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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8 13:39:16
Name Laurent
Subject 승부조작으로 도마에 오른 e-sports의 구조적인 병폐에 대해 드리는 뼈아픈 글
저는 PKO며 신비로 때부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봐 온 일종의 원년 팬입니다. 당시 투니버스라는 케이블 PP가 우승자인 최진우 선수를 띄우면서 안타깝게도 저그 유저들인 국기봉, 봉준구(당시는 프로토스도 했습니다만) 그리고 프리챌배 때 신우진이라는 저그 유저도 생각이 나고, 그 뒤로 빠짐없이 스타리그를 봐 온 시청자의 한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강의하던 디지털대학교에 프로게이머 특별전형이란 것이 있어 홍진호 선수부터 조용호, 임요환 등 웬만한 프로게이머들이 제 강의명부에 등록했던 기억도 있고, 학교 입학식 행사 때 김현진 선수와 1:2경기를 하여 이겼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말씀부터 드리는 까닭은 카르텔의 내부에 있지는 않으나, 모두가 말하는 e-Sports를 알고 사랑하며 잘 이해하고 있는 팬의 한 사람이라는 소개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프로리그, 팀, 단체전과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단순히 분류해서 죄송하지만 세상에 현존하는 프로페셔널 선수들이 등장하는 경기는 ‘개인’으로 구성되는 것과 ‘팀’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나뉩니다. 앞의 대표적인 사례를 야구, 뒤의 대표적인 사례를 골프로 놓고 거론하자면 이렇습니다.
프로야구는 세미프로를 포함해서 전세계 약 20여 개 국의 국가에서 성행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데이터가 가장 디테일한 팀스포츠입니다. 물론 미식축구나 NBA, 프로테니스나 기타 프로스포츠도 세세한 데이터가 제공됩니다만 세이버 매트리스부터 선형가중공식까지 적용되는 야구의 데이터는 가히 학문의 영역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본적으로 야구는 수비와 공격의 역할(Role)구분이 분명하고 – 양 팀에게 기회가 엇갈려서 제공된다는 점에서 – 교체 시점을 제외하면 한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물론 지명타자나 핀치 러너 등의 특수한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리고 포지셔너들의 범위(range), 타격의 순서에서 개인의 역량이 타 구성원에게 직접적으로 간섭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구성되는 팀 스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야구는 각 상황 별로 볼 데드가 선언되어 <H2>라는 만화에서 보듯이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 중심 스포츠입니다. 즉, 상황에 따라 감독이나 선수가 타임 아웃을 요청하며 전략이 개입되는 시츄에이션 별로 전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전부를 알고 있지 않습니다만, 스포츠조선에서 대기업으로 옮겨 프로게임단 창단에 관여하신 모 기자님이나 케이블 방송사의 해설자님 등과의 대화에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프로야구의 구성요소를 많이 응용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실제 그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도 됩니다.
그 때 의문과 불안은 개인이 주체가 되는 스타크레프트 게임시합이 팀을 위주로 돌아가면 그것이 야구를 이상적인 위치에 놓고 보는 팀 스포츠의 지향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프로 골퍼들은 18홀을 돌며, 개인의 기록을 가리는 라운딩을 나흘 간 합니다. 물론 골프는 기록이 받침이 되는 개인 스포츠입니다.

저는 골프대회의 형식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즉, PGA투어가 계속 이어지며, 개인 프로골퍼들은 하위 엔드를 잘라내는 컷 오프의 기준을 통과하면 참가하게 되며, 언더 파의 기록대로 랭킹이 매겨지는 단순한 방식이지요.
그러나 선수들 간의 대전(Match)가 구성 단위가 되는 스타크래프트 시합의 특성을 단순히 골프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바둑의 사례처럼 대회 스폰서가 있고 프로게이머들이 참여하는 리그가 축이 된다라는 것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러던 차에 프로리그가 출범해서 어느덧 긴 역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초기와 최근으로 프로리그의 역사를 절반 씩 나눈다면, 초기 절반은 양 케이블 방송사의 리그 형식이 달랐고 ‘팀’의 규모나 형태도 큰 차이가 있었으며, 안정화 하기 위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한 케이블 방송사의 방식으로 리그 규정이 생기고, 협회가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기 시작하고, 팀들이 프로게임단으로 메이크 업 되면서 프로스포츠의 티를 완전히 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전과 더블 매치가 번갈아 가며 구성된 프로리그의 방식은 마치 테니스의 데이비스 컵Davis Cup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국가 대항전인 이 대회는 테니스 경기에 국민들의 성원을 담아 꽤 인기가 있습니다. 단식 4경기와 복식 한 경기로 승부를 가리며, 어느 한 국가가 3승으로 승리를 확정지어도 5경기를 모두 치르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데이비스 컵을 위해 투어를 희생하는 탑 랭커들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즌 내내 데이비스 컵을 위한 매치가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개인랭킹의 스타플레이어들이 국가별로 팀을 이루어 나오는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펼쳐지는 것으로 임의할 수 있겠습니다.
즉, 단순 비교는 많은 논란의 타겟이 될 것을 알고 말씀 드립니다만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판’은 프로테니스처럼 되는 것이 ‘한도’가 아닌가 하는 것이 오랫동안 지속된 제 생각입니다. 인기와 영광 상금은 개인들이 열의 있게 참여하는 투어를 열고, 그 중에 소수의 대회를 키워서 일종의 ‘그랜드 슬램’ - 이미 양대 방송사라고 불리는 케이블 채널이 자리를 잡은지 어언 10년이 넘었습니다.-을 만들고, 팀의 명예를 걸고 사활을 거는 이벤트 매치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그런 판 말이지요.

-많은 경기, 사업성, 그리고 무리에서 오는 심각한 폐해.

많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모이는 사이트마다 프로팀(정확히 구단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자의직역으로 보아도)이 10개를 넘고, 프로리그의 매치가 일주일에 네 번까지 늘어나면서 많아진 경기에 대한 지적을 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은 팬의 입장에서 예전처럼 유니크한 전략도 사라지고, 리플레이가 공유되고, 경기의 절대 수가 많아지면서 느끼는 식상함이나 지루함 등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리그에는 경기장의 변형, 즉 ‘맵 에디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정말 천재적인 맵디자이너들을 저는, 아니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우며 창작 맵에 대한 저작권까지 논의될 정도로 세련되고 성숙한 것이 우리네 e-sports라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맵은 그렇게 다양성을 담보하며, 또 맵의 베리에이션 만으로 모든 문제가 커버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셨습니까? 아무리 천재적인 맵디자이너라도 창의성 이전에 밸런스라는 엄청난 무게돌에 짓눌립니다. 특히나 유수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이 수가 많아지면 으레 그렇지만 ‘단체의 이해’라는 것도 생겨납니다. 결국 밸런스 문제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정점에서 ‘불호不好’를 최소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덧붙여 아주 오래 전에 그냥 제안으로 올렸었지만 다양한 모드mode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는 존재하고 특히 Team melee는 팀의 호흡이 녹아날 수 있는 모드인데 왜 채택하지 않는지, 또 각 선수 혹은 팀별 연고지 맵을 정해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하자는 등의 실험적 논의도 제가 올렸었고 유명한 해설자께서 답글도 달아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프로리그의 구성단위가 되면서 그 세부요소와 감동스토리를 부각하느라 근본적인 틀의 문제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히 혁신적일 것까지 불가능하더라도 사전에 가장 세부단계인 ‘프로게이머의 이익’과 ‘전체 e-sports의 이익’을 위해서 단계별 발전 방안이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저는 10대 후반에서 기껏해야 20대 중반인 프로게이머들의 인성교육 운운하는 원론적이고 고민 없는 지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연령대가 주축인 선수들이 합숙을 해가면서 팀을 이루어 연습하는데, 한 명의 튀는 의견이나 다양성이 팀에 녹아나고, 다양한 형태로 전체 판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느냐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빠른 발놀림을 보여주는 라파엘 나달. 흑인 핸디캡을 딛고 서브와 스트로크로 혜성처럼 올라오는 쏭가, 여전히 베이스라인 사수에는 최강인 휴이트… 이런 선수들을 한 팀으로 모아서 같은 유니폼을 입히고, 자기 승부가 팀에 미치는 영향만을 생각하는 유닛화가 이 판의 큰 파이를 차지해 버린다면 과연 프로테니스가 어떻게 될까요?
호쾌한 스윙 이상의 스타일을 동작으로 보여주는 지바롯데의 김태균 선수나 그에 못지 않는 카림 가르시아, 30대 중반 같은 표정의 소년 가장 류현진과 돌아온 강동우 선수의 롤은 제각각 구분되어 있고, 이들의 투구나 타석은 그대로 ‘개인 기록’으로 반영되며, 연봉고과 기준이 되고 영예와 부상이 따르는 타이틀에 도전도 합니다.

물론 프로리그도 개인기록 시상을 합니다만 저는 흉내내기라고 단죄하고 싶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스폰서링하는 팀의 영광을 위해 많은 경기를 ‘페넌트레이스’를 흉내내어 늘리고, 무료입장의 형편 없는 사업성을 개선은 못하면서 더 나은 스폰서 잡기에만 혈안이 된데다 광고주에 대한 SA급 광고에 다른 광고를 더 많이 끼우려는 노력을 최우선으로 한 것이 두 케이블 방송사의 현실 아닌가요?
그래서 포맷만 흉내내서 프로게이머 연예인 흉내내기 프로그램을 저예산으로 양산하고, 방송출연이라는 그럴 듯한 명제를 프로게이머에게 던지며, 인터넷 유행어나 계층 유머를 그대로 방송포맷으로 편성한 것이 지금의 케이블 방송사들 아닌가요? 그리고 많아진 경기를 많아진 소스로 활용하며, 별의별 편집으로 시간 메우고 있지 않은가요?

기록의 가치와 위엄을 창조해 내고, 그 숭고한 기록의 존엄성을 말이 필요 없이 알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한 케이블 방송사며 전적분석가라고 칭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습니다. 거지같은 KBO도 양준혁 선수의 2000안타나 송진우 선수의 대기록에는 허겁지겁 뒤따라 갑니다만, 경기 수가 더 없을 인플레이션으로 늘어나는데 단위 시합의 절대 가치는 1경기로 놓고 승률이나 엑셀작업 해 놓는 위인들이나 그조차도 안중에 없이 판을 키우는데만 열중하는 소위 협회라는 곳에 대해 저는 진심으로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승부조작 사건보다 제가 더 경악한 것은 프로리그를 위해 개인리그를 희생한다는 프로게이머의 얘기가 방송에 거듭 나오던 사실입니다. 아니, 언제부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프로게이머가 팀의 유닛이 되어서 자기 모든 것이 걸린, 그것도 수백명 게이머들 중에 열 여섯 명에 뽑힌 자리보다 더 우선하여야 한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앟습니다. 이건 분명 판이 이상하게 뒤틀리고 왜곡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더 웃긴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방황, 자승자박, 근원적 문제

98년 투니버스 스타리그로 출발한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는 그 리그(정확히는 토너먼트) 방식이 과거의 축구월드컵을 그대로 본 따온 것에서 연원합니다. 예선은 4명씩(4개 팀처럼) 한 조가 되어 풀리그로 상위 랭커 2명이 올라갑니다.
이 방식이 냉정하게 계산되어 전략으로 짜여진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초창기의 프로게이머 수요, 그리고 상황에 맞는 분명 주먹구구식 협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벤트로 했던 조지명식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됩니다. 정확하게 프로게이머들이 인지도가 넓어지면서 조지명식 자체가 광고가 붙는 프로그램이 되자 고정이 된 거죠. 16명을 가지고 벌이는 대화는 첫 번째, 두 번째는 신선했고, 괜찮은 기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지명식이 들어가면서 대회의 ‘형식’이 ‘전통’이 되어 버린 겁니다. 열 여섯명으로 CF를 능가하는 오프닝 타이틀 만드는데 시간,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제작인원이 달려들고, 연출하고 퀄리티는 그 이상 나아진 것이 있을까요? 결승전이나 8강전을 어디 협찬 끌어서 야외로 나갈까, 그리고 흥행 매치가 나오길 수동적으로 기대하는 것, 산전수전 겪은 두 해설자와 MC의 애드립으로 메우기 등등.
정확히는 연예인에 준하면서(준한다는 것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의 비속어와 가까운 방송사에 오리엔티드 된 대회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의 진지한 의문이 아니라 돈이 되니까 이익을 나누기 위해 협회는 케이블 방송사에 압박을 하기까지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요.
프로야구 감독이나 선수가 하는 미디어데이를 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직접적인 상대에 대한 저급한 도발보다는 어느정도 격이 갖춰진, 그리고 장난스러움을 자제한 태도로 응합니다. 제가 나이 들어서 보수적인 견해를 펼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지명식 발언들을 적어보면 2000년대 초반과 현재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온게임넷(MBC게임도 오십보 백보입니다만) 스타리그는 32강으로 늘렸다가 조지명식을 인서트처럼 중간삽입을 하는 등 해프닝을 겪다가 예전T.O.로 돌아왔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였는지 궁금합니다. 조금이라도 메인 SA프로그램이 되는 경기를 늘리자는 생각이 우선한 건 아닌가요?
일단 늘어난 TO가 줄어드는 리그 보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영광스러운 리그의 참가자격을 늘리는 것은 매우 심도 있게 논의됩니다. 한 번 늘리면 줄일 수는 없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리그의 격이 떨어집니다.
4강을 풀리그로 돌리면서 1승 2패도 올라가고(축구는 무승부라도 있습니다만) 재경기가 이어지는 방식을 혈전이라 미화하며 바꾸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토너먼트는 흥행이 안되는 것 사례로 압니다만 10년이 넘었는데 개선이 없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승부조작 이야기

프로가 돈이 필요하다. 더욱이 인기를 얻게 되면 그렇다는 뻔한 말을 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프로팀들이 10개를 넘어서고 팀매치가 많아지고 팀매치간의 경기도 많아진 것입니다. 즉, ‘한 경기’의 격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초창기 팀 당 80경기에서 현재 133경기로 29년간 66%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숫자상으로 절대비교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1982년 원년 박철순의 24승이 폄훼되긴 커녕 오히려 전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판에도 무수히 많은 전적분석가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아무리 억지로 노력한대도 대기록이 미화되지도 않으며 충분한 샘플을 가진 ‘대기록’만이 신으로 추앙 받으며 함부로 쉽게 미사여구가 남발되지도 않습니다.

승부라는 것은 프로선수들에게는 일상이지만 팬에게는 목숨을 걸고 응원하는 일입니다. 그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팬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인격적인 성숙을 논하기 전에 그 ‘자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프로다울 수 있게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프로야구에 2군이 생기면서 경기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서 팀 당 엔트리가 40명씩이라면 어땠을까요? 더 많은 인기스타를 보유하게 되었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주 가까운 예로 벌써 두 차례의 승부조작으로 초토화 되어버린 대만프로야구를 들 수 있습니다. 대만 프로야구의 팀 수는 몇 년 안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합니다. 경기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 물론이구요. 저는 우리네 ‘프로리그’란 것의 변천 양상은 흡사 대만 프로야구의 역사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0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의 임진록을 아직도 팬들이 뇌까리는 이유는 그들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유명하게 만든 경기임을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전략전술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지만, 그 자리가 그들의 모든 것을 끌어내게 했음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 낮은 천장, 당시에는 최신이라는 코엑스몰의 PC방 이벤트 공간 같은 한구석에서 헤드셋을 쓰고 경기를 했지만 거기에는 권위와 격이 관중들의 함성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는 대기만성으로 우승을 일구고 계신 김성근 감독님이 계십니다. 아무리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이 노감독의 일구이무(一球二無) 발언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요. 프로의 세계에 감독이라는 자리는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
자기의 선수를 믿고 아끼는 것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 이전에 나의 열정을 정신을 이입하고 선수를 프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일 것입니다. 동고동락한 인간적인 인연도 매우 중요한 것은 인간세계의 현실입니다만 그 이전에 선수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노력, 그보다 선수에게 정신적인 자세를 가다듬게 하고 프로세계는 생존의 세계라는 것을 일께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감독’이 아니라 ‘한국식 매니저’의 역할입니다.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아직 야구선수들처럼 지도자 연수 같은 것을이 없어서 은퇴 이후의 불안이 크다는 점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몇 안되는 외국인 선수들, 기욤 패트리, 세르게이, 베르트랑… 정말 힘들게 한국에서 선수 생활할 때 비자 문제 해결해 주려 노력한 분들 이 판에 얼마나 계셨습니까. 방송사의 노예가 되어 불려다니며 교통비 안되는 출전수당 받으면서 팀스폰 구하러 돌아다니는 기형적인 프로세스로 자리를 잡은 이 판을 수정하려는 노력 하셨던 분들 얼마나 계셨습니까.
정말 중요한 사실은 한국시장에서 성장할 만큼 성장한 스타크래프트 단일대회의 e-sports를 PGA투어 같은 모습으로 키워나가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제안하기는커녕, 눈앞의 대회 스폰서 잡기에 혈안이 되고, 장소섭외며 자잘한 가십거리 구성하는 데 머물러 있는 채로 경기 수만 많고 각종 엔트리 요소 등으로 팀원들 얼굴 보여주는 식의 시합을 리그라고 포장해 내는 한, 승부조작 같은 사건은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지면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과 나와 팀의 영광을 위해 홈런이나 역투를 펼치겠다는 생각 중에 어느 것이 더 프로페셔널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저 경기 수 많고 소속이며 이적쇼 펼치며, 가십을 흘리고, 앉은 자리에서 줄지어 모니터 내려보는 이런 식의 대회가 지속되는 한, 그 한 경기, 한 경기의 소중함을 백 번 인성교육 해 봐야 될 가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는 어이가 없습니다.

같은 계열사이면서도 바둑이라는 오래된 테마이긴 합니다만, 많은 스폰서와 조율해 가며 투어 형식의 프로리그에 다양한 교류전 및 팀전을 배합하는 바둑TV를 보면 국내의 게임전문 두 케이블 방송사나 e-sports협회, MC며 해설자 분들 모두 잘못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모든 팬들이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승부조작 때는 팬들이 피해보상에 대한 소송을 전개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선수에 대한 애정만을 내세우며 친형 같은 순수하고 인자한 인성을 드러냈을 뿐 목숨을 거는 노력에서 오는 감화로 선수들을 단도리하는 역량이 절대 부족한 감독이며 코치들은 자격이 없습니다. 하물며 이런 사건에 팬의 한 사람이 눈물을 머금고 이런 글을 쓰는데 반성과 죄의식이 모자란 인사이더가 있다면 진정으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며, 감정에 치우쳐 무례하게 느껴지는 부분 있으시다면 정중히 사과와 양해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5-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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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8 13:43
수정 아이콘
스샷 때문에 글이 옆으로 늘어져버리네요; 이미지 양옆을 추려내면 어떨까요..
글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던 것이 정리가 되어 있네요
10/05/18 13:47
수정 아이콘
글읽기가 힘드네요.
허클베리핀
10/05/18 13:50
수정 아이콘
편집부탁드립니다. 꾸벅.
10/05/18 13:55
수정 아이콘
...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런 식의 것들입니다 ...

프로에 대한 얘기는 잘 해주셨으니까 제 얘기를 필요 없을 것 같고요.

"오늘은 내가 친하니까 얘한테 일부러 져줘야지!" 이런 식의 동정 따위로 승부가 조작될 가능성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좀 크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기가 어렵고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좀 확장되면 결국 속으로 혼자 "일부러 져줘야지" 이런 경우도 발생하는데 참 경계가 애매모하하다는 거죠. 물론 브로커랑 통장이 나오면 명확하지만...

아... 읽을수록 속이 다 시원하네요... 내 글 지우고 싶다 ㅠㅠㅠ
거북거북
10/05/18 13:56
수정 아이콘
제로보드에 이미지 가로 사이즈 자동 조정해주는 옵션 같은건 없나보네요;;;
좋은풍경
10/05/18 14:12
수정 아이콘
저 스샷 때문에 글보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읽기 포기했네요. 1280 사이즈인데 이글 읽으려면 따로 메모장에 붙여넣기 해서 다른 곳에서 읽어야 될 정도니...
그닥 의미있는 스샷도 아닌데 삭제하시는게 어떨까요.
10/05/18 14:14
수정 아이콘
글보기 너무너무 힘들어요...
거울소리
10/05/18 14:14
수정 아이콘
너무 읽기가 힘드네요..

첨부된 그림파일이 쓸데없이 가로폭이 큽니다. 실제 내용이 있는 부분은 가운데 얼마안되는군요.
혹시나 글쓴분이 잘 모르실것 같아 옆에를 추려내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대부분 아는거라 뻘쭘하군요)

첨부파일을 윈도우 기본프로그램인 그림판으로 읽어들여, 원하는 부분만 선택영역 블럭지정한다음 Ctrl+C로 클립보드에 복사하고
파일->새로만들기 로 새그림을 연다음에 Ctrl+V 붙여넣기한다음 저장하시고 그파일을 첨부하세요.
10/05/18 14:16
수정 아이콘
하... 이런 글이 금방 올라올텐데 제가 왜 허접한 글을 써서 여러 피지알러분들을 힘들게 했을까요 ㅠㅠㅠ 뭔가 그림 때문에 읽기 힘드시다고 하는데, 메모장에 복사를 하셔서라도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10/05/18 14:29
수정 아이콘
짤방은 무슨 내용이지요?
아지다하카
10/05/18 15: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e-sports, 스타판 문제의 근원은 협회에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강의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고 잊어버렸지만 한 가지 잊지 않은게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 "는 것입니다. 이 문구는 왜 정부가 국가 경제 전체를 아우르려 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개별 경제 주체는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고 그 방면에서는 그들이 가장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경제 전체를 이루고 있구요. 그런 전문가들이 자신의 분야조차도 실상 당장 내일을 확신하기 힘듭니다. 나아가 그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경제 전체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정부'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려 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며,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인) 개별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Kespa를 매우 싫어합니다. e-sports 시장을 이루는 전문가들(한명, 한명의 팬부터 시작해서 선수들, 방송사, 스폰서, 게임제작사 등등)을 반강제적으로 이끌고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 Kespa는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Kespa가 설정해서 강제로 만들어버린 현재의 프로리그 체제가 문제 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고 있는게 있다면 Kespa없이 개별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이 판을 키웠다면 우여곡절은 더 많았을 지언정 지금보다는 나은 모습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10/05/18 19:09
수정 아이콘
읽기 쉽게 좀 수정해 주세요.ㅜ.ㅡ
10/05/19 02:55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읽기 힘드셨던 많은 분들께 죄송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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