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깥에 나가기도 두렵고... 항암치료 받으며 집안에서 할게 뭐 없을까 하다가 프라모델 끄적인지 몇 개월 되어 갑니다. 아직 초보지만 하나하나 만들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이번엔 아카데미과학에서 출시한 F/A-18C 호넷 입니다. 2007년에 출시된 제품이니 프라모델 계에서는 나름 신형 (?) 은 아니더라도 꽤나 최근 금형입니다. 거기에 데칼들을 갈아가며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죠.
사실 12월에 아카데미에서 할인 행사를 할때 사놨습니다. 생각해보니 회사다니면서 만들면 한 1년은 만들거 같은데 그 동안 다른걸 안살까요...? 그렇게 탑은 쌓여갑니다.
모든 비행기 프라모델의 시작은 조종석입니다. 당연히 의자도 만들어줘야죠. 하지만 프라모델 인젝션의 의자 퀄리티는 구조상 그렇게 좋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축소 모델이다보니 너무 작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의 한계가..
조금이나마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서 이거저거 조금만 만들어줍니다. 저걸 쓸 일은 비행기가 추락할때 뿐이지만 그렇다고 없으면 조종사가 불안해서 비행하겠습니까.
대충 추가해서 붙여줬는데 잘 들어갑니다. 가끔 과욕을 부려 이거저거 추가하다가 막상 안들어가서 또 손봐주고 하는데 결국 욕심을 비워야할 때가 있습니다. 몸의 지방도 좀 비워야할텐데...
아카데미 F/A-18C는 다 좋은데 저 기수부분 조립이 괴롭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아들만 한다고 하지만 매니아들도 힘듭니다. 저렇게 자그마하게 덧대주면 안정감도 확보해주고 좋더군요.
대충 칠해줍니다. 수전증이 방해하기 시작합니다. 과거 음주가무를 즐겨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조종석도 칠해줍니다. 여기서부터 망했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어짜피 조종석 안쪽은 잘 안보잖아?" 라며 자기 위안의 시간을 가집니다. 인간은 그렇게 사는거에요.
조립 과정에서 틈이 크게 생깁니다. 원래 제대로 만들면 안생기는 틈입니다만, 손이 똥손이라 중간에 잘못 조립한겁니다. 어쩐지 손 색도 똥같습니다. 일단 임시 방편으로 3mm 사이즈의 프라스틱 판을 잘라서 붙이고 사포질로 평탄하게 이어지도록 해줍니다.
사포로 밀어주다가 지워진 리벳과 접합선등은 다시 파줍니다. 잘만 했으면 안해도 될 짓을 하는거 보면 사고 치고 수습할때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지만 결국 원인을 만든건 나니까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아야 합니다.
일단 내부에 칠해줘야할 흰색들을 뿌려줍니다.
대충 외형은 완성된듯 합니다. 태가 나니까 여기서부터 좀 이뻐 보입니다.
하지만 본체와 엔진 배기구 사이의 단차가 있어서 또 사포로 밀어줍니다. 근데 남들 조립하는거보면 안생기던데.....? 왜 나만 그렇지...? 너 손에 문제있어?
대충 다 만들어줬으니 이제 색을 칠해줘야 합니다. 칠해주기전 안되는 부분은 마스킹을 해줍니다. 테이프와의 싸움입니다.
이전에 만들어줬던 라팔과 한번... 라팔과 F/A-18C의 체급은 거의 비슷합니다만 크기 차이는 큽니다. 프랑스가 빡세게 다이어트를 시켰다는 사실을 알수 있죠. 역시 미의 나라 프랑스 답습니다.
저렴하게 구매한 화장용 스폰지로 막아줍니다. 프라모델 도색과 가장 비슷한건 화장법이더라고 하더군요. 프라모델용으로 나온 도구는 비싸지만 화장용품으로 나온건 저렴합니다. 대체제는 거기서 찾더군요.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화장용품을 사더라도 놀라지마세요.
베이스로 검은색으로 칠해줍니다. 회색도 있고 검은색도 있고 방법은 많지만 왠지 검은색이 좋더군요.
여기저기 티가 날 수 있도록 흰색으로 강조표현을 넣어줍니다. 해군기다보니까 원채 더럽게 관리되다보니 좀 강하게 넣겠다라고 욕심을 부렸는데 망했습니다. 역시 욕심은 죄악입니다.
엔진 배기구를 금속색상으로 칠해줍니다. 예전엔 도료하면 일제 도료를 많이 썼는데 요즘엔 국산도 좋고 아크릴은 스페인산 도료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넓어지니 좋습니다. (라며 하나에 2~3천원 밖에 안한다며 사다가 지금 50개 가까이...)
가장 기본이 되는 라이트 고스트 그레이 색을 칠해줍니다. 요즘 현용기들은 대부분 회색바탕을 하고 있다보니 심심해 보이죠. 그러다보니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저렇게 튀게 하더군요.
....? 근데 이건 호넷 계열에서 안보이던 도색인데...?
집에 남아있는 KF-16 데칼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다가 결국 한국 공군형 호넷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1990년대 초반에 KFP 사업으로 120대의 전투기 도입 사업이 있었는데 그때 도입된 전투기가 KF-16이였고 경쟁기체가 F/A-18 이였습니다. 만약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F/A-18이 한국의 주력 전투기로 도입되었을수도 있죠. 사실 어려서부터 KF-16을 보고 자라왔지만, F/A-18을 보며 자라왔을수도 있었겠지 하면서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뭐 어짜피 만드는 사람 마음이니까요.
국적마크와 테일코드를 넣어줍니다. 93-0072. 38전대 소속 KF/A-18C 파이팅 호넷.
최근 아카데미 키트에는 이탈리아의 카르토그라프라는 회사 데칼을 넣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회사 데칼은 정말 좋습니다. 부드러우면서 찢어지지 않고 얇은데다가 잘 흡수되고... 기존에 아카데미 데칼은 장판같은 두께를 자랑했는데 그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좋습니다. 사실 저런 사제 데칼을 사려면 1~2만원 더 줘야하는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죠. 데칼을 샀는데 플라스틱들이 따라왔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먹선 작업을 해줍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타미야에서 나온 패널라인 엑센트를 발라준뒤
에나멜 신너와 면봉으로 슥슥 닦아주는게 제일 간편하더군요. 건프라 하시는 분들은 먹선 펜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밀프라는 먹선펜으로는 답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아 펜은 보조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비행기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무기도 달아줘야죠. 호넷은 F/A 라는 코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초기부터 "다목적"을 자랑했는데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공대공 미사일, 대 레이더 미사일, 레이저 유도폭탄, 랜턴 항법/타게팅 포드 등을 달아주기로 결정.
항공기 착륙 장치를 여닫는 문도 달아줍니다. 저 빨간색은 원래 미 해군기들이 해주는건데 그냥 해봤습니다만 망했습니다. 뒤에 테일 후크, 착륙시 견착용 후크의 검정색은 따로 마스킹 테이프로 막고 칠해주고 하기 귀찮아서 돌아다니는 컴퓨터용 사인팬으로 슥슥.... 공부할때보다 사인팬을 더 잘 쓰는듯합니다.
원래 아카데미 제품 안에는 이런 공대공 미사일 2연장 발사기가 없습니다. 없으면 자작해야죠.. 집에 있던 하세가와 제품에서 긴빠... 아니 하나 가져다 줍니다. HARM 미사일도 KF-16에게서.
무장까지 달아주니 이제 진짜 완성이군요.
원래 항공기는 무게 벨런스를 위해 왼쪽 오른쪽 무장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호넷 같은 경우 연료탱크를 달면 타게팅 포드의 지시각도가 안나옵니다. 그래서 한쪽에만 탱크를 달고 반대쪽에는 무장을 다는 비대칭 무장을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나름 독특한 멋이기도 하구요. 물론 효율성은 개나 주게 되겠지만 효율성 따지는건 실제로 굴리는 애들 문제지 보는 제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신경썼지만 망한 조종석은 아무리봐도 안보이니 신경 안써도 될듯...
몇 주전 완성시켰던 라팔과 함께.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회사-집-회사-집을 반복하다보니 집에서 만드는거에 재미를 붙였네요. 다음에는 F-14로 찾아뵙겠습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1-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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