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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26 07:59:29 |
Name |
퉤퉤우엑우엑 |
Subject |
[공모] his mouse-1부 3화, 출전 |
기연은 자신이 얻게 된 마우스-상당히 특별한 마우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기연은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의 온라인 상에서 고수로 이름 나는 것이 희망사항 중에 하나이다. 그것도 그저 평범한 고수가 아닌, 비밀스러운, 다른 사람들은 그의 아이디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베일이 감춰진 비밀스런 고수가 되어서 사람들의 이목과 호기심을 끌고 싶다는 것이 기연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전제조건이 갖춰졌다.
"다녀왔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지만 습관적으로 집에 들어오면 인사를 한다. 문을 닫고나서 잠그고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둥 마는둥 하고 바로 컴퓨터를 향한다. 배틀넷이 들어간다.
기연은 그 상태에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아이디. 자신이 원래 쓰던 아이디로 하자니 뭔가 불편했다(자신의 이름을 적은 ckrldus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민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 한 그럴수도 없지 않은가. 싱글 플레이를 해서 불러내어 물어볼지, 그냥 자신이 아무렇게나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전자는 귀찮다' 는 결론을 내리고 후자를 택했다. 몇초간 고민하던 그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집어넣어 아이디를 적었다.
NanBlue.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관문을 거쳤다. 아이디는 됐으니 이제 배틀넷상에서 자신이 바라던, 은둔적인 고수가 되는 것만 남았다. 기연은 바로 게임에 들어간다. 오늘 하루만에 이름을 떨칠 수는 없을지라도 1주일 정도면 될 것이다. 기연은 첫 경기를 시작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미래를 생각하니 즐거웠기에. 그리고 오랜만에 민이 나왔는데 울상을 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1주일이 지났다. 매일 죽돌이 수준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1:1을 100판 해봐야 100명에게 알려지는 것일 뿐이고 상대가 자신의 아이디를 보고 외울 가능성도 희박하다. 기연도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결책을 강구했다.
'더 해볼까? 아니, 그래봐야 헛수고야. 그럼 어떻게 하는게 효과가 크지? 그래, 아마추어 고수들이랑 하면 돼. 프로게이머하고는 못하더라도 고수들만 골라서 이겨주면 적어도 지렁이 뉴스에는 나오지 않을까.'
기연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배틀넷에 들어갔다. 자신의 전적은 118승 0패. 볼적마다 자랑스럽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고수채널이 어디지?
처음부터 크나큰 문제에 부딪혔다. 사람 많은 채널에 있으면 길쳇 홍보가 오겠지, 라고 생각이 스쳐갔지만 길드라고 뭐 다 고수인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pgr21, 파포, 함온스, 스갤 등의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채널을 찾거나 자신이 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어디를 먼저 갈지 고개를 숙이고 고민했다. 그리고 바로 알트탭을 누른다. 또한 그 때문에 보지 못했다. NoVa_toosin이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pgr21에서는 눈팅족이었기에, 가입을 오늘 했기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누가 채널을 적어서 올려놓은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는 이미 가입이 되어있었기에 모두 글을 올려놓았다. 기대하며 200승을 목표로 잡고 다시 공방에 들어간다.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의 글은 이미 홍보글에 맨 위로 올라가버려서 볼 수 없었다. 있었다 해도 못 알아봤을 기연이지만.
하루가 지나도 자신의 글엔 '사람많은 채널에 홍보하세요' 라는 리플만 달릴 뿐이었다. 그건 이틀, 사흘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언제부턴가 그 글을 확인하지 않게 되었다.
기연은 그러면서도 공방에서 계속 밀리는 하고 있었다. 레더도 했지만 속도의 압박에 못이겨 딱 두판만 했을 뿐이다. 누가 내 전적을 본다면 프로그램으로 돌린 줄 알겠지, 라고 생각해서 소개란에 아니라고 쓰려다가 오히려 오해만 증폭시킬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렇게 몇칠이 더 지났다. 어느새 NanBlue 아이디의 전적은 300대에 달했다. 패는 당연히 0패. 간혹 미네랄 핵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럴 때는 알자마자 빠르게 나감으로써 패를 면할 수 있었다. 딱 한번 빨리 알지 못해 한 적이 있지만 리버로 끝나버렸다. 아마 맵핵까지는 안 썼던 모양이다.
300승이 넘자, 자신에게 1:1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연은 모두 이겨주었고 적어도 Brood war game채널의 몇명에게 만은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공방에 갈 필요가 없었다. 채널에만 있어도 알아서 계속 신청이 들어오니까.
어느 정도 유명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문득 생각났다. 자신이 추구했던 은둔적인 고수, 즉 아이디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없는 고수는 온라인 상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아이디를 제외하고 뭘 더 알 수 있는가. 그러고보니 자신의 무식이 찬란했다고 여겨졌다. 일단 고수로 조금은 알려졌으니 반은 이뤘지만-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 밖에 모르기도 하다-.
한달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기연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채널에만 들어가면 그를 알아보고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도전장을 내밀었다. 언제나 이겼고 그 만큼 유명세는 더해갔다. 그렇게 여유가 생기자 그는 그것이 기억났다. 바로 고수채널을 찾는 글...
그렇게 많이 궁금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은근히 기대가 되어서 한번 리플이나 확인해 보기로 했다. 세개의 글 중 둘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리플은 10개가 되지 않았고 채널에 홍보하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달랐다. 채널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한판 하자고 적어 놓았다. 그의 닉네임은 'too辛'. 적어도 기연의 생각엔 재밌는 닉이었다. 아이디 역시 적어놓았다. 쉬운 아이디였지만 혹시 한글자라도 틀릴까 해서 종이에 적었다.
NoVa_toosin.
p.s으아...드디어 쓰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빠른 연재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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