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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19 03:21:24
Name Jace T MndSclptr
Subject [일반] 개연성 있는 영화를 원하는 당신에게



문학 개론이건 영화학 개론이건 연극학 개론이건간에, 대충 말 그대로 대중예술을 공부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중 하나가 매체에 따른 전달 방식의 제약이다. 소설은 가장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대신 텍스트로만 모든것을 표현해야 하고... 영화는 러닝타임과 촬영이라는 제약이 있고... 연극등의 공연은 가장 제약이 심한 매체이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얘기들

어떻게 보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좋은 이야기지만 그 만큼 저 얘기를 누구에게나 먼저 반복적으로 가르친다는 얘기는 저것이 각 문화 매체들의 개념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인데, 지금 내가 얘기하려는 것은 그중에서도 영화에 관한것이다.

몇몇 실시간을 표방한 예술 영화를 제외하면, 영화에는 필연적으로 시간의 압축이라는 개념이 들어간다. 당신이 극장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며 영화와 함께하는 시간은 보통 길어야 3시간 남짓이며, 짧게는 2시간도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안에 그리고 영화는 각 영화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상당히 긴 기간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들려준다.

반지의 제왕를 보자, 소설판에 수록된 중간계의 연표를 보면 프로도가 실제 모험한 기간은 185일이다. 그 이야기를 피터 잭슨은 극장판 기준 10시간 남짓의 시간안에 꾹꾹 담아내었다. 가상이 아닌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를 생각해볼까? 명량을 생각해보자. 영화내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인 칠전량 해전은 1597년 3월 1일에 일어났다.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이자 결말부인 명량 대첩은? 1597년 10월 25일, 감독은 반지의 제왕보다 더 긴 시간동안 일어난 일을 128분 안에 담아야 했다.

당장 내가 직장에서 오늘 휴가를 내고 집에 와서 쉬는것만해도 상당히 복합적인 인과 관계가 적용되어 일어나는 일이다. 어제 옆 부서 지현씨랑 술을 마셨다.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는데 다음날 지현씨가 어제 했던 얘기 진지하게 하신거냐고 물어본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정말 실망했다는 말을 하고 돌아가서 모든 연락을 무시한다. 원인 모를 상황에 스트레스성 복통이 도졌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갔다가 집에서 쉬고 있다. 예를 들자면 뭐 이런식으로

대부분의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엮여 있는, 스케일이 큰 사건들이고, 이것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인과의 적용을 받는다. 단순히 배 아프니까 쉰다 정도의 이유만으로는 마을에 혜성이 떨어지고 지구에서 외계인이 발견된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의 인과를 다 담아낼 수 없으니, 관객들이 원하는 큰 사건의 개연성은 또다른 작은 사건들이니까.

그렇다고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 소사건들 시시콜콜 하나하나 영화내에서 설명하고 있기에는 위에서 말한 러닝타임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흥행 그거 내 알바 아니다라는 마음먹고 낸 예술 영화가 아닌 이상, 대중들을 타겟으로 한 영화의 장면은 기본적으고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데, 시시콜콜 인과를 설명하는 장면이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장면이 되는것은 각본의 도움, 감독의 역량 등등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장면은 넣고, 어떤 장면을 뺄것인가.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않을것인가.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것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토 나오게 영화에 간섭을 많이 하는 배급사 -소니 픽쳐스라던가- 라면 배급사의 영향이 클 것이고, 감독이 강단있고 쿠세가 심한 감독이라면 본인의 영화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것이다. 김윤석처럼 입김이 센 배우와 함께 일한다면 배우의 입김도 들어갈테고.

그 중에서 영화내적이고 본질적이며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한가지 있다. 바로 영화의 장르이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서 왜 악당은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액션씬을 다 빼버린다면? 블록버스터 액션에 맞는 배우와 감독을 섭외해놓고 그렇게 영화를 찍으면 소위 말하는 망한 영화가 될 확률이 높으며 무엇보다 더 이상 액션 영화가 아니게 될 확률이 크다. 반면에 SF 드라마 영화에서 화려하게 차가 뻥뻥 터지고 스피드감이 살아있는 경주 씬을 찍기 위해 기본적인 설정적 인과를 드러낼 장면을 커트한다면? 그 영화는 SF 일지 몰라도 드라마 영화는 아니게 될것이다.

라라랜드와 너의 이름은도 내가 생각하기엔 비슷한 이유로 필연적으로 서사와 인과가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확실한 뮤지컬 영화인 라라랜드에 비해 너의 이름은의 경우는 OST가 좀 화제가 되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SF 드라마 영화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약점이 될 테고, 그것이 반영이 된 결과가 두 영화의 넘을 수 없는 비평적 업적의 차이일테지만, 결국 다른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연성 있는 서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긴 얘기를 시덥지 않게 그렇게 인상깊고 재밌게 보지도 않은 영화 두개를 옹호하기 위해 했냐?하면 그것은 아니고 저 두 영화로 인해 개연성에 목 마른 유저들을 위해, 내 입장에서 개연성 측면에서는 만점을 준 영화들을 장르에 따라 몇개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 즉 여기까진 서론이고, 지금부터가 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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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라마 - 데어 윌 비 블러드

이래서 추천한다
- 좋은 각본, 좋은 감독, 좋은 연기자. 잡다한 잔가지를 싹 쳐내고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소재까지. 잘 찍은 드라마 영화의 교본과 같은 존재이며, 정말로 있을법한 이야기를 극적으로 구성한다는 드라마 영화의 기본을 가장 잘 지킨 수작이다.

플레인뷰와 일라이는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극적 과장이 상당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영화를 볼때 있을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드라마 영화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의무와 같은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우스꽝스러워지고, 한 걸음 덜 가면 무미건조해지는 그 위험한 줄타기를 PTA는 완벽하게 해냈다.

이것은 좀 꺼려진다 - 서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으면 몰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인간의 이야기이므로 큰 방해요소가 되진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2.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

이래서 추천한다 - 좋은 평을 받는 애니메이션들의 공통점은 애니메이션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단순히 유희적인 부분에서 끝나지 않는 작품들인데,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은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에 슈퍼히어로물이라는 극도로 말초적인 환경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기좋게 녹여낸, 좋은 애니메이션의 대표가 되어도 손색이 없는 수작이다.

인크레더블의 특별한 점은 눈 높이에 따라 사건의 인과가 달리 보인다는 점인데, 서구권의 광고중 화제가 된 어른의 눈높이에서 보면 상처가 보이지 않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상처가 보이는 아동 폭력 광고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화려한 액션과 코미디에 취해 박수를 칠때, 어른들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등을 떠미는 손-그 손들이 내가 이 영화가 개연성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해볼만한 좋은 시도였으며, 멋지게 성공했다.

이것은 좀 꺼려진다 - 결국 이러나저러나 마니아틱한 장르인 슈퍼히어로무비다. 이 장르가 손에 안 맞으면 이 영화가 재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3. 로맨스 멜로 - 화양연화

이래서 추천한다 - 사랑은 명백히 인류 공통의 화제이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가리지 않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세부 델리 프라하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사랑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속한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요소이기도 하다. 몽골 찌아찌아족의 응그구탄씨도 사랑을 하고 서울 방배동의 세영씨도 사랑을 하지만 그들이 하는 사랑의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동서양의 감성을 아우르는, 보편적으로 개연성 있는 로맨스물은 그래서 나오기 어렵다. 너의 이름은을 보고 서구권에서 유아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 프렌즈나 글리를 보고 우리는 저렇게 돌아가며 섹스하는게 무슨 사랑이야. 라며 방탕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원래 사랑에 이유를 붙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을 설득하는건 정말로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동서고금을 하나로 뭉쳐주는 마법의 도시를 알고 있다. 홍콩. 역사적 이유로 가장 서구화된 동양의 도시. 

이래서 사랑하고 이래서 헤어졌다는 개인에 따라 받아들이기 나름인 설득이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위해 최적의 장소에서 최적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장 많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공감간다' 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멜로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이 영화를 택하겠다.

이것은 좀 꺼려진다 - 나이가 많이 어리면 감정선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외의 단점은 없다. 


4. SF - 프리머

이래서 추천한다 - 짧은 시간 여행에 대해 다룬 이 영화는 영화의 소재가 개연성이고 주제가 개연성이다. 영화를 한번 보고 남는것은 개연성에 대한 궁금증뿐이고 영화를 여러번봐서 마침내 얻을 수 있는 쾌감도 그 개연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전부다. 왜? 아. 왜? 아. 왜? 아. 왜? 아. 하다보면 이미 영화는 골수까지 다 빨아먹혀서 남은게 아무것도 없다.

영화 프리머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메멘토를 가져오는것이다. 메멘토에서 먼저 사랑을 거세한다. 폭력을 거세한다. 드라마를 거세한다. 가이 피어스를 거세한다. 미장센을 거세한다. 스케일을 거세한다. 그리고 뒤죽박죽 마구 섞어놓는다. 그럼 마침내 프리머가 나온다. 

이것은 좀 꺼려진다 - 이 영화는 80분 남짓의 러닝타임을 가진 인디 영화고, 영화는 정말로 시간여행으로 인한 개연성을 빼면 남는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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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영화 뭐뭐를 봤는데 이게 뭐가 개연성있음? 끄아아아 라는 의견을 낼 사람도 있을거 같다. 하지만 저 위의 영화에 대한 설명들이 줄거리가 어쩌고 저쩌고인데 여기서 누가 어떻게 해서 개연성 있다-라는 구질구질한 설명이 아닌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이렇다 저렇다 딱딱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개연성은 그냥 허구의 개념에 가깝다.

중요한 사실은 여하튼간에 위의 영화들은 최소한 한명에게는 개연성 측면에서 만점을 받았다는점이고, 내가 이야기 해 줄 수 있는것도 딱 그 정도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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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스
17/02/19 03:29
수정 아이콘
너내엄마마사만 아니면 됐다, 싶은데 말입니다. 밑 글에서 길게 쓰려다 댓글로 푸념하고 말았는데 위에 쓰신 글이 다 하고픈 말이라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영화 추천도 감사하구요.
Jace T MndSclptr
17/02/19 03:55
수정 아이콘
직쏘 퍼즐을 몇자리 비워둔채로 냅두는건 좀 아쉬워도 그래도 볼만한 그림이지만, 그 빈 자리에 퍼즐 조각을 위치가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맘대로 아무렇게나 끼워놓고 '님들 퍼즐 완성함;; 보셈;; 이쁘죠?' 이래봐야 돌아오는건 '혹시 눈이 없으세요?' 라는 조롱뿐이겠죠.

니엄마마사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못 채우겠으면 걍 비워놔 그거 그 자리 아니야...
녹용젤리
17/02/19 12:03
수정 아이콘
전 느금마마사도 극장에서 영화볼땐 헐 그런거였어??? 하던 사람이라 어지간하면 다 괜찮다 입니다.
집사람도 딱히 그런걸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서 극장서 영화보기는 참 편한것 같아요.
할러퀸
17/02/19 04:39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화양연화는 진짜....연출도 연기도 미쳤어요ㅠㅠ저대신 라라앤드에 대한 변호를 해주신것 같아 더 감사드립니다.
17/02/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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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를 질질 짜면서 보긴 했는데... 개연성 얘기는 충분히 암시도 있고 이해할 사람은 이해하니까 괜찮다고 쳐도, 이게 뭐랄까 메타무비적인 경향성이 강한 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영화라기보다는 해당 장르 자체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그런 게 있죠. 물론 플롯의 전형성이 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오히려 그 전통적 맥락을 잘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들고)... 아 그래도 좀 오리지널리티를 더 부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종속성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막을 수 없더군요. 요즘 이런 방식으로 설계된 영화가 좀 자주 나오는 것 같아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뇌랑 좌뇌가 따로 노는 누군가의 말이었습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7/02/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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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도 결국은 개연성이 부족함을 현실적인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해명한 건데, 이것도 라라랜드에 대입하기는 적절치 않다고는 생각합니다. 라라랜드는 사랑에 관한 영화고 개연성 부족이란 지적 자체가 타당치 않다고 보거든요. 물론 서사가 부실한 영화 99%의 이유는 다릅니다만..

추천 잘 보았습니다. 화양연화 데어윌비블러드 와 같이 놓여있는 이 프리머는 어떤 녀석인가..
Jace T MndSclptr
17/02/19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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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화양연화 얘기하면서도 이야기했지만 로맨스 영화는 원래부터 보편적인 개연성이라는게 나오기 어렵죠. 개인에 따라 생각하는 올바른 인과가 천차만별이라서... 사실 그게 필요하지도 않고

최근에 제가 겪은 일인데 비긴어게인의 결말을 가지고 여자친구와 의견이 갈렸어요. 저는 거기서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마음을 받아주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여자친구는 개소리하지말고 영화 결말이 무조건 맞으니까 그런줄 알라고 하더라구요. 크크
Jace T MndSclptr
17/02/19 06:48
수정 아이콘
하나 더 얘기하면 저는 우연의 연속을 근거로 개연성 없다고 비판하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이야기의 소재는 취사선택의 대상이고 가장 극적이고 흥미로운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그걸 개연성이 없다고 하는건 핀트가 어긋난거죠.

세상에 남녀가 각자 3억명이 넘는데 이 정도 표본중에 우연히 몇번이고 마주쳐서 인연이 되는 케이스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홀덤을 열바퀴 돌아서 열번 다 같은패가 나온 사람의 이야기를 쓰면 그건 개연성이 없는건가요? 세상에 지금도 돌아가는 홀덤 게임이 몇갠데... 지나치게 우연을 남발해서 문제를 해결하는게 편의주의적이고 극본의 완성도를 깎아내리는 요소는 될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개연성 부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7/02/1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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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로맨스영화에 개연성을 들이대는 순간 그건 이상한 메스질이라고 봅니다. 비긴 어게인 결말은 조금 다른 맥락이긴 했는데 뭐 그 영화가 서사 보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결말이 상투적인건 피해가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여자친구와 거의 매주마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절대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비평으로 저항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여자친구가 헌법을 만들어주면 전 유권해석만 합니다.

아 그 댓글을 쓰는 도중 추가 내용이 달려서.. 저도 동감합니다. 매 순간마다 합당한 why와 how가 생겨서 이어지는 경우가 일정 부분 우연을 내포한 경우보다 훨씬 비현실적일텐데, 영화나 소설에는 반드시 그걸 요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는 현실성은 따져도 그런 정합성과 비슷한 개연성 이건 왜 따지나 싶더군요. 그래서 저는 일정한 주제들과 다른 주제들을 보는걸 달리하는데, 개인적으로 사랑,우정,천재,공포영화 같은 것들은 오히려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면 말이 안되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반대편은 정치극화 사극 같은것들.. 이것들은 저도 무의식적으로 이유와 논리를 요구하게 되더라고요
Jace T MndSclptr
17/02/19 06:59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레타의 선택 부분이 이해가 안가는게 lost stars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편곡이 최선이었다고 봐서.. 스타성이니 진정성이니 락이니 발라드니 다 거르고 그 곡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편곡이라고 봤는데... 이런 저런 사람들의 해석을 들어봐도 전 감독 의도가 잘 공감이 안가더라구요 ㅜㅜ

물론 여기서나 이러는거고 여친님께는 개기진 않고 수긍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예쁜여친있는남자
17/02/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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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댓글을 읽고 그냥 비긴어게인 한번 더 봐야겠다는걸 느낍니다
17/02/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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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편곡 보다는 관객과 호응하는 남주를 보면서 여주가 거리감을 느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는 우리만을 위한 노래를 썼는데 너는 그 노래를 부르며 이미 많은 사람들과 사랑에 빠졌구나라는걸 딱 느끼게 되는 순간이랄까.

물론 다시 보면 또 모르겠네요.
카미트리아
17/02/19 07:06
수정 아이콘
인크레더블...슈퍼히어로 무비 중에 원 오브 베스트라고 봅니다.

여러면에서 맘에 드는데 한가지 의문이 있다면,
슈퍼 히어로가 슈퍼가 아닌 시절에 슈퍼 빌런들은 뭘하고 있었냐죠.

전 조심 스럽게 슈퍼 빌런들이 비선 실세라고 주장해봅니다.
최초 판결의 판사가 알고보면 빌런이였다고...
aDayInTheLife
17/02/19 08:52
수정 아이콘
그냥 저는 개연성이 있다는게 행동들에 그럴듯한 이유만 있어도 되는거 같아요. 윗 댓글처럼 우리엄마마사는 그래서 그렇게 싸우다가 그걸로 화해가 된다고!?!?란 맥락에서 개연성이 없던거고...
우연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면 그게 말이 되냐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이해할만한 행동을 한다면 저는 그냥 눈감고 넘어가고 싶긴 해요. 크크
지금만나러갑니다
17/02/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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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보다 더 개연성을 따지면 안되는 영화가 로맨스 분야라 생각합니다. 내가 누굴 좋아하는데 있어서 개연성이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그 감정을 그리는 영화가 로맨스 영화거든요
Jace T MndSclptr
17/02/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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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세히 얘기하자면 로맨스 영화는 '고작 저것만으로 둘이 왜 사랑하게 된걸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보기보다는
'저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된 둘을 그렸다-' 라고 생각하고 보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은 남녀가 구십쌍 정도 있었을지라도
영화는 그 상황에서 사랑에 빠진 남녀에 대해 그릴 수 있는거고, 그래야 그림이 나오는거니까.
곧내려갈게요
17/02/19 09:38
수정 아이콘
현실의 사랑은 영화보다 훨씬 더 개연성이 없죠. 라라랜드 정도면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을 충분히 잘 표현한 영화 같은데.
Jace T MndSclptr
17/02/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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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달리 영화는 사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 를 다루는 것이고, 따라서 이야기가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연출적 각본적 설득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팅힐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 안나 스콧이 촌놈 윌리엄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둘의 사랑에 감동하고 응원하게 만드는 장치는 크게 드러나는것은 두가지가 있죠..

하나는 안나가 인기 연예인으로서의 빡빡한 삶에 지쳤으며, 윌리엄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각본적 설정이 되겠고
나머지 하나는... 다들 아시다시피. 윌리엄 태커는 사실 휴 그랜트잖아요. 다른 이유가 크게 필요하겠습니까. 휴 그랜트인데...

안나가 유명인으로서의 삶에 질려하는 묘사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그냥 질 낮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었을거고
휴 그랜트 자리에 만약 저랑 비슷한 외모의 배우가 연기를 했다면 '캐스팅 미스다' '남자배우 얼굴... 가로쉬?' 이라며 혹평을 받고 워킹타이틀은 느그타이틀이 되었겠죠.

너의 이름은이나 라라랜드의 멜로 장치가 노팅힐 정도의 완성도는 아닌것은 맞습니다만, 본문에서 얘기했듯이 그건 장르적 차이도 어느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라랜드는 뮤지컬 로맨스 영화고, 너의 이름은은 SF 드라마 영화지만, 노팅힐은 정통 빡멜로니까... 멜로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

그래서 결론은 말씀하신대로 그 정도면 할만큼 했다- 라는 의견이 맞는거 같아요. 특별히 흠잡을정도의 구멍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곧내려갈게요
17/02/19 09:58
수정 아이콘
말씀에 모두 공감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만 따지면 캐롤은... 라라랜드는 그래도 "꿈에 대한 열정" 같은 걸로 설명이라도 가능하죠.
17/02/19 09:38
수정 아이콘
너의 이름은 이 SF적 인과관계가 제대로 표현이 안되었기 때문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은건 아니죠.
VividColour
17/02/19 10:07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글과 영화추천 감사드립니다
17/02/19 10:23
수정 아이콘
there will be blood 의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죠.

주인공이 일을 처리한후 "I'm finished"라고 말하고 음악이 쫙 깔리면서 엔딩타이틀이 올라가는...
Samothrace
17/02/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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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영화가 그만큼 대중적인 매체라서 나오는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개연성이 극의 핵심적인 요소냐 하면 아니라는 게 이미 오래된 미학 트랜듭니다.
소설 같은 경우에는 본문 말씀처럼 제약이 없으니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어서 그런가 항상 서사 트랜드를 주도해왔죠. 영화는 좀 늦게 쫓아오는 편이고..
뭐 개연성 논란은 어떻게 보면 최신예술과 통속극의 차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사실주의가 강세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실주의는 지나간 시류인데 통속극에서는 여전히 메타 트랜드라 개연성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뭐 미드도 그렇고 한드도 그렇지만 정말로 인기를 끄는 건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실주의극이라는 충공깽 현실이지만)
Jace T MndSclptr
17/02/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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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적 제약이 아예 없는 수준인 소설과 비교해서 늦는건 그렇다 쳐도 시공간적 제약은 훨씬 심한 연극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영화의 서사 트렌드가 더 느리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결국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무겁고 뚱뚱해서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편에 들어간 돈이면 연극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전부 그릴 수 있고 소설로는 우주의 역사를 기술할 수 있을테니... 덩치가 크고 뚱뚱하니 느릴수밖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실주의극이 인기인것은 뭐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닐까요. 가장 나한테 사적인 이득이 크지만 겉으로는 착해보이는 방법을 선호하듯이... 그럴듯해보이지만 정신적 마약을 팍팍 투여해주는 작품을 선호하는거죠.
17/02/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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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에 대한 부당한 비판이나 개연성에 대한 부당한 옹호 둘다 개연성을 '그럴듯하게'게 아닌 '현실적으로'라고 착각하면서 생겨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와 그럴듯하게의 차이는 작품을 한없이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연성을 현실적으로라고 혼동하여 주장하면 개연성을 기반으로 작품을 논하는 사람들을 불가능한 것들을 원하는 사람들이며 그 불가능한것들을 구현하지 못한 작가들은 필연적으로 그리하였던 것이고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옹호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럴거면 영화가 아니라 다큐를 보라는 비아냥이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달라요. 개연성이란건 현실성보단 그럴듯함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냥 풍경을 찍은 사진조차 필연적으로 일정 부분의 비현실성을 가지게 되어 불가능한데도, 한없이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온갖 말도 안되는 허구를 한없이 그럴듯하게 만드는 보르헤스의 소설들을 보세요... 보르헤스가 달은 거짓 각주들이 그러했듯 하드 SF 소설에서 동원되는 수많은 실제 과학 이론조차 그 소설 내의 설정과 서사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우주전쟁이 라디오에서 틀어진 후 사람들이 대피하고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가 폭주했다는 일화는 어떻습니까? 화성인의 침공이 현실적이진 않지만 당대에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이것이 허구가 아니라는 암시나 경고 없이 틀어진 그 이야기는 굉장히 그럴듯했던 것입니다. 작품으로 완전한 현실을 구현한 바는 여태껏 존재한 바가 없지만, 얼마든지 독자를 속여넘기고 그 작품의 실존까지 믿게 만들었던 그럴듯한 허구들은 창작의 역사에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그럴듯한 개연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불가능함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개연성에 대해 비판받는 작가들도 "안"한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뭐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그럴듯함을 어느정도 일부러 포기하게 되는 경우는 존재하고 그것이 때론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만(반면에 현실성은 어떤 장르 어떤 매체 어떤 허구에서든 언제나 일정 부분 포기되어지는 것이고요) 그런 작품들 중에서도 위대한 작품들은 그럴듯함을 포기하는 것마저 그럴듯하게 합니다. 펄프 픽션에서 갑자기 게이 강간마들을 만나는 전개는 굉장히 뜬금없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죠.

그래서 지금 논의되어지는 두 작품 중에 라라랜드는 장르적으로 그럴듯함을 포기한 쪽으로 봐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너의 이름은 그냥 못만든 게 맞죠. 너의 이름은에서 두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라고 다룬 다이제스트와 업의 초반부에 나오는 노부부의 일생을 비교해봐도 확연합니다. 두사람이 몸을 바뀌고서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일상을 벌이면서도 서로를 의식하고 사랑에 빠지는 다이제스트 연출을 업의 초반부에 나오는 노부부의 일생만큼 호소력있고 사람들이 두고두고 회자하는 장면으로 "잘" 만들었다면 어느 누가 사랑에 빠지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소리를 했을까요? 저는 업에서 노부부가 왜 그렇게 서로 사랑을 했고 할아버지가 집을 풍선으로 띄워서라도 폭포에 가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비평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두 남녀주인공이 사랑에 빠져서 서로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지 대해 불평하는 것과는 다르게요. 업은 그만큼 작품의 기본이 되는 개연성을 완성도 높은 연출로 잘 쌓은 겁니다. 너의 이름은 이점에서 실패한 거고 그래서 비판받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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