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0/09 22:01:37
Name 윤여광
Subject [yoRR의 토막수필.#0]고로 이러함은
*다소 시비적이고 상스러운 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너그러히 용서해주시기 바랍나다. 문제시 삭제하겠으며 맞춤법 태클은 언제든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원문은
<http://paper.cyworld.nate.com/paper/paper_item.asppaper_id=1000033288&post_seq=847970>입니다. 욕설이 포함되어 필터링한 단어가 있어 원문을 표기합니다. 원문의 작성자 역시 저입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1년은 넘었다. 내가 지금부터 추억하고자 하는 일은 2004년 08월 09일 오후 7시. 오래됐다면 오래된 시간이고 짧다고 하면 또 짧은 개똥같은 인생살이 한 부분이 아니랄까봐 애매한 추억이다. 졸업한 이후 두번째로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추고 인원을 모았던 지라 이 놈의 손들 꽤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 한잔 못하는 샌님부터 벌써부터 도가 튼 본좌에 이르기까지. 구성원은 참 다양하다. 원래 그렇다. 재밌는 집단이라는 것은. 각기 다른 개성이 충돌없이 무난하게 어우러지는 것. 그리고 벗이라는 인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그 날을 참 즐겁게 만들었던 것 같다.

원래 벗들을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는데 무슨 명분이 필요하랴. 그저 기분이 우울하면 보는 것이고 여자에 치이고 교수에 치이고 부모에게 치이고 개똥같은 돈다발에 치이고, 여기 저기 상처만 받는 20살의 나이에 소주 한 잔 받아줄-같이 마실 필요도 없다-손 하나 있으면 그 보다 힘이 되는 것은 없다. 18 18 하는 거친 내 주둥이를 소주로 막아주는 내 눈 앞의 벗. 그 날도 그랬다.

같이 대학에 가는 길을 마다하고 욕심을 이기지 못해 다시 한 번 도전의 길을 걷는 친구 두 놈. 수능까지 남은 날짜 100일. 종이 몇 장으로 인생 반을 결판내야하는 개같은 현실에 어깨 축 처진 두 놈. 그래서 모인 동창들. 하나 둘 모이는 시간. 지루하지 않다. 그저 기대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아직도 멍한 얼굴로 변한 친구들을 바라보는 그 두 놈이 안스러웠다. 연거푸 들어가는 소주에 모두의 얼굴이 벌개지고, 몇몇은 화장실로 달려가 더러운 대변기를 붙잡고 손가락에 똥딱지가 뭍는지 구토물이 묻는지도 모르는채 쏟아내고 그래도 정신이 남아있던 나는 미친듯이 '개새꺄 너는 내 친구야 개새꺄 ' 얼핏 들으면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래도 그 어지러웠던 밤이 기억나는 것은 절대 잊으면 안된다는 알 수 없는 의지 때문이다.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그 때 내 입에서 나왔던 ** ** 하던 소리는 맞지도 않는 대학에 진학해서 외로움과 답답함에 혼자 헤메던 나 자신에 대한 유일한 안식처가 그들 뿐임을 그제서야 깨달았기에...21살짜리가 '한'이라고 하면 우스울 지 모르겠다만, 감히 말해본다. 그 '한'때문이었다고. 머리털 끝에서 똥구멍 털을 거쳐 엄지 발가락에 3가닥 난 털 끝까지 맺현던 답답함을 동반한 외로움이 내 눈앞에 벌개진 얼굴로 헤벌레 웃고 있는 친구를 보니 미친듯이 녹아내려가기에 그 시원함을 이루어 말로 표현 할 수 없어 튀어나왔던 말이 **이라고. 그러니, 나를 저속한 놈이라 욕하지 말아달라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말이다. **...이라는 말은.

친구란 참 웃긴 존재다. 빌린 5백원을 갚네 마네 하는 일로 이빨 5개가 작살날 만큼 주먹 다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불치병에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친구 놈이 회 한 점 먹고 싶다는 말에 바로 공사판에 달려가 몸뚱이 굴려 번 돈, 추운 겨울날 바다라고 무슨 회가 있겠냐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까운 동네 차도에 세워진 작은 활어차를 마다하고 뛰어서 30분이 넘는 비싸빠진 경포대 횟센터에서 그래도 좋은 거 먹이겠다고 우럭 하나 없는 시간 흘러가는 것 아까운 것도 마다한채 뼈까지 잘 발라내고 초장까지 챙겨서 다시 달려와 땀이 범벅이 된 채로 '자 회다. 먹자. 소주도 사올까?'라고 묻는게 친구다. 나에겐 전자와 후자의 친구 모두다 있지만 때로는 그 양쪽의 친구 모두가 나를 괴롭힐 때가 있지만. 그들이 나에게 남기고 가는 업보가 나는 즐겁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목표 이외에 한 가지 더 이뤄야 할 목표가 끊임없이 생기기에. 심장이 뛰고 근육이 긴장하며 뇌가 사고하면서 만들어지는 내 행동의 이유가 절대 없어지지 않는 무한의 에너지가 되기에. 그저 우스울 뿐이다.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딱히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인간 관계가 나에게도 있구나 하는 사실에. 그리고 그 우스움이 사라질 때 즘 조용히 깔리는 목숨을 내놔도 아깝지 않을 감사한 눈물이 흐른다.

나에게 친구는 모든 감정이자 1초 1초 흘러가는 시간이며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다.

고로 이것은 감히 나의 삶이라고 볼 수 있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10/09 22:45
수정 아이콘
허메.. 이 글 엄청나네요.
05/10/09 22:54
수정 아이콘
실례가 안된다면 제 개인 블로그에 담아도 될까요?
뭔가 가슴속이 싸~ 해지는 글인지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지네요.
초록추억
05/10/09 23:02
수정 아이콘
엄청 잘 쓰시네..
초록추억
05/10/09 23:03
수정 아이콘
작가 지망생이십니까 -0-??
레지엔
05/10/09 23:38
수정 아이콘
후우-_-; 걸죽합니다 음.(응?)
저랑 비슷한 연배(아마도 동갑이거나 님이 한 살쯤 위로 추정..)신 듯 하네요. 지금 친구랑 같이 읽고 소주마시고 있습니다ㅋ
윤여광
05/10/10 00:40
수정 아이콘
탈출님//예. 출처와 원작자만 표기해주시면 괜찮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록추억님//네. 드라마 작가 지망생입니다.
레지엔님//허허. 저는 올해 21살입니다만....연배까지 가기에는 조금 젊지 않을까요. 어허허.
WizardMo진종
05/10/10 01:04
수정 아이콘
술생각 나게하시네요...
WizardMo진종
05/10/10 01:04
수정 아이콘
추게로
05/10/10 01:05
수정 아이콘
출처, 원작자 남기는건 기본 센스라 염려 없으셔도 되겠습니다 :D
05/10/10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추게로 한표 던집니다.ㅡㅡ/
마동왕
05/10/10 02:00
수정 아이콘
엄청난데요.. 200% 공감하고 있습니다-_-;; 하하하,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요?^^;; 글의 전달력 및 이해력 또한 엄청 뛰어나시고.. 대단하십니다!
SlayerS_[Dragon]
05/10/10 03:22
수정 아이콘
추게로...좋은글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댓글잠금 통합 규정(2019.11.8. 개정) jjohny=쿠마 19/11/08 377212 0
공지 게임게시판 운영위원회 신설 및 게임게시판 임시규정 공지(16.6.16) [3] 노틸러스 15/08/31 447802 4
공지 공지사항 - 게시판 글쓰기를 위한 안내 [29] 항즐이 03/10/05 610867 13
79798 [LOL] 데프트의 6분 젠지론 [18] Leeka2303 24/06/29 2303 3
79797 [LOL] 악당 출현! 티원 홈에 케이티의 깃발을 휘날리다 [220] Leeka6882 24/06/29 6882 14
79796 [PC] (스포)엘든링 dlc 후기 [10] 타시터스킬고어1415 24/06/29 1415 1
79795 [LOL] 사우디컵은 14.13으로 진행됩니다 [26] Leeka3714 24/06/29 3714 2
79794 [스타1] (종합) 2024년 상반기 스타크래프트 방송 결산 [5] 김재규열사3243 24/06/29 3243 4
79793 [LOL] 젠지 올해 성적에 따른 역체xx 변화 [77] 잘생김용현6356 24/06/28 6356 1
79792 [LOL] 젠지, 서머 최단시간 기록 갱신과 함께 사우디컵 휴식기 전 전승 달성 [32] Leeka5546 24/06/28 5546 0
79791 [LOL] e스포츠팀 마케팅에서 T1홈그라운드가 가지는 의미 [17] 노틸러스4845 24/06/28 4845 8
79790 [LOL] T1 홈 그라운드의 묘미. 치어리더 대전 [51] SAS Tony Parker 7294 24/06/28 7294 2
79789 [LOL] T1 홈그라운드 관련 E스포츠 공정위 문의 결과 [101] Leeka7544 24/06/28 7544 1
79788 [LOL] 정부, e스포츠 토토 부정적 입장 전달 [26] 종말메이커7412 24/06/28 7412 6
79787 [모바일] 이번 여름은 설산이다.. (명조 1.1업데이트 승소산에서 울렸던 경칩 소리) [22] 대장햄토리2922 24/06/28 2922 0
79786 [스타2] 이스포츠 역사에 남은 짤이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2] MiracleKid4115 24/06/28 4115 8
79785 [LOL] 재미로 보는 젠지 경기를 제외한 픽들의 승률 [21] Leeka3850 24/06/27 3850 3
79784 [LOL] EWC 한국어중계 중계진이 확정되었습니다. [70] Rated8350 24/06/26 8350 9
79783 [LOL] 타도 젠지를 잠시나마 꿈꾸게 해준 한화생명. 고생했다 [156] Leeka12785 24/06/26 12785 4
79782 [LOL] 사우디컵 아프리카 뷰잉파티 상세 안내문 [5] 매번같은5738 24/06/26 5738 1
79781 [LOL] SOOP ( 아프리카 tv ) EWC 중계합니다 치지직은 중계 x [25] Rated5395 24/06/26 5395 2
79780 [LOL] 현 시점 기준 사우디컵 우승 배당 & 8강 매치 배당 [15] Leeka5675 24/06/26 5675 0
79779 [LOL] 글로벌 중계진들의 순위 예측 [15] Leeka3619 24/06/26 361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