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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03 18:37:06 |
Name |
kamille_ |
Subject |
[공모] 패배자 |
조용히,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미 너무 기울어 졌다. 그의 드라군들은 좁은 나의 노스텔지어 입구를 막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마우스에서 손을 떼기는 싫다. 질것이다. 아니 진다. 포위진을 형성하고 있는 드라군의 띠, 그것을 뚫고 나올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혼신의 힘으로 포위망을
뚫어내 전술적 차원에서 승리를 얻은 후 내 눈에 보이는 노스텔지어는 사경이리라.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있다면 나의 미네랄 카운트는 곧 0을 향해 달려 갈 것이고,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이 나에게 몰아닥칠 것이다. 이대로 갇혀 있을 순 없다. 남은 자원으로 최대한 타이밍을 끌어 내서 멀티를 늘이고 있는 그에게 한방 먹여줘야 한다. 이대로는 내가 너무 우스워 지지 않는가.
그의 포위망은 반원의 포진으로 내 입구에 서있다. 물론 포위망자체의 병력은 본진의 나의 병력에 비할 것이 못 되지만 진형이 너무 불리하다. 어떻게든 저 포위망을 무너뜨릴 요소가 필요하다.
리버, 리버가 필요하다. 때 마침 기계음과 함께 셔틀이 나왔다. 아무것도 태우지 않은 채 포위망의 시야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정도로 이동을 시켰다. 다행히 그는 포위망을 이루고 있던 드라군을 이동 시켜 셔틀을 격추 하려 했다. 덕분에 포위진은 이그러지기 시작 했고 최대한 도망치던 셔틀이 격추되는 순간 그에 비례해 그의 진형이 최악으로 망가진 타이밍이 왔다.
기회는 이 때 뿐이다. 드라군 제 1 부대, 드라군 제 2부대를 입구 밑으로 진군 시켜서 포위병력을 손쉽게 잡아 냈고 그의 본진을 향해 전진하려 할 때, 옵저버가 두 개의 다리에 제 2의 포위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알려 왔다.
참담한 기분, 이미 한번 당한 빈 셔틀 페이크에 당할 그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병력으로 다리를 건너려다간 최악의 효율로 전멸당할 뿐이다.
노스텔지어, 아련한 향수와 같은 그 곳. 그의 본진에 가야만 한다.
옵저버를 이용해 최대한 앞마당 근처, 나의 주 병력이 있는 곳의 옵저버를 잡아 주었다. 병력의 움직임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난 드라군 2부대를 옆길을 통해 그의 본진으로 우회시켰다.
우회는 성공적이었다. 그의 두 개의 다리를 건너기 직전까지 그의 병력과 마주치지 않았고, 그의 주 병력들이 나의 본진으로 육박하지도 않았다. 그의 앞마당은 무시해도 된다. 게이트웨이를 점령해야 한다.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 드라군들은 이미 그의 본진위를 점거 했다. 동행한, 아니 사실 실수로 데려온 프로브로 그의 다리 입구에 파일론을 최대한 잔뜩 지었다. 이미 실패한 다음의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제서야 그의 주 병력들은 회군하기 시작 했다.
그는 나에게 그녀가 좋다고 말했다. 어느 날 밤,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신 어느 날 밤.
그의 본진엔 포토캐논이 몇 개 있다. 하지만 그것은 리버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일 뿐 현재 나의 병력에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최소 병력으로 캐논을 제거하고 대부분은 게이트와 프로브를 공격했다.
그의 본 병력의 회군이 느리다.
게이트 지역을 점거하고 앞마당을 제거한다면, 최소한의 가능성은 생길 수 있다. 물론 주 병력들이 안전하게 돌아가거나 다른 멀티를 공략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드라군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드라군들을 둘러싼 프로브는 얼마 없다. 아니, 이 정도 수의 드라군이면 에스씨비로도 막기가 녹록치 않다. 그런데 나의 드라군들은 빠르게 녹아 내리고 있다.
캐논은 드라군을 공격하지 않았다.
전술적 차원의 우연은 전략적 차원의 필연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드라군과 동행한 옵저버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의해 드라군들은 녹아 내리고 있다. 나의 마지막 병력. 나의 마지막 기회. 나의 마지막 의지.
우린 아마추어다. 그것도 평범한 아마추어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우리의 경기에 조차 명분과 의지가 존재한다.
대장이란 자리의 중압감. 자신만이 남았다는 공포. 팀의 패배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 그에게 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는 나.
그녀는 나에게 등을 보이고 사라졌다. 유난히 햇살이 따사롭던 그 날.
키보드의 1과 2를 아무리,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해서 눌러본다. 앞이 새하얗다. 이젠 완전히 끝이 난거다. 그의 주 병력들은 회군하지 않았다. 중간에 기수를 돌려 나의 본진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졌다. 나의 팀은 그의 팀에게 졌다. 화려한 승자 뒤엔 언제나 패자가 존재한다. 이번의 나는 패자의 위치일 뿐 이다.
그녀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날.
gg. 패배자일 뿐이다. 너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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