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는 사실 MIdian 때문에 쓰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Thx, Midian :)
1. Beginning
첨엔 이게 뭔지도 잘 몰랐고..
Brett Dixon이라는 담당자와 MSN하면서 조금씩 알게됐습니다.
출전하기로 결정을 하긴 했는데.. 막막해서,
간만에 세계 여러나라 선수들 (많이도 바뀌어있더군요) 리플레이를 구해다가 보면서 슬슬 시동을 걸었습니다.
한국에서 FF와 YG가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연락을 취해 함께 하고 싶었지만 FF담당자 포카리님(기자님)은 잘 연락이 안되었고..
YG의 담당자 kkong(혹은 피지알 후로리그의 헬리제)은 오히려 절 먼저 찾아와서 의기투합. 모종의 뒷거래... 는 아니고 함께 선수들 분석도 하고 드래프트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한국애들을 뽑아야 한다느니.. 누구는 고평가 누구는 저평가.. 누구는 어떤 스타일이고..
그래봤자 맵이 저그맵이니.. 꽤 솔직한(?) 이야기들을 남발하면서 슬슬 재미가 붙게 되었죠.
2. Draft
드래프트 당일.
아무래도 전 오래 쉬었던 터라, kkong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좀 갑작스럽게 대회가 진행이 돼서 드래프트날, 엑셀을 띄워놓고 적어가면서 허겁지겁 영어를 쫓아가는게 버거울 정도였죠.
8개팀, pgr은 5번시드, YG는 7번시드. FF는 8번시드.
완전 망한 거죠. ... YG와 함께 좋은 선수를 미리 뽑자는 계획은 그냥 물건너 가고,
번번히 노렸던 선수들 (코시로, 템페스트가 대표적... 하지만 코시로는..)은 앞에서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1번 시드가 되어도 뽑으려고 했던 Nal_keke님이 남아 있을 줄이야!!
(제 컴퓨터가 요즘 미쳐서 msn으로 해 두었던 인터뷰 몇 개가 날라갔습니다. 그 중에 케케님것도 있습니다. 송구스럽네요)
신나게 케케님을 뽑고, 폴라리스님을 뽑고.. 시즈 우브님을 뽑고..
나중에 소개 하게 될 우리의 귀염둥이 Midian을 뽑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아는 선수가 별로 없어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 드래프트를 마쳤구요. 물론 Kaaz 등은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각종 해외 커뮤니티에서 PGR이 젤 잘뽑았다!! 는 소리를 들으며 너무 행복했고, 우리 선수들을 보며 저절로 배가 불렀습니다. ^^
kkong과 저는 가만히 팀들을 분석하며, 솔직히 저그가 다소 유리한 (프로게이머들 전적 기준으로) 맵들에서 토스 위주로 뽑은.. 게다가 여성 게이머 Active님을 뽑은 FF가 한국팀들 중에서는 제일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죄송하긴 했지만, 결국 포카리님께도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하하.) TL과 Reps가 다소 위협적인 상대가 아닌가 하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는.. 결정적으로 YG와 PGR이 다른 디비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3. Meet the Players
블리자드는 메일 주소와 MSN 주소 등을 제공해 주었지만,
WCG예선 시즌이기도 한 요즘, 그리고 시차가 다른 둥근 지구 이곳 저것에 살고 있는 게이머들을 만난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만난 선수는 바로 Midian이었습니다. 이후 Kaaz, Fayth, Idra등을 만났고, 폴라리스님과 케케님은 겨우 경기 이틀 전 정도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시즈 우브님은 당일날 연락이 되었구요.
선수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은? 당연히 그들의 실력을 점검하는 것이죠.
다른 커뮤니티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YG와 PGR은 정말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았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선수들을 부르고, 최대한 연습상대를 구해서 (이 과정에서 kkong의 한없는 도움을 받았죠. 밥 사기로 했습니다. 하핫) 연습을 시켜 주었습니다.
어지간한 외국 유저들은 일단 한국 유저에겐 안돼! 라는 마인드를 깔고 드래프트를 했던 터라, 미디안의 플레이를 본 순간 약간 충격을 먹었습니다. 말 그대로..
"개념 탑재" 였기 때문이죠.
이 개념 탑재라는 말이 참 모호합니다만.. 빠르지 않은 APM, 때로 흘리기까지 하는 컨트롤 이지만,
이주영식 드론째기 이후 장기전으로 가져가는 운영의 요소들을 잘 갖추고, 지리, 시점, 상성, 업글 등의 포인트를 잊지 않고 챙겨먹는 게임 내용은
그야 말로 개념탑재라고 할 만 했습니다.
사실, YG에서도 Midian을 노렸습니다만, Midian과 다른 선수를 저울질 하다가 Midian을 PGR에 양보한 꼴이 되어 kkong은 상당히 배아파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YG는 좋은 팀이죠)
상대했던 Fayth역시 초반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잘 운영해서 좋은 경기를 펼쳤고, 나중에 본 Kaaz역시 수준급의 실력이어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만족시킨것은.. 그들의 태도였습니다.
2001년, 2002년, 2003년 즈음에 외국 게이머들과 채팅을 자주 했었던 저로서는 그들의 "내가 짱이야"식의 대화에 상당히 곤혹스러웠습니다. (물론 이건 한국 게이머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차이라면 한국 게이머들은 자신의 위치를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도 모르고 "내가 짱이야"만 떠들어대면 어떻게 실력을 알아보나.. 하고 지레 겁을 먹었었습니다. 게다가, 몇몇 소문들은 어떤 게이머는 숫제 주장을 무시한다더라.. 였으니 이거 걱정이 태산이었죠.
그러나, Midian은 한글 채팅까지 해 가며 제가 궁금한 것은 무엇이나 대답해 주었고, 인터뷰에도 성실히 응해 주었습니다. 다른 게이머들을 만나는 것도 도와주었고, 새로운 사실이 생길 때 마다 MSN으로 바로 바로 연락해 주는 고마운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Kaaz나 Idra같은 게이머들도 자신들이 아는 외국 게이머의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어 라인업 구성은 물론 전략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한, 연습하겠냐는 말에 언제나 기꺼이 응해주었고, 경기가 끝날 때 마다 잘못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자신의 실력에 겸손함을 보였습니다. (겸손.. 이거 정말 외국 고수들에게 잘 통용되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수들의 성격 덕분이지 제 덕은 아닙니다;; 그저 고마울 뿐이었죠.
그렇게, 자신감을 키워가며 첫 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