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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2/19 15:07:04
Name LunaseA
Subject [일반] 광주 정신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광주 정신'이라는 것은 그 내용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거대한 비극인 죽음이라는 사건을 무단으로 전용한다는 점에서도 극히 질이 나쁩니다.


도시 단위에서는 소박한 마을 공동체, 국가 단위에서는 외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민족 공동체를 추구하는 지향. 외부와의 교역보다는 자체적 동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핵심은 당연히 농업이 됩니다. 이 농업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농업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의 양상이 어떤 업종에 속해있건 마치 자영농과도 비슷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이 동네나 도시 단위에서 오손도손 서로 잘 도우며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면 그게 마을 공동체가 되고, 한반도 전체 단위가 되면 민족 공동체가 되죠.

그런 사고방식에다가 '광주 정신'이라는 이름을 갖다붙이는 것이 물론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수도 있긴 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도 충분히 있을수는 있습니다.

매우 괘씸한 것은, 그게 광주 정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죽음에서 나오는 권위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그자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한 것은, 그나마 피해자들 중 아직 생존해계신 분들이 있었기에 그자들이 독점한 권위에 손상을 입히는게 가능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피해자 본인이 윤미향의 악행을 규탄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 권위가 더 이상 남아있기 힘들고 성역은 붕괴됩니다.
그러나 1980년에 발생한 사망자는 어떤 목소리도 낼수가 없습니다.


광주 정신을 이상한데다 갖다붙이는 사람들은 일종의 '제사장'의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5.18 관련 단체들 뿐만 아니라 그외의 시민단체나 각종 조직들 또한 5.18 및 민주화운동 전반에서 나오는 권위를 스스로에게 부여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그 지위는 광주학살 피해자들의 의지 또한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이용할 권한(제사장의 권한)으로 연결됩니다. 피해자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 뿐이라는 것이죠.

외세와 자본이 절대악이며 그게 '광주 정신'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그 광주 정신이라는게 '광주' 정신이라는 그들의 또다른 주장에 의해서 힘을 얻습니다.

약자는 그 자체로 권위를 갖는 일이 많습니다.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은 옳다는 것이 하나의 권위로써 성립하며, 철거민, 노점상 등도 그와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변동의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에 변동의 여지가 없는 절대 약자가 있습니다. 바로 '죽은 사람'입니다. 모든 약자 중에서 가장 절대적인 약자. 그 어떤 수단을 통해서도 약자에서 강자의 위치로 끌어올릴 수 없는 불변의 약자입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뜻을 참칭하며 권위로 내세우는 것은 그 어떤 것에 비해서도 강력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의 뜻을 내세우며 그게 광주정신이라고 하면, 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매우 패륜적인 일이 되어버리기가 쉽죠.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평등하게 오손도손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음흉한 자본이 거기 들어와 민중의 삶을 유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이게 열사들의 뜻이며 이게 진정한 민주주의라며 거대한 권위를 가진 제사장들이 입을 모아서 떠들고 있는데 누가 거기에 반대하다가는 권위에 짓눌려 남아나지가 않게되죠.


그런데 이제는 그들의 그러한 지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는 이번 대선의 구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직전까지 있었던 두번의 대선은 우상숭배의 끝판왕급이었습니다.
박근혜, 문재인 두분 다 상주의 지위(제사장 중 대장)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 자체로 전형적인 우상이기도 합니다.
박근혜야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또한 아이돌과도 같이 이미지 창조를 통해 형성된 우상이죠.

그런데 이번 대선에는 우상이 없습니다. 윤석열이든 안철수든 '이분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같은 것을 받는 대상은 아닙니다.
안철수가 아주 일부의 팬덤이 있다고는 하나 그냥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기대로 만들어진 팬덤일뿐 종교적 성격은 전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재명 팬덤 또한 마찬가지구요.

즉, 일단 대선의 인물 구도상으로는 종교적 성격의 인물 숭배 구도가 깨져있습니다.

인물들이 갖는 실제 문제들도 있지만, 인물 숭배 그 자체에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 질려버린 탓도 있다고 봅니다.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문재인 정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의 행태에 그 외의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진절머리가 날만한 상황이었죠.
그렇게 진절머리가 나지 않았으면 그 자신들 또한 나중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꽤 있었을 사람들이, 그로인해 그게 굉장히 추한 것이라는 자각을 강하게 가졌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2~30대입니다. 다른 어떤 세대에 비해서도 '무비판적 지지' 성향이 가장 크게 줄어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각을 강하게 가지며 사고방식이 다른 쪽으로 전환되다보니 위에서 말한 민주당의 지배 체제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쪽으로 생각이 같이 전환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좀 다른 얘기를 하자면, 이렇게 죽음을 지나치게 숭상하고 찬미하는 것은 또다른 죽음을 부른다는 점에서도 위험합니다.
민간인 학살에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는 것이야 물론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만, 거기에서 옆으로 잘못 새면 자칫 죽음 그 자체를 지향점으로 여기는 쪽으로도 빠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념을 추구하더라도 딱 이념 수준에서만 끝나야 하는데, 위에서 얘기한 제사장 부류의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의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지만 정치적 생명은 '조국'이라는 초현실적인 유기체속에서 영생한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일종의 교리로써 받아들였던 사람들이 아주 많고, 그게 아주 비극적인 사태로 연결된 것이 1991년의 분신정국입니다.
게다가 그 분신은 하필이면 어린애들만 하죠. 2학년들만 줄줄이 죽어나갑니다.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나이의 애들이 잘못된 학습에 의해 마치 모든걸 다 안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1981년도 아니라 1991년과 같이 고도로 발전된 한국의 어린 애들이 식민지 대리정권 노태우를 타도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만드는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틀려먹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비난을 퍼부어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만든 장본인들인 윗선의 혁명가, 제사장들은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그 중 일부는 나중에 5.18 전날에 광주 룸싸롱에서 여자끼고 술이나 퍼마시기도 하죠.

죽음을 이용해 부귀영화를 추구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지배하는 이런 자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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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포스
22/02/19 15:34
수정 아이콘
박주민 생각나네요
22/02/19 15:4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내용들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는 광주와 마찬가지로 특정정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유명한 tk출신의 20대인데,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밀어왔던 정당에 대한 제 또래의 바닥민심이 크게 흔들리는걸 자주 느끼고는 합니다.

물론 심심하면 후려치는 정당에 투표하지는 않겠지만, 광주에서의 국민의당처럼 적당한 대안이 생긴다면 이전 세대와는 달리 크게 흔들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북은 얼마전 나온 삼성휴대폰 공장 소식이외에는 몇년간 좋은 소식 하나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구미, 탈포항을 거의 성공한 포스코 등 그나마 혁신도시인 김천이나 위성,학원도시인 경산 외에는 좋은 미래 하나 보이지않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 포스코의 이전에 관심을 보이는 정치인은 포항 시장정도를 제외하고는 보이지도 않고 다들 크게 의미없는 군위 통폐합건에나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지역의 이전 세대분들은 우리가 이전에 받은 것들이 있으니 지금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 정도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현재 20~30대들은 실제로 받은 것을 체감했기보다 타지방들을 보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지선까진 분노가 표출되지 않을듯 보이지만, 말씀하셨듯 tk지역의 젊은 세대들은 [종교적 숭배]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기에 바닥민심이 흔들리는걸 꽤 느끼고 있는데 해당 부분을 긁어줄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나온다면 지역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국수말은나라
22/02/19 16:2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안철수를 좋아합니다 안되는줄 알면서 그나마 돈이 많아서 가능하겠지만 끊임없이 대안이 되고자하는 그 노력은 박수를 칩니다 다만 이준석 같은 사람 조차도 대안정당에 회의적이고 기껏 대안이라고 나오면 맥스가 정의당 폐미당 아님 극우당 뿐인 현실을 보면 정용진이 당 하나 만들지 않는이상 현실은 요원해보입니다 저 밑에 윤미향이 저리 준동해도 아무도 제지못하는거보면 시민단체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요
22/02/19 16:5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존중받아 마땅한 것을 도구로 사용하고, 웃음꺼리로 전락하는게 개탄스럽습니다.
22/02/19 20:58
수정 아이콘
좋은 의견에 공감합니다.
국힘은 그냥 곳간 좀 빼먹으려고 집권을 추구하는데 민주당은 종교적 숭배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이념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 절대 아니죠. 이념에 진심이었다면 피해호소인, 윤미향 사태같은 게 용납이 될리가 없죠.
개인적으로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시체팔이로 문재인 지켜달라하기,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계정으로 여론 조작하기.
쇼핑몰 없는 걸 광주정신으로 호도하기. 에휴.
김재규열사
22/02/20 09:07
수정 아이콘
광주에 살지 않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광주정신의 핵심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그것도 군대 쿠데타에 맞서 시민들이 저항을 펼쳤다는 부분입니다.
사람마다 광주정신이 무엇인지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민주당 분들 중에는 아예 [광주정신=보수정당 반대]로 못박으신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쪽에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줬더니 민주당은 그걸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여수낮바다
22/02/20 11:17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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