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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15 21:50:35
Name 아트보이
Subject 정말 부끄럽습니다 ,,,,,
안녕하세요 , PGR21에 가입한 후 처음 글을 쓰는 것 같네요 .

부족한 작문실력이지만 ,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적어보네요 .

고등학교 2학년인 저는 할머니와 줄 곧 함께 살아왔습니다 . 누나는 고3이고 아버지
어머니는 늦게 들어오시고 , 저는 건강문제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
하는 관계로 , 저녁은 할머니와 먹기 일쑤입니다 .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자라온
저는 성장해 갈수록 할머니를 솔직히 ,,,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 연세가 드시면서
이것저것 시키시고 , 때로는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으로 트집을 잡으시고 , 귀가
어두운신지라 " 할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 소리도 못들으시고 , 나중에는 왜 인사를
안하냐며 꾸지람치시는 할머니가 솔직히 싫었습니다 .

그리고 오늘 ,,, 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베틀넷에도
들어가봤습니다 . 배는 고팠지만 챙겨먹기는 귀찮고 , 할머니께 부탁하자니 좀 그렇고 해서 그냥 과자로 때우려 했습니다 . 그런데 할머니께서 방문을 들어오시더니 , " 민우야 밥차려 놨다 밥 먹어라 ! " 하고 큰소리를 치시는 것이었습니다 . 또 " 할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 라는 인사를 못들으시고 화가 나신 모양입니다 . 어쨋든 저는 할머니방에서 할머니가 차려놓으신 간소한 저녁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 텔레비전은 항상 KBS1의 6시 내고향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 저는 짜증이나서 SBS를 틀었습니다 . 일본의 미각에 대해서 방송을 하더군요 . VJ가 어떤 내용을 보여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 그리고 마지막 VJ의 방송 ,,,

" 110세 할머니와 사위의 사랑 " 이라는 믿기지 않는 자막이 뜨는 순간 , 수저를 놓으며
피식하고 비웃었습니다 . " 110살 ? 그렇게 오래 산 사람도 있나 ? " 하며 반신반의하며
눈길이 쏠렸습니다 .

전남 고흥 , 110세 할머니 그리 건강하신 몸은 아니신듯 보였지만 , 그래도 의사소통등 가장 기본적인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배뇨는 가리실 수 있을 정도로는 괜찮으셨습니다 .
그런 할머니를 줄 곧 지켜주주는 77세의 사위와 70세의 딸이 있었습니다 . 그리 남을리 없는 살림살이 , 77세의 사위는 어떤 건설현장에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70세의 딸은 간단한 농사를 짓는 듯 보였습니다 . 그리고 할머님은 방에서 그런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이런것이 늘 되풀이되는 하루일상인듯 하였습니다 . 사위는 돌아오자마자 장모님인 할머니께 아픈곳이 없냐며 여쭈고 , 할머니를 위해 꽤나 먼 슈퍼에 까지 가셔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과자를 사드리고 ,,,, 머리를 손질해드리고 ,,,

그러던 하루가 되풀이 되던중 저녁녘쯤에 딸이 10개정도의 딸기를 들고 할머님을 드리려고 방으로 가지고 오더군요 . 그러나 할머님은 딸기하나를 드시곤 좀 처럼 딸기를 잘 드시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연신 문지방을 내다보며 사위가 돌아오길 바라보는 눈치셨습니다 . 그리고 밤 사위가 돌아오자 , 할머니는 품속에서 사위에게 " 나는 많이 먹어서 못먹겠어 " 하고 말씀하시며 딸기를 살포시 꺼내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을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 저는 순간 눈 시울이 붉어졌습니다 . 할머니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할머니 곁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

77세 나이든 사위조차도 자신의 부모도 아닌 장모님을 극진히 아끼는데 , 정작 18살 먹은
젊디 젊은 손자는 ,,,,,,,,,,, 할머니를 위해 그 작은 심부름조차도 귀찮게 생각했다니 ,
11년 째 학교를 다니고 배우면서 , 할머니의 함자조차도 한자로 쓸 줄 몰랐다니 ,,,,
정말 부끄럽습니다 ,,,,,

PGR21 여러분들도 저 처럼 못난 손자가 되진 않았는지 ,,,,, 걱정됩니다 . 오늘은 꼭 한번
할머님께 안부 여쭤보시길 ,,, ^ㅡ^; 저 처럼 부끄러운 손자가 되지 않으시길 ,,,,



    



P.S 글솜씨도 부끄럽네요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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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3/15 21:55
수정 아이콘
예~~
BoxeR'fan'
04/03/15 22:04
수정 아이콘
얼마나 멋지게 쓸 수 있는 글솜씨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자신의 진심과 진실이 담겨있는 글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기에 이 글도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Lenaparkzzang
04/03/15 22:22
수정 아이콘
할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씀과 함께 꼭 안아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저는 할머니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영영 이별했답니다.
할머니. 언제 가실지 모르는 나이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깨닫지 못하죠. 저도 그랬구요. 꼭 사랑한다는 말 하세요.
04/03/15 22:27
수정 아이콘
T^T 저도 항상 효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죠;;;
꼭 효도 하시길;;
전 할무니에 대한 안좋은 매우 안조은 추억이 있어서;;
프토 of 낭만
04/03/15 22:27
수정 아이콘
전남 고흥............. 제 할머니댁이 있는 곳이죠..
수려한 경치와 자연환경때문에 오래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흥에선 늙은 자식과 어미가족이 상당히 많죠..

아무튼, 효도하기엔 절대 늦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야 깨닫는 사람도 있는데, 아트보이/님은 그에 비해선 엄~청 좋은신 분이죠...^^
실없는소리
04/03/16 09:24
수정 아이콘
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ㅜㅜ
전라도에 사시는 저의 할머니는 절 볼때마다 다음엔 볼수있을까 라고 하시는데 전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할수가 없더군요 바보같이...
이번 방학이 시작되면 또 찾아뵈야겠습니다
싸이코샤오유
04/03/16 09:42
수정 아이콘
요즘.. 고등학생분들.. 글이 장난이 아닙니다 ㅡ ㅡ;;
PGR에서도 드디어 이윤열,최연성,이병민 급 고등러쉬가 ...
...
10년전쯤 돌아가신 할머님이 생각납니다.. 저를 무척 아껴주셨는데..
The Drizzle
04/03/16 17:46
수정 아이콘
저도 할머님을 모시고 삽니다만... 아니 생각해 보면 할머님께서 절 모시고 살아오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글을 보니까 뜨끔...하네요. 며칠전 밤에 가족들 전체에게 버럭(!) 하고 (제딴엔 머리가 굵어졌다고) 집을 나가서 새벽 늦게서야 들어온 적이 있는데... 할머니께서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으시고 기다리셨더군요. 아무말 않고 그냥 잤습니다만... 지금에 와서야 그동안 죄송하다고 말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말뿐일지도 모르지만... 효도해야겠습니다.
토스리버
04/03/16 18:39
수정 아이콘
이름이 저희 오빠와 같아서 순간 놀랐습니다.
게다가 저희집도 할머니와 함께 살거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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