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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06 23:44:00 |
Name |
워크초짜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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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공모] 만월로 달려가는 소년...(13) - '폭풍전야' |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해운대에는 한 셋트를 만든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올까?"
"글쎄... 스타도 아닌데..."
대회 관계자들은 사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현재 E-sports계에 NO.1이라는 스타크래프트 말고 다른 리그의 결승전을 지방 투어 한 적이 없던 유래...
따지고 보면 워3가 인기가 있는 것도 매니아 층들의 얘기...
스타에 비하면 아직 훨씬 멀었다...
비유하자면 스타크래프트는 태양이고 워크래프트3는 반딧불?
...
"정희야 오늘 사람들 오기는 하겠냐?"
"후... 글쎄, 광록이형... 내가 결승치룰 때의 적어도 5배는 와야 무슨 리그 결승전의 맛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러게나... 하긴, 따지고 보면 니 녀석 만큼의 게이머가 쭈욱 포진되어 있는 두 팀이니... 혹시 모를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하하하..."
서로 마주보면서 실없이 웃음을 짓던 광록과 정희...
그들도 불안했다...
선수 못지 않게 해설자들도 관중 없는 곳에서 자신들의 일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
"이야, 우리가 저런 곳에서 게임을 한다고?"
"와... 그나저나 여기가 해운대구나?"
"태어나서 처음 바다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감탄하냐?"
"그러면서 눈이 그렇게 커지는 것은 뭐냐?"
김태인,구영롱,박준,김동문 4명이 한 마디씩 했다.
부산에 처음 온 그들은 해운대라는 바다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해운대라는 바다에?
"침닦아!!!!"
대희가 무섭게 그들을 째려보면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어이, 바다가 감탄스러운거냐? 저 비키니기 감탄스러운 거냐?"
순간 4명은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날씨 좋다."
"긴장되네."
"바람 시원하다."
"대희야 배 안고파?"
남자들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독자들이 이해를 해주기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어이, 총각! 먹성이 정말 좋구먼... 우리 가시나도 그렇게 많이 묵어서 탈인데..."
"그래요? 야, 세룡... 가시나가 뭐냐?"
"TV도 안 봐? 여자가 이쪽에서는 가시나라고 하잖아."
"시꺼, 나도 알고 있는데 그냥 물어본거야. 할머니 여기 번데기 하나 더 주세요."
"그래,그래 어여 많이들 묵어. 그나저나 오늘 저건 대체 뭐여? 시방 난리를 치면서 만들고 있네."
"아, 저거요? 할머니... 잘 들으세요! 오늘 우리가 저 무대에 올라가요!"
"아, 가수여? 그럼 사인 좀 받아야 겠네."
"에... 가수도 오기는 하는데... 저희가 가수인 것은 아니고... 프로게이머 아세요?"
"후로게이머?"
"네? 아... 후가 아니고 프요..."
"아니, 그래... 그게 뭐하는 건데?"
계속되는 포장마차 할머니와 형주의 대화속에 질린 세룡은 무대를 보면서 깊은 회상을 했다...
재호와 헤어진 사건
중헌이 형이 자신만의 사정을 내세우면서 숙소에 없는 사건
여러 사건들이 계속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스치면 스칠수록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계속 그를 감싸고 있었다.
왠지모를 불안감이...
퍼억!
"야, 세룡! 돈 있냐? 이 형님이 지갑을 안 가져와서 그러는데 좀 빌려주라."
"얼마에요?"
"읏따, 그 총각 많이도 먹네. 어디 보자. 오뎅 7개, 닭꼬지 4개, 번데기 2접시, 콜라 2병, 13500원인데, 무대에서 힘써야 하니 10000원만 줘."
순간 세룡은 형주를 쳐다보았다.
"내가 먹은 오뎅 1개와 콜라 1병을 빼면..."
"뭘 그렇게 쳐다봐? 빨리 계산해. 나중에 준다니까?"
"돼.지.!"
한 글자 한 글자...
계산을 하면서 세룡은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언제나 이 패턴...
퍼억!
...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어느새 약속 시간 앞까지 불과 1시간이 남았다.
여름이라서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는 않은 상태였다.
낮의 수영하던 사람들은 부쩍 줄었다...
그러나...
[소노콩 프렌즈 당신만이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노아 페어즈 당신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낭만이여 다시 한 번 기쁨을]
[휴먼마스터 박세룡에게 은총을]
[마약보다 중독되는 환상을 기대합니다]
여러 응원 포스터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
"님은 어디 사세요?"
"저는 서울요? 여기 제 친구들도 오늘 경기 볼라고 KTX타고 왔어요."
"아, 그래요? 저는 제주도에 사는데, 우리 조카가 보고싶다고 난리를 치길래..."
전국에서 몰려든 워3 팬들...
그랬다...
비록 스타크래프트 처럼 아직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워3 매니아들은 그냥 쳐다보고 있기만 하지 않았다.
마침 여름 방학이라서 이번 결승전에 오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몰려든 매니아들에 의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
"정말 믿기지 않는군... 워3 PD를 맡은 이래로, 정말 말이 안 나오는 군..."
정PD는 지금까지 숱한 역경을 이겨온 리그를 생각했다.
스폰서를 구하기가 힘든 시점에서 여러 팀의 리더들과 같이 방방곳곳을 해매고...
겨우 이번 봄에 시작한 프로리그...
윗층에서는 다른 리그도 많은데 왜 워3냐?
심지어 동료 PD들도 그를 어리석은 사람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오늘 몰려든 팬들...
아니 팬이 아니라도 그저 오기만 한 사람들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너희도 오늘 미치도록 소리쳐라."
정PD가 대본을 읽어보는 3명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걱정마세요."
"오늘 다 얼려볼까요? 하하하..."
"목이 쉬어도 계속 지를거에요."
현주,광록,정희 모두 감격을 하고 있었던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
"음..."
한 소년이 집중했다...
무슨 심각한 일이 발생한 모양이다...
"왜 이렇게 안 나와..."
보아하니 사흘은 고생한 것 같다...
"갑자기 안 나오던 큰 게 마렵고... 어휴... 진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곳에서 경기를 한거야?"
여기는...
화장실이다...
너무나도 급한 나머지 소년은 결승전 무대 근처의 종합병원의 화장실로 간 것이다...
난생 처음 결승전의 무대...
거기에 첫 지방투어에다가 예상외로 많이 몰려든 관람객들...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휴... 이제 한 시간 뒤구나... 훗... 각오하라고!"
뿌직!
당찬 결의의 눈빛을 가지면서 소년은 다짐했다...
뿌직!
어지간히 나온다...
"시원하다! 후후후... 오늘 잘 풀릴 것 같은데? 빨리 물 내리고 가볼까."
그 때 였다.
"정말 괜찮다니까!!!"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리...
잊을 수가 없는 목소리...
순간 소년은 물을 내리려던 자신의 동작을 제어했다.
...
30분전...
"김박사님에게는 얘기를 들었네. 자네가 인호군이고 자네가 중헌군이군. 중헌군은 오늘 몸이 어떠한가?"
"아... 견딜만 합니다. 오늘만 견디면 되는데요..."
"정말인가?"
"네?"
인호와 중헌을 바라보던 의사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자네... 솔직히 말하게나... 약을 먹었나?"
"네, 먹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말게!"
책상을 치면서 의사가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인호를 보면서 말을 했다.
"중헌군을 아낀다면 오늘 대회에 내보내지 말게... 더 이상 무리한 동작은 악화시킬 뿐이야."
"선생님? 그게 무슨..."
"중헌군... 거짓말 해도 소용없네... 김박사님이 말을 하시더군. 분명히 중헌군의 성격이라면 약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게..."
중헌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고 말을 했다.
"먹었습니다. 먹었습니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진통제만 먹은 것이 아닌가?"
순간 중헌은 움찔 거렸다...
"맞는가 보군... 그런 진통제는 일반 약국에서도 파는 것이 아닌가? 왜 진짜 약을 먹지 않은 거지? 그렇게도 중요한가?"
"승부입니다...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승부가 그렇게 중요한가? 약만 꾸준히 먹었어도... 지금 솔직히 마우스 움직이는 것도 숨이 차지 않은가?"
그 때...
중헌의 눈빛은 타올랐다.
마치, 게임을 하는 눈빛처럼...
아니...
전보다 더 타올랐다...
마치 자신이 기다리던 상대를 만날 기대감을 포함한 것 처럼...
"그럼 선생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서울의 의사선생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속여서 죄송하다고... 아시고 있었겠지만..."
...
"정말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다는 거야!"
평상시 화를 내지 않던 인호도 이 날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직접 약물을 주입받는 치료는 아니라도 약은 꼬박 먹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나와의 약속을 어길 수 있는거야!"
"미안해. 하지만... 난 그 약속보다 소중한..."
퍼억!
인호도 순간 당황했다.
쳐버렸다. 단 한 번도 동생들에게 주먹을 쓴 적이 없었는데...
"미안해 할 것 없어. 나라도 쳤을 테니까... 그런 각오는 이미 했어."
중헌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인호를 쳐다보았다.
그런 표정을 보던 인호는 눈물이 나왔다...
"바보녀석! 그렇게 재호와 경기를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거야!"
"그 녀석도 바보니까! 바보니까... 왜? 소설에 그런 것 있잖아? 잠재력이 높은 주인공이 맨날 주위의 사람들에게 얻어 맞다가 나중에 복수를 하려고 그 잠재력을 해방하고 나타나서 복수를 하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일부러 꾸민 것이었다. 얼마나 멋져? 하하하... 어차피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런 인생 사는 것도 좋잖아? 하하하.. 하하..."
땅바닥을 쳐다보면서 중헌은 계속 웃었다.
힘 없는 목소리로...
점점 힘이 없어지는 웃음을...
"나 먼저 간다. 빨리 와. 덩치는 그렇게 크면서 무슨 눈물이야? 동생들이 걱정해."
"야"
"쓰러져도 좋아. 하지만 마지막에 쓰러질거야. 죽어도 좋아. 하지만 마지막에 죽을거야. 헤헤... 과분한 낭만의 소망인가?"
그리고 중헌은 문을 열고 나갔다.
인호는 너무나도 분했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하나...
왜 중헌이 이렇게 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는가...
쏴아악...
수도꼭지를 열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착잡한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그런데...
거울에 낯이 익은 사람이 있었다..
"재호야?"
p.s : WEG 2차시즌때 부산 결승전이 생각납니다. 안 그래도 온게임넷에서 WEG 방송을 포기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에서 치뤄진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날씨까지 안 좋아서 평상시 관중보다도 안 왔다던 그 때... 비록 재주없는 제가 쓰는 것이지만... 이렇게많은 팬들이 어느 지방에서 열려도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는 저도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출처 : www.mbcwarcraf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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