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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17 17:21:17 |
Name |
퉤퉤우엑우엑 |
Subject |
[공모] his mouse-1부 2화, 만남 |
설명서는 아무런 색도, 무늬도 없었다. 그저 새하얀 A4용지 한장이 한번 접혀서 내용이 적혀있을 뿐, 그 외에 어떤 것도 종이에 새겨져 있지 않았다.
기연은 그 종이를 펴보았다. 양쪽에 모두 적혀있다. 먼저 앞장을 읽어보았다.
'누구든지 이 마우스로 플레이하면 그 마우스에 심어져 있는 자가 나타나, 대신 해주게 된다.'
'단, '스타크레프트' 에 한한다.'
'마우스만 있다면 키보드는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키보드가 없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앞장에 있는 내용이었다. 그 넓은 곳에 컴퓨터로 타이핑을 한 것처럼 작은 글씨로 겨우 3문장만이 쓰여 있었다. 기연은 뒷장으로 넘어갔다. 무언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바라면서.
'이 마우스로 총 22번 플레이를 하면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
'플레이를 할때에는 보이겠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사라진다. 한 경기는 점수표시창까지 넘어가고 난 후이다.'
이번엔 겨우 두문장 뿐이었다. 하지만 단 한문장은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 마우스로 총 22번 플레이를 하면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는 자신이 몇판을 했는지 새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건 아직 22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한 그는 바로 플레이에 들어갔다.
그렇게 5경기가 금새 끝났다. 기연은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22번은 했을텐데, 라는 의심. 마지막 한번, 이번에 정말 그렇게 되지 않으면 이건 거짓이라고 생각하려 했다.-이 마우스가 독특하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6번째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 하드코어 질럿으로 끝났다. 점수 표시창으로 이동했을 때, 기연은 자신이 했던 말을 취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는다. 정말이다. 설명서 그대로, 그가 조금은 의심했던 일이 사실로 나타났다. 원래 이 상황이면 기연은 놀라 뒤로 넘어져야 맞는 것인데, 그러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놀라게 되면 오히려 가만있게 되는 걸까? 중키 정도의 전형적인 동양인의 한 남자가 자신앞에 서있다. 상당히 멋져 보이는 옷을 입고, 기연을 바라보고 서있었다-정확하게는 떠있었지만-.
"아....아...저..."
"안녕, 반갑다."
의외로 활기찬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하고 있는 말이 한국어라는 점이다. 마우스에서 나왔고, 옷을 멋지게 입었으며, 스타를 잘하는 한국인. 그걸 표현하자면 어떻게 될까? 기연은 먼저 그걸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생각과 달랐다.
"저....누...누구..세요?"
"아, 소개를 안했었나? 그것보다 지금 여기가 어디야? 지금 몇년도지?"
기연은 분명히 자신이 질문을 해야 맞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저...여긴 인천이구요...2003년인데요.."
"인천에 2003년이라....한국에 떨어져서 다행이네. 2003년이면...아직 규모가 작겠구나..."
"아니, 저, 그것보다 누구세요?"
기연은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고 처음보다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아, 그렇지. 지금부터 설명해줄게.
내가 살던 때는 2105년이야. 지금의 게임산업, 그러니까 스타나 워크같은 게임들은 규모가 점점 커져서 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자, 스포츠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지. 그렇게 되니까 프로게이머는 축구선수나 다를 바가 없게 되었고 당연히 게임에 대한 시선도 달라져서 규모가 더 커지는 계기가 됐어. 그리고..."
"...."
사실 기연은 거의 듣지 않고 있었다. 그저 왜 저 사람이 여기 와있고 어떻게 왔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내가 왜 저 마우스에 들어가 있었냐면, 사람들의 실력이 점점 더 늘어가자 과거로 돌아가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생겨났어. 그래서 생각해 낸게 이 'his mouse' 인데, 너도 아는 영어로 '그의 마우스' 라고 별 뜻은 없어. 내가 모를수도 있지만. 어쨌튼, 사람들은 이 마우스에 작게 돼서 들어간 다음에 2000년도 아무때나, 아무곳에나 떨어진거지. 난 2003년 인천에 떨어진거고. 이제 알겠어? 내가 생각해도 너한테는 좀 말도 안되긴 하겠다. 아무튼 his mouse에서 누군가에서 보이기 시작하면 3년만 있다가 다시 원상태로 가야돼. 그러니까 나도 3년 후면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 이상 설명 끝이다."
그리 길었던 설명은 아니었지만, 몇번 씩이나 더듬거리고 틀리며 말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이 내용을 전부 외웠었던 모양이다. 기연은 아직 완전히 의문이 완전히 풀리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풀렸다고 생각했기에 더 이상의 질문은 그만 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프로게이머가 꿈이잖아. 그리고 이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 아니, 어쩌면 지금의 프로게이머들하고 비슷한 실력일지도 몰라. 최소한 그렇기는 할테니까 이 마우스만 있으면 아주 쉽게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고 어쩌면 우승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슨 재미지? 다른 사람이 다 해주고 난 가만있다면...아니, 일단 프로게이머가 꿈이잖아? 그러면...'
기연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버릇인지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앞으로 당긴다. 마치 끊으려는 듯이. 그러고 있을 때 기연이 묻는다.
"그러면 당신..아니, 그쪽이라고 불러야하나?"
"그냥 형이라고 불러. 민이형이라고 부르면 돼."
"에? 이름이 민이에요?"
"아니, 가명이지. 과거로 가려면 가명을 하나 정해야 되는데, 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로 했거든. 아, 지금이 그 때지? 강민...한창일 때였나?"
"네."
"아아, 아무튼 질문은?"
"형이 지금 프로게이머들 보다 잘하나요?"
"음....난 미래에서 프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했으니까...아마 더 잘할걸?"
"정말요?"
"그럴걸."
기연과 가명이 강민이라고 하는 사람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 문답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가는데, 누군가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한다. 어머니다. 기연은 놀랐다. 아니,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왠 사람이 반투명한 채로 발이 공중에 떠 있는걸 본다면 누가 이상하게 보지 않겠는가? 기연이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빨리 숨어요!"
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강민은 그저 웃으며 가만있을 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때 어떤 생각이 기연의 뇌리를 스친다.
'이 마우스로 총 22번 플레이를 하면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
'플레이를 할때에는 보이겠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사라진다. 한 경기는 점수표시창까지 넘어가고 난 후이다.'
"...."
어머니가 들어오시고, 그와 동시에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 앉아 공부에 열중한다. 이것 역시 평소와 같다. 평소와 다른것은 단 두개, 바로 옆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꿈이 현실로 이루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있다는 것.
p.s공모작들...확실히 너무 퀄리티가 높습니다 -_-;;
그런 대작들을 볼때마다 연재에 대한 열정은 꺼져갈뿐....아니, 그래도 pgr팬픽공모전에 참가한다는 데에 의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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