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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7/04/10 21:00:26 |
Name |
서인 |
Subject |
[일반] 대의민주주의에서 어느 유권자의 선택(학술 가치 제로의 인상비평) |
!!! 주의 !!!
이 글은 어대문의 희망을 갖고 기승전문으로 전개한 곡학아세이므로 독자의 주의를 요합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는 심기가 많이 상하실 수 있으니 너무 꼼꼼하게 읽기 마시길 권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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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사회의 주인이라는 이념을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민주주의죠. 참 간명하긴 한데 그럼 실제로 어떻게 사회를 꾸리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머리 터질 일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소수의 대표를 어찌어찌 뽑은 후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지지고 볶아서 뭐라도 하게 만들자 이러면 해결되는 걸까요? 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깁니다.
아시다시피 평소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 만나도 세부적인 생각은 다른 점도 많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데 참석자가 각자 주관이 뚜렷하고 선택지가 세 개 이상인 상황에 중심 없이 회의라도 열면 논의는 완전 혼돈이 되기 쉽습니다.(물론 혼돈도 모색의 과정이니 시작이 혼돈인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나마 영리회사의 회의는 무엇이 지속적으로 돈 많이 버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 하는 단 하나의 단순한 목표로 수렴시킬 수 있으므로 좀 나은 편이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십인십색, 근본적으로 통일될 수 없는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므로 주제를 제한하지 않는 난상토론은 애초에 생산적일 수가 없습니다.
제한 없이 끝장토론을 하자는 건 사이다를 원하는 각 지지자의 말초적인 욕구에 부응하는 대중영합주의이고 누가 짧은 시간에 발휘할 수 있는 순발력이 뛰어난가의 경연일 뿐 공직선거후보자간의 토론 형식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후보 검증의 본질과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생산적일 수 없는 아무말대잔치에서 무슨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서로 감정만 상할 뿐입니다. 네트워크 등 물리적으로 지원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해도 너무 많은 정책과 법안을 직접투표로 처리하는 건 바람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책이건 법안이건 건별 인기투표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대체로 해롭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고려할 게 많기 때문이죠. 이 글의 첫 번째 주제가 여기서 파생됩니다.
복잡한 국정의 운영능력은 토론회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극히 짧은 시간의 순발력이 정무직 공직자에게 별로 의미 있는 자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천천히 밝혀질 것입니다.
아무말대잔치의 난상토론도 복잡하지만, 국가의 운영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국방, 안보, 외교, 교육, 과학기술, 경제정책, 복지, 문화... 인위적으로 각 분야를 나눈 뒤에도 분야마다 수많은 과제가 있을뿐더러 이러한 과제들은 서로 독립되어 각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아닙니다. 국무회의가 왜 필요하며 부처 간 조율과 협력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경제정책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여 수립되어야 하고 교육정책은 이에 대한 적합성을 반영하여야 하며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는 경제정책의 흐름을 염두에 두되 변화된 인센티브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최초 발제는 당연히 중요한 가치판단에서 출발합니다. 달성해야 할 가치목표가 적절하게 설정된 상태에서도 외부효과에 대한 깊은 고려로 조율되지 않으면 그 결과는 혼돈일 수도 있습니다. 선한 의도로 수행한 일이 많은데도 사회 전체는 더 나빠졌다는 황당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요.
모든 정책의 집행은 풍선효과로 한쪽을 바꾸면 다른 쪽이 영향을 받는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간단한 예로, 공무원의 비리로 인한 자원의 왜곡배분 효과를 막기 위해 비리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가정해 보죠. 처벌의 기댓값이 높아지는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비리 공무원은 자잘한 건은 포기하되 훨씬 큰 리베이트에만 반응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 변화는 경제 전체로 볼 때 자원의 왜곡배분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1000만원짜리로 100건의 비리가 있었는데 10억짜리 2건의 비리가 발생하는 거로 양상이 바뀔 수도 있는 거죠. 상황이 이러하니 그런저런 모든 걸 최대한 고려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패키지로 변화를 구성해야만 합니다. 비리에 대한 내부고발을 장려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구성하여 적발 확률을 높이는 한편 적발될 경우의 기회비용을 높이기 위해 비리에 노출되기 쉬운 직군에 대해서는 성실한 직무수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좀 더 주며 관련된 민간 부분에도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위험도를 높이는 등이 한꺼번에 가야 1차적인 목표인 자원의 왜곡분배를 막는다는 취지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죠.
물론, 이건 지나치게 단순화한 예시이고 훨씬 복잡한 실제 사례도 많습니다. 모든 변화에는 또 다른 변화가 딸려오므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변화의 총합이 플러스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액션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정도로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불가피한 부작용이나 나쁜 외부효과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보상을 해야 하는가까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건 뭐...
자, 간명한 하나의 정책에도 고려할 점이 여럿인데 인구 5천만의 거대한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복잡도는 정말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각 개인이 개별 정책, 개별 법안만 보고 인기투표식으로 의사 결정하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우선 저 자신부터 비교적 단순한 몇 가지 사안 이외에는 종합적으로 평가할 역량이 없습니다. 설사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기술적으로 모든 법안에 대한 직접투표가 가능해진다 해도 오히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이고 바로 이 지점이 거대한 국가의 운명에 있어서 대의민주주의의 불가피성을 확정하는 곳입니다. 내가 짓고 싶은 집의 전체상이 있다 하더라도 설계와 시공의 전문가에게 나머지는 맡겨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주인은 총예산과 건축면적만 잡고 설계단계부터 전문가에게 거의 맡기는 방법도 있겠지요.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혼돈일 수 밖에 없는 대의민주주의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치의 전문가 말이죠.
그래서 소결론이 납니다.
내가 혼자서 할 수 없는 골치 아픈 일을 위임할 전문가를 뽑자. 게다가 우리는 입이 너무 많아 큰 싸움판 벌이기도 어렵다. 어지간한 싸움은 쟤들끼리 하라 하고 기분 내킬 때 거들기만 하자. 그런데 어떻게 뽑지? 아하, 우선 자격 있는 애들 줄 세워 놓고 나하고 비전이 비슷한 애를 골라 일을 맡기자. 이렇게 하여 대의민주주의가 성립하게 됩니다.(물론 선출된 공직자는 다른 비전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의무를 진다고 봅니다. 우리는 승자독식의 사회를 위해 대의민주주의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수결은 효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 민주주의의 본령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전문가에게는 직업윤리와 직무능력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어느 자질이건 높을수록 좋거니와 어느 하나가 낙제점 이하이면 다른 자질이 높아봤자 쓸모 없습니다.
정치전문가, 즉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을 차례대로 짚어 보죠.
우선 직업윤리.
정치인의 직업윤리는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자신의 비전에 투표한 사람들의 선호를 우선하되 상대의 선호도 존중하면서 투명하고 정당한 과정으로 모든 일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권한을 갖는 자리에 자유롭게 도전하되 유형무형의 권한을 사적 이익에 사용해서는 안 될 뿐더러 주변에 잘못된 신호가 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자세도 필수입니다. 권한과 영향력이 클수록 이 기준은 높아지는 것이므로 대통령 도전자에 대한 과락 선은 실로 어머어마해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생활인은 낙제점 언저리라고 봅니다. 당사자 혼자의 수신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제가와 제측근, 즉, 주변까지 어긋나지 않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었지만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치국에 도전하는 사람은 수신제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건 패시브특성의 방어력스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이 판타지무협세상이 아닌데 물약 하나 꿀꺽하거나 짧은 기간 폐관수련한다고 확 레벨업이 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살아온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드러나므로 단기간 인위적인 강화 방법은 없습니다. 드러난 사실과 최근의 언행으로 보아 수신제가와 관련된 안철수 후보의 점수는 보통 주변에서 사람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의 평균값 정도에 불과하여 낙제점 언저리고 유력 후보 중 확실하게 합격점을 줄 수 있는 건 문재인 후보 뿐입니다. 단순히 합격점 상회 수준이 아니라 역대급이죠. 다시 이 정도의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오는 행운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전문성.
직업윤리에 대한 평가는 자격시험에 불과하고 본선은 전문성입니다. 저는 정치인의 전문성이란 게 각 분야에 대해 두루두루 많이 안다거나 몇몇 분야에 대해 깊이 안다는 것하고는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전문성은 지적 전문성과 인격적 전문성으로 다시 나누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지적 전문성이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성과 한 가지 일은 백 가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뜻합니다. (1)우수한 지성, (2)나비효과에 대한 인식. 지성은 연속스펙트럼이니 과락 선이 없고 누가 더낫다 정도지만 나비효과 인식은 하고 못하고의 구분이 곧바로 과락 선입니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길을 가고 싶지는 않아요. 다행히 지금의 후보들은 모두 이 지점에서는 결격사유가 없으리라고 추정합니다.(홍준표후보가 가끔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지만 다 전술적인 발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보다 멍청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네요) 애초에 허들이 높지 않은 기준이다 보니 현재 후보들은 모두 그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죠. 따라서 토론 등에서 드러나는 순발력은 그다지 중요한 평가 기준이 아닙니다. 그리고 애초에 지성과 순발력의 상관계수가 그렇게 크지도 않아요. 토론회를 통해서는 혹시 지성이 너무 바닥은 아닌가 하는 우려나 나비효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고 누가 순발력이 더 뛰어난가를 볼 수 있을 뿐 지적 전문성을 상세하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인격적 전문성이란 구심력과 조율능력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서 국가를 운영하는 청사진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아 고쳐 쓰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면 자기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도록 도와줄 능력 있는 전문가집단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집단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견인과 조율, 이게 중요합니다. 닥치고 내 뜻대로 따라와 또는 좋은 건수 있으면 내놔봐 물론 책임은 니가 질 테지만 식은 안되거니와(전문가집단이 활력을 잃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박근혜 정부의 사례) 다른 의도를 가진 쪽에 대책 없이 끌려가서도 됩니다.(행정부 수반이 중심을 제대로 못잡으면 전문관료의 이익을 위한 국가가 됩니다) 대통령의 자리는 적어도 수십 명을 대상으로 이 어려운 균형잡기를 장기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비교적 단순한 사안 몇 가지를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데는 이런 능력까지는 필요 없지만(YS의 하나회 척결!) 지속적으로 국정을 끌어가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능력이고 능력치가 높으면 높은 만큼 좋습니다. 사전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지표이고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목인데, 문재인 후보는 후보 자신이 공공에 대한 봉사의식을 가진 사람을 잘 끌어들이는 스타일이고 필요하다면 단호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데다(내가 불리할 때만 '단'호'해지는 거 말고) 참여정부의 부족함으로부터 많이 배웠으리라 봅니다. 최소한 관료들에게 끌려다니는 삽질은 덜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문재인후보에게 더 높은 점수를 드립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점수는 많이 낮습니다. 알려진 에피소드들을 종합하면 혼자서 또는 소수의 의견만 듣고 나는 메시아이니 나를 따르라 하는 스타일로 보이는데(거기다 스스로의 선의를 믿고 또한 자신이 똑똑하다는 데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여서 더 골때림. 반대자는 바보 아니면 악당으로 보일 테니까. 오히려 진짜 사기꾼에겐 당하기 쉬운 스타일) 대한민국의 국정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그런 스타일로는 장기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좋은 정당이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면 어찌어찌 꾸려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미 전문성이 풍부한 양질의 후보가 있는데 굳이 점수 낮은 사람을 채용해 볼 생각은 없어요. 모집정원은 1명이니까요. 가뜩이나 직업윤리도 모자란 사람을 말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용두사미로 달린 결론은 기승전문입니다. 제게는 문재인후보가 훨씬 더 나아 보입니다. 체급을 논하기 전에 종목이 완전히 달라요. 안철수 후보에게는 생산적 정치를 하기 위한 전문성이 없어 보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려워요. 아울러 대통령 수준의 중책을 맡기기에는 직업윤리점수도 너무 낮아서 만의 하나 안철수 대통령 시대가 오면 주변에서 대형 사고가 터질 확률이 너무 높아 보입니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죠. 아저씨, 원서 잘못 내신 듯. 다른 데 알아보시는 게...
ㅠ.ㅠ 밥도 안먹고 뭐하는 짓이래. 밥먹으러 갑니다. 그리고 내일을 준비해야겠네요. 지금 피로가 확 몰려 오는 게 어쩌면 내일까지는 피드백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논란되기 좋은 글 써지르고 도망가려는 생각은 없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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