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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10 16:26:08 |
Name |
부루마우스 |
Subject |
[공모] 다시 미친다는 것 |
팬픽 공모전 공모입니다.
팬픽은 전에 재미삼아 초단편 써본것 외에는 처음이군요. 실력이 별로 없어서 재미없더라
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본 픽션의 내용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물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대화내용,
지명, 사건등은 모두 허구입니다. 특정 선수를 비하할 의도 역시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극의 내용을 위해서 특정 선수가 거론될 수 있으니 이점은 너그러이 이해바랍니다.
다시 미친다는 것.
by 부루마우스
연습실에서는 또 고함소리가 들린다. 요환이 형이 연습할 때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은 흔
히 볼 수 있지만, 오늘은 좀 느낌이 안 좋다. 어디선가 술을 잔뜩 마시고 와서는 비틀거리
면서 연습한다고 연습실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뭔가 깨지는 소리도 들린
다. 안되겠다.
"형, 괜찮아?"
웅크리고 있는 요환이 형의 모습에서 조금 이상한 낌새가 있다.
"연성아... 이제 더 못하겠다. 손이 예전 같지 않아……"
바닥에는 깨진 거울 파편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고, 요환이 형의 왼손에서는 피가 줄줄 흘
러내린다.
"형, 미쳤어?"
손을 낚아채고 보니 요환이 형의 왼손은 살점이 덜렁거릴 정도로 푹 파였고 피가 막 솟아
난다.
"형, 가자. 병원에 가자."
"나 어떡하지? 나 어떻게 하냐고..."
손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면서 자꾸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한다. 피가 연습실 바닥에 막 떨어
진다.
"진짜 미쳤구나. 내일이 듀얼 예선인데 어쩔려구 이래? 정신 좀 차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너 이 새*끼 저번 시즌에 우승했다고 잘나가나 본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란 말야. 내가 누군지 알아? 천하의 임요환이야. 테란의 황제.. 황제라고!!"
그러더니 요환이 형은 그대로 내 쪽으로 쓰러진다.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옆에 켜진 컴퓨
터에는 마린들이 벌건 피를 뿌리면서 러커에 죽어나간다.
2005년 So1배 스타리그 준우승이후 요환이 형은 많이 힘들어 했다. 그 다음 시즌에서는 8
강에 올라서 역시 임요환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무기력하게 삼성의 박성준 선수에
게 패하고 듀얼로 떨어진 이후 계속 패배를 거듭, 피시방 리그라고 불리는 듀얼 예선으로
까지 떨어졌다. 물론 전에도 한번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무난히 다시 치고 올라오리
라고 모든 이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 후로 형이 다시 방송경기를 치룬것은 지난 2006년 봄에 있었던 특집프로그램
"1대 4대천왕 vs 2대 4대천왕"에 출연했던 것과, 2006년 여름 에버배 스타리그에서 이윤
열 선수가 온게임넷 최초로 3회 우승할 때 우승자 초청전에 잠시 얼굴을 비쳤던게 전부였
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8강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고 그동안은 스타리
그도 별 관심을 못받으며 시들했다. 이 대회 우승자 길섭이 형은 월드컵 2회 우승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되었고, 임요환이 없으면 안될것만 같았던 스타크래프트 판은 새
로운 신예들과 새로운 스타들로 채워져 가면서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팬들 사이에서 서서
히 잊혀져 갔다.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가 되기 직전, 요환이 형은 갑자기 입대해버렸
다.
그리고 2009년 2월 삼성전자배 스타리그가 내 우승으로 - 4년만의 OSL우승이었다 - 끝날
무렵, 짧은 머리의 요환이 형은 연습실 앞에 나타났다. 면회를 가도 한번도 나오질 않았던
요환이 형이 연습실에 나타난 것이었다.
지난 3년간 스타크래프트 판도는 요환이 형이 있던 시절과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나, 최연
성은 이제 노장급에 속했고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다. 3년전 최고의 저그라던 박성준 선
수는 지금은 중견 저그로써 팀플에만 나서는 멤버로 전락 아닌 전락을 했고, 대부분 요환
이 형이 모르는 어린 선수들로 많이 교체되었다. 팀 역시 해체/합병이 있었고 현재는 7개
팀이 프로리그를 진행한다. 팀수는 줄었지만 일곱 팁 모두 튼튼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으
며 진정한 프로리그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형!"
현관에 서있는 요환이 형을 가장 먼저 발견한건 인규였다.
"연성이 형, 용욱이 형! 형!! 요환이 형이 왔어!!"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내려온 사람은 바로 감독님이었다.
"너..."
감독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냥 다가가서 말없이 안아주셨다.
그 날 저녁부터 요환이 형은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합숙을 시작했다. 요즘 선수들은 대부
분 레이저 마우스를 사용한다. 2005년 중순에 로지텍사에서 G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불어
닥친 레이저 엔진 열풍은 그 후 2000dpi 이상의 높은 해상도에 선수들이 점점 적응하면서
기존에 있던 광마우스를 완전히 사장시켜 버렸다. 지금은 선수들은 3000 dpi 이상의 레이
저 마우스를 사용하는데 일반인들은 800dpi 대의 레이저 마우스를 대부분 사용한다. 게다
가 무선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여 무선 마우스는 게임용이 아니다라는 선입견은 완전
히 없어졌고, 유선은 이제 컴퓨터 사면 번들로 따라올까말까할 정도였다. 요환이 형이 마
지막 사용했던 마우스는 로지텍 G1 하체에 mx300 상체를 조립한 광마우스 였다. 근데 G1
도 단종된지 오래라서 일단 내가 쓰던 마우스를 줬다.
"형 그동안 게임 전혀 안했어?"
어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형을 보고 내가 물어봤다.
"응... 빌드도 다 까먹었어"
멋쩍게 웃는 형을 보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빌드 기억해도 요즘에는 너무 달라져서 쉽지
않을 거라고...
마우스를 끼우고 이리저리 세팅해보던 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윈도우가 xp에서
vista로 바뀌고도 서비스팩이 두번이나 나왔고 마우스웨어 프로그램이 바뀐건 둘째 치더
라도, 너무나도 차이나는 빠른 커서 움직임은 도저히 적응하기 힘들었으리라.
형이 연습시작한지 1개월쯤 지난 후 감독님과 주장 용욱이 형이 따로 이야기 하는 것을 우
연찮게 어깨너머로 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 요환이 형 다시 게임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요환이 형한테
전담시키셨잖아요."
"그래... 많이 안좋아?"
"일단 빌드 가르치는데만 한달은 더 걸릴거 같아요. 솔직히 3년전 빌드나 눈치싸움은 요
즘 중학교 반에서 좀 한다는 애들도 다 아는 거라구요. 게다가 요환이형 apm이 190대 후
반이예요. 그나마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요즘 테란유저들 다 400은 기본으로 넘는다구
요. 이래서는 도저히 물량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하긴 연습생 애들한테도 당최 이기질 못하더구나... 그래도 용욱이 니가 잘 챙겨줘라. 그
래도 요환이 아니냐."
나이 서른에 그것도 3년이나 마우스를 놓고 있었던 사람이 게임을 다시 한다는것은 불가
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군제대후 게이머로 다시 복귀를 시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그동안 굳은 손과 연습량, 전략, 전술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요환이 형은 용욱이 형이 전담으로 지금 석달째 연습에 매달리고 있는데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아마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 혼자 저녁에 슬그
머니 나가더니 만취한 상태로 들어온 것이다.
일단 형을 부축해서 내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피가 너무 나서 치
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은 대충 붕대로 감았지만 벌건 피가 자꾸 배어 나오는 것 같
았다. 운전을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왠지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나길 시작했다.
그 때는 정말 이 경기 그냥 져버릴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내가 져서 요환이 형이 우
승했다면 지금 술에 쩔어서 손에는 피가 흥건한 붕대를 감고 머리는 며칠째 안감았는지 덥
수룩한 나이 서른의 나이값도 못하는 이 남자는 이런 모습이 아니지 않을까.
최다 우승에 빛나는 SKT T1의 당당한 주장으로서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의 아이콘으로써
이 판을 좌지우지 할만한 선수가 아니었을까.
갑자기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이 새벽에 무슨일일까 하고 밖을 내다 보니 앞에 무슨 사고
라도 난 모양이었다. 우회할 길도 없어서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술에 취한.. 잠에 취
한 형을 내려다 봤다.
"형... 형이 내 얘기 했을때 그랬잖아. 1년 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테란이라고.. 그리
고 형, 내가 처음 우승했을때 형 말이 맞다고 둘이서 엄청 좋아했잖아. 내가 형 이기고 우
승했을 때 같이 소주 마시면서 얘기했잖아. 미안하다고.. 대신 다시 형 스스로 우승해서
나 못지 않은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요환이 형은 자기 손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잠만 잔
다.
"형..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요즘 형 보면 말을 걸수가 없어.."
실제로 그랬다. 요즘 요환이 형은 매사가 신경질이었다. 연습하는 용욱이 형 빼고는 아무
도 요환이 형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새로 들어온 연습생들은 아예 슬금슬금 피하
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잠들어있는 형에게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형, 일주일에 두세번 숙소에 찾아오던 사람이 있었어. 형 팬이라고 하더라고. 우리가 형
첫 면회가면 같이 가겠다고 늘 그랬거든. 근데 형이 안 나왔잖아. 그 후로도 자주 숙소에
오는거야. 나이가 좀 있었어. 한 서른은 되어 보였거든. 우리말고 감독님 혼자 면회가실때
도 항상 따라가는거 같았어. 그러다 작년겨울쯤에 마지막으로 오고는 이제는 안와. 근데
그 형이 마지막에 뭐라고 한 줄 알아?"
.
.
.
명훈이 형, 그 형의 이름은 이명훈이었다. 우리도 형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했고, 그 형은 자
기가 한다던 문구점을 저녁 6시즘에 닫고는 가끔 야식을 사들고 와서 같이 나눠먹고 그랬
다. 그러던 작년 겨울 어느 날,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우리가 게임이 있는 날에는 늘 경
기장에 왔었고 혹 자신이 숙소에 못오는 날에는 빠지지 않고 전화해서 형 소식을 묻곤 했
던 그런 형이었는데 좀 늦게 찾아왔다. 술한잔 한 모양인지 얼굴이 붉그레 했다. 애들이 거
의 다 나와서 형을 맞이하니까 형을 이야기를 시작했다.
“뭣하러 다 나왔어… 나 오늘은 금방 갈거야.”
명훈이 형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너희들 내가 왜 임요환 선수를 좋아하는지 얘기안했지? 임요환 선수는 나 같은 팬에게는
우승자 그 이상이었어. 그 친구가 단지 두번 연거푸 우승했다고 좋아했다면 아마 벌써 팬
질 하는거 접었을꺼야. 난 오히려 임요환이 내리막길에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부터 좋아하
기 시작했으니까. 그 친구 게임을 보면 뭔가 뜨거운 것이 있어. 연성이 여기 있으니까 잘
알겠네. 네가 그 때 우승하긴 했지만 너 4경기 지고나서 죽을 맛이었지? 사지끝에 몰린 상
황에서 테테전에 바이오닉이라니… 연성이 너 다시 우승하고 싶으면 그 뜨거움을 배워라.
너 임마 안될거 같으면 그냥 GG쳐버리는거 보면 좀 아쉬워.”
명훈이 형은 잠시 침을 삼켰다.
“용욱이는 주장맡고나서는 팀 중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임요환 선수가 중심이었을 때
어떤 입장이었는지 잘 알겠구나. 이제는 모두가 임요환을 잊어가고 있지만, 너희들은 주
장 임요환, 맏형 임요환을 영원히 기억해야해.”
다들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나.. 이제는 다시 안올거야. 그동안 즐거웠다. 다시 임요환 선수를 보기는 어려울거 같
아. 그런데 만약에…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임요환 선수가 돌아오면 꼭 전해줘. 팬들은
최고의 실력을 가졌던 임요환을 좋아했던게 아니라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그를 좋아
했던거라고.”
그리고는 명훈이 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틀거리며 숙소에서 나갔다. 그리고는 다시 돌
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얼마전까지도 가끔 밤에 야식을 시켜 먹을때는 그 형 이야기를 하
곤 했었다.
.
.
.
“형, 그래서 나는 정말 최후의 순간까지 GG치지 않고 게임했다고. 이번 결승전 봤어? 건
물 다들고 팩토리 겨우 옮겨서 골리앗 뽑고 셔틀잡고 캐리어 잡아서 정말 마치 형이 패러
독스에서 이겼을때처럼 이겨서 우승했다고!”
이야기를 마친 나는 요환이 형이 고개를 저쪽 차창쪽으로 돌리고 자는 줄만 알았다. 형이
그 때 눈물을 흘리고 있을 줄은 나는 꿈에도 몰랐다. 길이 뚫리기 시작했고 병원에 도착해
서 형을 깨우니 이상하게 술이 거의 깬 상태였는데 그 때도 몰랐다.
석달 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리그 전용 경기장.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지난 대회 준
우승자이자 전설적인 프로토스 오영종선수의 공식 후계자라고 일컬어지는 떠오르는 프로
토스의 신성 한영준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스타리그에 복귀한 요환이 형, 바로 테란의 황
제 임요환 선수와 경기를 갖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전국에 계신 스타크래프트 팬여러분, 저는 게임캐스터 전용준입니다. 오늘
도 어김없이 제 옆에는 게임 전문가 엄재경, 김도형 두 분께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
요?”
“안녕하세요. 엄재경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도형입니다.”
“임요환 선수가 올라왔어요. 이게 몇 년만입니까? 군입대후 별 소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듀
얼에서 승승장구하더니 올라왔어요.”
“네네, 과거 임요환선수가 유명하던 시절 극심한 슬럼프 이후 종적을 감췄거든요. 아마도
요즘에는 임요환 하면 누군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프로게임계 최초로 서른을
넘긴 선수거든요. 경기전에 잠깐 임요환 선수의 듀얼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요, 저그전은
딱 두가지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드랍쉽과 벙커링 이거든요. 드랍쉽 플레이가 완전히 예술
이구요. 토스전은 상당히 탄탄한 물량을 보여주더군요. 듀얼 1위 결정전에서 비록 정경태
선수에게 아깝게 패했지만 경기내용을…”
열두살이나 자신보다 어린 한영준 선수를 앞에두고 요환이 형은 가만히 이어폰을 귀에 꽂
는다. 키보드에 올린 그의 왼손은 바늘자국으로 엉망이다. 장내는 한영준 선수 응원하는
분위기로 가득찼다. 하지만 몇몇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아저씨들은 임요환 파이팅을 외치
기도 하는데 한영준 팬들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세팅하는 도중 갑자기 관중석에
서 왠 아저씨가 올라왔다.
'어.. 명훈이형..?"
그건 바로 명훈이 형이었다. 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요환이 형에게 건네준다.
단종된지 지나도 한참이 지난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출시한 구형 볼마우스, 바로 그 옛날
요환이 형이 전성기 시절 쓰던 바로 그 마우스였다. 한 10년은 된 마우스였다. 그래도 깨끗
한 것이 새 것 같았다. 안그래도 요환이 형은 요즘 마우스는 손에 안맞는다고 불만이었는
데...
“이걸로 하세요.”
말없이 마우스를 받아든 요환이 형은 말은 없었지만 굳게 다문 입술로 가벼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단호히 끄덕인다. 형의 눈빛. 그것이 되살아났다.
“아.. 임요환 선수 타이밍이 너무 좋아요! 근래에 이런 종류의 타이밍을 보여준 선수도 없
었지만 타이밍 러쉬는 이미 사장된 전략이거든요!”
“드라군 펼치고, 질럿! 질럿이 없어요. 아 셔틀! 셔틀! 잡힙니다! 벌쳐 추가되고, 임요환 유
리합니다. 아!!!”
“마인!!! 드라군 다 녹습니다. 아~ 이제 뭘로 막습니까?”
“한영준 선수 당황했어요! 프로브까지 동원됩니다. 프로브!! 탱크 시즈 풀고 벌쳐!! 아 본
진 일꾼 다잡혔어요! 한영.. 아! GG! G~ G~!! 황제의 귀환!! 황제가 돌아왔습니다!!”
“와!!!”
갑자기 좌석 뒤쪽으로 잘 안보이던 곳에서 함성이 일어났다. 아저씨들 한 무리가 두 손을
번쩍들고 함성을 지른것이다.
“임요환! 임요환! 임요환!”
마치 우승자가 나온 듯 이름을 외쳐대고 있었다. 가만 보니 명훈이 형도 그 가운데에 있었
다.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나도 눈물이 핑 맴돌았다. 요환이 형은 날 보면서 씩 웃고 있었
다.
“형, 돌아와줘서 고마워. 바로 여기가 형이 있을 자리야…”
이 후 요환이 형은 16강 재재경기 끝에 8강에 진출했고 비록 8강에서 현존 최고의 저그라
는 강진구 선수를 만나서 2차전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잡고 3차전까지가는 접전 끝에 탈락
했지만, 3경기 하던 날 경기장을 가득메운 형의 올드팬들은 형이 탈락했는데도 무엇이 그
리 흥겨운지 임요환을 외치며 즐거워했다. 돌아온 임요환, 사람들은 다시 황제에게 미치
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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