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06 10:44:46
Name Sohyeon
Subject 홍진호선수와 나를 바라보면서.
꽤 이른 시각에 글을 올리네요.
오늘 수업을 쉬기 때문에...


홍진호선수를 보면서 제가 한 가지 느꼈던 게 있었습니다.

제 모습이 홍진호선수의 모습에 투영된 듯한...
아니, 거꾸로랄까요. 홍진호선수의 모습이 제 일상에 투영되었달까요.


이 글은 홍진호선수와 저의 지난 몇 년을 비교해 보는 글입니다.


지금 전 기숙학교에 있습니다.
이 학교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고,
또 잘한다 잘한다 소리도 3년동안 듣고 살았습니다.
홍진호선수가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명성을 날린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저는 학교에서 최고의 공부 마스터로 이름을 날렸죠.
허나... 홍진호선수가 결국 우승을 해 보지 못한 것과 같이,
저도 끝끝내 중학교 3년 동안 1등이라는 것을 해 보지 못하고 기숙학교로 들어갔습니다.
3년 동안 중간에 한 시즌(대략 중간고사 정도라고 할까요) 쉬기도 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본 것이 400명 중 98등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그 때 이후로 25등 밖으로 넘어가 본 적이 없지요)
10등 안에도 들기도 하고...
하지만 끝끝내, 끝끝내 1등은 하지 못하고 원하던 학교에 들어갔죠.


그리고...


무서운 슬럼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늘어만 가는 컴퓨터 사용 시간...
사실 또 컴퓨터는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문제는 문제죠.
게다가 그것보다도 전에는 그토록 재미있던 공부였지만
지금은 아니었습니다. 공부가 자꾸 손에 잡히지 않고...
안 그래도 인원수 적은 학교에서 성적은 자꾸 떨어져만 갔죠.
그래도 꾸준히 어느 한 과목에서 2, 3등급 정도는 받았습니다.
모의고사도 최선을 다해서 쳐서 수학은 항상 1등급을 받았었구요.

홍진호선수.
2004년 에버배 스타리그 이후로 이렇다할 큰 전적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스타리그에 올라오는 모습 보여주었습니다.
언젠가 홍진호선수가 인터뷰를 했었죠.
"스타크래프트가 재미가 없어질 때가 바로 슬럼프였다.
그리고 에버배 이후가 바로 그럴 때였다."


그러다가... 약 2년이 지난 후.


홍진호선수가 4강에 들고 결국 3위로 스타리그를 마감할 때,
저는 수능모의고사에서 오랜만의 언수외 1등급,
특히 모의고사 수학은 전교1등이라는 놀라운 모의고사 성적표를 들고 오랜만에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수학을 공부하는 맛이 나서 그 때 열심히 했던 성과였죠.
학교 들어와서 작년 2학기 때 엄청나게 떨어졌던 수학 점수도 다시 3등급으로 튀어오르면서 예전의 포스를 거진 회복했고...


그러나...


어제의 홍진호선수...
독기없이, 홍진호선수를 정말 사랑하는 팬으로서는 짙은 우울함과 비참함까지 느껴지는(전 그랬습니다ㅜㅜ) 어제의 홍진호선수의 모습...
테란전을 원래 잘했던 홍진호선수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테란에게 지는 것이 이제는 별 충격이 되지 못하는 듯한 홍진호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개월 동안 바닥 탈출을 위해서 그토록 노력했건만...
시험때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서... 서서히, 이제는 시험 점수가 안 나와도 무덤덤하게 느껴지더군요.
시험점수 원래 잘 나왔는데...
공부 최강이라고 회자되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건만,
이제는 그 최강들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다 보니까 이제 성적이 바닥이어도 별다른 충격이 없네요.
심지어는 제 전공예정 과목인 화학도 엄청나게 떨어지고...
바닥이어도 '그래 나 원래 이랬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생각,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겠습니다.
나는 잘 할 수 있다.
나는 1등 중의 1등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잘 하는 거 나라고 못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공부하겠노라고, 여기에서 약속합니다.

동시에 홍진호선수 역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옛날의 포스로,
새로운 포스로 돌아오기를 숙소에서 스스로에게 약속하셨으면 합니다.

저의 뒤에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저를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학생에 불과한 제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17만 진호동이 뒤에 있는 홍진호선수야 오죽할까요.
홍진호선수 뒤에도 역시 홍진호선수를 믿고 또 응원해주는, 저 같은,
그런 소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비록 몇 번 남지는 않았지만(이제 곧 고3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면 충분히 1등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홍진호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기회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면, 자신감을 되찾으면 아직 우승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그럴 것이라고... 간절하게 바랄 뿐이죠.


그래서, 홍진호선수가 지든 이기든 관계없이 너무나 강한 애착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진호선수...


꼭, 꼭 다시 부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오늘 아침에 제가 했던 생각을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부디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해 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06 10:59
수정 아이콘
흠 네... 꼭 최고가 되시길....진호선수도 님도.....언젠간 목표의 꼭대기에서 지금의 마인드 잊지마시길^^
silberio
06/11/06 12:20
수정 아이콘
꼭 약속지키시기를 바랄게요. 잠시나마 응원하고 갑니다^^
06/11/06 16: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홍진호 선수랑 Sohyeon님 화이팅~!!
06/11/06 17:38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이시군요. 1~2년의 노력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Sohyeon님도 진호 선수도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014 KTF 못지않게 SK T1역시 신예 발굴에 더 주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37] 다주거써6148 06/11/12 6148 0
27013 이윤열, 골든 마우스에 가장 다가선 남자 [49] Cozy6350 06/11/12 6350 0
27012 [잡담]중고차를 구입하며... [18] Diente4056 06/11/12 4056 0
27011 T1 again 2004 프로리그? [26] -ㅛ-)치힛~5972 06/11/12 5972 0
27010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서른네번째 이야기> [17] 창이♡4177 06/11/12 4177 0
27009 <심심해서 조사한 통계> 정말 스타리그는 신인리그인가? [27] 제로벨은내ideal4595 06/11/12 4595 0
27008 벼랑끝의 양팀의 승부! 삼성 Khan VS SKT T1 라인업! [546] SKY928345 06/11/12 8345 0
27007 이번 르까프... [24] 노게잇더블넥4764 06/11/12 4764 0
27006 PS3가 발매되었습니다. [36] elecviva5421 06/11/12 5421 0
27005 예선현장의 열기를 느껴보고싶습니다. [12] 못된놈4269 06/11/12 4269 0
27004 스카이(우주배) 프로리그 후기리그. 스파키즈 VS 르까프 OZ 엔트리. [359] SKY926242 06/11/12 6242 0
27003 스타에서 개인 타이틀전이 있으면 어떨까요? [3] 푸른기억4060 06/11/12 4060 0
27002 심심할때마다 하는 스타관련 잡생각 -1- [10] 볼텍스4163 06/11/12 4163 0
27000 과연 마재윤의 경기는 재미없을까요? [64] 수염부5707 06/11/12 5707 0
26999 아연이 에게 희망을 [6] 공고리4408 06/11/12 4408 0
26998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 선수 전성기 시절 전적 정리! [79] 마르키아르10236 06/11/12 10236 0
26995 워3리그의 가능성을 엿보다 .. [23] 4454 06/11/12 4454 0
26994 이제는 "마재윤의 시대"인가요. [24] sugar5518 06/11/12 5518 0
26993 워크3 초짜의 이틀동안 게임 플레이 감상문.. [20] 영혼을위한술5004 06/11/12 5004 0
26992 카멜레온이 경기을 지배한다 [1] 그래서그대는4274 06/11/12 4274 0
26991 결승후기 [2] 천령4451 06/11/12 4451 0
26990 엠비시 게임 결승전을 지켜본 저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10] 다주거써4510 06/11/12 4510 0
26989 마지막 파워 인터뷰 박찬호 선수편을 보았습니다. [5] 루크레티아4599 06/11/12 459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