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09/19 16:33:33
Name 드라고나
Subject 말 나온 김에 떠들어 보는 독일 전차 티거 이야기
전에 다른 데 올리려던 유용해서 올립니다. 적당히 넘어간 부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이야 전차 하면 한 가지 만들어서 확 쓰는 게 대세지만, 2차대전 시기까지만 해도 용도별로 전차를 따로 쓰는 게 대세였습니다. 그때 이 나라 저 나라가 집적거린 전차 종류중 하나가 바로 중전차(重戦車)란 물건입니다. 중전차가 뭐냐, 간단히 말하면 울트라리스크죠. 남들보다 나은 몸빵으로 삼연벙이 있든 말든 콱 박아서 상대 방어선을 쓸어버리는 용도의 전차, 당연히 더 무겁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고 더 비싸집니다. 대신 더 세고.


큰 전차 하면 생각나는 물건인 콩쿼러. 이건 2차대전 후의 물건입니다.

하여간 상대가 방어선 꽉 만들고 있을 때 다른 전차보다 발은 느려도 천지사방에서 몰아치는 상대의 공격을 “괜찮아, 튕겨냈다!” 하면서 상대를 쓸어버리는 전차가 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당시 여러 나라가 했고, 독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거 저거 자기들이 전쟁 벌이기 전부터 개발을 해나갔는데, 같이 세계를 반으로 갈라서 지배하자니 마자니 하며 짝짜꿍하고 있던 소련의 뒤통수를 독일이 갈기면서 독소전쟁이 터진 후, 독일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괜찮아, 튕겨냈다!” 를 외치며 독일군을 털어먹는 소련군 전차, KV-1이 등장해서 독일군을 난리나게 한 겁니다. 이 KV-1이란 놈은 전차 앞도 더럽게 두터운 주제에 옆구리고 뒤통수고 철판 도배를 해 놨고, 독일군은 이 놈을 못 부숴서 사단 하나가 오도가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난리가 났습니다.


충격의 전차 KV-1. T34는 그래도 부술 수라도 잇었는데 이놈은 아예 부수지도 못하니 난리가 났죠.

독일군도 당하다 보니 저렇게 몸빵 되는 전차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지고, 결국 개발 중이던 중전차도 가속도가 붙습니다. 거기다  KV-1이나 T34 같은 놈들에게 독일군이 두들겨 맞으면서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 겠어” 하고 있을 때 짠 나타나 꽝 때려잡아주는 해결사가 당장이라도 필요했고, 결국 독일군이 개발하는 중전차에는 이런 해결사 능력 역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등장하는 게, 소련군 전차들의 대포는 전부 씹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방어력, 소련군 전차들은 전부 한방에 박살내는 화력, 무쌍 펼치기 좋게 적토마까진 아니라도 말 하나 타고 다니는 수준은 되는 기동력을 갖춘 전차, 6호전차 티거입니다. 울트라리스크의 기동력과 몸빵에 공3업된 시즈탱크의 화력과 유령의 저격을 갖춘 괴물이 등장한 겁니다.


울트라리스크와 시즈탱크가 퓨전하면 말 그대로 개사기


티거 등장

티거가 장비한 88mm 포는 전차포로 쓰기 전부터 대공포로 태어난 주제에 전차 잘 때려잡는 걸로 소문난 대포였습니다. 이 포가 무서운 건 세기만 해서가 아닙니다. 세기도 센게 맞기도 잘 맞습니다.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는 표적 쏴도 명중률 50퍼센트 나오면 잘 맞니 하는 게 다른 나라 전차포인데 이 물건은 가만히 서서 가만히 있는 놈 쏘면 쏘는 대로 다 맞고 남들은 안 맞는 거리에서 쏴도 맞는 무시무시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멀리 맞춰 봤자 안 보이면 헛거인데, 이런 전차포의 눈이 되어준 게 칼 자이스가 만든 TZF9b조준기입니다. 지금도 카메라 만지는 사람들은 환장하는 칼 자이스, 정밀도는 그 시절에도 당대 최고였습니다. 거기서 만든 조준기가 누구보다 정확하게 조준하게 만들어 주고, 정확하게 조준된 곳에 정확하게 포탄이 엄청 강하게 맞아버리니 티거를 상대하는 전차들은 눈 뜨고 당하는 꼴을 겪고 맙니다. 소련군 전차들이 낮은 포 정밀도와 조준경으로 인해 드라군이 언덕 위 탱크 상대할 때 헛방 쏘는 수준의 예닐곱배 수준의 명중률로 쏴대는 동안 티거는 저격스킬 발동한 고스트가 시즈탱크 포탄 위력으로 쏴대듯이 멀찍이서 정확히 맞춰대는 상황이 된 거죠.  

티거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독일 전차포 조준기의 조준 방법. 이 시절 독일군 전차포의 조준기는 정밀도만이 아니라 조준 편의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티거의 몸빵 능력. 티거는 처음에 사방에서 몰아치는 포탄의 비를 헤치며 나아갈 놈으로 계획되었고, 개발 도중에 요구 수준이 더 올라가면서 더욱 방어력이 올라갔습니다. 그 수준은 차체 정면이 100mm, 포탑 정면이 100mm에서 최대 200mm, 차체와 포탑 옆과 뒤가 80mm.  티거의 옆구리와 뒷통수는 나온 당시 다른 독일군 전차들 정면보다 두꺼운 수준이었고, 이 수준은 티거가 처음 나온 당시 기준으로 소련군이 가진 대전차포를 보통 싸우는 거리에서 쏠 경우 전부 “괜찮아, 튕겨냈다!”를 외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앞만 단단할 뿐만 아니라 옆이나 뒤도 단단하다는 점, 이 점은 티거가 수적으로 열세 상황에서 무쌍난무를 펼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상대 입장에선 정면보다야 옆이나 뒤로 상대하는 게 낫고 거기다 연합군 쪽 전차포 성능이 올라가면서 1944년 무렵부턴 옆구리나 뒤통수를 맞고 뻗는 일이 늘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당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저렇게 대포 싣고 철판 바르고 하다 보니 티거는 56톤이란 당대 최고의 무게였습니다. 그런데 티거가 발이 느리냐, 아니오. 티거가 나온 당시 독일군 전차 중에 제일 빠른 놈이 티거였습니다.
제일 무거운데 제일 빠르다,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가능했나 하니, 티거의 심장인 마이바흐 HL210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50마력을 내는 이 엔진은 만들어진 당시 힘에서 따라오는 수준의 엔진이 아예 없는 물건이었고, 이 때문에 톤당 마력은 나온 당시 독일 전차들 중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거기다 넓직한 로드휠과 캐터필러는 만드는 게 그만큼 수고가 필요했으나, 낮은 접지압 덕에 진창이나 눈밭같은 곳에서 높은 기동력을 발휘하게 해주었습니다. 티거는 도로가 아닌 야지에서 최고 시속 25km까지도 나왔는데, 이 속도는 기동성 좋다는 미군의 M4 셔먼의 야지 기동성과 비교해도 동등 혹은 그 이상 수준입니다.

티거의 장점이면서 의외로 간과되는 일이 많은 게 티거의 트랜스미션입니다. 전진 8단까지 가능한 티거의 세미 오토 트랜스미션은 엔진의 힘을 부드럽고 적절하게 전하면서 티거의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줬죠. 거기다 티거는 양 캐터필러가 따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그게 뭐가 대단하냐 싶지만 저 시절만 해도 보통 전차들은 방향 전환 같은 거 할 때 한 쪽 캐터필러만 움직일 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제자리 회전도 안 되고 방향 전환 할라 치면 멀리 길게 돌아야 했지요. 그런데 티거는 제자리 회전도 되고 다른 전차들보다 빠르게 방향 전환도 가능했습니다. 이게 뭐가 좋냐, 방향 전환 빠르니 빨리 빨리 움직여 상대 포탄 피하기 좋고, 사방에서 적이 몰려올 때 적 많은 쪽으로 빨리 방향 돌려가며 막기 좋고, 전차포 조준할 때 차체도 빨리 움직여서 조준 빨리 하기도 좋습니다. 이런 경쾌함은 같은 독일 전차 중에서도 최고 수준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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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거는 보통 자동차처럼 핸들로 조작하는 형태였고, 이 점은 전차병들이 빠르게 조작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티거는 큽니다. 비교해 보면 티거와 비슷한 수준의 방어력을 지녔다는 여타 전차들과 비교해도 큽니다. 방어력 비슷하면 덩치 더 작은 게 낫지 않냐면서 이 점을 티거의 약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면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티거는 만들어지면서 절대 다수를 상대로 싸우는 상황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는데, 많은 머릿수와 싸우려면 당연히 쏠 포탄도 많아야 하고, 그러니 포탄 많이 담을 거까지 생각하면 티거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덩치로 많이 담으니까 남들이 포탄 아까워서 못 쏠 거리에서도 미리 쏴가면서 미리 상대를 잡을 수 있고, 결국 티거가 장거리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사무실이든 뭐든 사람이란 게 결국엔 좀 넓이가 있어야 일 효율이 오르는 법입니다. 티거의 크기로 인한 넓은 내부 공간은 전차병들이 다수의 적을 상대하며 긴 전투를 치를 때 상대적으로 훨씬 용이한 환경을 제공했고, 거기다 차 안이 넓다 보니 포탄을 빨리 장전시키기에도 유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티거의 신뢰성, 티거의 경우 고장 잘 나고 신뢰성이 낮다, 라는 말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료를 보면 티거의 가동율은 여타 독일전차들과 최소 동등하다고 나옵니다. 이걸 보면 결코 신뢰성이 낮은 전차라고 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운용상 난점이 없는 전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티거란 놈은 당대 최고 수준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점 때문에 진격 때도 후퇴 때도 도로 선정을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운용상의 난점이 있다가 신뢰성이 낮다는 말과 동일 의미가 되는 게 아니란 점도 분명합니다. 딱 맞는 예는 아니지만 2차대전 시절 똑 같은 엔진 가지고도 독일은 신뢰성 문제 없이 잘 써먹고 일본은 말아먹은 일이 있는데 이건 운용이나 생산의 노하우 때문이지 신뢰성 자체의 문제라 보기엔 힘들었던 경우도 있고 하니까요.  


몸빵 능력만 봤을 때는 사실 이미 독일에게 충격을 준 KV시리즈도 티거 수준의 방어력을 보인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티거는 다른 전차보다 몸빵도 좋고, 다른 전차보다 대포 세고 더 정확하고, 다른 전차보다 느리지도 않고, 다른 전차보다 경쾌하기까지한 전차였습니다. 하나 하나 보면 정말 저런가 싶은데 찾아보면 정말 저런 수준입니다.

앞서 적었지만 티거의 역할은 공격 때의 몸빵 겸 수비 때의 해결사인데, 이런 역할을 위해 티거는 독립된 중전차 대대로서 편성되어 그때 그때 필요한 곳마다 달려가는 식으로 운용되었고, 1943년부터 1944년에 걸쳐 티거는 그야말로 무쌍난무를 펼쳤습니다.

1943년 튀니지. 갓 전쟁에 참여한 미군은 룰루랄라 성조기를 앞세워 북아프리카를 거닐었습니다. 초반에 프랑스군하고 좀 붙긴 했는데 뒤는 탄탄대로였죠. 그런데 갓 편성된 중전차 대대, 그것도 티거가 모자라 티거 열 몇 대에 3호 전차를 더한 중전차 대대가 튀니지에 등장했고, 미군은 사단 규모로 갈려나갔습니다. 미군 전차병이 겁이 나서 전차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거짓말같은 실화가 나온 것도 이 때라고 하죠.

1943년 레닌그라드. 소련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을 박살낸 후 독일군을 쫓고 쫓고 있었고, 독소전 개전 이래 긴 기간 독일군에 포위되어 있던 레닌그라드를 구출하기 위해 북부에서 공격을 펼쳤습니다. 레닌그라드 방면의 독일군에게 증원이 갈 여유는 없었죠. 아래쪽에서도 치고 박기 바쁜 판이었으니. 그런데 502중전차대대, 티거의 첫 실전에서 싸우지도 못하고 티거를 잃었던 부대가 거기 있었습니다. 티거 네 대가 소련군 전차 마흔대를 때려잡기까지 하는 등 소련군이 만든 강철의 파도를 502중전차대대는 막아냈습니다.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만의 기록은 아니지만 502중전차대대는 총 1400대의 전차를 때려잡는 특출난 전과를 올립니다.
1943년 하르코프에서도 독일군 반격의 선봉이 되면서 스탈린그라드 이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소련군에게 찬물을 퍼부었습니다.

그 뒤로 독일군이 패배하는 와중에도 물고 늘어지는 힘을 발휘합니다.

1943년을 보면 실상 이미 독일의 힘이 빠져가던 시기입니다. 곳곳에서 연합군의 반격으로 밀려나가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티거란 전차는 연합군의 발을 묶으며 독일군의 패배를 늦추는데 성공했습니다.  1943년부터 이미 독일은 언제 지냐가 문제였던 거나 같은 만큼, 나치 독일은 패배해야 마땅하지만 어쨌든 티거는 독일의 패배를 늦추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보빙턴 박물관에 있는 사연 많은 티거





티거를 생산하느니 판터나 4호전차를 생산하는 게 더 낫다라고 주장하는 말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한번 볼까요.

티거의 단가는 29만 라이히스마르크 정도 됩니다. 4호 전차가 11만 라이히스마르크 정도의 단가니 대강 쳐서 4호전차 세 대 만들 자원이면 티거 한 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티거의 첫 전투인 튀니지에서 싸운 거 보면 티거와 3호 전차로 혼성 편성된 대대 규모 독일군 기갑병력이 셔먼이 주축이 된 1개 사단 가까운 규모의 미군 부대를 격파해냈습니다. 그런데 저기서 티거 대신 4호전차가 3배수로 들어간다 치면, 대강 때려박아 계산했을 때 많이 쳐야 2개 대대 규모의 3호전차와 4호 전차로 백 대 정도의 셔먼을 상대해야 하는 게 됩니다. 상대가 될까요 과연?

판터라면 티거 대신 판터를 더 생산하는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티거가 가장 잘 쓰인 1943년에는 판터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판터가 자리를 잡은 1944년 후론 가격 대비 효과 면에서 티거가 이전보다는 못해진 게 맞고, 독일군도 그걸 아니 쾨니히스티거를 만들어 티거를 대체하려고 했는데, 1944년의 독일은 함부로 체제전환 했다가는 체제전환 타이밍에 쓸려나갈 수도 있을 정도로 여력이 적은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전환이 늦어진 채 티거가 더 생산이 된 겁니다. 가격 대비 효과 떨어졌어도 당장 한 대라도 있는 게 나은 판이었으니까요.  

2차대전 당시 독일을 보자면 상대국들보다 생산시설도 적고 자원도 적고 인구수도 적습니다. 여기서 맞소모전을 간다는 건 절대 이길 도리가 없는 길로 가는 거밖에 안 됩니다. 저저전에서 자신은 레어인데 상대는 해처리 상태에서 상대보다 먹는 자원도 적고 해처리도 적고 드론도 적은데 죽어라 저글링만 뽑아 저글링 바꿔치기 승부를 걸면 결과는 패배뿐이죠.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잡으려면 상대보다 고테크란 점을 살려 뮤탈 뽑는 거로 가는 수밖에.
티거도 결국 이런 식으로 자원도 생산시설도 열세인 상황에서 고테크를 살리기 위한 수였던 겁니다.

티거가 독립 대대로 편성되어 움직였다는 말은 앞서 적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독일군을 보면 이런 티거 대대의 위력을 대강 사단 하나 급수로 봤고, 실제 결과 봐도 거의 사단급 위력을 발휘해 냈습니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필요하죠. 온라인FPS 처음 하는 인간이 돈 질러서 방탄복 도배하고 비싼 스나이퍼 라이플 들고 이제 나는 무적이다 하면서 나가봐야 숙련된 이의 코웃음 속에 대검 한 방에 나가리되는 게 현실입니다. 티거란 물건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88mm의 위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포수, 티거의 기동성을 잘 써먹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조종수, 그리고 전차의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전차장까지( 힘 더 좋은 장전수와 기관총 잘 쏘는 무전수도 필요.... 하려나요?) 다 있어야 되는 거고, 그래서 독립된 중전차 대대를 만들어 선별된 정예 인원에게 티거를 맡겼습니다. 거기다 중전차 대대는 정비 등의 지원 수준을 아주 높게 받았고, 이런 정비 지원은 중전차 대대의 또 다른 힘이었습니다.

에이스 한두 명이 전쟁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능력 있는 인물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무기를 주고 결과적으로 대대 하나가 사단 하나의 위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면, 이건 단순히 에이스 한두 명 어쩌고 할 게 아니죠. 아무리 중전차 대대가 보급과 자원을 먹는다 해도 일반 대대보다 많은 거지 사단 하나만큼 소모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장비도 보급도 여러 모로 가격 대비 효과 면에서 괜찮은 거죠.  

티거 한 대보다 4호전차 세대를 더 만들어 머릿수를 맞추는 게 낫다, 일견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티거 한 개 대대는 1개 사단급 위력을 발휘하지만 4호전차 3개 대대가 1개 사단급 위력을 발휘할까요 과연. 그냥 3개 대대와 사단급 위력의 대대 하나, 어느 게 나을지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거기다 티거는 생존성이 좋고 다른 전차 같으면 승무원도 죽고 전차도 박살날 정도의 공격도 수리 가능한 수준의 피해에 승무원도 사는 정도로 견딘 일아 많습니다. 즉 우수한 인원이 탄다는 전제 하에 외려 병럭과 장비의 소모율이 여타 독일 전차에 비해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반드시 소모되는 질럿과 더 비싸지만 소모율이 낮은 아칸 정도로 비유해도 되지 싶군요.

그런데 계속 말했듯이 이런 티거의 위력도 우수한 전차병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교육도 적게 된 햇병아리 가져다 티거 줘봤자 캐시템 달고 날뛰려다 대검 뒤통수에 맞고 훅가는 꼴 되기 십상일 테니까요. 즉 많이 만들어도 꼭 머릿수만큼 힘을 발휘하리란 보장은 없는 거죠,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되는 독일 입장에선.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질이 좋아도 머릿수는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니 독일은 티거는 소수만 생산하고 여타 전차들을 생산한 겁니다.  

대강 정리해 볼까요. 티거는 훌륭한 전차입니다. 그런데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독일은 비싼 놈들을 잘 써먹을 수 있게 머리 굴리고는 적은 수를 선별된 인원에게 줘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게 했고, 결국 티거는 돈값을 했다 정도로 줄일 수 있겠습니다. 티거란 병기 하나만을 놓고 볼 게 아니라 티거를 어떻게 써먹었나까지 감안해야 티거의 필요성이 더욱 와닿지 않나 합니다.




칼 자이스, 마이바흐, 저 때도 명품이고 지금도 명품입니다.
2차대전 시절 독일은 망해야 마땅한 체제이고 그건 꼭 명심할 일입니다.


티거 하면 일부에서 유명한 게 이 티거 파벨이란 독일군 공식 티거 메뉴얼입니다. 군에서 채용한 공식 메뉴얼 주제에 전차를 여성으로 비유해선 내용을 풀어낸 재밌는 물건이죠. 재밌는 묘사가 많은데 이게 별 거 아니지만 누드가 포함되어 있다 보니 이미지를 더 올리지는 못하겠군요.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9-2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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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자
11/09/19 16:50
수정 아이콘
울트라 정도의 스피드는 아니고(울트라는 스1에서 벌쳐 다음으로 빠른 유닛이지요. 저글링과 스피드가 같습니다.), 아칸 정도(84)가 아니었나 합니다...
뭐 지엽적인 거지만.

독일에 안정적인 자원 공급원이 있었다면 좀 더 압도적인 화력을 내뿜었을 듯 합니다.
Cazellnu
11/09/19 17:01
수정 아이콘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전차와 자주포의 전술적 운용과 목적의 차이점이 어떻게 다른가요
Cazellnu
11/09/19 17:11
수정 아이콘
쉽게 말해 자주포는 광역뎀딜
전차는 몸빵이군요
스팀팩질럿
11/09/19 18:47
수정 아이콘
타이거 131 사진 보니까 너무 반갑네요. 세계에 남아 있는 타이거1 중 유일하게 작동가능한게 저 타이거131인데요, 기부금을 활용하여 계속해서 복원진행중입니다. 매년 6월말 탱크축제 때 방문 시 타이거 131이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거 1외에도 탱크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최초의 탱크, 예쁘게 도색된 판터, 당대 최강이였던 타이거2, 탱크디스트로이어인 Jagdpanther 등 진귀한 탱크들이 많이 전시 되어 있으니 영국에 방문가시는 분은 가능한 한 시간을 내셔서 가보시기 바랍니다.
SperoSpera
11/09/19 20:4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가동율에 관해 간략하게 몇가지만 언급하자면

1.가동율을 다른 전차들과 비교해 보자면 티거가 정비 우선순위 최 상단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대대 직할 정비대 전력의 존재 의의 정도등은 언급하셔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이른바 특제품을 사용하는터라 상대적으로 고장 빈도가 적었다는점과 더불어 중량 자체가 애초에 비정상마모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것을 감안해서 튼실하게 만든데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비 지원이 다른 전차에 비하면 TOP 수준이었다는점도 있겠고

(그렇다 쳐도 초기 설계보다 11~12톤을 초과한 터라 급박한 상황이나 무리한 상황 아래에 전투기동과 같은 경우에는 트랜스미션이 나가기 마련이며 엔진부담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이지요, 더불어 동부전선에서 진창에 빠졌는데, 18톤 트럭이 3대 이상 못온다고 하면..)

3. 통계율이 나와 생각난겁니다만 정원이 가득찬 전차 연대에서 xx대가 빠질경우 가동율은 xx.x %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날 완전손실로 빠지면 100%가 되지요, 물론 여기서 언급한것과는 다른 애기입니다만 통계율을 맹신하기는 좀 그렇죠

가령 언급하신 통계율의 경우 대파돼서 회수, 공장에 들어간 장기수리 차량도 대대/연대 보유 차량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4. 같은 엔진을 쓰는 판터의 경우 엔진 출력에 리미트를 걸어서 기계적 트러블을 해결해야 했지만 티거에겐 그런 일이 없었다는것 정도 도 언급 하셨으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변속이나 기타 등등 신경쓸부분이 많았고, 이는 고장의 주요 원인이기도합니다.)
11/09/20 01:41
수정 아이콘
상당히 재미있네요. 사진선정에도 신경 많이 쓰신것 같고. 게시물 내용의 수준은 추게감.
kv-1 캐터필러는 볼때마다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저걸 T34에 썼으면 전차가 좀 덜 싸구려로 보였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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