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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10 23:32:56
Name 클레멘티아
Subject [일반] 문재인 캠프의 전략, 그리고 단 하나의 실수(?)
0.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정치 사상 최고의 팬덤 대결이 제대로 붙은 날이었습니다.
비록 후보는 박근혜 vs 문재인이었지만, 실제로는 박정희 vs 노무현으로 대표되었고
그 두 팬덤은 유이무삼하게 아이돌성향을 가지는 엄청난 지지자와 그의 반대급부로 엄청난 안티 지지자를 가졌기에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어마어마하게 물고 할퀴는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최종 승리자는 박정희를 이어받은 박근혜였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계은퇴를 하지 않을 꺼라는 건 전부 알고 있었고,
결국 2015년 2월 화려하게 컴백을 하게 됩니다.
그 후, 야권내 지지도 1위를 한번도 놓친적이 없게 되며. 기적의 총선승리 이후로는 지지도 1위를 놓친적이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 철옹성 같던 지지도 1위가 1달이 앞두고 있는 즈음, 위태위태하게 됩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제가 볼땐 전략의 약점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1. 2012년 이후, 2017년 대선을 위한 승리를 위해, 문재인 캠프에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그건 바로 2012년 경쟁자였던 박근혜 후보의 전략 벤치마킹이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동의를 못할 수 있겠지만요.)
어찌보면, 2012대선 직후의 문재인후보와 2007년 한나라당 시절의 박근혜 후보는 유사한 적이 많았으니깐요.
아쉽게,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정계은퇴는 할 생각도 없고, 그들을 따르는 팬들도 많았으며,
그 충성심도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요. (안티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러기에, 2007년의 실패를 무릅쓰고, 5년동안 그것을 유지하여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2012년의 실패를 무릅쓰고, 그 지지를 2017년까지 유지시켜야 하는
문재인후보의 가장 바라는 교과서적인 형태였을겁니다.
(대통령 이전의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라 할 만큼, 정치적 감각이 대단했습니다.
정치적 감각이 없었다면, 그 지지도를 그렇게 유지할 수 없죠)

2.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5년동안 계승,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리고 키워드는 "선명성보단 확장성" 였고요.
현재 문재인 캠프의 슬로건인 "준비된 대통령"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준비된 여성대통령"과 궤를 같이 하며,
'표창원'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캠프의 인재영입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키드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 어려움을 느낄때, '김종인'이라는 인물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데,
노력 / 성공하였고요. (박근혜 : 경제적으로 보수라는 이미지를 희석 / 문재인 : 외교적으로 좌파(?) 라는 이미지를 희석)
그리고 문재인 후보는 최대한 자극적인 말을 피하면서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줘, 안정감을 높이는 작전을 썼고요.
그 결과, 압도적인 1위, '어대문'이라는 말을 남기는 데 성공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생각못했던 변수가 생기면서, 환경까지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3. 2016년 10월 24일.
뉴스룸의 발표로 시작된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는 결국 박근혜 탄핵으로 연결돼, 결국 장미대선으로 이뤄졌고,
좌로는 이재명 / 우로는 안희정이라는 방벽을 통해,  민주당 최대의 중흥기를 이끌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분위기를 뒤로 한 채, 문재인 후보도 슬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됩니다.
'적폐 청산'이라는 말도 나오고 '북한' 이야기도 언급하면서 적으로부터는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선명성보단 확장성"이 우선이었고, 이에 이재명이 난리를 쳐도, 안희정이 대연정을 외쳐도
문재인은 "적폐 청산"이라는 말만 하지,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지 않는 모호함을 유지 하면서 선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4. 적폐 청산이라는 말은 참 좋긴 하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상당히 머리 아픈 말이 됩니다.
단순히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하게 되면, 난 적폐가 아니니까 상관없어라는 인식을 할수 있지만, (즉 나이브하게 인식이 되죠)
구체적을 00가 적폐 대상이다라고 하는 순간, 00는 확실한 적이 되기에, 정치 공학적으로 유불리를 정확하게 가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가 힘든 시기에 전두환을 때리는 판단은 정치공학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기에 00이 확실히 문제가 아닌 이상 (00을 모두들 싫어하지 않는 한)
문재인은 굳이 적폐대상을 굳이 지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미 적폐대상을 모두들 알고 있고,
적폐대상을 지목한다 해서, 이전까지 문재인 안티가 돌아설 가능성이 낮으니깐요
근데.... 그 수많은 적폐 대상 중에 하필이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될 것들을 건드립니다.

5. 2017년 3월 21일.
문재인 후보는 직접 MBC에서 'MBC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대놓고 비판합니다.
사실 틀린 말은 없고, 문재인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속시원하다는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속시원한것과 표랑은 상관이 없다는 건 지난 2012년 대선때 이정희가 극적으로 보였죠.
더군다나 이 말 하나로 언론은 문재인 후보로부터 등을 돌리는 계기를 가지게 됩니다.
MBC 정상화란 말은 결국 MBC 사장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언론에게 외부의 압력을 주겠다는 선언이었고,
그렇다면 그 외부의 압력이 MBC만 향하라는 법이 없기에 다른 언론들도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죠.
(언론이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외부에서 자기의 회사를 흔드는 걸 좋게 보는 수뇌부는 없습니다)  
즉 언론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반대로 말하면 문재인이 되면 안되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갑자기 언론이 안철수를 지목하는 이유, 문재인 지지자들이 최근따라 더더욱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이 이유라고 보고요.

6. 제가 정치인이라면, 그 정도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면, 무리수를 두지 않고, 온화하게 하다가
대통령이 되면 그때 건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도 난 대통령이 될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지지자들이 모호함을 가지고 비판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표를 잃더라도 이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우발적인 말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마..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이 발언이 하나의 나비효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박근혜 / 이명박의 새누리 계열이 아닌 뉴타입 '안철수' 라
참고할 만한 과거 자료도 없습니다.
과연 문재인의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정도일까요?
어떤 대책을 세우고 행동할 지, 한달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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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노코시
17/04/10 23:38
수정 아이콘
대통령이 수단이 아닌 하나의 과정인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대통령을 최종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저 이미지 포장과 대전략을 그대로 유지한채 리드를 지켜가며 끝내고 싶었겠지만, 대통령을 이룬 뒤의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이유 때문에 그 비전을 본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그 철학과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하네요.
그 워딩이 자극적이고 100%의 공감이 아닐지 몰라도 본인의 그런 소신은 '선명성' 측면과는 다른 또다른 성질을 내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클레멘티아
17/04/10 23:46
수정 아이콘
그게 문재인 후보의 특징이긴 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면 적폐 청산도 물건너가는거니깐요.
SwordDancer
17/04/10 23:43
수정 아이콘
본문에 동의합니다. 특히 1번은 그간 쭉 지켜보면서 확연히 느낀 부분이에요. 문재인씨의 전략이랄까, 행보를 보면 박근혜가 당선될 때의 그것을 매우 심도 있게 분석하고 벤치마킹했구나 싶죠. 5번 역시 마찬가지에요. MBC에 나와서 MBC를 까는 건 당선 이후라면 모를까, 너무 성급했어요. 덕분에 온 언론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으니.. 칼을 숨길 때는 좀 숨겨야하는데 말이죠.
클레멘티아
17/04/10 23:46
수정 아이콘
칼을 대놓고 드러내긴 했습니다. 물론 그 칼을 드러내도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겠지만요.
17/04/10 23:44
수정 아이콘
아마 MBC에서 저런 발언을 안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구도가 만들어졌을겁니다.
딱히 실수로 보이진 않습니다.
뭐 결정적인 실수라고 할 만한 부분을 굳이 꼽으라면,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기득권 세력과 척을 진 것이겠죠.
클레멘티아
17/04/10 23:50
수정 아이콘
대놓고 척을 진 발언이 MBC 발언이라서요. 아래 댓글에도 적었지만, 확신을 가져다 준 계기라고 봅니다.
VinnyDaddy
17/04/10 23:45
수정 아이콘
5번이 결정적인 계기냐, 혹은 원래 그렇게 될 것이었냐... 정도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겠네요.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클레멘티아
17/04/10 23:49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혹시나 하고 관망 중이었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확신을 가져가 된 계기를 가졌다고 생각됩니다.
트와이스 나연
17/04/10 23:51
수정 아이콘
오늘 추미애 대표가 최근 적폐청산의 단어가 의도치않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부패기득권이란 말을 대신 사용하겠다라 하네요.
SwordDancer
17/04/10 23:53
수정 아이콘
본래 뉴타입이었던 안철수는 스스로 올드 원의 길을 택했습니다. 안철수가 진다면 이게 패착이 될 것 같네요. 기존에 보지 못한 정치인에서 늘상 보아 오던 정치인으로 변신한 셈이라.
와룽놔와와
17/04/11 00:21
수정 아이콘
1,2번 저거 어디가서 쳐맞을까봐 말 안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니까 되게 반갑다고 해야할까요 그렇네요
르웰린수습생
17/04/11 00:24
수정 아이콘
MBC 발언이 계기가 되서 언론들이 문재인의 개혁의지를 강하게 느끼고 돌변했다고 보기엔 원래부터 문재인은 그런 말 하고 다녔습니다.

[미디어오늘] MBC 해직 언론인 이용마 만난 문재인, “앞잡이들 책임 묻겠다”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6&aid=0000084326 )

그리고 공영방송인 KBS나 MBC는 정권 잡아서 수뇌부 교체하고 정상화할 수 있겠지만, 사기업인 타 언론사들은 무슨 수로 외부의 압력을 크게 줄까요?
오히려 문재인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처럼 권력을 자기 맘대로 휘두르지 않을 거로 판단하여 아주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와이
17/04/11 01:00
수정 아이콘
방법이 없는건 아니죠. 최근 종편 재심사에서 TV조선은 점수에 미달했습니다.
그러면서 3사 모두에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 건수를 연간 4건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죠.
특히 기준점수에 미달한 TV조선에 대해서는 이후 6개월 단위로 점검해 조건을 반복 위반하면 업무정지, 승인취소를 하는 별도 조건을 달았습니다.
최근에 박종진이 잘려나간 것도 이때문입니다. 방통위 통해서 타이트하게 관리들어가면 북조선 티비가 버틸 수 있을까요?
북조선 티비에 칼 대는 순간 MBN이나 채널A 가 지금처럼 날뛰지 못할겁니다.
유스티스
17/04/11 00:25
수정 아이콘
5.의 내용이 언론의 현재 양상과 유관한거라면 속시원했지만 악수였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레일리
17/04/11 00:3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언론-특히종편-이 문재인에 불리했던게 하루이틀일이 아니고, 그 엠비씨 발언 이후로 언론환경이 다이나믹하게 변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하와이
17/04/11 01:04
수정 아이콘
5번 발언 아니었어도 현재 언론은 어짜피 문재인 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스탠스는 똑같았을 겁니다.
보수 언론이 문재인과 척진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어짜피 문재인 지지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보수 언론도 손대길 기대하는 분들이죠.
언론 역버프 그딴거 없이 대통령 되어야 제대로 털수 있는 명분이 생기죠. 방법은 많습니다. 윗 댓들에도 달았듯이 어짜피 종편은 방통위로 털 수 있어요.
KBS, MBC는 수뇌부 교체하고 대대적 개혁해야죠.

그 발언 때문에, 공격이 격화한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게 문재인의 방식이고 지지자들이 이탈없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이죠.
펠릭스
17/04/11 01:09
수정 아이콘
언론중에서 종편, 즉 조중동은 원래 DJ시절부터 싸워왔었고... 한,경도 15년째 사이가 안좋아서 딱히 편들것도 없습니다. 공중파는 망하기전 최후의 발악이라서 저렇게 하는게 당연한 거구요.

중도정책이 필요한건 인정합니다. 그 추가 김종인이었는데 아쉽지요.
17/04/11 02:03
수정 아이콘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설득력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7/04/11 07:05
수정 아이콘
문캠에서 박근혜 전략을 따라했는데 이게 문재인 본인에게 안 맞는 옷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12년에 박근혜에게 끝장토론 하자고 요구했던 문재인이 이제는 토론을 계속 피하고 있으니..
세계구조
17/04/11 07:53
수정 아이콘
다자구도에서 안철수가 요구하는 방식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던데 틀린가요?
17/04/11 08:08
수정 아이콘
문재인 지지자들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아마 헛소문인 것 같습니다.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407/83736961/1
만약 법에 걸리는 게 사실이면 문재인 쪽에서도 "나는 하고싶은데 선관위에서 허락을 안해준다" 라는 식으로 얘기할텐데 그러지 않고 "초딩 반장선거냐"라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습니다.
17/04/11 09:07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에는 공직선거법 81조, 82조에 애매하게 걸릴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전문 법조인이 해석하는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점화한틱
17/04/11 07:43
수정 아이콘
뭐 개인적인 추론으로는 그냥 이것저것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도 우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본인의 기존 생각을 질러버리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비계획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뭔가 솔직한것같달까... 뭐 제가 문재인씨 지지자라 좋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요.

해당 mbc 인터뷰 중 문재인씨가 언급했던게, '지금 여기로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 보니 mbc에서 해직되었던 분들이 피켓들고 서계시더라. 분명 법원에서 승소판결까지 났던 사안인데도 mbc에서 대법원에 상소해서 아직도 복직못하고 저러고 계신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이렇게 얘기하신 걸 보면 말이죠.
17/04/11 09:27
수정 아이콘
처음엔 운동장이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졌다며 아쉽긴 했습니다만, 미리 매타작을 받으면서 결집이 잘되는 이점도 있는 것 같긴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어올라 당선된다면 운동장 기울기를 맞춰갈 명분도 생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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