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 전의 기록이 참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을겁니다.

보통 고려의 경우에도 고려실록 유실 이후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의 기록이 부실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고려사는 동시대 중국사서와 비교해도 양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꿇리는 편까지는 아닙니다. 고려사의 분량은 총 139권 75책, 글자 수 336만 9623자로 거대국가였던 중국의 역대 사서들인 25사들과 비교해봐도 분량이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듭니다. 25사 내에서도 고려사보다 권수가 많은 사서는 명사, 원사, 송사, 구-신당서 뿐이고, 그 중 고려와 동시기 국가인 송나라의 송사나 원나라의 원사는 각각 약 200만자, 130만 6천자로 이 둘을 합쳐도 글자수는 오히려 고려사가 더 많습니다. 중국도 오래전부터 실록을 쓰긴 했지만 명나라 전 실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어차피 고려랑 비교하면 입장은 똑같은 상황이고요.

중국 25사 전부를 다 합쳐서 3999권, 3996만 6383자로 글자수로 따지면 고려사는 중국이 자랑하는 25사 전체의 1/10 정도의 분량이죠. 뭐 그래봐야 4964만 6667자로 25사 전체 분량을 넘는 조선왕조실록이나 300년 분량에 2억 4천만자인 승정원일기에 비하겠습니까만...

근데 막상 고려조 이전으로 가면 정사인 삼국사기가 천년의 세월을 다루는데도 고작 50권 9책...말이 50권이지 실제 요즘 기준으로 물리적인 권수를 구분한다면 고구려, 백제, 신라 탈탈 털어도 고작 9권의 분량밖에 안 나온다는 겁니다. 이러니 그나마 백제나 신라쪽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판타지 소설 일본서기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게 참...아무리 한반도에 전란이 많아서 사료의 소실이 컸다지만 중국은 뭐 안 그런것도 아니고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사실 삼국사기 편찬 기준으로 따지면 외세의 침략은 삼국사기 편찬 이후에 더 자주 발생하기도 했고요.

이럴때보면 진짜 어디서 발견되지 않은 사서가 뚝 떨어져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나와봐야 화랑세기 같은 위서 가능성 높은 책들만 나오는 판국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