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11/29 23:07:34
Name 凡人
Subject 낙태의 왕국이었던 대한민국
아서 C. 클라크의 소설 유년기의 끝을 보면 외계 문명인 오버로드가 지구인에게 부작용 0인 피임약을 만드는 기술을 전파해 준 덕분에 인류 복지가 혁신적으로 향상되었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피임이 그렇게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자료를 좀 찾아보면 소설이 발표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더라도 탁월한 선견지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절 수술의 경우 보통 미혼 상태에서 임신을 했기 때문에 낳을 수 없어 한다는 선입견이 생기기 쉬우나 보건복지부 통계[1]를 참고하면 중절수술은 대부분(86.3%)이 기혼 여성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정기적으로 성 관계를 갖는 대상이 있으며, 피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덜 신경을 써도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우리나라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2010년 기준 16만8738건으로  가임기인 15~44세 여성 천 명 중 15.8명 꼴이라고 합니다. 17만건이라는 수에 대해서 좀 의외라고 놀라실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좀 더 충격적인 자료를 보여드리자면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연간 34만건이 넘었었습니다.



우리보다 성적으로 훨씬 개방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탈리아나 일본의 세 배, 미국의 1.6 배가 넘는 수치였었습니다. 좀 험하게 얘기하자면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되었던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중절 수술을 했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년 한 해 동안으로 한정짓지 말고, 일생동안 중절수술 경험을 한 사람의 비율을 따져보면 29.6%이 나옵니다. 가임기 여성 열 명 중 세 명은 중절 수술 경험이 있다는 소리죠. 2007년도 청소년 건강행태온라인조사 결과[2]를 보면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은 5.2%이며,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 10명 중 1명이 임신한 적이 있었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가임기 중절 경험 여성 비율 중 10대는 낮은 수준[3]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20대에서 40대 초반 여성 중 35% 에서 40% 정도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쪽의 통계를 보신 적이 없는 분들께는 충격과 공포일 수 있겠네요.

다행이도 중절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1. 가임기 여성 수, 임신능력 감소로 실질적 임신 가능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
  2. 계획 임신, 시술 위해성 인식 확산, 응급 피임약 보급 증가, 정부 예방정책 등 복합 작용

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응급피임약 판매량이 06년에는 41만2천백 [4] 에서 10년에는 60만3천백으로 증가했다고 하지요.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으니



셋째아 이상을 낳을 때 딸이라고 중절수술 하는 인구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자연상태의 성비가 105 정도 되니 103~107 정도까지는 정상 성비입니다. 즉, 첫째나 둘째를 낳을때는 딸이라고 중절하는 일이 없었으나, 셋째가 딸이면 정말 많이도 중절수술을 했었다는 거죠.



그 반증으로 미혼 여성의 중절 수술률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는데, 기혼 여성쪽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한참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던 90년대 말부터 2000년 즈음에 연간 중절수술 건수가 80만건이라는 괴담이 떠돌았는데 (참고로 2000년도 신생아 수는 64만 5천명이었습니다) 2000년 셋째 신생아 성비 144의 위엄 앞에서 괴담이라고만 우길 수 없어집니다.
  
<글을 맺으며 잔소리>
남아 선호 사상이 줄어들며 수술 건수도 같이 감소하고있으나 미혼 여성 수술 비율은 되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인과 동침하는 사이가 됐으면 부끄러워 하지 말고 제발 산부인과 가서 피임상담 받읍시다. 연간 응급피임약이 60만 백이 넘게 팔리는건 정말 문제가 있는겁니다.

또, 산부인과 피임상담과 별개로 고등학교에서 콘돔 씌우는걸 제대로 가르쳐야 됩니다. 콘돔은 부작용이 적으며, 값이 싸고, 제대로 착용만 할 경우 불량품이 아닌 이상 거의 완벽하게 비상 사태를 방지해 주는 물건입니다. 약국 뿐만 아니라 편의점 어디에서나 판다는 점도 큰 장점이죠. 제가 고교 양호 교사라면 사용방법 강의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약국서 콘돔 사오기 과제를 내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전에도 했었던 얘기지만 정치인들은 빈부 격차 문제 못지않게 20대의 성비 불균형 복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90년부터 05년 까지 음지에서 벌였던 여아에 대한 선택적 중절 수술에 대하여 정말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될 겁니다.

[1] http://download.mw.go.kr/front/modules/download.jsp?BOARD_ID=140&CONT_SEQ=259118&FILE_SEQ=76218
[2] http://www.korea.kr/newsWeb/pages/brief/common/downloadFileForDepart.do?idKey=02ca745a9891cae15260f2cc5ea869f1
[3] 15~19세 여성 인원을 150만으로 잡고 5.2%의 10%를 계산할 경우 7,800명 정도가 나옵니다. 이것도 1년간 횟수가 아니라 누적 건수죠.
[4] 응급피임약의 리스크를 생각해보면 미*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만한 수준입니다.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05 09:25)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1/29 23:09
수정 아이콘
추천박습니다.
제가 솔로인게 다 20대 여성이 부족해서였어요.
그림자군
11/11/29 23:18
수정 아이콘
이 한마디를 달기위해 로그인해본일이 없건만...


에게로! [m]
11/11/29 23:23
수정 아이콘
중절당해 태어나 보지도 못한 여자도 불쌍하고, 그 여자랑 결혼할 운명이었던 남자도 불쌍하고.... 저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겠습니다.
Mithinza
11/11/29 23:46
수정 아이콘
꼭 콘돔 쓰라고 귀가 뚫어지게 말해도 안 쓰는 사람들 있어요. 쩝쩝

언제쯤이면 딸이라고 낙태 안 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1/11/30 00:01
수정 아이콘
간만에 추천하기 위해 로그인을 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분석은 이렇게하는거죠.
문어발
11/11/30 00:04
수정 아이콘
응급피임약의 리스크는 어떤것이 있나요? [m]
올빼미
11/11/30 00:11
수정 아이콘
콘돔은 약국보다 편의점이 구입하기 편하죠...전 혼전순결론자지만 콘돈은 상시지참하고 다닙니다.
11/11/30 00:43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초5~고1 까지 다녔는데
초등학교때 콘돔 사용법 및 성교육 하더군요...
11/11/30 01:20
수정 아이콘
영국의 낙태비율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군요..
영국의 성문화도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부끄러워 할수록 실수(?)도 많이 하고 성교육도 부족한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유교사상으로 인하여 그런것처럼..
11/11/30 01:51
수정 아이콘
응급피임약은 일반적 피임약보다 훨씬 고농도여서 호르몬에 의한 부작용이 많고요..
사실 성교육의 첫번째는 정자가 어떻고 난자가 어떻고가 아니고 콘돔주고 놀기, 바나나에 씌우기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뭐 아직까지도 갈 길이 좀 멉니다. 학교에 콘돔 자판기도 설치해야 하는데..

예전에 고등학교 성교육에 콘돔 들고 들어갔다가 교장 선생님에게 제지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학교에는 이런거 사용할 필요가 있는 학생은 한명도 없습니다..라고 발끈하시던.. 크크.
11/11/30 02:12
수정 아이콘
학부 시절 여성학 시간에 우리나라 한해 임신중절 건수는 200만 건으로 한해 태어나는 아기의 3배가 넘는다는 내용을 배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위의 80만 건 정도가 '괴담' 이라면 이건 과연 '헛소문' 인 것일까요...?
11/11/30 10:00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호주로 워홀오시는분들 자주본입장에선 생각보다 수치가 훨씬 낮네요.
가난한쉐리
11/12/11 15:38
수정 아이콘
90년대에 심은하씨가 나온 드라마 "M" 때문에 낙태수술이 절반이상으로 줄었다는 9시뉴스를 본적이 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261 뿌리깊은나무와 정치외교학 [33] 사티레브7963 11/12/08 7963
1260 중복과 피드백 그리고 봇 [63] 김치찌개7762 11/12/08 7762
1259 커피메뉴 가이드라인 [87] nickyo12016 11/12/07 12016
1258 Scars into Stars [15] PoeticWolf7142 11/12/06 7142
1257 [해외축구] 첼시에게 불어닥친 대격변의 돌풍…과연 그 결과는? [38] 클로로 루실루플9543 11/12/06 9543
1256 오늘 프로리그를 보면서 드는 여러 생각들 [36] noknow11976 11/11/26 11976
1255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11 미국 대학원 지원시 팁. [25] OrBef17602 11/12/05 17602
1254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3) 9성 완성, 그리고 반환 [10] 눈시BBver.211316 11/12/04 11316
1253 교차로 '불'완전 정복 - 2 : 회전교차로 [10] Lilliput9207 11/12/03 9207
1252 나는 차였다. [24] 리신OP9911 11/12/02 9911
1251 올해 레지던트 지원율 -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 - [98] Timeless12020 11/12/02 12020
1250 개인 미디어의 시대 [15] 몽키.D.루피8624 11/12/01 8624
1249 근대사를 다루지 못 하는 이유 (추가 끝) [100] 눈시BBver.29167 11/11/30 9167
1248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 結(결) 편 [11] 르웰린견습생6327 11/11/30 6327
1247 낙태의 왕국이었던 대한민국 [16] 凡人13289 11/11/29 13289
1246 광개토 - 외전. 백제의 요서경략설 [12] 눈시BBver.28283 11/11/29 8283
1245 [이벤트/경품] 주어진 단어로 오행시를 지어주세요~ - 마감 - [63] AraTa_JobsRIP8003 11/11/23 8003
1244 서른둘 즈음에 [26] madtree10839 11/07/05 10839
1243 결혼했더니 "아이고 나 죽네" [112] PoeticWolf15353 11/11/28 15353
1242 스타1유저가 스타2를 하지 않는 이유 [83] 김연우18086 11/05/15 18086
1241 '메카닉 vs 퀸드라' - 저그의 마지막 카드인가? (경기 리뷰) [102] 냥이풀21377 11/04/29 21377
1240 DSL 택꼼록 관전평 [25] fd테란14102 11/04/22 14102
1239 돈과 시간 [8] Toyc7615 11/04/06 76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