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3/12 22:16:41 |
Name |
Cheese |
Subject |
[응원글공모]착하고 여린 소년에게...'박정석' |
2002 월드컵..
무언가에 그토록 열광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던 그 한바탕의 축제가 끝나고 한동안 참 허전하고 지루해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이었다.
연신 TV채널만 돌려대며 지루함을 달래던 중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보게 되었다.
'뭐 저런걸 중계까지 하지? 해설자들도 있고 말야...'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 경기는 꽤나 중요한 경기 였던지 해설자들의 목소리는 흥분된 상태였고,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하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 두 선수의 모습은 나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아~ 저 선수가 홍진호 선수구나'
'근데 저 사람은 누구지?'
'준결승이야? 에이..홍진호선수가 이기겠네..'
그 당시의 Yellow는 황제와 더불어 최고의 기량과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어?프로토스네...ㅎㅎ'
순박하고 선량한 눈빛을 가진 소년이었다.
내가 프로토스 유저여서 그랬는지 그 소년이 불리해 보이는 싸움이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YV앞에 앉아 그 소년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소년의 입구를 막고 있는 연탄밭을 뚫어내는 것은 불가능 하게만 보였다.
'에효...'
하지만 그 소년은 연신 스톰을 작렬시키며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연탄밭을 뚫어내고야 말았다.
'우와~~~잘하는데?'
그렇게 폭풍과도 같은 혈전 끝에 그 앳된 얼굴의 소년이 기적같은 승리를 가져갔다.
기분이 좋고 다음 경기가 기다려졌다.
대한민국의 16강을 간절히 바랬던 것 처럼 그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게 됐고 그의 경기가 기다려지며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종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난 그렇게 그의 팬이 되었다...
[Oops]Reach.......박!정!석!
'결승인데...산 넘어 산이라고...황제야? 후~'
황제의 전승에 가까운 승률...
모두들 황제가 우승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02년 어느 가을날...
프로토스의 암울기에 황제를 꺽고 세상 모든 정기를 안은 마냥 가을하늘 위로 빛나게 승천하는 리치에...프로토스의 영웅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스카이가 끝나고, 그 이후로 몇번의 가을은 왔고 가을날의 리치를 간절히 그리워 했지만, 더 이상 그는 전설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가 좋다.
그 가을날의 햇살보다 더욱 빛나는 그의 웃음이 좋고, 웃을 때마다 살짝 지어지는 속쌍꺼풀이 좋고,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좋다.
그 환상적인 컨트롤도 좋고 굳은 심지가 박혀있는 듯한 운영이 좋다.
무엇보다도...그의 선량한 눈빛과 착하고 순박한 심성이 좋다.
그래서 나는 그가 걱정이 된다.
그가 흘렸다는 한줄기 눈물이 싫었다.
수없는 패배에 고개를 떨구고 흘린 한줄기 눈물보다는
차라리 악에 받쳐 무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뛰쳐나가는 분노에 찬 그 이기를 바랬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 착하고 순박하다.
그래서 그가 좋다.
그리고 걱정이 된다.
2002년의 가을은...이미 전설속으로 잊혀져 버렸다...
그리고 이제 그는 더이상 최강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믿는다..
난 그가 최고의 프로토스이며 최고의 게이머라고 믿는다..
내가 할수 있는 것이 고작 온 마음을 담아 그의 승리를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온 마음을 담아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그가 그 기도를 듣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착하고 여린 그는 그 기도를 듣고 꼭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더이상 지난날 그의 승리가 결코 꿈속에만 존재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영웅임을..자랑스러운 프로토스의 영웅임을...
그의 승리를 의심하는 모든이들 앞에서 보여줄 것이란 것을 믿는다..
'박정석! 화이팅!'
이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염원이 담겨있는지...
그 정성이 부디 하늘에 닿기를...부디 그의 마음에 가 닿기를...
+ '이럴수가...아직까지 그의 응원글이 없다니...이게 말이돼?ㅠ.ㅠ'
이벤트가 시작하자마자 제일 첫번째로 그의 응원글을 써 올리고 싶었지만 글쓰기는 워낙에 자신이 없던터라 사실 다른 분들이 응원글을 써 올리면 댓글로만 달려고 했었습니다. 근데 아직까지 그의 응원글이 없다니...ㅠ.ㅠ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씁니다..몇시간을 망설이고... 첫줄을 쓰고 지운건 또 몇번인지...
첫사랑 그에게 고백하려 썻던 편지도 한자 한자 써내려 가는 것이 이토록 힘들고 조심스러웠을까요...글솜씨 없는 것이 오늘처럼 부끄러운 적은 없네요...
++ 박정석 선수의 응원글이긴 하지만...그와 함께...KTF 모든 선수들의 부활을 기도합니다...'우승...'그들이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이름이지만...단 한번도 그들이 가질수 없다고 생각한적은 없습니다..2006년은 그들의 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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