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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12 09:11:43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강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여름이 되면 소양강의 강물은 더욱 시리게 느껴진다. 소양호의 깊은 수심 덕인지 소양강

의 물은 아주 차고 시리다. 작은 산들바람에도 강가에서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아주 무더

운 여름날 강가의 그늘을 찾아들어 바람을 세며 가끔은 시간의 무심함을 탓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어렸을 때 소양강 다리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던 석양

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강이 휘도는 삼악산 봉우리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은 거친 구름을

붉게 달구고 한껏 기세를 올리는 마지막 불꽃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석양이 쓸쓸하고 외롭고 조용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

히 여름의 석양은 그 긴 뜨거움만큼이나 화려하기도 하다.

강과 산이 많은 동네에 살면서도 난 헤엄도 모르고 등산도 귀찮아한다. 그저 지켜보는 아

름다움으로 만족하고 만다.

겨울은 겨울인 것이 여름은 여름인 것이 가을은 가을인 것이 봄은 봄인 것이 썩 어울리는

모습이다. 시간을 내어 이미 익숙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생각하지

만, 어쩌랴 살아가는 것의 여유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것들 속

에 숨어있는 것을..

휴가 기간동안 결국은 서울에 가서 술 한잔 한 것이 한 일의 전부가 되었다. 컴퓨터를 쓰

는 시간도 줄이고 게임하는 시간도 줄이고 생각을 하고 약간의 공부를 하고 무엇보다 지나

가는 시간의 풍경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강가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 노란 가

로등들이 이쁘게 줄을 선다.





아! 집에까지 언제 걸어가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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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moon
05/08/12 09:25
수정 아이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은 굿입니다...
형광등™
05/08/12 09:51
수정 아이콘
안보인다 싶으셨더니 휴가갔다 오셨군요.
갔다오신 기념선물을 좋은 글로 해주시네요. 잘봤습니다. ^^
05/08/12 10:25
수정 아이콘
총모 님의 글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무엇인가... 딱 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총모님의 열광적인 팬이 되지 못하는... 뭔가가 뭐지? 하고 항상 아쉬워했었는데,

오늘 찾았습니다.
'강과 산이 많은 동네에 살면서도 난 헤엄도 모르고 등산도 귀찮아한다. 그저 지켜보는 아름다움으로 만족하고 만다.'

^^ 그래도 총모님의 글은 정말 언제나 '굿' 입니다.
05/08/12 10:48
수정 아이콘
저도 한 동안 안 보이시길래 궁금했었는데 휴가 다녀오신거였군요 ^^
LogicPowerII
05/08/12 11:59
수정 아이콘
이정표 없는 거리 3번만 부르시고, 담배 몇개 피우시면...;;
05/08/12 16:22
수정 아이콘
얼마전 십년넘게 살아온 춘천을 등지고 온 저로써는 그 풍경이 생생하네요 ㅠ_ㅠ 흑, 향수병이 다시 도져 버리겠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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