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2/28 13:27:11
Name 네로울프
Subject 해의 남자, 달의 이야기 (1)

<해와 달> - 권가야

정확한 기억이지는 않다.
95년이나 96년 쯤이지 싶다.
대학 3학년, 바쁘다면 바쁘고 한가하다면 한가한 시간들.
때로 시간을 죽이러 다니던 만화 대본소에서 신간들을 기웃
거리다 센스 없어보이는 제목의 코믹스 한권을 집어들었다.
원체 책 읽는 속도가 더딘 편이라 만화 한 권을 읽는 데도
제법 30여분을 소요하는 나이기도 했지만, 그 날 난 그 센스
없는 제목의 코믹스 한 권을 들고 두 시간 여를 부들부들
떨었다. 살아 꿈틀거리는 팬 선과 감각을 몰입시키는 공간
구성, 투박하고 못생긴 등장인물, 냉소적이며 거친 대사들
그리고 난해하고 펄떡거리며 짓쳐들어오는 내레이션.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들의 입체적 완결성과 몰입도.
바로 권가야 작가의 데뷔작 '해와 달' 1권이었다.



[무림 최고의 자객이자 주인공 백일홍의 아버지인 백비]

전통적인 무협 만화이지만 권가야의 '해와 달'은 그 이상의
추구를 보여준다. 특히 존재와 관계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고찰을 지향하고 있다. 그 고찰이 깊은 성과를 획득하고 있
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의 진정성이 알몸 그 자체로 던져
져오고 있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죽은 낭랑의 시체를 일백여일 동안 끌어안고 잠든 백일홍]


아이큐 점프 첫 연재 당시 내리 여러번을 인기투표 꼴찌를
석권했던 작품이 '해와 달'이다. 사실 아이큐 점프의 주 구독
연령층을 고려해봤을 때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었다.
코믹스 단행본으로 5권까지 출간된 후(그 단행본 마저도 거의
철저히 일반 독자들에게 외면 당했지만), 그 내용 전개상 최소
단행본 20여권 이상 분량의 이야기가 남아있었지만 저조한 인기
때문에 조기 종결되고 말았다. 당시 단행본 출판사는 '서울문
화사'였던 것 같다.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당한 작품이었지만 권가야의 '해와 달'은
소수지만 일단의 팬무리에 의해 저주받은 걸작으로 끊임없이
한 켠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2001년 시공사에서
느닷없이 3권 편집으로 '해와 달'이 재출간 되게 된다.
일찍이 독자의 관심을 철저히 받지 못했던 만화가 몇 년을 흘러
재출간 된 사례는 아마 '해와 달'이 유일무이하지 싶다. 그 만
큼 권가야의 '해와 달'엔 평가할만한 어떤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 또한 최초 출간 되었던 단행본을 찾아 헌책방들을 들쑤시고
다녔지만 소득이 없어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재출간은 가뭄에
단비였고 놓칠새라 구입했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한국 만화 역사상 최고의 데뷔작으로 평가
되는 '해와 달'은 이 처럼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우리 곁에 남
았다.

주머니에 넣은 송곳은 결국 삐져나오기 마련이라던가!
권가야는 이 작품 이후 발표한 '남자이야기'로 ‘오늘의 우리
만화상’과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을 받게된다.

                           .........2편에서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Heart of Winter
06/02/28 13:58
수정 아이콘
저도 이 만화 아이큐 점프 연재할 때부터 봤는데, 지금까지도 베스트 5 중의 하나로 꼽는 만화예요...
Den_Zang
06/02/28 14:15
수정 아이콘
이거 보고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릴뻔했다는 ;; 진짜 인생의 의미에 대한 한부분을 보여주는 만화 ㅡ_ㅡb 강추~
토스희망봉사
06/02/28 15:46
수정 아이콘
저는 맨 처음에 이 만화가가 일본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권가야라는 이름 부터 좀 재일 교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나고 한국에서는 볼수 없던 독특한 세계관과 수준높은 만화 였습니다.
90 년 중반에 저런 만화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였죠 다만 친구들은 어둡다고 싫어 하더군요!
06/02/28 18:53
수정 아이콘
역시나 저주받은걸작이 될수밖에 없었던...당시 IQ점프에서의 연재...
적어도...영주간지서만 연재되었어도(혹은 성인지...이당시에는 2종가량 있었던거로 기억합니다. 세주문화쪽하고 서울문화사쪽) 적절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해서 대작의 끝을 볼수 있었을텐데...
5권 마지막에서의 나레이션으로 만화의 절정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지어버리는 센스라니...후...
하지만 이후에 그리신 남자이야기 역시 정말 대단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척박한 만화토양이 작품연재를 막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남자이야기의 마무리를 최고로 바라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1420 MBC 게임은 해설자들이 너무 흥분을 안해서 재미 없어요.. [28] Radixsort4029 06/03/03 4029 0
21419 스타리그에는 임요환선수만 있습니까? [51] 자유로운 나4172 06/03/03 4172 0
21418 나는 일편단심 프로토스 ... .. [7] 파라토스★3562 06/03/03 3562 0
21417 안기효, 이제 무관심에서 탈피할수 있을까? [23] SEIJI5039 06/03/03 5039 0
21416 PSL..피씨방 스타리그.. 정말 하나 만들면 안될까요? [22] 마르키아르4003 06/03/03 4003 0
21413 오늘 경기 외적으로 궁금했던 점 하나 [11] viper3958 06/03/03 3958 0
21412 신한은행 스타리그 결승전 행사장 안내 [3] 윤인호3760 06/03/03 3760 0
21411 나는 문제 없어!!!!! [8] 가루비3761 06/03/03 3761 0
21410 5경기 임요환선수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92] 심장마비5102 06/03/03 5102 0
21409 차기 듀얼 1라운드 스타리그보다 더 관중많을듯 [17] 초보랜덤3856 06/03/03 3856 0
21407 오영종의 저주?? [9] 수미산3627 06/03/03 3627 0
21406 강민의 스타리그 2년만의 진출, 그리고 임요환의 탈락 [51] SEIJI6198 06/03/03 6198 0
21405 러커 최후의 데미지, 그 진실은? [17] Jnine3911 06/03/03 3911 0
21404 아스트랄 임요환의 진가....+_+(스페셜포스) [33] 못된녀석4052 06/03/03 4052 0
21403 듀얼 중계진분들께 보내는 편지... 화이팅! [12] 잠자는숲속의3903 06/03/03 3903 0
21402 구관이 명관이다?(듀얼 E조) [100] kama5172 06/03/03 5172 0
21400 사랑도 습관이다? [6] 아자뷰3930 06/03/03 3930 0
21397 데이터로 미리보는 신한은행 스타리그 결승전 [30] lotte_giants4730 06/03/03 4730 0
21395 인터넷이 키운 게시판 악플문화...익명성이 문제다. [16] 다크고스트4514 06/03/03 4514 0
21394 이 질럿이 사는 법 [7] legend4604 06/03/03 4604 0
21393 여러분 행복하신가요? [13] Timeless4003 06/03/03 4003 0
21392 골든마우스? 그래, '빼앗으러 왔다' - 박성준 선수 응원 글 [31] Blind3774 06/03/03 3774 0
21389 항상 소외된자 그 이름 투신 [39] 싸늘한웃음3822 06/03/03 382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