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4/06/05 23:15:45
Name   트린
Subject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3)









칭링이 말을 이었다.


“태업 조장과 협박에 이은 그들의 차세대 계획은 즐거움을 주는 많은 매체 중 현재 가장 크게
떠오른 컴퓨터 게임 사업을 겨냥한 음모가 될 거야. 부족하게나마 아주 약간 알려진 조직 구
성원과 영향력을 참고삼아 유추해 보면, 아는 언론 장악을 막 마치고 정계, 의학계에 천천히
스며드는 중이야. 바로 이곳에서. OECD 가입국 중 급이 안 되는 자잘한 자국민에겐 엄격하고
일정 이상 웃자란 정치-경제 세력에게는 허술한 특징적인 행정체계를 가진 대한민국은 독소
를 키워서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로 전파하기 가장 알맞은 곳이기 때문이지.
그들은 이유야 어쨌든 태생적으로 게임 산업 자체를 혐오하지만 당연히 그런 내색을 하지 않
으면서 겉으로는 사행성과 중독성 방지,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 같은 사회적 명분을 내세울
거야. 실제로 사행성과 중독성을 갖춘 몇몇 게임들이 뜻하지 않게 아를 돕겠지.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다 싶으면 영국 귀족들이 뿔피리로 시작되는 여우 사냥하듯 당하는 쪽
에서는 목숨을 위협받겠지만 참가하는 입장은 신나는 일종의 축제가 벌어지는 거야.
정치권은 이미 착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게 큰 이득이고 참여한 공무원과 행정력도 반길 수
밖에 없어. 조폭이나 우악스러운 노점 아줌마가 아니라 에반겔리온 티셔츠 입은 안경 쓴 뚱
땡이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안전하면서, 전자 관련 일이어서 불법주차 딱지 떼는 것처럼 돌아
다닐 필요 없이 집계도 편하면서, 실적이 생기는 단속거리가 어디 흔한가. 중독성을 판정하
고 치료할 정신과 의사들도 그래. 신규 의료 시장이 열리고 정부 차원에서 연구비에 중독 방
지 기금 확보까지 가능해지니 하늘에서 돈 벼락이 떨어지는 셈이지.
이 모든 음모가 갖춰지는 데 길면 10년 정도 걸릴 텐데 이미 역사가 4000년 정도 되는 조직인
아에게는 굳이 몰살이란 수를 쓸 필요가 있겠어?”  


은실이 말했다.


“앞에 말과는 반대되잖아요. 미니어처 보드게임 마니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아 소속의
암살자가 확실하다면서요. 하지만 칭링 씨의 말은 결국 그들의 짓이 아니란 식으로 흐르는
걸요.”
“그 점이 문제야. 여러 가지 비밀문서를 참고한 결과, 아는 앞서 설명했듯 비교적 간접적인
수단을 선호하는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집단 독살로 시작한 역사를 가진 만큼 암살이
가능한 과격한 행동 조직은 있어. 그리고 그들은 전통을 잇는다는 명분이 확실한 만큼 전체
적인 방향성에도 아랑곳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더군.
정리하자면 이래. 우리 앞의 살인자는 아 출신에, 당연히 유능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능력을 가졌으며, 최고로 오래된 조직인 아가 주는 이점은 모조리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부
가 취한 현재의 정책에 코웃음 치는 통제 불능의 작자야.”


터무니없는 놈이 용의자라는 사실에 은실이 짜증을 느끼는 동안 수성이 말했다.


“피해자의 사체가 취한 자세도 살인자의 반항심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거일 수 있겠어.”


반문하는 은실에게 수성은 일본 애니메이션 「내일의 조」를 설명했다.


“그렇게 노는 것을 싫어하는 조직에 속한 인간이 큰 오락거리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해 희생자의 포즈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말해 봤어. 놈은 살해하는 상대방의 문화를 잘 알아. 조직에서 금지했을 텐데도 그래.”
“이게 그때 오빠가 나랑 친해지기 전에 언급한 중요한 실마리지?”
“그래. 특이하지?”


은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해.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어.”


그녀의 눈에 광채가 돌고 낯빛이 순간 밝아졌다. 인상적인 변화 앞에 사람 한 명과 뱀파이
어 하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놈을 끌어들일 좋은 수가 생각났어.”




*



“진짜 뱀파이어는 뱀파이어군요. 박쥐 형태로 날아와서 사람 형태로 바뀌었네요.”
“그럼 가짠 줄 알았어?”
“그건 중요하지 않고요. 칭링 씨는 지금 우리 두 사람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 알아요?”
“여기가 커플 전용 노천 스파고 너희 두 사람이 수영복을 입은 채로 부둥부둥 끌어안고,
배고픈 새끼 새들처럼 맹렬한 기세로 상대방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중
요하지 않아. 맨날 이렇게 팽팽 놀고 수사는 언제 하는 거야? 놈을 끌어들일 좋은 수는 언
제 알려주는 거야?”
“별로 알려줄 생각 없는데요.”
“왜?”
“칭링 씨는 뱀파이어이기 이전에 민간인이에요. 수사는 경찰에게 맡겨놓고 전용 관에 가
서 쉬세요.”
“뭐? 내가 도서관에서 아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용의자 윤곽도 못 잡았을 텐데 너무한 거
아냐?”




*



“뱀파이어는 적당한 틈만 있으면 스며들 수 있군요.”
“아무나 하는 거 아냐. 유능한 뱀파이어만이 기체로 변할 수 있어.”
“전 처음에 보라색 가스가 창문 틈으로 들어오길래 누출된 도시 가스인 줄 알았어요.”
“……네가 소방 공무원이 아니어서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이번엔 절대 그냥 안 나가겠어.
설마 이 좁은 방 안에 저번처럼 엑소시즘에 특화된 수영복 차림의 신부들 떼거리를 준비
하진 않았겠지. 상체는 벌거숭이면서 로만칼라는 걸친 꼴이 얼마나 웃겼는지. 어이, 수성.
침대 속에서 킥킥대지 마. 나 저번에 진짜 열받았다구.”
“당연히 없죠. 하지만.”




*



두 사람은 2006년 현재에는 입장만으로 입장객을 고유한 역사를 가진 자국의 소스를 함유
한 남녀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마법적인 카페 안에서 밤거리가 펼쳐진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있었다.
수성은 에스프레소를 반대편 손을 이용해 들이켠 뒤 말했다.


“미안해.”
“뭐가?”


한 박자 어긋난 반문에 수성은 생각에 잠겼다. 박자 속 숨어 있는 은실의 의도가 실제 사과
의 이유를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남미 독재 정권의 고문 기술자에게 당한 반체제 투사가
동지를 불어야 할 때처럼 기승전결을 갖춰 세부 사항을 밝히면서 반성 속에 죄상을 낱낱이
고하라는 신호인지 잠시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은 하나였다.


“칭링이랑 너무 친한 모습이 불쾌했을 것 같아서 사과하는 거야. 별일은 없었지만 솔직히
칭링에게 호기심 섞인 호감을 가진 적 있던 건 사실이야. 캡콤 게임 뱀파이어 스토커도 그
렇고, 많은 영화에서도 그렇고 뱀파이어는 신비로운 존재잖아. 게다가 칭링처럼 아무 해도
없고 친근하게 굴어주는 친구라면 더더욱…….”


은실은 피식 웃었다.
수성은 순간 긴장했다가 은실의 웃음이 이어지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면서 따라 웃었다.
예고 없이 은실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 기분은 좀 그랬어.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있는 건 아무래도 유쾌하지는 않아.”


함정이었나!


“그, 그래.”
“하지만 칭링은 내가 봐도 예쁜데다 오빠가 역사광이기도 하니 한번 봐줄게. 대신 이제
서로 친한 척 많이 하지 말기다?”


오오, 사랑의 롤러코스터여.


“그래!”
“오빠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아니 이해할 거야. 내가 브래드 피트 닮은 뱀파이어와
친구라고 생각해 봐. 기분이 어떻겠어.”
“브래드 피트는 나도 좋아.”
“……죽을래?”


수성은 살고 싶어서 얼른 두 손으로 은실의 손을 잡고 무언의 읍소를 하였다. 고개를 숙이
면서 굽신거리느라 몰랐는데 고개를 들어 보니 가방을 놓았던 삼인석 중 빈 자리에 가방
을 품에 안은 칭링이 앉아 있었다. 놀란 건 수성뿐이었다.


“경고하겠어. 저번처럼 성수를 적신 타월을 던질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는 게 좋아. 내가
매우 화를 내게 될 것 같거든.”
“안 그래요.”
“진짜?”


가늘어진 녹색 눈동자 앞에서 은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나도 말 놓게 해 주면 다 말할게요.”
“콜.”


한 사람과 한 뱀파이어가 탁자 너머로 엄숙한 악수를 나누었다. 이어서 은실은 그동안 바
쁘게 추진했으나 칭링은 물론, 연인인 수성에게까지 비밀로 부쳤던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난 엄마한테 부탁해서 국립 보드게임 연구원 설립을 추진했어.”


로켓에 불을 붙인 듯 의자가 뒤로 끌리는 상당히 불쾌한 소리를 내면서, 놀라면서도 행복
한 표정으로 수성이 일어났다.
칭링이 시큰둥한 태도로 물었다.


“그게 무슨 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수라는 거야?”
“국립 보드게임 연구원 개원 기념으로 행사를 하나 열 거야. 코엑스 컨벤션 룸을 빌리는
대형 행사야. 우리나라 미니어처 보드게임 마니아는 물론 전 세계 유명 마니아를 불러서
각종 미니어처 보드게임을 전시하고 토너먼트를 여는 초대형 축제지.”
“설마.”
“그래. 놈의 바람대로 온갖 마니아가 모이는 거야. 주인 없는 순진한 방대한 양의 꿀에
꿀벌들이 모이는 꼴이야. 약탈자 말벌에게 이보다 더 큰 유혹이 어딨겠어? 지가 안 오고
배겨? 특히 놈이 수성 오빠의 생각대로 마니아 문화를 알고, 써먹으려는 경향이 있다면
마니아들을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것으로 자기 증명을 하면서 죽일 생각에 바쁠 거야. 그
때 손바닥으로 탁! 경찰관과 뱀파이어가 힘을 합쳐서 탁!”


수성이 입이 찢어져라 웃는 동안 칭링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끝내주게 좋은 생각에, 끝내주게 좋은 표현이네. 파리 비유를 쓸 줄 알았는데 꿀도 신
선하다 얘.”
“오빠만 아니면 꿀보다 응……, 하여간 우리 오빠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지.”
“뭔데?”
“위저드 오브 코스트는 기본이고 추가 스폰서가 무려 밴다이야. 우리는 밴다이의 주력
게임 군담 미니어처 보드게임 토너먼트도 하게 될 거야.”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7-11 13:06)
* 관리사유 : 연재글 이동



트린
클릭하면 해당 댓글의 단축주소가 복사됩니다.
14/06/05 23:16
드디어 군담 미니어처 보드게임 얘기를 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연재게시판 종료 안내 [9] Toby 14/07/21 10838
766 유랑담 약록 #11 / 120612火 _ 동네 한 바퀴 / 외전3 _ 게임, 계층, 취미, 한류 [11] Tigris9341 14/06/30 9341
765 유랑담 약록 #10 / 120611月 _ 미인의 도시 아키타 / 외전2 _ 삿포로의 신년맞이 [9] Tigris7735 14/06/25 7735
764 유랑담 약록 #09 / 120610日 _ 아키타의 푸른 하늘 [7] Tigris6765 14/06/22 6765
763 유랑담 약록 #08 / 120609土 _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 [11] Tigris7404 14/06/17 7404
762 유랑담 약록 #07 / 120608金 _ 아오모리의 신석기 유적 [4] Tigris6407 14/05/30 6407
761 유랑담 약록 #06 / 120607木 _ 홋카이도의 마지막 별하늘 [5] Tigris6656 14/05/27 6656
760 유랑담 약록 #05 / 120606水 _ 흐린 날의 노면전차, 하코다테 [6] Tigris6318 14/05/22 6318
759 유랑담 약록 #04 / 120605火 _ 8인7일 계획 / 외전1 _ 홋카이도의 먹거리 [6] Tigris7145 14/05/16 7145
758 유랑담 약록 #03 / 120604月 _ 면허증 [6] Tigris5520 14/05/14 5520
757 유랑담 약록 #02 / 120603日 _ 샤코탄의 곶, 오타루의 전망대 [3] Tigris5918 14/05/08 5918
756 유랑담 약록 #01 / 120602土 _ 삿포로를 떠나다 [4] Tigris5874 14/05/07 5874
755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5) 트린4305 14/07/10 4305
754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4) [2] 트린4658 14/06/19 4658
753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3) [1] 트린5077 14/06/05 5077
752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2) 트린5847 14/05/22 5847
751 [내왜미!] 4화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 (1) [5] 트린6016 14/05/08 6016
750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8-끝) [4] 트린5995 14/04/23 5995
749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7) 트린5398 14/04/09 5398
748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6) 트린5667 14/04/02 5667
747 [내왜미!] 3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5) [1] 트린6924 14/03/26 6924
746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6) [2] 캡슐유산균6314 14/03/23 6314
745 [연재] 장풍 맞은 사과와 뉴튼...100년 장미칼 VS 절세신검 화개검 2부(5) [1] 캡슐유산균5533 14/03/20 553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