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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10 23:47:36
Name legend
Subject [펌]pc방 죽돌이의 스타리그 도전기
게임단 연습생 김남기
5분39초만에 GG라니… “버스 탔구나”
게임황제 임요환의 상상못한 전략에 혼쭐
외출금지·24시간훈련 허망
“좌절할 틈없어” 연습실로

[조선일보]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밀고 들어온 거지?”


경남 김해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온게임넷 G보이스챌린지리그 D조 승자전.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황제’ 임요환의 마린과 파이어뱃은 너무나도 쉽게 내 본진을 ‘박살내고’ 있었다. 확실하게 ‘버스를 탔구나(어이없이 무너지는 흐름을 비유하는 말)’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명의 관객들이 마린과 파이어뱃이 내 본진에 가하는 ‘만행’을 보고 ‘역시 황제’라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부들부들 손끝이 떨렸다. 겨우 5분39초. 난 힘없이 GG를 쳤다.



고향인 김해에서 가진 ‘황제’와의 대결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연습생으로 프로게임단에 들어온 지 이제 석 달. 연습생은 외출 금지에, 대회가 다가오면 밥 먹는 시간 빼고 10시간 넘게 오로지 ‘게임’만 한다. 테란과 한 판을 하고, 또 끝나면 다른 전략의 테란과 한 판을 하고…. 여름밤이 무덥고 형광등에 눈이 침침해도, 이를 악물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물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임요환의 게임 VOD도 모조리 찾아봤다.



그러나 모든 연습은 헛된 것이었다. 막상 임요환이 들고 나온 전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부끄럽게도, 끝난 뒤 VOD를 보고서야 내가 왜 졌는지를 알았다. 그래, 이게 ‘프로’였던 거다. 압박용 8배럭에 빠른 아카데미라니. 쳐들어온 마린 3기, 파이어뱃 3기, 메딕 1기 정도는 예상했지만, 스팀팩으로 속도를 업그레이드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사자의 모습을 봤다고 생각하자’. 애써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코끝이 찡해왔다. 친구들의 모습이 스쳐갔다. ‘프로게임’이라는 한 단어에 내 미래를 걸고 서울로 떠난 지 벌써 2년째. 제대로 연락도 못했지만, 고향 친구들은 내 이름 석 자를 게임TV나 웹사이트에서 알아보고 용케 체육관에 찾아와 무대 위에 선 친구에게 환호성을 보내왔다.



고향에서 나는 무적이었다. 98년쯤 김해에 PC방이 퍼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키드’가 돼 갔다. 그중에서도 내 손은 가장 민첩했고, 전략도 가장 뛰어났다. 친구들은 내 게임을 경이롭게 지켜봤다. 스타를 할 때 나는 무대에 선 주인공이었고, 곧 스타는 내 모든 것이 돼 갔다. 심지어 꿈에도 저글링이 뛰어다녔고, 꺼져 있는 TV 화면에서 게임 장면이 떠올라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다니던 ‘스피드넷’ PC방 아저씨는 1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스타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김해의 거의 모든 상대를 평정한 내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지역 대회에서도 심심찮게 상을 탔다. 자신감이 생겼다. 고등학교 1년 만에 부모님을 설득해 게임에 내 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님은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허락하겠다고 조건을 다셨고, 나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검정고시를 본 뒤 부산 동서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2003년, 드디어 서울로 상경했다. 2년간 이모집에 얹혀 살며 아마추어로 좌충우돌 게임대회에 출전하고, 프로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로 전전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선택’인 만큼 후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지난 2월 프로게임단 SOUL의 연습생이 됐고, 300대1의 피말리던 아마추어 예선을 거쳐 프로게이머의 첫 무대인 챌린지 리그에도 첫발을 디뎌봤다.



캐스터의 소개로 무대에 다른 프로선수들과 함께 소개되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프로게임단의 상징인 멋진 유니폼도 처음으로 입었다. 번쩍이던 조명에 눈이 부셨지만, ‘이제야 진짜 프로게이머가 됐구나’라는 느낌이 온몸 속에 퍼졌다.



황제와의 대결을 뒤로 하고, 다시 나는 침침한 연습실로 돌아와 내 로지텍 미니휠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내 ‘분신’이자, 수없는 프로와의 ‘승부’에 나와 함께 싸워줄 ‘보검’이다. 이 ‘보검’을 가지고 앞으로도 프로 게임의 정글을 헤쳐나갈 것이다. 좌절할 시간은 없다. 남들이 자신의 인생을 각자의 신념에 걸듯, 나는 내 젊음을 게임에 걸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한 길인 것이다.




음......김남기 선수.......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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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1 00:09
수정 아이콘
-_-)b 정말 굳입니다~
다음 뉴스 펌이군요^^
아 이거 김남기선수가 직접 쓴 글일까요? 너무 멋져요~!!
물론 기자들이 퇴고 조금 해줬겠지만^^;
기억의 습작...
04/06/11 00:56
수정 아이콘
멋지군요..김남기 선수...
듀얼에 진출했으니 꼭! 본선 올라가도록 노력하세요..^^
덧붙혀서..만원저그...-_-;;
04/06/11 10:05
수정 아이콘
아...멋집니다. 제가 저그유저이긴 하지만 임요환선수를 극도로 응원하는 팬인지라 김남기 선수가 졌을때도 좋아했는데 이런 멋진 모습이 숨겨져 있는 선수일줄은^^ 뭐 모든 선수들이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하겠지만서도 이런글은 가슴을 찡하게 하네요. 앞으로 김남기 선수 홧팅입니다~!!
04/06/11 17:20
수정 아이콘
멋지군요 김남기 선수 예전 MBC게임 팀리그에서 임요환선수를 물리칠때가 생각나네요 근데 이글 스포일러성이 -ㅅ-;
Reminiscence
04/06/11 17:42
수정 아이콘
나플님//LG IBM 엠겜 팀리그에서 임요환선수를 물리친 선수는 김선기선수입니다. 김남기선수는 그때 아직 데뷔하지 않았죠.
04/06/12 22:18
수정 아이콘
헉 ^-^;ㅋ 제가 착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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