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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19 23:50:33
Name   또하자
Subject   왜 내 꽃은 피기도 전에 지려고 하는가
퇴근 후 집에 와서 가만 생각을 해보니 너무 답답합니다. 오늘도 혼자 자격지심에 가만히 있기만을 원했기 때문이죠. 지난 달부터 학원에서 조금 친해진 여성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한마디 걸기가 그렇게 곤욕스러울 수 없습니다. 없는 말주변으로 대화를 짜내고 타이밍을 찾아야 하거든요. 오늘은 마음 편하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고 그냥 집에 왔습니다. 제가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30년을 조금 넘게 살아오며 연애를 해본 경험은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28살 때 두어 달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전부였거든요. 20대 초반에 저는 와우폐인이었고 덕분에 입대가 늦어졌으며 졸업도 늦어졌습니다. 처음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어이없게 헤어지고 취업도 잘 안 풀리면서부터는 롤폐인으로 전향했습니다. 와우든 롤이든 해볼 만큼 해볼 수 있었네요. 30년을 이렇게 보내고 보니 보고 배운 게 없습니다. 여자랑 만나서 식사를 한 번 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일상에서 연애가 어떻게 녹아드는지 몰라요. 제 자격지심의 시작입니다.

여자를 만날 일이 전혀 없던 건 아닙니다. 20대 중반 전역을 하고선 소개팅도 해보고 교내에서 같은 수업을 들었던 여성분 번호를 받아본 적도 있습니다. 차후 경과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게요. 모두 실패였으니까요. 28살이 되서야 교양수업 저와 같은 조를 했던 5살 연하 여자애랑 사귈 수 있었습니다. 엄청 예쁘고 재밌는 애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깐…별 노력 없이 같이 밥 먹을 일이 생기고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사귀게 됐어요. 딱 두 달 불태웠네요.

졸업과 함께 백수생활을 전전하면서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졌습니다. 연애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이 나이…그러니까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한 번 제대로 못 만나보고 그래서 데이트도 할 줄 모르고 아는 거 하나 없는, 여자한테 선물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저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게 제 운명이고 앞으로 계속 안고 가야 할 일이라고 여겼어요. 저라는 인간은 애초에 남성적인 매력도 능력도 없는 존재고, 앞으로도 평생 내 앞가림만 잘 하고 살면 그거로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다짐했어요. 내 초심을 절대 잊지 말자고.

늦은 나이에 어쩌다 운이 좋아 직업을 갖게 됐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앞가림 뿐 아니라 여유가 꽤 생겼어요. 이대로 매일같이 자기계발에만 열중해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참 비굴합니다. 제가 비굴하고 치사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데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아요.

퇴근 후에 어학원을 다녔는데 제 옆자리 여성분이 엄청 예뻐요. 몇 주 같이 수업 듣다 보니까 얘기도 하게 됐고, 집 가는 길 같은 동선까지만 같이 가보기도 했고, 번호도 받았습니다. 그냥 거기까지고 수업만 계속 진행형입니다. 말을 꺼내야 하고 상대한테 다가가야 하는데 저는 천성적으로 말 수가 적어서 이게 힘듭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게 제가 지난 수십 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던 초심과도 틀어진 일이구요. 당연하게 부작용이 생겼어요. 종종 나 혼자 마음고생 하다 끝날 거라는 생각에 우울할 때도 있고, 대화거리를 찾아 만드는 일이 매우 곤욕스럽기도 하고요. 전적으로 저에게 맞지 않는,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과 생각만을 하니 벌어지는 일인 거 같아요.

오늘 수업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분도 저한테 한 마디 걸지 않았고, 수업이 끝난 후엔 말 없이 집에 돌아왔어요. 이렇게 2번만 더 보내면 이번 달 수업은 끝나겠죠. 다음 달엔 아마 볼 일이 없어질 거 같은데…뭔가 아쉬우면서도 이게 나한테 맞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어떻게어떻게 운이 좋아 식사라도 하게 되었다 해도 그 다음부터는 더 힘든 일이 펼쳐졌겠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소심하기만 한 남자라는 사실이 들춰지긴 싫습니다.

그런데…왜 제 꽃은 피기도 전에 지는 것만 같을까요….  



Nate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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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23:57
음..진짜인지 어그로인지.. 아니겠죠?
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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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06
이쯤되면 어그로로 보이진않고 대인상담을 받아보실걸 권유합니다.
1per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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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15
이렇게 단기간에 이런류로 인지도 생기는건 또 처음보는군요 어그로가 아니라면 필요한건 정신과 상담 받아보세요. 인식이 별로여서 그렇지 현대인들은 다들 상담이 필요합니다.
전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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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16
노래 춤 술 그리고 여행을 다녀보시죠.
여자랑 만나서 할 게 없는게 문제입니다.
그나마 쉬운건 스윙 살사 탱고 동호회가서 춤추고 사람들이랑 어울려보세요.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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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27
남자 친구들이랑은 말 잘하고 재미있게 노시나요 ?
일단 그것부터 해보시는게 ..
친구든 연애든 넓게보면 다 사교술이거든요.
테바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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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28
이상한데요...전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는데...

...

두달 연애 경험 있으시니 저보단 나으십니다.
심리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깐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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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35
이쯤오면 진짜인지 어그로인지 헷갈리는군요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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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42
진지하게 상담받아보시길 권유합니다.
Hyster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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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0:46
삶은 가볍습니다. 총총 걸음으로 춤을 춰야지
군인걸음으로 묵묵히 걷는다고 재미가 생기진 않아요.
더 가볍게 한잔하자고 고기같이구워먹자고
카페에서 노닥거려보자고 드라이브 가자고 해보세요.
시도하세요. 상대방의 반응만 보지 말고
반응따윈 무시하고 돌진해보세요.
그렇게 잃을것도 없습니다 사실
IRENE_A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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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1:11
이 글 보면 회사에 딱히 불만이 없으신 것 같은데 질게글은.. 이쯤 되면 진짜인지 어그로인지 헷갈리네요 저도. 그냥 다 떠나서 저 여자분이랑 잘 안 되는 것 같아서/잘 안 될 것 같아서 스트레스받으시다 보니 온갖 것들이 불만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나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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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1:15
누구한테 무슨 상담을 받나요.. 저도 상담좀 받아보고싶네요..
여튼 그 옆자리 여자분도 수많은 인연들 중 하나에요~ 너무 부담갖지 말고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그리고 티비라도 좀 보세요.. 티비만 봐도 도움이 될거같네요 글구 사람이 사람 만나서 좋아하고 사귀는건 선험적인거고 초딩도 중딩도 고딩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필요하면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하시구요.. 게임도 공부도 공략이 필요한데 연애나 대인관계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저는 버블디아의 소개팅 팁 동영상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찌니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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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2:23
힘내세요 잘하실수 있을겁니다. 별거 없어요.
Qu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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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2:37
그냥 마음대로 들이대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세요.
숱한 실패 끝에 얻은 결론입니다.
소심하다는 이유로 모든 기회를 놓쳐버리면 그냥 노총각으로 늙어죽을 뿐이에요.
들이대는 것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능한 거지 나이 들면 더 못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새벽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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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3:23
꽃을 피우려면 물을 주고. 햋빛도 줘야합니다. 근데 모든 식물이 다 똑같지 않죠. 어떤 녀석은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되고 어떤 녀석은 그늘에 둬야 합니다.
연애도 다 다르죠. 하지만 똑같은게 하나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면 꽃은 피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꽃이 피지고 않고 지는것 같냐고요? 소심함이 드러날까봐 실패할까봐 어떻게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구르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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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5:09
직접적으로 표현하시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 마음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백하고 실패하나 고백도 못 해보나 어차피 모르는 남으로 끝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시는 용기 정도는 좋아하는 상대에 대한 예의 인 것 같아요. (어우... 만약 상대방도 마음이 있는 상황이면 얼마나 답답할까-_-;)
두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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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5:37
뭐죠? 연애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듯 보이는데요?
Bts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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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7:51
비슷한 나이의 모쏠은 죽으러 갑니다 ㅜㅜ
유자차마시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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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8:11
이 글이 당최 궁금하시면 질문게시판 다녀오시면 됩니다.
그린라이트라는 해답을 못받아서...
어묵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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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08:24
잘 안되는거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얘기하세요. 안되면 다른 사람이랑 잘하지 뭐~ 라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지금 당하는 내상을 분석해서 레벨업 하느냐 내상당했으니 찌질하게 구석에 쳐박혀서 난 볍신이야 그러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그릇이겠죠. 후자의 사람들은 기운으로 그게 느껴집니다. 눈치 빠른 여자들은 저 인간 겁나 어두운 인간이네 하면서
피하겠죠. 저도 결혼 전 1년 동안 30명이 넘는 여자를 소개팅으로 만나고 개중에 사귀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노력했습니다.
말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관심법을 쓰지 마세요. 어차피 말 안하면 몰라요.
대문과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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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11:51
나무위키 답정너 파트를 읽어보시면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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