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본적으로 중도좌파라고 스스로를 인지하고, 주로 민주당 계열을 찍긴 하지만 국힘 쪽에 표 준 적도 있고 이번 선거에서도 비례는 개혁신당 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순히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국힘을 멸망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양 날개로 날아가고, 한 쪽 날개가 망가진 민주주의는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좋은 예시를 옆동네 자민당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보수가 ['정상화 될 가능성']이 남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 압승이지만 어디까지나 소선거구제의 특성일 뿐, 실제 득표율만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콘크리트 vs 콘트리트 싸움으로 이긴 것도 아니고 콘크리트 베이스에 무당층이 남은 공백을 메꿈으로써 이긴 것이지요. 반대로 이 무당층이 반대로 붙으면 저번 지선처럼 되는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당장은 망했을 뿐, 이 전국단위 무당층 표심만 잡을 수 있다면 충분히 국힘도 수권정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밑에 이그나티우스님이 말하셨든 국힘이 너무 압도적으로 망해서 TK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 경우, 국힘이 '소수정당의 안락함'에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용산발 이슈로 다 잡아 먹혀서 그렇지 TK 중진들 혹은 극우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된 결정 때문에 수도권의 보수 후보자들이 피해 입고 나가 떨어지는 건 흔한 일이죠.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TK 제외 전멸하고 당이 TK 위주로 재편돼서 자기네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극우화 됐다? 앞으로도 쭉 민주당이 압승했겠죠. 민주당이 잘해서, 민주당이 세대 상 유리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스스로 자멸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보수는 수권정당으로써의 능력을 잃어갈 것이고, 나중에는 민주당이 마음에 안들어도 도저히 뽑을 대안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일본 보면 딱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자민당을 좋아해서 자민당을 찍는 게 아닙니다. 자민당 이외에는 도저히 (정권을 잡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권을 잡고 운영할 능력이 되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찍는 겁니다. 러시아도 비슷하죠. 푸틴 싫다고 아예 소련 시절 공산국가로 돌아가자는 정신병자들한테 나라를 넘길 겁니까?



이번 선거에서 보수는 크게 패배했지만, 다행히 의외로 경합지에서 많이 살아났습니다. 많이들 얘기 나오는 나경원, 안철수를 시작으로 권영세도 서울에서 자리를 지켰고 PK에서도 격전지였던 양산을 등에서 김태호가 이겼죠. 부산은 뭐 거의 싹쓸이 했고. 반대로 윤심 딸랑이던 장예찬, 이용, 이수정 같은 사람들은 줄줄이 낙선. 거기에 저번 지선 승리의 결과로 서울, 부산 등에 살아있는 지사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모가지가 간당간당한 걸 알기 때문에 TK 의원들과 달리 중도층, 보편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단순히 초선 거수기도 아니고 죄다 중진들이고요. 이들이 국힘 내부의 당권을 잡는데 성공한다면, 아직도 충분히 여러 정치적 자산이 남아있는 국힘이 수권정당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수가 물갈이, 정상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름 김용태 같은 신인 정치인도 국힘 내부에 존재하고, 도봉갑에서도 잡은 물고기라고 방치했던 민주당이 지고 김재섭이 당선됐죠. 바깥에서는 그래도 같은 보수라 할 수 있는 개혁신당이 자리하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정도 미래의 희망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이야 힘들겠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겠죠.

물론 보수가 꼭 잘될 거란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TK와 거리두기에 성공'한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죠. 지금처럼 TK나 극우 지지자에 매달려 있으면 뭐 당연히 민주당 압승이 계속될 거고, 그게 한 수십년 누적돼서 국힘이 정치자산 다 까먹으면 이제 진짜 민주당이 K-자민당이 되는 거고요.


여기까지가 정알못인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