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5/11/11 16:54:49 |
Name |
Vocalist |
Subject |
[팬픽공모]The Ring Finger 1부.. |
공모라는 걸 한번도 해본적도 없어서 1부를 만들고 나서도 올릴까 말까 수차례 고민한
그야말로 3류.. 아니 5류정도 되는 팬픽입니다. 그냥 시간때운다 생각해주셨으면..;;
1부
차가운바람이 건조한 볼끝을 스친다.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며 숙소로 돌아가기를 몇개월째..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이 악순환'
면진이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길가의 가로수들을
무심히 쳐다보다 왼손에 낀 반지의 밑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문희가 떠나고 나서 생긴 버릇이다.
시합전에도 , 혹은 시합중에, 그리고 차마 타이핑하기 싫은 GG를 날리기
전에도 항상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다.
호기롭고 어렸을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면 진짜 반지를 선물하겠다던 그때를
생각하며 면진이는 쓴웃음을 짓는다.
바로 몇달전이 먼 옛날처럼 느껴짐이 이제는 익숙하게 다가온다.
"아저씨 저왔어요"
예선을 치루고 나면 항상 들리는 작은 PC수리점.
화려한 인테리어는 커녕 박스와 부품들을 어수선하게 늘어놓은 데스크가 보인다.
한창 메인보드와 씨름을 하던 엄잭영 사장이 안경을 벗고 입구쪽으로 눈을 돌린다.
"어~ 면진이 왔구나"
아무렇게나 기른 턱수염과 어울리는 푸짐한 웃음을지으며 면진이를 반긴다.
"그래 어떻게됐냐 오늘은??"
"최종예선에서 2-0 셧아웃 됐어요"
"......어..어 그래? 껄껄껄 너무 상관하지마 다음엔 올라갈꺼야.. 원래 최종예선맵에서
테란이 진출한 확률이 5:5로.."
"됐어요 밥이나 먹으러 가요"
"어?그,,그래 밥먹자 밥"
자물쇠를 잠그고 나서며 엄사장이 면진이의 등을 철썩 때린다.
"임마 죽을상 하지마.두달전에는 예선 2차에서 저번에는 3차에서 떨어졌잖아.
다음에는 최종예선 통과할 차례 아니겠냐. 남자답게 가슴 딱 피고 하늘한번 쳐다
보고 기운내는거야"
대꾸도 안하고 더욱 인상을 쓰는 면진이.
"왜그래.. 너무 세게 때렸나?"
"......... 저 하늘 싫어하는거 아시잖아요"
"..아 미안하다. 원 소심하게 아직까지 그런걸 다 기억하긴..껄껄"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면진이가 크고작은대회가 끝나면
항상 찾아뵙는 엄사장과는
프로게이머 데뷔전부터 알고지내던 사이다.
평소 알고지내던 피시방 사장에게 놀러갔다가 밤을 새도록 한경기의 리플레이만을
분을 삭히며 지켜보던 면진이를 눈여겨본 엄사장은 피시방대회를 전전하던 면진이에게
프로행을 권유했고, 면진이는 놀랍게도 한달 보름만에 준프로 자격을 획득, CJ팀에
입단하게 된것이다.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며 꿈에그리던 스타리그에도 오르고 계속되는 치열한 경기끝에
명경기 메이커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거듭되는 명경기속의 [패배]로 면진이는 페이스를
잃어갔다. 지금껏 듀얼1라운드의 진출조차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것이다.
면진이와 엄사장은 단골포장마차집에 들어가 우동과 소주를 시킨뒤 자리에 앉는다.
엄사장이 오뎅국물을 훌쩍거리다 문득 면진이가 문지르고 있는 왼손가락을 바라본다.
"너.. 그반지 아직도 차고있는거야??.. "
"...................."
"이놈아, 너 싫다고 다른게이머랑 놀아나는 여자애 반지를 뭣하러 끼고있는거야"
"신경쓰지 마세요"
대강 대답한 뒤 우동을 후루룩 말아먹는 면진이를 보며 엄사장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면진아.. 너가 문희랑 서로 얼마나 좋았는지는 지켜보는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갈라선 사이잖아. 이러면 이럴수록 너만 힘들고 불쌍해보일 뿐이야"
"나도 알아요"
마찬가지로 대강 대답하는 면진이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하는중이다.
갓 프로게이머가 된 시절부터 면진이와 문희는 피시방 사장의 소개로 연인이 되었지만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면진이 방황을 계속하고 날카로운 태도만을 보이자
갑자기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웠던건 헤어진지 몇일 되지 않아 유럽에서 날아온
현 프로게이머 랭킹 1위인 들쿠다스와 같이 PC방을 드나드는 걸 목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둘이 커플임이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분위기다.
"까짓거 나도 랭킹1위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혹시알아요 1위하면 다시 나에게
달려올지"
냉소를 머금으며 술잔을 들이키는 면진을 바라보며 엄사장이 말한다.
"그래,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거야.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나면 문희보다 좋은여자
얼마든지 나타날꺼다."
하지만 면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실력이 떨어져서 문희가 이별을 고했다는 사실은 프로게이머를 업으로삼고있는 면진에게
차라리 정나미가 떨어진 이유보다 훨씬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과음을 해버린 면진을 엄사장은 들쳐업고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예선에서 떨어진것도 모자라 술에 절은 모습을 보면 이대열감독의 반응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술에 절은 상태에서도 반지를 만지작 대는 면진이를 보며 엄사장은 혀를 찬다.
"미련한놈...."
예선탈락이 한두번은 아니었고 항상 그날밤을 술로지새는것 역시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쫌 심하다고생각하는 엄사장이다.
오후에 겨우 일어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기를 3일째 반복하는면진이를 말려도 보고
호통도 쳐봤지만 도통 듣지를 않는다.숙소에 돌아가기는 커녕 피시방조차 출입해서
연습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제 그만좀 해"
"내가 뭘?"
"연락해도 받지도 않고 숙소에 찾아가도 피하기만 하고 도대체 왜그래??"
"별거아니야 그냥.... 그냥 피곤해서 그랬어"
"..거짓말"
"....................."
"너가 요즘 부진하다고 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니 여자친구잖아
나한테는 좀 힘들때 기대고 그러면 안돼?"
문희는 대답을 피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면진이의 팔을 뒤에서 잡는다.
"면진아"
"그만좀 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면진.
"니가 뭘 알아. 밤낮 연습을 하고 아무리 좋은 경기를 펼치면 뭐해.
분명한건 결국 나는 패배자란 사실 뿐이야. 노력해도 자꾸 지는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아"
순식간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것 같은 기분이 든 면진은 손을 뿌리치며 문을 닫아버린다.
"쾅!!"
그순간 침대에서 일어나 꿈에서 깬 면진은 문득 달력을 본다.
"1년전일인데 아직도 꿈을 꾸다니..."
혼잣말을 한 면진은 예선후 4일이 지남을 그제서야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평가전이구나.."
계...계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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