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07/01/09 04:08:03
Name   kimera
Subject   The Captain Drake_The POS_MBC game Hero..
드레이크 [Drake, Francis, 1545?~1596.1.28] 엘리자베스여왕 시대의 영국 해적이었으나 국가의 부름을 받아 여왕의 기사로 당시 세계 최강의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퇴시키고 영국 해전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근대적인 해전의 기술을 고안해냈고, 2차 세계대전 항공모함이 나타나기 전까지 450여년이나 사용된 해전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물론 드레이크에 대한 안 좋은 소문과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생략 또는 무시~♡)

이 글은 e스포츠에 대한 저의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이기에 조금은 편안하게 글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좀 편하게 친구에게 적듯 반말로 글을 적어 볼까 합니다. 아울러 고상한 것과는 약간 먼 글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읽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태기형을 처음만난 것은 2003년 11월경이었다. 그는 POS라는 팀의 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고, 나는 하릴없는 글쟁이라고 소개했었다. 그의 첫인상은 "몽상가"였다. 그리고 "모험가"였다.(사족을 달자면, 세상물정은 잘 몰라 보였었다.)

그는 나에게 두 명의 선수를 소개해줬었다. 한명은 저그 유저였고, 다른 하나는 프로토스 유저였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 두 명 모두 내가 보고 싶어 하던 선수는 아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선수는 도진광이라는 스위치 유저였었지만, 태기형은 지금 꼭 필요한 선수는 그 둘이라고 했었다. 난 나보다 잘생긴 프로토스 유저에게는 영 흥미가 가지 않았었기에 미친 듯이 공격만 해대던 무모한 저그 유저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글은 태기형이 자신의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에게 부탁했던 글이었다. 글을 쓰면서도, 사실 이 저그 유저의 미래에 대해서 난 높게 보지 못했었다. 난 성준이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참는 법을 익혀야만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 어린 저그 유저는 그런 것을 배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았다.(내가 생각했던 성준이의 최대 성적은 스타리그 8강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던 박성준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4명의 조력자 때문이었다. 먼저 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쳐준 서형석 코치가 있다. 그는 성준이에게 전략성과 경기를 넓게 보는 시야를 준 사람이었다. C~B급의 선수를 A급으로 올려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준이에게 참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서지훈과 최연성이었다. 이 두 사람의 징그러울 정도의 단단함은 성준이에게 참지 않으면 이길 수 없음을 가르쳤다. 성준이는 이 두사람을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공격성을 살리되, 상대에게 덤벼서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만 공격하는 인내를 길렀다. 그리고 그것은 최연성과의 4강전에서 빛을 발했다. 난 아직도 서형석 코치가 성준이가 연성이의 병력을 줄여 줄 때마다 내 옆에서 중얼 거렸던 이 말이 기억난다. "마린 한 마리만 더 잡자! 한 마리만 더!" 그러면서 죽는 마린 매딕의 숫자를 세고 있었다.(쬐금 이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박성준을 거물로 만든 사람은 하태기 감독이었다. 그는 결승 전 인터뷰에서 박성준의 우승을 장담했었다. 어떤 이는 이를 보고, 그의 가벼움을 비웃기도 했었지만, 난 그것이 단순히 호언이 아니라 자신과 성준이에게 거는 암시임을 알고 있었다.

박성준이라는 최강의 저그는 그렇게 탄생했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나에게 가장 크게 어필했던 게이머는 박지호였다. 그의 게임 스타일은 e스포츠 판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온게임넷 맵 제작팀의 변종석은 박지호를 보고 "세상을 뒤흔들 게이머"라는 평가는 내렸었다. 심지어 종석이는 스스로 관계자이면서 나에게 지호의 싸인을 직접 부탁하기까지 했었다. 프로게이머와 게임에 질릴 정도가 되는 관계자들을 열광시키는 힘이 박지호에게는 있었다.

박지호는 세상을 흔들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판에 왔지만, 그것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것이 많았다. 용맹함과 강함 그리고 투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로 인한 자만이 그를 갉아 먹고 있었다. 내가 지호를 처음 봤던 것은 PLUS 시절이었다. 그때 지호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고 스타리그의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었다. 보통 때라면 이런 과잉 자심감에 '재수 없음'을 표시했었겠지만, 이 부산 청년의 눈은 너무 맑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지호를 봤을 때에는 POS로 옮기고 나서였다. 당시 POS는 서형석 코치 시스템에서 박용운 코치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자신감 넘치는 부산 청년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었다. 그는 우승을 위한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서 POS로 소속을 옮겼었다. 그리고 그는 플러스 알파로 서형석 코치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팀을 옮기가 그 플러스 알파가 사라졌던 것이다. 그것이 지호의 얼굴에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지호의 불안감은 게임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예전의 카리스마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좋은 유망주 하나가 사라졌다고 단정 지으려 할 때 그가 변했다. 그가 과도한 자신감을 컨트롤하면서 끈기를 가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마음에 태기형에게 전화를 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는 믿음이라는 말을 꺼냈다. 박용운 코치를 믿고, 전권을 맡겼다고 했다. 그리고 박코치는 조용히 자신의 실력을 지호에게 보여줬다고 했다.(박코치는 테란으로 지호, 성준이 보성이를 이겼다고 했다._본인의 말이며, 성준이 지호 등에게 확인은 하지 못했음. 구라면 모두 박코치에게 항의하시길...)그리고 지호가 스스로 숙이고 들어와 승리하는 법을 구했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된 이야기인지는 나도 확인할 길이 없다.(사실 물어보면 그만이지만... 귀찮아서...) 그러나 분명 지호의 게임은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겸손해졌고, 뒤를 돌아 볼 수 있는 게임을 했었다. 예전의 그의 게임은 한 번에 뚫어내지 못하면 속절없이 져야 했지만(그걸 막아내는 인간이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S급 선수들_특히 테란_은 거진 다 막았으니...), 그 뒤의 그의 경기는 한 번의 직진 성 공격이 아닌 끊임 없이 순환하는 회전형 공격이 되었다. 그와 함께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보너스로 따라왔던거 같다.

이런 지호의 변화에 인내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한 지장 박용운이 있었고, 그를 믿고 기용한 하태기 감독이 같이 있었다.

그렇게 e스포츠 최고의 카리스마를 가진 프로토스, 박지호가 만들어졌다.

POS와 한빛의 KeSPA컵 4강전은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이때 에이스 결정전의 선수 선택을 전달 받은 것은 나였다. 당시 태기형의 선택을 듣고 난 한마디 했다.

" 형 미쳤어?"

한빛에서 김준영이라는 카드를 선택했을 때 POS는 염보성이라는 게이머를 선택했었다. 지금이야 김준영vs 염보성이라는 충분히 좋은 카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 염보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삽질이었다. 준영이라면 당시에 온라인에서 최강의 저그로 유명했었고, 이미 스타리거였었다.(참고로 서형석코치는 김준영이 오프라인에서 데뷔하기 전부터 진짜 세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다.)그에 비해서 보성이는 깜짝 카드로 기용되기는 했었지만 1승을 책임지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신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POS는 박성준과 박지호라는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카드가 있었다.(실제로 성준이는 자신이 나가고 싶어 했고, 승리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도 하태기 감독의 선택은 염보성이었다.

결과는 김준영의 승리로 한빛은 KeSPA컵 결승으로 진출하고 POS는 최초의 3,4위전으로 떨어지게 됐다. 3위 시상을 위해서 기다리던 태기형에게 난 진지하게 물어봤다. 왜 염보성을 선택했었는지 말이다.

당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겠지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박성준이나 박지호 카드를 내놓는 다면 결승에 올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POS는 영원히 두명의 선수에 의지해야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엄청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큰 무대 경험이 없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던 염보성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는 팀의 첫 결승 진출을 걸겠다는 거였다. 당시 2위와 3위의 상금 차이가 500만 원 정도 났었으니 충분히 한 푼이 아쉬웠던 POS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투자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알다시피, POS는 박지성 라인을 만들었고, 그 힘은 다시 김경호 라인을 만들고 그 뒤에 전 선수의 에이스화로 가는 시작이 되었다.

참고로 내가 e스포츠 판에 들어와서 진자 천재라고 생각했던 게이머가 2명이 있는데, 한명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이윤열이고, 다른 한명은 염보성이다. 보성이의 경우 POS의 아마추어 온라인 연습생일 때부터 보면서 실력이 느는 것을 눈으로 보아왔었다. 사별삼일 즉당괄목상대(士別三日 卽當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선비는 삼일 보지 못하면 그 발전의 정도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뜻인데, 보성이가 그랬다. 보성이는 단 한게임을 해도 그전과 달라짐이 있었다. 게임 실력만 놓고 보면 재호가 보성이보다 더 잘할지도 모르지만, 천재성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

혹시 이윤열이 처음으로 스타리그에 올라와서 어떤 게임을 했는지 기억하는가? 윤열이 같은 천재도 처음 치르는 스타리그라는 무대에서 컴셋을 달다가 커멘드를 띄우는 실수를 했었다.(당시 이미 엠비시 게임에서 우승을 했던 경험이 있음에도...)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선수 일수록 첫 경험이 중요하고, 그것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했다. 그리고 태기형은 보성이의 천재성을 깨워주기 위해서 결승진출의 기회를 걸었다. 보성이는 그 경험을 하면서 거물로 클 수 있었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이후로 보성이가 준영이에게 잘 진다는 거  정도...)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테란 염보성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POS가 MBC게임과 스폰서 계약을 진행하면서 하태기 감독은 한 사람을 팀으로 끌어들였는데 그가 김혁섭 코치였다. 참고로 김혁섭 코치는 스타를 본인보다도 못하는 사람이다.(솔직히 그는 내가 왼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길 거 같다.) 이전까지 POS에서 코치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프로게이머 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나에게는 상당히 의외였다. 난 역시 태기형에게 물었다.

"형 저 사람은 또 뭐야?"
나의 공격적인 질문에 지금까지 그가 그래왔듯 그는 이유를 설명했다. POS를 진짜 스포츠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프로야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김혁섭 코치는 어린나이에 프로라는 이름을 단 선수들에게 "진짜 프로 스포츠 팀"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처음만난 김혁섭 코치는 일본풍의 약간 느끼한 남자였었고, 담백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지만, 선수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뇌하는 그를 보면서 농담을 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던 김혁섭 코치는 어느 사이 선수들 사이로 들어갔고, 그들에게 환호하고 열광하는 법을 보여줬다. 아마도 MBC게임 선수들의 경기를 자주 TV에서 봤다면 승리할 때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는 선글라스를 낀 느끼한 그를 자주 봤을 것이다. MBC게임 선수들이 승리에 그렇게 환호 할 수 있고, 즐거운 세리머니를 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김혁섭 코치의 힘이다.

우주해적에서 시작한 그들이 영웅의 이름을 들고 후기리그 우승을 했다.

그들의 우승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에 그들은 1류 선수 한명도 없는 3류 팀에 불과했었다. 단 한명의 우승자도 없었고, 단 한명의 스타도 없었다. 그들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단언하건데 2003년의 POS를 본다면 그 누구도 지금의 그들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 한사람 하태기 감독을 말고는 말이다.

하태기 감독은 유명선수 하나 없는 팀을 최고의 팀이라고 믿으며, 비전을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고 선수들은 따라왔다. 꼴찌를 겨우겨우 면하던 그들이 저그 최초의 우승자를 만들었고, 프로리그 예선 탈락을 밥 먹듯 하던 그들이 준플레이오프 징크스를 깨며 우승을 차지했다.

비전을 그리고, 최선을 다하면 아무리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MBC게임 히어로즈는 나에게 가르쳐줬다. 2007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꿈을 향해서 전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보는 이에게 용기를 주며, 감동을 주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그것이 스포츠가 아닐까? 그들은 나에게 최고의 스포츠를 선사했다.

그들의 미래에 축배를...

from kimera

ps: 태기형, 수고했어. 혁섭형, 멋있어. 박코치 밥살께. 성준아, 지호야, 보성아, 경종아, 택용아, 재호야, 구열아, 영철아, 재훈아, 찬기야, 그리고 이름을 다 적지 못하는 영웅들아, 고맙다.

ps: 그렌드 파이널 신명나게 한번 붙어봐라. 너희들이 승부한다는 것만으로 즐거울 거다.

* 퍼플레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5-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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