대의 것으로 넘어갔지만, 여하간 이런 공수부대가 성공적으로 강하해서 작전을 벌일 때 그 후폭풍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방금 보다시피 고작 80여 명이 천 명이 넘는 수비대가 지키던 요새를 박살내지 않았던가.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리그가 시작되던 극초기에, 4차관 빌드가 토스 대 토스전에서 횡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도 그 모티브가 된 경기가 바로 이 경기가 아니었을까. 상대방 근처의 본진에서 대놓고 상대방에 가깝게 병력을 소환하는 그 경기의 시초일지도 모른다(물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추측성에 가깝지만).
송병구가 도재욱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데 이용한 공수부대는 셔틀-리버도, 패스트 다템도 아닌 극초반의 프로브였다. 고작 미네랄 50짜리인, 화력조차 없다시피한 일꾼 하나가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한 전공을 거두었으며 승리의 밀알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경기는 그러한 공수부대작전에 가장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습게도 공수작전에 "공수 비행기" 또는 "공군"은 없었지만.
상대방이 생각할 수 없는 공수부대는 최고의 무기라는 것. 더불어
스타크래프트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것.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낸 한 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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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 vs 이윤열, Cengame MSL, U-B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